연약함의 힘 - 현경 마음 살림 에세이
현경 지음, 박방영 그림 / 샘터사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살아오는 동안 행복하고 편안했던 날들보다는 아프고 외롭고 고단했던 날들이 더 많았었다.
유독 올 봄부터 우리를 아프게 했던 사건과 사고가 끊이지 않아서일까...쉰 넘어 어렵게 넘어온 인생길이
또다시 묵직하게 짓누르는 것만 같았던 나날이었다.
뉴욕 유니언 신학대학원의 종신교수로 기독교 신학자이며 불교와도 친하게 지내고 있다는 작가는 매월 샘터에서
만나온터라 친구같았다. 그녀의 이름이 필명이 아니라면 나와 종씨라는 것도 친밀감을 느꼈던 이유가 될지도 모르겠다.
마치 차가운 마음에 봄빛을 뿌리듯 들꽃과 나비가 가득한 봄같은 책을 받아드니 일단 얼어붙었던 마음이 녹아드는 것만 같다.



소박한 내 집 돌담울타리에 수줍게 피어있는 사랑초조차 우주의 소중한 기운이라는 것이 느껴질만큼.
'연약함의 힘'이라는 제목보다는 '아름다움의 힘'이나 '사랑의 힘'이라는 것이 더 맞게 느껴질만큼 그녀의 글에는 온통 사랑과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들뿐이다. 
가끔 늙어가고 있는 시간이 느껴져 속상하다는 투정이 있지만 그 것조차 늙어감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를 알려주는 복선일 뿐이다.
그녀가 바라보는 우주와 지구, 그리고 우리들의 모습은 온통 사랑과 기적의 모습들이다.
인간에게 종교는 절대적이기도 하지만 그녀에게 종교는 구원을 넘어서 소통과 치유의 디딤돌 같기도 하다.
흔히 종교학자라고 하면 어딘가 꽉 막힌듯한 맹신과 얽매인 부자유가 느껴지지만 그녀에게는 온우주의 모든 사물과 소통하는 
자유와 발랄함이 느껴진다. 그녀가 믿는 하나님의 세상도 자비를 알리는 부처의 세상도 공평하게 보여 너무도 아름답다.
내가 원했던 참 종교인의 모습이 바로 이러했다.
종교가 교회안에서만, 절안에서만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것. 그녀처럼 사방을 돌아다니면서 보여주는 모든 것이 바로 종교여야 한다는
내 철학과 너무나 맞아 떨어진다.



그녀가 만난 인권운동가들이나 심리치유사들, 그리고 여성운동가들의 모습은 사랑스럽고 아름다웠다.
아니 그녀의 눈으로 본 그들의 모습이 바로 그러했다. 마치 부처의 눈에는 부처가 보이는 것처럼.
얼마전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많이 슬펐노라고 하는 글에서는 얼마전 세상을 떠난 여동생이 떠올랐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다는 것은 어쨋든 남아있는 이들에게는 슬픔이다.
좀더 신과 가까운 세상에서 더 멋진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나같은 평범한 사람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어느 장례식에서 죽음은 빈곳을 내어주는 일이라는 목사님의 말씀에 위로가 되었다는 말에 나 역시 위로가 된다.
채우려고만 하는 삶에서 더러는 이렇게 빈곳을 내어주어 다시 충만케 하려는 우주의 섭리에 슬픔을 잊는다.

아직도 공부를 멈추지 않고 또 다른 도전을 하는 모습도 대단하다.
분단의 조국과 단절된 사랑에 대한 그녀의 염원도 아프게 공감된다. 
일 년에 한 두번 떨어진 기운을 보충하듯 고국에 돌아온다는 모습에서는 이국에서의 외로움과 고독이 느껴져 안스러웠다.
히말라야에서 만난 샤먼이든 쿠바의 샤먼이든 모든 걸 껴안는 그녀의 종교관은 지금 지구 곳곳에서 자신들의 종교를 앞세워
총을 쏘는 맹신의 폭도들에게 본보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늙어감을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가끔은 죽음을 연습해보면서 그녀와 비슷하게 이 세상을 살다갔으면 좋겠다.
얼핏 그녀의 얼굴을 보니 어차피 신과 인간의 건넘돌 역할이 팔자임을 알게된다.
절대 연약할 수 없는 그녀의 사랑과 아름다운 힘이 내게 힘이 되주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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