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2013 - 2 - 우리가 가장 아프게 빛나던 시절 학교 2013 2
안재경 지음, 이현주.고정원 극본 / 북하우스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열 여덟의 나이에 학교라는 울타리는 안전지대일거라는 막연한 기대는 이 책으로 무너져 버렸다.

서울대 입시가 목표인 아이는 홀로 두려움을 누르며 특목고 아이들만 간다는 학원을 오가고,

엄마의 기대를 져버리지 못하고 엄마가 써준 논술 예상지를 들고 시험장에 들어가는 아이.

걸핏하면 교장실로 들어가 학부모의 권위를 주장하는 엄마를 견디다 못해 옥상으로 올라간 아이를

보면서 그렇게 키운 아이가 과연 스스로 어른이 되어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다.

 

가난하거나 부모가 없거나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일망정 학교에 와서 같이 밥이라도 먹을 수 있다면

좋겠다던 말에는 가슴이 먹먹해진다.

흔히 '내 자식이 귀하면 남의 자식도 귀하다'고 했는데 내 아이가 공부하고 있는 교실안에 어떤 상처를

가진 남의 귀한 자식이 있을 것이란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었다.

 

자신의 폭력으로 축구선수가 꿈이었던 흥수의 다리를 망가뜨린 남순에게 지난 3년은 고통이었을 것이다.

언젠가 둘이 마주 앉아 라면을 먹고싶다는 불가능해 보이는 소망이 이루어진다.

너무나 사랑했던 친구이기에 가해자도 피해자도 모두 상처 투성이의 시간들이었다.

 

기간제 교사인 인재는 까탈스런 학부모 민기엄마의 주장으로 학교를 떠날 위기에 처하지만 아이들의

연판장과 세찬이의 도움으로 다시 담임을 맡게 된다.

자신만이라도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었던 인재같은 선생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얼핏 냉정해 보이던 세찬에게도 아픈 과거가 있었다. 자신의 첫제자를 잠깐의 방심으로 놓쳤던 것이다.

그 뒤 그는 질긴 끈처럼 이어지는 스승과 제자사이가 두려웠던 것이다.

조금이라도 자신이 아이들에게 말려들게 되면 다시 상처를 안게 될까봐.

 

 

폭력을 당하고 지켜보았던 아이가 자라 다시 폭력을 쓰는 어른이 되어간다.

아무도 그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지 않기 때문에 폭력을 휘두르는 무기가 되어가는 것이다.

공부기계만을 강요하는 현실에 처한 아이들에게 어른인 우리는 과연 청렴한지 되묻게 된다.

 

'시 한줄 쓴다고 뭐가 달라지나'라고 세상을 향해 냉소를 날리는 정호의 모습에 가슴이 무너진다.

정호는 사실 연약한 아이일 뿐이다. 공정치 못한 세상에 주먹이라도 날려야 살 수 있기에 그렇게 한 것뿐이다.

그 주먹을 꼭 잡아주고 꼭 안아주었다면 아이는 지옥같은 시간속에 갇히지 않았을 것이다.

 

'누구든 자기 안에 씨앗 하나를 품고 있다. 지금은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종국에는

커다란 나무가 될 씨앗 하나. 하지만 수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마음속에 도사린 가능성을

발견조차 하지 못한다. 아무도 그 씨앗을 틔울 수 있다고, 네 안에 그토록 폭발적인 가능성이

숨어 있다고, 말해주지 않는다.' -257p

 

누군가 그 씨앗 하나 하나가 뿌리를 내릴 수있도록 도와만 준다면 아이들은 꿈을 펼칠 것이다.

자신이 무엇이 될지 알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뭔가 될 수있다는 걸 확인만 시켜 준다면

학교가 아이들에게 더 이상 죄인을 가두는 감옥같은 곳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아이들에게 걸린 족쇄를 이제는 풀어줘야 할 때인 것이다. 바로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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