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싱크홀

싱크홀 - 도시를 삼키는 거대한 구멍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7월

이재익소설의 특징은 항상 영상이미지가 같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심야버스괴담'이 그러했고 '서울대야구부의 영광'이 그러했듯이 내가 한 편의 영화속에

들어가 같이 호흡하는 것 같이 '몰입'된다는 것이다.

특히 블록버스터 재난소설인 '싱크홀'은 전혀 허구일 수 만은 없는 언젠가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재난이라는 점에서 등골이 오싹하는 전율이 느껴진다.

성수대교, 삼풍백화점붕괴에 이어 며칠 전 천호동 리모델링 붕괴와 같은 인재도 있지만

원인이 선명하지 않은 '싱크홀'의 현상은 전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어느 순간 지반 전체가 갑자기 무너지는 스토핑은 지구 곳곳에 커다란 구멍을 뚫어

순식간에 모든것을 빨아 들이는 현상이다.

과연 이런 '싱크홀'현상을 미리 예측할 수 있을 것인가.

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예측 불가능한 이런 재난이 나를 비켜가리라는 보장은 없다.

특별히 이재익이 그린 '싱크홀'은 인간의 욕망이 빚어낸 거대한 '바벨탑'이 어떻게

몰락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과 '권력'이 쌓아놓은 시너스빌딩은 바로 이 시대의 속물의 상징이기도 하다.

불법이 합법이 되고 돈과 돈이 결탁하여 화려하게 세워졌지만 불가사의한 구멍속에 무자비하게

처넣음으로써  더러운 인간들의 욕망을 가차없이 허물어 뜨리고 싶었을 것이다.

수천만원짜리 멤버쉽카드가 없으면 입장할 수 없는 클럽에 불을 보고 달려드는 불나방처럼

몰려드는 군상들! 돈과 섹스와 욕망이 가득한 그곳에는 동생을 위해 평생 헌신했던 형과

가족보다는 산을 더 많이 사랑했던 한 사내를 여전히 잊지 못하는 여자와 그녀의 딸도 있었다.

삭월세 옥탑방에서 더위와 추위를 온몸으로 견디며 아름다운 플로리스트를 꿈꿨던 여자도 있었다.

시너스빌딩의 주인이기도 한 남자는 들꽃과 같이 아름다운 여자와 사랑을 나누고 꿈같은 미래를

기대했지만 신은 냉정하기만 하다.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구하기 위해 거대한 구멍속으로 내려가는 사내.

그 사내를 사랑하지만 가질 수도 버릴 수도 없었던 한 여자.

엄마의 사랑을 갈구했지만 늘 외로웠던 한 남자가 운명처럼 만난 여자를 구하기 위해 동참한다.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 밑에 깔려 만신창이가 된 사람들...과연 이들중에 몇명이나 다시 살아나올 수 있을까.

연쇄 강간 살인자의 출현이 다소 엉뚱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싱크홀이란 거대한 지옥속에

꽤나 어울리는 인물이기도 하다.

악(惡)악이 만나 서로의 존재를 눈감아 주는 장면은 참으로 더러운 세상이라는 생각마저든다.

내 짐작이 맞는다면 누군가 이 '싱크홀'을 영화화 하지 않을까.

'해운대'에 버금가는 블록버스터영화가 탄생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갑자기 감독이 된 양 배역을 맡을만 한 배우들의 얼굴이 어른거른다.

다양한 소재로 미처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이재익이 로맨틱 에세이까지 썼다니

도대체 이 남자 잠을 자기는 하는걸까. 스피드 있는 그의 신작행진이 신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