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노운
디디에 반 코뵐라르트 지음, 권수연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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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인 이미지와 조용한 카리스마가 빛나는 리암 니슨이 딸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테이큰'에 이어

액션 스릴러 영화에 출현했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던 '언노운'의 충격적인 스토리는 프랑스의 소설가 디디에 반

코뵐라르트의 소설에서 시작되었다. "나는 상상의 자유를 사랑한다. 하지만 동시에, 작고 구체적인 디테일들까지

누구도 반박할 수 없도록 쓰고 싶다."는 작가의 말은 단순한 큰소리가 아니었음을 알게된다.

 

영화소개프로그램에서 보았던 '언노운'의 도입부는 프랑스 연구원의 초청으로 파리에 온 식물학자 마틴 해리스가

갑작스런 교통사고를 당하고 강물에 빠져 정신을 잃고 72시간의 코마상태후 깨어나게 된다.

하지만 다시 돌아간 집에는 정체불명의 남자가 그의 사랑하는 아내와 살고 있고 자신이 마틴 해리스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닌가. 아내도 자신을 몰라보고 진짜 마틴 해리스임을 증명할 길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졸지에 코마상태후에 나타난 정신병 환자 취급을 당하는 마틴 해리스는 자신의 기억속에 촘촘히 들어차 있는

그 모든 기억을 부정하는 세상에 분노의 항거를 해보지만 결국 자신마저 진짜 마틴 해리스가 아닌 것 같은

착각속에 빠지게 된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인가?'

 



 

평행이론이나 도플갱어의 출현이 아니라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현실에서 나타난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하게 될까. 작가는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글을 쓰고 싶다는 말처럼 식물학자인 주인공의 지적인 세계에 대해

놀라울 만큼의 정확성을 보여주고 있다. 단순히 자료수집차원이 아닌 체험의 경지를 느끼게 하는 폭넓은 지식의

영역을 보면 그가 작가로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을지 짐작이 간다.

 

때로는 진실이 거짓이 되기도 하고 정확히 기억한다고 했던 일들도 사실은 허구일 때가 있다.

그리고 세상이 한 사람쯤 거짓말장이로 만드는 일들은 식은 죽 먹기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놀라운 반전이 시작되기 전까지 나는 과연 마틴 해리스가 누구일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의 기억이 맞는 걸까. 아니면 정말 환생의 기억 저편의 일을 현세의 일로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때때로 고뇌하는 리암 니슨의 얼굴을 떠올리며 그가 진정 마틴 해리스이기를 바라기도 하였다.

왠지 의문의 교통사고와 불행한 처지에 빠진 것 같은 그의 손을 잡아주고 싶도록 몰아가는 작가의 교묘함에

빠졌다는 것은 책을 덮을 때 쯤에야 알게 된다.

 



 

단순히 소재의 특이성과 반전의 재미만을 즐기고 책을 덮기에는 아쉬운 무엇인가가 남는다.

과연 이런 일들이 소설이나 영화속에서만 가능한 일일까.

이미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르고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면 가까운 미래의 어느 날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예감때문이다. 그렇다면 진짜의 나는 누구이고 내 기억은 과연 진실일까.

날카로운 눈빛의 작가를 보니 그의 상상의 자유가 어디까지 일지 다음 작품이 기대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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