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영혼이 아프거든 알래스카로 가라
박준기 글.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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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끝을 향해 갔다. 거기에 내 삶의 마지막 기회가 있음을 알기에...'

이 책의 표지에 써있는 이 글을 보면서 왜 우리는 삶의 막다른 길에 다다르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지를 생각해 보았다. 산이든 바다든 나를 기억하는 곳이 아닌 어느 곳에서

내 삶의 가장 밑바닥에 닿아보고 싶은 심정은 과연 무엇인가.

그 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다시 위로 향햐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감독에 사진작가, 그것도 모자라 산악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작가는 어느 날,

'신들의 땅'이라는 '알래스카'로 향했다.

 



 

이글루가 있고 에스키모가 끄는 개썰매가 설원을 달리는 풍경을 상상했던 저자가 만난 알래스카의

첫모습은 '실망'이었다. 알콜과 약에 취한 에스키모가 널부러져 있고 을씨년스러운 바람과 남루한

삶이 있는 그곳 알래스카!

한때는 먼 하늘길을 다니는 비행기의 급유지로, 더 오래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금을 찾아 러쉬를

이뤘다는 그 땅의 끝에 있는 '서클시티'에는 아무런 표시조차 없었다고 했다.

 

다시 내려올 산을 왜 오르는지 나도 묻고 싶었었다. 단지 산이 거기 있기 때문이라는 유명 산악인의

대답도 나를 공감시키지 못했었다. 건강을 이유로 오르는 것이 아닌 목숨을 담보로 올라야 하는

에베레스트나 맥킨리의 산봉우리에서 그들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가져오는 것일까.

 



 

정복이라는 표현조차 할 수 없는 신과 가장 가까운 그 산들은 눈과 바람으로 인간의 접근을

막고 있건만 결코 포기하지 않는 일부의 사람에게만 속살을 보여주는 그 곳에 이르기까지

차가운 텐트안에서 웅크리고 기다려야 했던 그들은 자연에 가장 가까운 자신의 본모습과

마주하는 경험을 한다. 아프고 고독했던 상처투성이의 시간들과 자신을 스쳐간 수많은 인연들!

그리고 함께 산을 오르던 사람들의 죽음을 지켜봐야 하는 고통까지도.

1950년 안나푸르나를 최초로 오른 모리스 엘조그는 동상으로 손가락과 발가락을 댓가로 지불해야

했으며 여전히 눈에 묻혀 찾을 수 없는 수많은 산악인들의 영(靈)들은 행복한 삶이었을까.

 



 

어린 아이들을 병마로 부터 구하기 위해 정의감에 찬 20명의 썰매꾼들이 영하 57라는 상상할 수

없는 혹독한 날씨속에서 맹렬한 눈보라를 뚫고 머나먼 길을 초인적인 힘으로 달려 결국 약품을

운반했다는 감동적인 역사로 부터 시작한 개썰매 대회에서 메카톤급 충격으로 감동먹은 저자가

간절하게 개썰매꾼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알래스카의 도로도 없는 어느 마을에서도 만날 수

있다는 강인한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그도 그곳에 남아있고 싶어서 였을까.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주어진 삶의 행로대로 따랐을 뿐이라고 말하는 저자처럼

우리도 매일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좌절하고 다시 일어선다.

단지 그처럼 낡은 배낭을 꾸려 알래스카로 떠날 용기가 없는 것이 다를뿐.

그저 이렇게라도 영원히 닿을 수 없는 땅 알래스카를 다녀올 수 있어 행복한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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