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의 몸값 1 오늘의 일본문학 8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국군주의의 일본이 패전후 개최한 1964년 도쿄올림픽을 인질로 몸값을 요구한다는 황당한 소재가

이소설의 모티브이다. 1988년 치른 우리나라의 올림픽과 묘하게 겹쳐지는 상황들이 흥미롭다.

올림픽을 개최한 모든 나라들이 올림픽이 끝난후 급격하게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는 속설이 있을만큼

한국가의 모든역량을 끌어모아 치르게 되는 올림픽의 영광뒤에는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수많은

희생이 있었다는것을 알게되었다. 특히 전후의 일본이라든가 독재의 사슬에서 막 벗어나 경제도약의

기회를 잡은 대한민국은 아직 올림픽을 치를만큼의 능력도 부족했고 애국심만으로 몰아부친 이면에

그늘이 있을수 있음을 국가나 권력계층에서는 알리고 싶지 않았을터였다.

물론 올림픽이 끝나고 단기간의 어려움이 있긴했지만 일본이나 우리나라는 도약의 계기가 된것만은

사실이다. 낡고 부족했던 집들이 새단장을 하고 급격하게 늘어난것도 사실이고 아직은 미숙했던

준법정신이나 사회성이 새롭게 정착된것도 사실이다.


시골뜨기 출신의 도쿄대학원생 시마자키 구니오는 공부밖에 할줄 모르는 영락없는 샌님이다.

열다섯살이나 차이나는 막노동자 형의 갑작스런 죽음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올림픽이 열리는 도쿄는 화려한 개막식에 어울릴 도시미관과 경기장 건설을 위해 온통 공사판이

되었고 부족한 일손은 전후 가난한 시골에서 올라온 값싼 노동자도 넘쳐난다.

아버지가 다르기도 하거니와 어려서 부터 도시로 떠나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던 형과는 대면대면한

사이이긴 했지만 화장으로 막을 내린 형의 인생에 대해 구니오는 막연한 책임감을 느끼게된다.

마르크스주의와 프롤레타리아 사상에 몰입했던 도쿄대학원생 구니오는 집안의 짐을 혼자만 지고

살아온 형에 대한 미안함과 과연 현실과 자신의 추구했던 학문에 대한 의구심으로 형이 살아왔던

길을 걸어보고자 작정한다. 통 일이라고 표현되는 16시간의 노동과 질낮은 음식...그리고 착취와

묘하게 얽힌 권력과 폭력, 그리고 마약에 이르기까지...하류인간으로서 살아간다는 일이 얼마나

억울하고 깰수 없는 벽과 같은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계속되는 노동과 스트레스에 못이겨 급기야는 마약으로 빠져들고...형의 죽음에 대한 진실도 알게된다.


가난한 집안에서 장남만을 공부시켜 대들보를 삼기 위해 나머지 가족들이 희생하듯..

국가에 중요한 올림픽을 위해 모든 국민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피지배층들의 부조리하고 무조건적인

희생으로 거대한 탑이 하나씩 쌓아 올라가는 현장을 보고 구니오는 국가와 지배층에 분노와 반감을

느끼게 되고 결국 올림픽을 인질로 삼아 복수극을 시작하게 된다.

이성으로서는 도저히 납득될 수 없는 냉정한 현실에 대해 극단적인 방법으로 맞서게 되는 것이다.

물론 학문이나 지성, 이성으로는 이 현실을 타개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가장 원시적인 방법으로

대국가를 향해 도전장을 던진것이다.


정치가와 경찰간부의 집안의 둘째아들인 구니오의 도쿄대학 동창 스가와 이제 막 전후일본에 번영에

합류한 젊은 형사 오치하이 마사오, 고리타분한 전통을 지겨워하며 비틀즈의 음악에 심취한 스무살

아가씨 요시코는 묘하게 구니오와 얽히게 된다. 이들은 그시대에 일본을 대변하는 여러인물들의 표본이다.

권력을 가진자와 지배를 받는자...군국주의 시절의 잔재를 지닌 세대와 새로운 시대의 경계에 선 인물등을

통해 작가는 지주와 노예가 사라진 자리에 다른이름의 재벌과 노동계급이 채워지고 부와 빈의 격차는 심화

되는 과정에 대해 올림픽이 열리는 일본의 상황을 접목시켜 절묘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미 범인을 은근히 알려주면서 그 뒤들 쫒는 사람들의 추적과 점차 밝혀지는 범죄와 복수의 과정들이

빠르고 흥미롭게 전개된다.  이미 밝혀진 범죄의도와 범인...추적자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마무리 되어질지

후편이 궁금해진다. 구니오는 과연 몸값을 받아냈을까? 자신의 보잘것 없는 과거를 지워줄 빛나는 미래가

보장된 도쿄대학원생을 포기하고 선택한 길이 과연 옳았던 것일지 2편에서 꼭 확인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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