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깊고 아름다운데 - 동화 여주 잔혹사
조이스 박 지음 / 제이포럼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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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만 등장하는 동화는 없다. 신데렐라나 백설공주, 미녀와 야수속에 등장하는 공주들은 하나같이 착하고 예쁘기까지 하다. 하지만 공주를 시기하는 무리들에 의해 핍박당하고 위기에 빠지지만 왕자가 나타나 구해준다.


동화를 읽은 어린아이들, 특이 여자아이들은 해피엔딩에 환호하고 박수를 치지만 -나도 그랬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왜 여자들은 항상 핍박당하고 남자에 의해 구조가 되는 스토리인지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여자의 권리를 상징하는 투표권이 거의 20세기에 들어서서야 가능해진 사실을 보면 인류의 역사란 거의 남자에 의해 결정되었고 쓰여졌다.

그러니 동화에서 여주의 위치라는게 고작 재투성이 아가씨나 하녀, 심지어 공주의 위치임에도 핍박으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지는 상황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진다.


그저 여자는 권력이나 힘을 지닌 남자에 의해 구조되고 결혼하면서 비로서 인간다운 삶을 살게 된다는 설정은 그러고 보니 참 억울하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다.

저자는 바로 이 동화속 여주인공들의 잔혹사를 빌어 여성의 권위가 어떻게 짓밟혀졌고 이후 성장해나가는지를 설명한다.

신데렐라나 백성공주 시대보다 분명 여자의 권위가 높아지긴 했지만 세계 곳곳에서 남녀 불평등에 대한 시위가 이어지고 있고 남자의 영역이라고 여겼던 곳에서 한 자리 차지하는 여성이 뉴스에 '유리천정을 깼다'면서 보도되는 걸 보면 여전히 차별은 존재한다는 걸 알게된다.


신화속 아버지의 존재, 아들을 잡아먹는 괴물들은 가부장의 힘을 상징한다고 한다.

로마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성신들도 제우스나 다른 남자신에 비해 힘이 우월하지 않고 그저 미를 뽐내거나 샘을 내서 같은 여자신을 처벌하는 모습으로 나온다.

드물게 뜨개질을 하는 여성이 지혜를 상징하면서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하지만 성에 차지 않는다. 현대에서 이런 역할을 하는 여성들이 바로 글을 쓰는 작가라고 해서 공감버튼을 꾹 누르게 된다.


신체적인 능력으로야 남자를 능가하기 힘들겠지만 정서적으로나 뇌의 능력은 남자보다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당황한 남자들이 여전히 그 철벽을 거둬들이지 않고 우월한 지위를 누리려 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거울아 거울에 세상에서 누가 가장 예쁘니?''라고 묻던 백설공주 이야기는 이제 '거울아 거울아 선입견 가득한 이 세상에서 진정한 승리자는 누구니? 여자에게 지기 싫어 바득거리는 남자들을 제대로 좀 비춰주렴'하고 묻고 싶다.

이 책이 뜨개질하는 여자들의 염원이 담긴 한 편의 지혜서가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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