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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이너프 - 평범한 종을 위한 진화론
다니엘 S. 밀로 지음, 이충호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21년 6월
평점 :
사실 이 책은 쉽게 읽히지 않는다. 과학적인 지식이 조금쯤은 있어야하고
집중력이 있어야 읽히는 책이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려고 하는 이 책의 가장 중요한
핵심에 난 점수를 듬뿍 주기로 했다.
다윈이 주장했던 진화론과 더불어 '적자생존'즉 우월한 종이 살아남았다는 이론이
이제는 수정되어야하지 않은가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 지구촌을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들이 다 우월한 것은 아니다.
인류도 마찬가지이다. 우생학적으로 우수한 종만 살았다면 오히려 멸망을 불러오지
않았을까. 거대한 기계를 돌리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도 중요하지만 조그만 나사도
필요한 법이다. 이 공평성을 누가 부여했는지는 증명하기 어렵지만 아주 절묘한 것만은
분명하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굿 이너프'는 적자가 아닌 평범한 생물도 살아남고 번성하기에
충분히 훌륭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열등하다고 생각했던 수많은 종들이
박수를 치지 않겠는가. 인류를 포함해서.
인류와 더불어 살아남은 수많은 종들이 다 인류에게 득을 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해를 주는 종들도 있다. 하지만 그 종 조차도 인류의 진화, 번영에 기여했다는 점은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기린에 관해 많은 면을 할애했는데 인류의 이동이 쉽지
않았던 시절 사람들은 아프리카에서 넘어온 기린을 보고 상당히 놀랐을 것이다.
여느 종보다 특이한 모습이었기 때문인데 중국은 상상속의 기린이 바로 이 동물이라고
여겼을 정도였다. 그러고 보면 기린은 아프리카 초원에서, 그리고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고
필요한 종이라고 생각한다. 기린이 인류에게 기여한 것들이 있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린은 인류와 함께 살아남았다. 보통의 동물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니 사실 기린은 살아남기 쉬운 종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더 특별하다.
그 긴목을 가지고 풀을 뜯어먹거나 생식을 하는 것이 정말 쉽지 않다고 한다.
그럼에도 신이 기린을 멸종시키지 않은 이유가 분명 있지 않을까.
인류의 기원이라고 여겼던 호모사피엔스는 아프리카에서 굳이 떠날 필요가 없었다고 한다.
인구가 과잉이지도 않았고 환경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다만 저자가 말한 '역마살 유전자'
때문에 인류가 세계로 모험을 시작했고 지금의 종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정말 재미있는 가설이다. 아니 정설인가?
내 유전자 어디엔가는 그 시절 '역마살 유전자'때문에 몸이 근질근질해서 모험을 떠났던
선조의 기질이 있다는 생각에 웃음이 나온다.
그 기질이 없었다면 인류는 지금 어떤 모습이 되었을까. 혹시 멸종했을 수도.
다소 어려운 과학적 근거를 이해하는데 쉽지는 않았지만 저자가 얘기하고 싶은 핵심은
충분히 다가왔다. '평범한 것'은 위대하다는 것.
그 위대한 진화속에 지금 내가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