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
존 그린 지음, 노진선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화이트강이 가로지르는 도시 인디애나폴리스에 사는 열 여섯살의 소녀 에이자.
갑작스럽게 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내고 그리움에 젖어 살아가고 있다.
에이자는 손톱밑에 살을 파고 상처를 내는 습관을 가지고 있고 자기 몸속에 해로운 박테리아가
살고 있어서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는 강박증에 시달리고 있다.
주기적으로 정신과 의사에게 상담을 받고 처방을 받고 있지만 에이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약을 먹지 않는다.
에이자에게는 절친인 데이지가 있다. 발랄하고 생활력도 강한 데이지는 팬픽에 소설을 연재할 정도로 글솜씨도 뛰어난 여학생이다. 어린시절부터 에이자와 절친인 데이지는 에이자의 강박증을 알면서도 따뜻하게 감싸주는 배려심이 많은 소녀다. 이런 데이지를 좋아하던 마이클과 데이트를 시작한다.


어느 날 에이자의 집 건너편에 사는 건축업계의 거물인 억만장자 러셀 피킷이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피킷은 어린시절 슬픔캠프에 함께 참여했던 데이비스의 아빠다.
데이비드 역시 에이자처럼 사랑하는 엄마를 잃은 아픔이 있다.
피킷을 찾는데 경찰은 10만달러의 현상금을 걸었고 데이자는 눈을 반짝 거리며 데이비스의
집으로 함께 가자고 조른다. 현상금을 타서 대학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중학교 수학교사인 엄마를 둔 에이자도 사립대학교의 등록금은 부담스러울 정도였는데
맞벌이로 겨우 살아가는 부모를 둔 데이지로서는 절박한 기회였다.

박테리아로부터 죽어가고 있다고 믿으면서 늘 손톱밑의 살을 뜯어내는 에이자로서는
내키지 않는 일이지만 얼결에 데이지와 함께 데이비스의 집으로 향한다.
어린시절 캠프에서 잠깐 만났던 데이비스와 그의 동생 노아를 만나 우연히 온 것처럼 둘러댔지만
데이비스는 모든 사람이 현상금에 목을 매고 자신들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데이비스는 에이자와 데이지에게 10만달러를 주면서 아버지에 대한 단서를 발견한 소녀들에게
선택은 스스로 하라는 말을 남긴다.
각각 5만 달러씩을 나눈 에이자와 데이지는 이제 피킷에 대한 관심을 끄려고 하지만 열 세살 노아의 슬픔을 이해하고 있는 에이지는 노아가 건넨 휴대폰의 단서를 계속 추적하게 된다.
그러는 동안 데이비스와 다시 만나게 되고 데이비스가 우주와 별과 시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게된다.
이제 겨우 열 여섯인 데이비스는 아버지와 실종과 어린 동생의 슬픔을 이겨내야 하는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고 같은 슬픔을 겪은 에이자는 그런 데이비스에게 연민과 호감을 느낀다.
그러면서도 데이비스와의 키스에는 공포심이 솟구친다. 그의 입에서 건너온 세균이 자신을 죽이는 상상을 하면서 절대 정상적으로 사랑하고 연애하고 살아갈 수 없다고 절망한다.


 


문학에 조예가 깊은 데이비스는 늘 누군가가 쓴 글을 인용했는데 특히 에이자에 관한 글에는
'템페스트'에서 인용하곤 한다. 에이자는 묻는다.
"우리가 난파를 당했기 때문에?"
"응. 맞아, 우리가 난파를 당했기 때문이야."
억만장자인 아버지를 두고 대 저택에 사는 데이비스도 소박하지만 다정한 부모밑에서 자란
에이자도 각자 다른 의미의 난파를 당한 것이다.
인생은 그렇다. 누구든 난파없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소심한 에이자는 절친인 데이지가 연재하는 소설의 주인공이 누구에겐가 폐를 끼치는 인물로
불필요한 존재로 그려진 것을 보고 자신을 그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절망한 에이자인 아버지가 물려준 차를 몰고 달리다가 교통사고를 일으킨다.
또 다른 난파가 그녀를 덮친 것이다.


등록금을 감당한 만한 대학을 고르는 일도, 아니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자신이 없는 자신에게
맞는 대학을 고르는 일도 버거운 에이자는 데이비스의 사랑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저 난파당한 아이들이 서로 어깨를 기대고 온기를 나누는 것일 뿐.
데이비스와 에이자의 감정은 사랑보다는 동병상련과 같은 연민이라고 생각된다.
아이들은 그 걸 사랑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에이자의 감정은 위태롭기만 하다.
키스조차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신에게 사랑은 먼 우주의 이야기일 뿐이다.

엄마를 잃고 아버지마저 실종된 데이비스의 시에는 깊은 슬픔이 녹아있다.

엄마의 발소리는 너무나 고요해서
나는 엄마가 떠나는 소리조차 듣지 못했다.

과연 데이비스의 아버지 피킷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노아의 요청으로 할 수 없이 단서를 찾아 피킷의 행방을 쫒는 에이자는 노아의 슬픔을 덜어주고 싶다.  그리고 결국 '조깅하는 사람의 입'이란 메모가 어떤 의미인지 찾아내게 된다.

누구든 모양과 크기만 다를 뿐 아픔과 슬픔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는 누군가를 그리워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아직은 여물지 못한 아이들에게 닥친 난파를 지켜보면서 왜 피킷은 아이들을 버리고 실종되었는지 궁금증이 떠나지 않는다. 결국 그 해답은 소설이 끝날 때까지도 밝혀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 실종이 아이들에게 어떤 변화를 주는지 따라가는 일은 지루하지 않았다.
다 저마다의 방법으로 난파를 이기고 어른이 될 것이다.
저마다 다른 난파를 만나 기우뚱거리고 헤매고 아우성을 치면서 살아가도 우주의 끝에서 쏘아보낸 별들의 빛은 여전히 몇 광년의 시간을 비집고 지구에 도착할 것이고 어쩌면 그리운 사람이 살아있었을 때 시자된 그 빛에서 위안을 느낄지도 모른다.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라는 제목에 왜 거북이가 등장하는지는 본문에서 찾아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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