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주는 엄마와 죄책감 없이 헤어지는 법
다카하시 리에 지음, 최시원 옮김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어제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한 배우 박중훈은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숭고한 직업이라고
말했다. 직업이라고 하기엔 그렇지만 대개의 경우 '엄마'는 신이 너무 바빠서 대신 보내준
분이라고 정의한다.  그만큼 엄마의 사랑은 절대적이고 어떤 자로도 가늠할 수 없는 대상이다.
그럼에도 왜 '상처 주는 엄마'라는 제목을 붙인 이런 책이 나와야 하는 걸까.


오래전 남아 선호사상으로 아들을 낳아야 대접받았던 엄마들은 이제 딸이 없으면 안타까운
시선을 받아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만큼 집안에서 딸의 역할은 예전과는 너무 달라졌다.
사실 딸과 친하게 지내는 사람은 주로 아빠이고 아들은 엄마와 잘 지내는 경우가 더 많다.
가부장적인 시대에서는 아빠의 성격이나 능력이 가족모두의 행복을 결정지었다.
하지만 지금은 엄마의 지위가 훨씬 대단해졌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엄마의 능력이나 성격에
따라 집안 분위기가 좌우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엄마라는 직업은 왜 할줄짜리 스펙도 되지 못하나'하는 CF 카피처럼 가정에서 아이를 키우고
가사일을 하느라 동동거리지만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 자리가 바로 엄마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세상에는 좋은 엄마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엄마'와 '나쁜 엄마'의 정의는
무엇일까.  '아이의 마음을 헤아릴 줄 모르고, 지나치게 불안한 나머지 뭐든 자기 뜻대로 컨트롤하는
엄마'가 나쁜 엄마의 정의라고 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나 역시 결코 좋은 엄마 범위에 속하지 못한다.
누군가의 말처럼 나도 엄마는 처음인지라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제대로 키우는 것인지 서툴기만 했다.
좋은 음식과 좋은 옷, 좋은 교육을 제공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이기적으로 행동했던 적도 많았다.
흔히 말하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별로 줘본 기억도 없다.
아이들이 그 무섭다는 사춘기에 접어들자 전쟁과 같은 시간들이 태풍처럼 휘몰아치기도 했다.
그래서 아이도 나도 상처받았던 기억들이 아직도 선명하다.


큰 아이는 맞벌이를 해야하는 엄마의 사랑대신 할머니의 사랑으로 자랐고 그래서 엄마에게 오는
길은 너무 낯설고 높았다고 했다. 늦둥이 막내 아들녀석은 잘 해보겠다고 마음먹은 엄마 덕분에
가기 싫은 학원에 이끌려다니느라 힘들었다고 했고 기어이 사춘기 무렵에는 내가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리고 싶게 만들기도 했다.  어느 날 모든 것이 내 탓인것 같아 도망치고 싶었다.
그리고 이제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여물지 못한 아이들에게 내가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고 집착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난 나쁜 엄마로 아이에게 기억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렇다면 나의 엄마에 대한 내 기억은 어떤 것일까. 역시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내 아이들과 나와의 관계보다 엄마와의 관계가 더 힘들었다.
강하고 직선적인 성격을 가진 엄마 때문에 마음고생도 많았고 상처도 아물지 않은 채 가끔 떠오르기도 한다. 그럼에도 나는 내 아이들에게 역시 그런 기억을 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인간은 역시 이기적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된다.
저자은 수많은 사례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식들이 어떻게 상처를 받았는지 자세하게 기록했다.
그 수많은 사례중에 내모습이 많이 섞여있어 놀랍다.

이제라도 늦은 것은 아닐까. 너무 커버려서 회복하기에 늦은 것은 아닐지 고민이 많아진다.
내 아이들도 '상처 주는 엄마와 헤어지는 법'을 생각했을지 모른다.
이제라도 난 '상처주었던 아이들과 화해하는 법'을 연구해 시간이다.
상처를 받았던 아이들이나 상처를 주었던 엄마 모두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법이라는 말이 너무 위로가 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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