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연습
레몬심리 지음, 박영란 옮김 / 정민미디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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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홀로서기 연습, 레몬심리 지음, 정민미디어


이 책은 베스트 셀러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로 2020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작가인 레몬심리의 최신작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심리상담 플랫폼을 통해 심리 전문가의 상담을 손쉽게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하니, 누구보다 현대인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헤아리는 분이 아닌가 싶다.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는 살면서 좌절하고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런 자신을 보호하고자 마음을 꽁꽁 감싸고 강인하게 위장하려고 하고, 다른 사람의 요구와 세상의 성공방식에 맞춰 자신을 변화시키는 법을 배운다.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 있고, 알지 못하는 세상이 두려워 하고 완벽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을 추구하다가 결국 완벽을 추구하는 자신이 가장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는 저자의 말에 깜짝 놀랐다. 저자는 상처를 드러내고 그것을 치유하기까지는 큰 고통을 치러야 한다고 말하면서, 갑옷을 벗고 위장을 해제해야지만 비로소 진정한 자신을 깨닫고 그 상처에서 온전히 벗어날 수 있지만, 내면의 내가 그다지 아름답지 않을 수도 있고, 심지어 치명적인 나약함이 있을 수도 있고, 오랫동안 풀지 못한 응어리가 있을 수도 있음을 이야기 하고 있다. 나의 원초적인 모습이 어떻던 간에 그 모습이 우리 자신이니 그런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고 보호해야한다는 저자의 말이 공감이 되었다.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나이고, 그 어떤 누구도 나를 함부로 평가할 수 없다.


주중에 쉬지 않고 일하다 보면 주말이 간절히 기다려질 때가 있다. 주말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쉬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정말 먹고 자고 쉬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피곤함을 느낀적이 많다. 저자 역시 휴가 때 집에 틀어박혀 밀린 드라마를 정주행하고, 허리가 아프도록 침대에 누워 이씩만 하면 오히려 더 피곤함을 느끼게 된다고 말하면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것을 해보면 오히려 더 만족스러울 수 있다고 한다. 변화 없이 무미건조한 삶에 지쳐 피곤함을 느낀다면 삶에 대한 열정을 회복할 수 있게 된다고 하니,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일상에도 존재하는 도미노 효과에 대한 부분은 너무너무 공감이 되었다. 금요일 밤에는 늘 자는게 아까워서 이것저것 뒤적거리거나 늦게까지 TV를 보고, 다음 날 일찍 일어나더라도 기운이 없고 피곤하여 제대로 쉬지도, 무얼 하지도 못하고 그냥 하루를 흘러 보낸 경험이 많았다. 차라기 일찍 자고, 개운하게 일어나서,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지내는 것이 제대로 된 휴식을 즐기는 방법이라는 것이라는 걸 왜 몰랐을까?


최근에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때문에 황당하고 어이 없어 한 적이 있다. 그냥 자신의 실수였다고 하면 될 것을 오히려 내 탓으로 돌리며 말을 빙빙 돌리더니, 뭐 대단한 일이라고 왜 이렇께 따지고 드냐며 오히려 나에게 화를 내었다. 평소에도 이간질시키고, 편을 가르는 행동을 해 왔지만, 굳이 그 사람과 엮을 이유가 없어서 적절한 거리를 두고 사무적으로 대해왔었는데, 이번에는 나도 화가 단단히 나, 남편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알겠다며 그런 사람은 그냥 그렇게 살라고 두라는 충고를 해 주었다. 저자는 업무 실수를 했다면 숨지기 말고 적극적으로 잘못을 인정할 것을 권한다. 실수를 은폐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면 반감을 살뿐더러 당신의 인격을 의심하게 될 것이라고 했는데, 정말 공감이 되었다. 그 일로 나는 그 사람의 인격을 확실히 알게 되었고, 그 사람이 다시는 내 인생에 끼어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잘못을 인정한 후에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원인을 알게 되니 보완할 수 있고 일을 정확하게 잘 처리할 수 있다는 저자의 말에 동의한다. 아울러 말을 빨리하거나 다른 사람의 말을 차단하면 오히려 신뢰감을 잃을 수 있으니, 적당한 속도로 나의 의견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좋다는 저자의 말을 명심해야겠다.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의도했던 것처럼, 이 책을 통해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나 자신을 온전히 알고 받아 들이고, 나 답게 사는 것이 진짜 성숙한 삶이라는 저자의 말에 동의한다. 담담하게 자신을 대하고 부담감을 내려놓게 되면 더할 나위 없이 홀가분함과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을거라는 저자의 말대로 편안함이 느껴졌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 나라는 것을 아직 모르는 분이 있다면 꼭 이 책을 읽어볼 것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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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방약국 유방암 상담소
김훈하 지음 / 리더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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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열방약국 유방암 상담소, 김훈하 지음, 리더북스

이 책의 저자인 김훈하 약사는 2018년 유방암을 진단 받은 후 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 3가지의 표준치료 후에 재발과 전이 없이 암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쓴 책이다. 나 역시 2015년 유방암을 진단 받고 표준치료를 받은 후에 타목시펜을 5년간 복용했고, 6년이 지났다. 보통 암은 5년이 지나면 완치라고 알고 있지만 생활습관, 식습관을 바꾸지 못하면 언제든 다시 암에 걸릴 수 있다. 특히 유방암은 재발과 전이가 흔한 암이기에 늘 조심스럽기만 하다.

이 책은 저자가 어떻게 유방암을 이겨내고 있는지를 A부터 Z까지 정보를 자신의 경험과 학술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상세하게 담고 있다. 표준치료를 어떻게 잘 견디어 냈는지 표준치료의 꿀팁과 준비목록을 빠짐없이 공유해 주고 있다. 유방암은 대부분이 여자들이 걸리는 병이다. 남편도 자녀나 부모에게 기댈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아 내 건강을 내가 챙겨야 한다.

저자처럼 나도 처음 내가 왜 암에 걸렸는지 이해가 되지 않고 화가 났었다. 일반적으로 유방암 병인 중 하나가 아이를 낳지 않거나 모유수유를 하지 않거나 비만인 사람이라고 배웠었다. 나는 저체중이었고, 정말 열심히 치열하게 살았는데, 그 결과가 암인가 하는 생각에 더 화가 났었던 거 같다. "유방암이 온 것은 그동안 쉼 없이 자신을 돌보지 않고 열심히 살아왔다는 증거다. 이 시간은 가장 이기적으로 지내도 되는 시간이다. 나는 가족을 돌보고 직장생활을 바쁘게 하고, 자영업의 고충을 떠안으면서 편안한 휴식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라고 고백한 저자의 말이 너무너무 공감이 되었다. 나 역시 그랬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직장인으로서 모든 부분에 수퍼우먼인양 착각하며 살아왔다. 암에 걸리고 나서 제일 후회했던 것은 아침 일찍 일어나 공부를 하고, 아들을 재우고 책을 읽고, 심지어 점심식사 후 쉬는 시간에 토익공부를 했었다는 것이다. 조금 더 자고, 조금 더 편안하게 쉴 걸 왜 그리 아등바등 살았을까 후회가 되었다. 건강을 잃으면 아무것도 아니란 걸 그때 뼈져리게 깨달았고, 운동을 하면 암 재발을 예방할 수 있다는 논문을 읽고, 암 수술 이후에는 점심시간에 철저하게 산책을 했다. 점심식사는 샐러드, 고구마, 과일, 혹은 직접 만든 건강빵으로 간단하게 먹은 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시간씩 식약처 뒷산을 걸어다녔다. 큰 일을 겪고 나서야 나를 챙기기 시작했다.

내가 암수술 받고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고 있는 아산병원 조차도 암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에는 교육을 해주고 상담을 해 주었지만, 지금은 평생 암진료통합센터에서 검사만 해 줄 뿐이다. 유방암 백서를 비롯하여 유방암과 관련된 논문을 읽고, 식단관리, 체력관리, 건강관리를 했었다. 그런데 3,4년차 쯤 되었을 때부터 헤이해지기 시작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다시 잡는 계기가 되었다. 저자 역시 암에 걸리고 나서 많은 영역을 바꾸게 되었다고 한다. 마음을 살펴 보고, 부정적인 생각, 어두운 마음과 결별했다고 한다. 동변상련이라 그런지 어떤 전문가가 쓴 책보다 훨씬 더 유익하게 느껴졌다. 이 책은 유방암을 진단받은 사람 뿐 아니라, 유방암을 이겨내기 위해 애쓰고 있는 환우와 가족 모두가 읽으면 좋을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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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빵집에서 균의 소리를 듣다 -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이후 8년, 더 깊어진 성찰과 사색
와타나베 이타루.와타나베 마리코 지음, 정문주 옮김 / 더숲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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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빵집에서 균의 소리를 듣다,

와타나베 이타루, 와타나베 마리코 지음, 더숲


이 책은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의 저자이자 빵집 다루마리를 운영하는 와타나베 부부의 책이다. 책 출간 후 2012년에 마니와 가쓰야먀에서 오픈한 빵집 다루마리는 소위 대박을 쳤지만, 직원들은 나가고, 부부의 에너지는 고갈되어 과감히 빵집 문을 닫았다고 한다. 아이들 양육을 위해 숲 속 유치원을 고려하게 되었고, 생각치도 못하게 지즈초에서 처음부터 모든 것을 reset하기로 하고, 오랜 연구 끝에 다시 빵집을 시작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빵에 진심이 나로서도, 빵 하나에 이렇게 진심인 사람들이 또 있을까 싶어 감탄을 자아냈다.


서평가들은 거대한 자본주의에 맞선 시골의 작은 빵집이라고 호평을 쏟아 냈지만, 본인들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라고 손사레를 친다. "인간이 목숨을 유지하려면 자기 외의 존재를 파괴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다른 이를 망가뜨리지 않고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를 고민하며, 그저 빵 하나에 그들의 인생철학을 담았고, 야생 균을 이용해 제대로 된 맛있는 빵을 만들고자 했다고 겸손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저자는 야생 누룩균을 얻는데, 빵을 만드는 사람의 마음 뿐만 아니라 빵집의 내부 상황, 마을 전체의 환경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처음 빵집을 열었을 때에도 균이 제대로 채취되지 않아 예전에 채취한 균주를 사용했다고 한다. 유해한 푸른곰팡이가 피어서 이상하다 했더니, 그 때 직원이 일을 그만두고 싶어 고민을 하던 때였고, 괴로워하는 직원이 있으면 반죽이 흐물흐물해져서 빵이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명절 기간 동안 방문객이 늘어가 배기가스가 많아지면 회색 곰팡이가 생겼고, 인근 농지에서 농약을 살포한 후에는 검은곰팡이가 피었다는 저자의 경험이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저자는 누룩균을 채취한지 벌써 12년이 되었다고 한다.자연에서 채취하는 작은 균주 하나도 인간의 마음, 마을의 환경과 연결되고, 어쩌면 온 세계의 인간 활동이 우리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하니 생각과 행동이 조심스러워 진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 나 역시 하루하루 일하느라 바빠서 주위를 돌아보지 못하며 살아간다. 내 후손들에게 물려 줄 자연에 대해 고민할 겨를 없이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찌보면 짧은 인생인데 너무 앞만 보고 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부끄러웠다. 작은 시골 빵집의 주인들처럼, "잠깐 멈춤"이 필요하다. 우리의 삶의 방향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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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열심히만 하지 마라 - 최강 입시 컨설턴트의 수시·정시 합격 백서
구도윤.박효진 지음 / 북앤미디어디엔터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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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공부 열심히만 하지 마라, 구도운, 진코치 지음, 디엔터


아들이 곧 중학교를 졸업하는 되는터라 대학 입시에 관심이 많아졌다. 최근에 읽었던 책들을 우수한 성적으로 정시 수능으로 입학하거나,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에 턱하니 합격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들은 고등학교 가기 전부터 진로를 정해서 그에 맞는 스펙을 쌓아갔다. 소위 상위 몇 퍼센트 안에 드는 엘리트 아이들의 이야기였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을 받으며 최대 피해자가 된 우리 아이와 비슷한 일반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하나 궁금해졌다. 이 책의 저자는 영남대, 세종대를 중퇴하고 연세대에 골인한 이력을 가진 입시 컨설턴트이다. 본인 말에 의하면 성적이 바닥에서 수직 상승한 경험을 한 사람이기도 한다. 그래서 <공부 열심히만 하지 마라>가 유독 눈에 띄었던 것 같다.


프롤로그에서도 밝혔듯이 이 책의 목적은 더 쉽게 대학 입시에 성공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1부에서는 불리한 내신 성적을 뒤엎고 수시 역전극을 쓸 수 있는 방법, 2부에서는 효율을 극대화하여 빠르게 성적을 올리는 가성비 공부법을 내신과 수능을 동시에 잡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읽어보니 이 책은 단순히 대학입시 비법을 담은 책이 아니라 생각하는 기준과 기존의 잘못된 습관을 바꾸어 성적을 올리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대학만 가는 방법이 아니라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좌절하지 않고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 어른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비법서가 아니라 아이들의 인생을 컨설팅 한다는 느낌이 들어 저자들의 열정이 실로 대단하게 느껴졌다.


1학년 때부터 진로가 일관된 것이 가능할까?

입시설명회나 관련 책들을 보면 학생부 종합전형은 전공 적합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목표를 정하고 그에 맞게 스펙을 쌓아가야하며, 이수하는 과목 역시 연계 되어야 한다고 했다. 나는 물리를 선택하고 화학은 화학1 수업만 듣고, 입시에 선택을 안했으니 공부를 하지 않았다. 건축공학과를 가고 싶었지만 수학1, 통계는 만점이었지만 미분과 적분이 발목을 잡아 수학2 성적이 좋지 않아 자연계를 택했다. 나중에 대학에 가서 화학을 다시 시작했는데, 화학이 기초과목이 되어, 유기화학, 생화학을 해야 하다보니 정말 피터지게 공부했었던 기억이 난다.


불행하게도 요즘 아이들은 꿈을 모르겠다고 한다. 심지어 대학 졸업반인 4학년 취업특강을 하러 갔었는데, 꿈이 없는 대학생들이 의외로 많아 놀랐다. 꿈이 단번에 정해지면 좋지만 고등학교, 대학교를 졸업했을 즈음에는 지금 있던 직업이 없어지기도 하고 새로운 직업이 생기기도 한다. 나 역시 대학을 졸업할 때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을 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학종은 전공 적합성 보다 계열 적합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불어를 제 2외국어로 선택하지 않았어도, 불문과에 합격할 수 있다는 말에 뭔가 안심이 되었다. 물론 나처럼 대학가서 피터지게 공부는 해야겠지만 말이다.


고등학교 때 배우는 입시 위주의 교육과 대학에서의 전공과목은 엄청나게 다르다. 대학원에서의 공부 역시 학문의 깊이와 실용면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정보가 부족한 중고등학교 시절에 우물안 개구리처럼 진로를 선택할 것이 아니라 공부를 하면서 더 크고 넓은 세계를 경험하면서 자신이 사회에 나가서 무엇을 해야하는지 정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2장에 나오는 절대공부 개념공부 비법은 공부를 왜 해야하는지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생각하게 했다. 부모가 읽는 것보다는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중고등학생이 읽어보면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4당5락이라는 말이 있었다. 4시간 자면 대학에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말이다. 저자는 이 말은 상위 몇 퍼센트 안에 드는 아이들의 이야기라고 일축한다. 밥 먹고 하루 종일 공부만 하는 아이들은 일분 일초가 아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통의 아이들은 충분히 제대로 놀고, 리프레쉬해서 효율적을 공부해야한다는 저자의 말에 동의한다. 흥미로운 것은 놀 때 제대로 놀라는 것인데, 아무 생각없이 TV나 유투브를 보는 것이 아니라 계획해서 제대로 잘 놀아야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쉬지 않으면 피로가 누적되어 결국은 신체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만성피로, 부신피로 중후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꾸준히 쉬지 않고 일하다 보면 오히려 일의 집중도가 떨어지고 효율도 저하된다. 공부하는 학생이나 직장인들도 마찬가지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는 부모로서 어깨가 무거워졌다. 내가 바빠서 아들을 잘 케어하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당장 눈앞의 대학입시가 아니라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 같이 아이와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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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 2022-2023 - 메디치 격년 Biennium 전망서
하지현 외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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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촉 2022-2023, 하지현 외, 메디치미디어


연구원 시절에는 10월 ~11월이면 한 해 연구 보고서를 마무리하고, 내년 연구과제 계획서를 쓰느라 바빴다. 회사에서는 11월 이맘 때 쯤이면 올해 사업을 평가하고, 내년 사업계획서를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연말이 가까워지면 사회적 변화에 민감해 진다. 그래서 최근들어 내년에는 사회가 어떻게 변할까에 대한 전망을 기술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촉 2022-2023>은 향후 2년을 전망하며 사회적 변화의 흐름을 짚어 보는 격년 전망서(biennial report)이다. 내년에는 코로나19가 어떤 국면을 맞을지 20대 대통령 선거,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있는 해이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이 책은 총 8가지 주제별로 2022-2023년을 10명의 전문가들의 시선으로 전망하고 있다. 


1부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 하지현님이 코로나시대의 심리적 단상을 기고하였다.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우리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들을 겪었다. 아무도 정답지를 가지고 있지 않으니 맞는지 틀렸는지 판단하기 보다 현 과학 수준에서는 최선의 방법이니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다. 코로나가 마음에 끼친 영향은 실로 다양했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라 이 부분을 읽으며 많이 놀랐다. 첫번째, 코로나는 인지발달 저하를 가져왔다. 영유아의 인지발달 점수가 2020년 86.3에서 2021년 78.9로 떨어짐.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상대방의 입모양, 표정 파악이 어려워진다. 말하기 듣기 능력이 저하되므로 가정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을 않을 때 또박또박 말하는 습관을 길어 줘야한다. 두번째, 신뢰의 흔들림. 저 사람은 안전할까? 나는 안전할까? 우리가 알고 있는 것 믿고 있는 것의 기준이 달라졌다. 세번째, 기회의 상실과 보수화. 계획하고 희망할 수 없다는 생각은 미래를 보지 못하는 것이고 마음은 현재와 과거를 향하게 만든다. 사회 분위기가 열려 있으면 낯선 것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 코로나19로 낯선 타인에 대한 경계가 커지고 타 집단과의 거리가 생기게 되었다. 네번째, 불확실성과 편차가 커진다. 앞날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해지고 정부에 의해 기준이 정해지고,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범위가 넓지 않아지면서 스트레스를 제어하지 못해 자살시도가 증가하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작년에 AI로 영양제를 추천하는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하였다. 재미있는 것은 사람들이 우리가 하는 말보다 AI의 추천을 더 신뢰한다는 것이었다. 이 책에서도 비대면 거리두기가 되면서 인터넷이 관계를 대신하고 검색이 정보의 주요한 소스가 되었고,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를 더욱 신뢰하고 자신이 많이 알고 있다는 자기 인식을 하게 만든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인터넷에 나온 정보 중에 잘못된 정보도 많고 가짜 뉴스도 많은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더 신뢰한다니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해야할 일이 분명이 있을 것이다. 요즘 유투브를 보면 계속 비슷한 내용들이 추천되어 나를 따라 다닌다. 이처럼 인공지능과 검색 알고리즘으로 인해 내가 한 번 찾은 것을 내 취향이라고 판단하여 계속 추천되어 보게 만드는 것을 필터버블(filter bubble)이라고 한다. 사실 내 취향이 아닐 수도 있는데, 내가 한 번 검색한 것을 가지고 나의 취향으로 판단하고 추천하게 되니 뭔가 나를 판단하는 것 같고, 감시하는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위생 언어의 지향: 무균사회의 지향 편이었다. 사실 얼마전에 아들과 이 부분을 이야기하며 엄청 싸운 적이 있다. 이 책에서는 유명 인물로 분장한 사진을 졸업사진으로 찍는 의정부 고등학교 학생들이 흑인 그룹 관짝소년단 춤을 패러디했다가 인종 차별 논란에 휩싸였던 이야기를 예로 들고 있다. 의정부 고등학교 학생과 학교 축에서는 흑인 비하나 혐오 의도가 전혀 없었고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했지만, 가나 출신 방송인 샘 오취리는 흑인들 입장에서 매우 불쾌한 행동이라고 비판했고, 비판자들은 의도는 주요하지 않을 뿐 아니라 변명이 될 수 없고 인종차별 행위를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한국인의 후진 인권감수성을 개탄했다. 그러나 정작 관짝소년단은 그들의 SNS에서 학생들의 패러디를 거론하며 졸업을 축하한다는 메세지를 남겼다고 한다. 그러니 차별주의를 주장하고 나선 건 권리에 예민한 다른 흑인, 차별에 민감한 감별사들이었다는 것이다. 모든 편견과 위해 요소가 멸균된 위생언어만 통용되는 무균사회, 정치적 교정주의(Political correctness)는 진보 진영과 페미니스트가 주도하는 패러다임이기도 하다.

포스트 386세대는 X세대, 신인류라 불렸던 1970년대 초중반에 태어난 세대로 현재 40대 후반~50대 초반이다. 나도 여기에 해당한다. "바쁜 일상에 치여 오늘을 살지만 늘 탈출을 꿈꾸며 산다. 이들에게는 허비력이 잠재되어 있다."는 저자의 말에 큭큭 웃음이 나왔다. 정말 내가 그렇다. 허비스토리, 허밍아웃, 허비성인이라는 신조어가 재미있게 다가왔다.


여행과 여가의 미래도 매우 흥미로웠다. 코로나19 되기 전에는 1년에 한두번 해외여행을 갔었다. 여행지와 숙박정보를 대충 둘러보고 패키지여행 예약을 했다. 패키지여행을 구매하는 이유는 비자, 항공권, 숙박, 교통을 모두 해결해주고 언어, 정보까지 해결해주니 우리는 몸만 가면 되기 때문이다. 요즘 패키지 여행은 관광은 거의 없다. 나는 동남아를 선호하는데, 저렴한 비용에 3박 5일 동안 맛있게 먹고, 바다에서 액티비티까지 즐길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액티비티의 종류는 내가 정할 수 있고 하기 싫으면 호텔에서 쉬어도 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여행사가 해외여행 패키지를 기획하여 솔루션의 역할을 충분히 해 주었지만 해외여행의 루트가 막히고, 국내여행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굳이 여행사를 끼고 갈 이유가 없어졌다. 큐레이션을 정말 잘 하더라도 정보가 금방 오픈되다 보니 국내여행을 기획하는 여행사도 별 재미를 못느끼는 것이다. 차라리 블로그에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 여행의 키워드는 지능적으로 도시를 옮기는 게임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이 표현에 의하했었는데, 생각해 보니 자연을 즐기러 캠핑가면서 바리바리 거의 작은 집 한채를 옮기는 수준으로 다 싸들고 간다. 캠핑 텐트 안에는 없는 게 없다. 우리가 열광하는 제주 한달살기에서도 현지인과의 소통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는 저자의 말에 동의한다. 잠깐 여행지에서의 느낌만 느끼고 오는 것이지, 한달을 살면서 현지체험을 하는 것과는 다른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 책을 읽으면서 2022년, 2023년에는 자유롭게 여행하고, 허비하며 일상을 탈출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가 이 책의 표지처럼 암울하지는 않을거라 희망을 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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