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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연습을 합니다 - 피할 수 없는 노년의 싱글 라이프 당신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류슈즈 지음, 박소정 옮김 / 미래의창 / 2025년 5월
평점 :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직접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혼자사는 연습을 합니다, 류슈즈 지음, 미래의 창
이 책의 저자인 류수즈 님은 신경과 교수로 치매 치료의 권위자로 30년 넘게 의사로 일하다가 자신의 인생 계획표대로 59세에 은퇴하여 혼자만의 삶을 만끼하고 있다. 저자 프로필에서 대만사람인 걸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사람인냥 친근하게 느껴진다. 치매 권위자였지만 진료실 밖에서는 민박집을 나설 때 열쇠를 못찾아 문을 잠그지 못하고 나왔다가 10km를 걷고 식사를 하다 배낭 한쪽에서 열쇠를 찾는 등 나와 다를 바 없는 중년일 뿐이다.
70대가 되는 친구들을 만나면 대화의 절반이상이 본인의 질병과 진료 경험, 괜찮은 의사 추천이라고 한다. 생각해보니 10대와 20대는 공부와 진로, 30~40대는 결혼, 육아, 40대후반~50대는 자녀의 진로와 건강, 이제 50대가 되어서는 나이드신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나이들어서 치매에 걸리지 않고, 자녀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갈수만 있다면 그보다 큰 축복이 있을까 싶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일상의 이야기를 곁들이면서,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생활습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건강한 생활습관은 암과 치매, 특히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를 이겨낼 수 있는 최선의 예방법으로 몸을 자주 움직이며 운동하기, 두뇌운동 게을리 하지 않기, 사람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기, 충분한 수면 시간 확보하기,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치료하기 등을 강조한다.
기억은 정확하지 않고 왜곡되기 쉽다. 인간은 기억은 소멸(transience), 정신없고(absent-mindedness), 막혀있고(blocking), 오귀인(誤歸因, misattribution), 피암시성(suggestibility), 편향(bias), 지속성(persistence)의 일곱가지 오류가 있다고 한다. 이 중 '정신없음'은 가장 흔하다고 한다. 나 역시 일상 생활이 아닌 여행을 가거나 다른 곳에 가게 되었을 때 정신없을 때가 종종 있다. 액티브 시니어는 젊었을 때처럼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하려고 하면 안된다. 멀티태스킹이 오히려 비능률적인 연구결과도 많은데도, 일이 많다보니 멀티태스팅을 하는 습관이 들어버렸다. 한 번에 한가지 일만 해야 뇌에 정보를 더 잘 입력하고 저장할 수 있다고 하니 연습하자! 그리고 매사에 10분 정도 여유를 두어야 한다. 서두르면 넘어지고, 접질리거나 골절되기 쉽다. 나이들어 골절 생기면 대책이 없다. 나이들어 고관절이 부러져 인공고관절 수술을 하면 근육량이 쇠퇴하면서 결국 병상에서 삶을 마무리하게 됨을 잊지 말아야겠다.
자녀와 남편 뒷바라지 하며 보내던 엄마들이 성인이 된 아이들을 독립시키며 빈둥지증후군을 겪기도 하고, 배우자나 가족의 죽음으로 힘들어 하기도 한다. 평생을 그림자처럼 붙어 살았던 우리 엄마는 아빠가 먼저 소천하시자 아빠의 공백을 견디지 못해 힘들어 하셨다. 가장 큰 스트레스가 배우자의 죽임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본인이 좋아하는 것보다 아빠가 좋아하는 것이 항상 먼저였던 엄마는 식사도 대충하시고, 내가 할 일이 없어졌다며 우울증과 무기력증이 왔다. 혼자사는 연습을 전혀하지 않았으니 그럴 수 밖에...
저자는 혼자산다. 부부나 가족과 함께 있는 것도 혼자사는 것도 전부 좋은 일이지만 혼자 살이의 최대 장점은 독서와 글쓰기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한다. 저자는 혼자 사는 삶에 매우 익숙하다. 명절에도 친구와 친척을 방해하지 않고 싶어서 '평소대로' 식당에 가서 늘 먹던 음식을 포장해 와서 식사를 해결하고, 커피 한잔, 과일, 디저트를 먹고, 드라마를 정주행하기도 하고, 칼럼 원고를 쓰기도 한다. 나이들어 외롭지 않게 상실감을 느끼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 내려면 지금부터 혼자사는 연습을 해야할 것 같다.
나이드신 분들의 진료를 많이 해 보신 분이라 그런지 이 책에는 많은 사례들이 소개되어 있다. '병력이 중요하기는 해도 오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부분은 특히 크게 와 닿았다. 벌에 쏘여 감염된 상처 치료에 집중하는라 대상포진으로 인해 생긴 작은 물집을 놓친 사례가 나온다. 이러한 선입견을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라고 하는데, 의사가 다른 진단 가능성을 무시하고 의학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거사. 우리 엄마의 경우 대상포진으로 병원진료를 받고 치료 중이었는데, 한달 반이 넘었는데도 통증이 있었고, 수포가 있는지도 체크하지 않고 진통제와 주사만 처방해주던 의사는 그 때에도 대상포진으로만 생각하고 진통제 처방을 했다. 멀쩡하시던 분이 쓰러지셨고 부검을 하고서야 대동맥 박리였음을 알게 되었다. 사망 이틀 전에 병원에 갔을 때 의사가 다른 진단 가능성을 무시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니 화가 난다.

20~40대 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잠을 줄였다. 특히 아이를 낳고 나서는 일과 육아를 병행해야하기 때문에 잠을 덜 자야 했다. 혹자는 죽으면 평생 잘건데, 24시간도 부족한 시간의 1/3을 잠으로 허비할 수 있냐는 말을 하기도 한다. 사실 잠을 줄이는 것은 건강에 매우 좋지 않은 일이다. 생각해 보면 고문할 때 잠을 못자게 하는 이유도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밤새 잠을 못자고 운전대를 잡는 것은 알코올 농도 0.07 퍼센트 일때와 정신상태와 반응속도가 동일하다고 한다. 일곱 시간 이하로 자게되면 치매 발병률이 30%가 높아진다.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처럼 뇌에서 생성되는 단백질 등의 노폐물, 독소의 약 60%는 뇌척수액과 신경교세포 및 소혈관벽으로 형성된 글림프 시스템(glymphatic sysem)의 내강을 통해 뇌막의 림프레로 이동하고 그 후 혈류로 유입되어 체외로 배출된다. 뇌 글림프 시스템은 뇌를 청소해주는 시스템인데, 우리가 잠 잘 때 주로 작동하며 깊은 수면을 취할 때 가장 활발하게 작동한다고 한다. 그러니 인생의 1/3을 잠으로 허비하는 것이 아니라 잠을 통해 회복되고 더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적정 수면시간을 확인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자고 일어났을 때 머리가 말고 개운하다는 느낌을 주는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하니, 나도 체크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참 빨리 흘렀다. 중고대학생, 대학원을 거쳐 직장생활을 한지도 꽤 오래되었고, 엊그제 태어난 것 같은 아들은 대학생이 되었다. 앞으로 시간은 더 빨리 흘러 갈 것 같다. 준비해두지 않으면 나의 노년생활이 불운할 뿐 아니라 아들에게 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 저자가 제시한 몸과 마음의 건강법을 지키기 위해 하나씩하나씩 실천해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