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면하는 습관
시라하마 류타로 지음, 김성혁 옮김 / 군자출판사(교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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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직접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숙면하는 습관, 시라하마 류타로 지음, 군자출판사


나는 숙면하는 것이 소원이다. 잠귀도 밝고, 예민해서 잠자리가 바뀌면 잘 못자고, 긴장하면 잘 못자고, 하루 6시간 이상 자지 못하는 날이 며칠 동안 지속되면 바로 몸살이 온다. 오늘은 9시에 일찍자야겠다 싶어 잠자리에 들지만 그런 날은 오히려 더 늦게 잠이든다. 왜 그럴까 정말 궁금했다. 이 책은 내가 아는 지식 이외에도 잠에 대한 모든 것들을 논리적인 설명과 임상경험으로 쉽게 설명해 주고 있어서, 밑줄을 긋고, 색연필로 마킹하면서 정말 흥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한 때 나는 자는 시간을 아까워 한 적이 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아이가 자는 시간이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이었으므로, 아이가 잠들고 나면 뭔가를 해야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1시간 늦게 자고, 1~2시간 일찍 일어났다. 한동안 4시 기상이 유행했었기에, 일찍 일어나 책을 보거나 공부를 했다. 깨어 있는 시간만이 나를 위해 투자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30대와 40대 초반을 보냈더니 무리가 왔다. 잠자고 있는 시간은 낮 동안의 퍼포먼스를 높이기 위한 정비 시간이고, 공백의 시간이 아닌 자신에게 투자하는 시간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수면전문의 시라하마 류타로 박사님의 말을 읽는 순간 내가 정말로 크게 착각하며 살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인 시라하마 류타로박사는 '수면 투자'라는 개념을 처음 제창한 분이라고 한다. 잠이 부족했을 때 빚이 쌓이듯 '수면 부채'도 늘어난다. 수면 부채는 가능한 다음날 갚아 회복하는 것이 좋고, 최소 1주일 동안 30~60분 정도의 범위내에서 시간을 들여 갚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주말에는 보통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게 된다. 늘 같은 시간에 자고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 좋다는 건 알지만, 왠지 잠을 자지 않고 뭔가를 해야 손해를 안보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패턴이 바뀌면 서카디안 리듬이 달라지고, 사회적 시차를 경험하게 된다. 시차를 비행기를 타고 외국에 갔을 때에나 느끼는 건 줄 알았는데, 주말에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이 시차를 느끼게 하는 줄 몰랐다. 그래서 주말에 생체 리듬이 깨어지면서 월요일 아침이 힘든 것이 었다. 하다못해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같더라도, 일어나는 시간만 1~2시간 늦춰도 사회적 시차를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자기 전에 양치질을 하면 너무 졸려서 쓰러질 것 같다가도 잠이 깨곤했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이게 일리가 있었다! 양치질을 하면 잇몸이 자극되어 멜라토닌 분비가 방해된다고 한다. 그러니 취짐 전 양치질은 좋지 않고, 최소 1시간 전에는 양치질을 해야한다고 한다.


그동안 궁금했던 것들이 많았는데,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것들이 정말 많다. 문체도 어렵지 않고, 쉽게 설명하는 문체여서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정말로 잘 자고 싶다면, 잠에 대한 궁금한 것들이 많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볼 것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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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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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인터뷰하다, 박산호 지음, 쌤앤파커스


내가 죽었을 때 나를 위해 울어 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삶과 죽음 사이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 책은 죽음을 직업적으로 마주하고 있는 다섯 명의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담은 책이다. 인간의 죽음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인 요양보호사, 장례지도사, 신부님, 호스피스 의사, 반려동물의 죽음은 펫로스 상담사를 통해 인터뷰를 하면서 그들이 보는 죽음과 삶의 태도에 대해 재조명하고 있다. 요즘은 동물을 가족처럼 여기고, 반려동물 양육 가구수가 591만 가구에 달한다고 하니, 펫로스 상담사를 통해 반려동물의 죽음을 인터뷰 한 것도 흥미로웠다.


죽음을 떠올리면 차가운 느낌이 든다. 장례식장에서도 검정색, 흰색의 무채색 옷을 입고, 하얀 국화꽃이 가득하다. 이 책 표지 역시 무채색이다. 얼마 전까지 나랑 통화했던 엄마를 시신으로 마주할 때 너무 힘들었다. 병원에서 본 외사촌동생이 '고모 주무시는 것 같아. 괜찮아 언니'라고 말해 주어서 겨우 엄마의 시신을 마주할 수 있었는데, 그저 눈물만 났다. 바다의 잔잔한 파도 사진 위에 "어떤 죽음은 우리를 살게 한다."라고 의미심장한 문구가 쓰여 있다. 1년이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부모님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나는데, 나를 살게 한다고? 책의 내용이 너무 궁금했다.


죽음이라는 주제가 주는 중압감에 쉽사리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사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뒤라 담담하게 읽기에는 너무 힘들었다. 우리는 언젠가 다 죽음을 맞이하겠지만, 나와 내 가족은 예외일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죽음을 가까이서 직업적으로 목격할 수 밖에 없는 다섯 명의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죽음은 단순히 끝이 아니라 우리 삶을 비추는 거울이고, 죽음을 인정하는 순간 우리 삶이 더 선명해진다는 말을 역설적으로 들려 주고 있다.


죽음에는 세 종류가 있다고 한다. 당하는 죽음, 받아 들이는 죽음, 맞이하는 죽음. 세 가지의 죽음 중에 가장 좋은 경우는 맞이하는 죽음이라고 한다. 나이가 꽤 드신 배우의 인터뷰에서 사진 앨범, 옷, 물건들을 최소한의 것만 남기고 정리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에는 남겨진 가족들은 매우 혼란스럽다. 우리도 무슨 정신으로 장례를 치뤘는지도 모른 채 삼일이 지나고, 한달이 지나고, 일년이 지나갔다. 아직도 해결해야할 것들이 산적해 있다. 그러니 남은 가족을 위해서라도 유언, 장례, 유산 등 죽음 이후의 것들을 구체적으로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례지도사 유재철님은 잘 사는 사람이 잘 죽는다고 말했다. 삶의 태도와 죽음의 태도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윤리적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내일 내가 죽는다면 내 장례식에 온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 올랐다. '언젠가' 나도 죽겠지? 막연한 미래처럼 생각되지만, 그 언젠가가 오늘이 될 수도 가까운 미래가 될 수도 있으니 하루하루가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오늘 하루 후회없이 알차게 살아야겠다, 더 단단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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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지 않는다 - 기대심리를 뒤집어 인생을 변화시키는 성공 솔루션
나가쿠라 겐타 지음, 이예진 옮김 / 올댓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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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지 않는다, 나가쿠라 겐타 지음, 올댓북스

기대하지 않는 삶은 산다고? 제목만 보고 흠칫 놀랐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기대하지 않는 삶은 자포자기와는 다르다. 최선의 선택이 아닌, 내 선택을 최선으로 만들겠다는 결심이다. 무엇을 선택하느냐 보다 선택한 후의 행동이 중요하다는 말에 너무나 동감이 되었다.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해 10년, 20년이 훨씬 지난 후에도 그때 다른 걸 선택했더라면 어땠을까 후회하기도 한다. 심지어 그게 바로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게 꿈을 꾸기도 한다. 저자는 후회하는 사람은 어떤 선택을 했어도 후회할 거라고 말한다. 나의 선택을 최선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이 기대하지 않는 자세인 것이다.

1장 나에게 기대하지 않는 습관을 읽으면서부터 충격에 휩싸였다. 나의 인생, 능력, 노력, 목표, 하고 싶은 일, 성과, 나의 가치관에 기대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온 내 인생을 부정하라는 건가? 하지만 저자의 논리는 내가 생각한 것과 완전히 달랐다. 자기 능력을 기대하지 않을 때 얻을 수 있는 최대 잇점은 자기 객관화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자신의 능력에 대한 한계점을 정하고 포기하기도 한다. 이말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일이 잘 될 때도, 잘 안될 때도 그것을 단순히 '사실'로 받아들이니 객관적인 관점에서 자신의 성장열쇠가 된다는 것이었다. 괜히 타인의 시선에 부담감을 가질 필요도 없고, 자책할 필요도 없고, 실망할 필요도 없어진다.

'목표가 고정되어 있으면 시야가 좁아진다'는 대목에서도 또 한 번 충격을 받았고 내 인생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가고 싶었던 고등학교가 있었다. 내신 5%안에 들어야 원서를 쓸 수 있었고, 입시에서는 200점 만점에 185점을 받아야 안정적으로 합격할 수 있었다. 모집 인원이 적으니 치열할 수 밖에 없어, 아예 입시사정이 있어서 불가능한 내신은 원서를 돌려보내기도 했고, 재수해서 들어오는 사람도 있었다. 당당히 입학한 나는 첫 모의고사에서 10%안에 들어 대좌보에 리스트도 올렸다. SKY대 어느 과든 갈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런데 내 목표는 그 고등학교에 가는 것이었기에, 목표가 사라졌으니 더 이상 공부해야할 이유가 없어졌다. 게다가 별로 공부 안했는데도 성적이 잘 나와 나를 과대평가했었다. 우물안 개구리에다 자기객관화도 안되어 있었던 나는 대단히 큰 착각을 했던 것이다.

저자는 3개월 정도 단기목표를 세워 결과를 낸 후에는 장기적으로는 목표 없이 시야를 넓혀 가며, 이것을 반복하는 것이 인생을 잘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말 공감이 되는 대목이었다. "단기 목표를 세우고 자신의 자원, 능력을 최대로 활용한다. 작은 도전을 쌓아 나가며 가능성을 넓힌다"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밖에 선택하지 못한다고 한다.

지식과 경험을 쌓아야 하는 이유는 다양한 가치관을 접해야 자신만의 가치관을 확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치관이 확립되면 자신의 역할이 명확히 보이도 내면이 단단해지고, 내적 동기가 지속죄면 행동력이 강해지고 성과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성과가 쌓이면 새로운 기회도 늘어나 인생을 알차게 살 수 있다. 그러니 지금 되고 싶은 게 없다고 아들을 한심한 눈으로 보지 말아야 겠다.

"무조건적인 절약은 빈곤으로 가는 지름길!"

돈을 아꼈지만 시간을 허비하는 행위는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이가 드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란 말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새털처럼 많은게 시간인 10대, 20대는 순식간에 지나갔고, 어느덧 50대가 되었다. 지나친 절약정신은 새로운 일에 도전할 용기를 빼앗는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지인 중에 이런 사람이 있다. 자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서도 돈을 쓰지 않고 아꼈다. 그리고 남편 때문에 고생했고, 여유가 있는 부모님이 자신을 도와주지 않아 자신이 평생 고생했다고 원망했다. 돈이 목적인 사람 같았다. 저자는 점심값을 아끼기 위해 도시락을 싸는 대신 그 시간에 인생의 경험치를 높여 줄 다른 유용한 것을 하는 것을 권한다. 지나치게 절약에 매달리는 사람은 인색해질 수 밖에 없다. 현명하게 돈을 사용하고, 나의 미래를 위해 사용하는 도구일 뿐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구두쇠(miser)와 불행(misery)는 영어 철자 하나 차이뿐이다.

저자는 기대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 없는 일인지 이 책을 통해 보여준다. 나에 대한 기대, 타인에 대한 기대, 회사에 대한 기대, 돈에 대한 기대, 사회에 대한 기대를 멈추는 연습을 하다보면 기대하지 않는 성향으로 바뀌어 있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인생의 가치관을 재정비할 수 있었다. "나의 인생은 시간, 능력, 인맥, 돈 순서로 공략해야 한다." 정말 공감되는 말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그 자리에 멈추지 않고 계속 행동하는 것만이 인생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방법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결과가 좋지 않을 때, 담담히 다음 행동을 하면 그만이다. 이제 나는 기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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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에 살고 있습니다 - 달콤쫄깃 시골 라이프 쌩리얼 생존기
원진주 지음 / 해뜰서가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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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에 살고 있습니다, 원진주 지음, 해뜰서가


나이가 들수록 사람사는 이야기가 재미있어 져서, 유퀴즈 같은 토크쇼를 좋아하고, 책도 에세이를 종종 읽게 되었다. 오래간만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을 읽었다.


저자는 방송작가, 남편은 PD이다. 늘 시간에 쫒기듯 살는 딩크족이다. 스트레스가 심할 땐 저자의 남편은 한번씩 동굴로 들어가는데, 그때마다 저자가 꺼내주곤 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도무지 헤어나오질 못했고, 저자의 한 때 로망이었던 5도 2촌을 실현하기 위해 시골집을 수배했다. 시골집을 사게 된 경위와 집을 사는 과정, 그리고 어릴 적 살았던 할머니댁이 있는 당진에서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져 있다. 역시 방송작가라 그런지 적절한 에피소드를 넣어서 흥미를 유발한다.


외지인들의 시골생활은 텃새가 심하다고들 한다. 게다가 저자가 정착한 곳은 전국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마을이고, 젊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마을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텃새없이 당진에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이 어린시절 당진 할머니 댁에서 살기도 해서 낯선 곳이 아니기도 했지만, 일등 공신은 옆집이 작은 아빠의 친구인 기영이삼촌집이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장님댁이 바로 그 옆집이라 무뚜뚝하지만 살뜰히 챙겨주신 덕분이기도 하다. 도시에 살 때처럼 시골에서도 늦은 시간에 배달음식을 시켜 먹었는데, 이장님이 부르시기에 배달 오토바이 소리가 시끄러워서 혼내시는 건가 싶어 갔더니, 직접 손두부를 쑤어서 식사 초대를 해 주셨다고 한다. 드라마에서만 보던 시골살이의 로망이 순탄하게 펼쳐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시골집을 개조해 통창도 내고, 청보리도 심고, 핑크뮬리도 심고, 잔디도 깔고, 그림같은 집을 만들고 있으니, 동네 어르신 뿐만 아니라 외지인들에게도 구경거리였다. 네집 내집이 없는 시골이 아직도 있을까 싶었는데, 그 동네는 그랬단다. 그냥 스윽 들어와 집안을 들여다 보는 것은 예사였다고 한다. 예전에 모델 한혜진씨가 강원도에 멋진 집을 지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집을 침입해서 주차하고, 집의 시설물을 함부로 사용하기도 했다는 에피소드를 본적이 있다. 주중에 아무도 없는 빈집을 지켜준 건 마을 이장님이었다고 한다.


제철 음식은 꼭 그 계절에 맛봐야 맛있다. 심지어 아침방송 작가로 일했기에 어떤게 언제가 제철이지 다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제철 음식으로 요리를 해 본 적이 없었다고 헌다. 그런 저자가 당진에 오고 나서야 제철음식의 맛이 배가 되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제철에 나는 음식을 좋은 사람들과 나눠 먹으니 맛있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전원주택이나 시골살이는 낭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불편함을 감내해야 행복을 맛볼 수 있 것임을 이 책에서도 여지없이 보여준다. 비가오면 빗소리 들으며 파전에 동동주를 먹던 저자는, 열심히 심고 키웠던 청보리가 대책없이 쓰러지는 것을 지켜봐야했다. 뭐든 내 손으로 다 해야하는 게 시골살이, 전원살이니, 수많은 시행착오끝에 드디어 부부는 그들에게 맞는 시골살이의 묘미를 만끽하게 된다.


예전에 후배가 5도 2촌을 한 적이 있었다. 5일은 서울에서, 2일은 제주도에서 살았다. 이 책을 읽는 동안 후배가족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후배는 집을 샀는지 1년간 빌렸는지 모르겠지만, 저자처럼 시골 삶에 푹 젖어들지는 않았던 것 같다. 저자와 후배의 5도 2촌을 보며, 지금 내 모습을 돌아보았다. 처음 이 곳 신도시에 이사와서는 거의 주말마다 서울에 올라갔었다. 만원 지하철을 타거나 점심시간 사람들로 붐비는 식당을 가면 뭔가 생동감이 느껴지고,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자극이 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귀찮아서 서울에 잘 안간다. 주말에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이 곳을 잘 안벗어 나려고 한다. 한적한 소도시와 40분을 차 타고 들어가야 나오는 더 한적한 곳에 위치한 직장을 다니고 있다. 이 곳에서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려고 노력하며 살고 있다. 이 책의 저자처럼 도시처럼 북적거리거나 특별한 일도 없어도, 소소한 시골 생활에서의 즐거움을 찾고, 그 삶에 감사하며 살고 싶다. 이 책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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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어원으로 배우는 일본어 단어 1 - JLPT N5-N3 우리말 어원으로 배우는 일본어 단어 1
한창화 지음 / 북플레이트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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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원으로 배우는 일본어 단어 1 (한창화 지음, 북플레이트)


올 해 처음 일본어 독학을 시작했다. 나이들어서 새로운 언어를 공부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평생 영어를 공부해도 영어로 말하는게 어려운데, 갑자기 일본어라니! 제2외국어가 독일어였기 때문에 나는 히라가나, 가타카나부터 익혀야 했다. 몇 글자 되지도 않는데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그래서 일단 왕초보 일본어 회화 강의를 들으며 흥미를 유발한 다음, 글쓰기를 배우기도 했다. 히라가나, 가타카나를 겨우 외웠는데, 문제는 대부분 한자어로 쓰고, 외국어만 가타카나로 표기한다는 거다. 여름에 나고야갔을 때, 더듬더듬 읽을 수 있는 글자만 읽으며, 아직 갈 길이 멀었다 싶었다.


일본어 잘하는 방법을 고민하다 알게된 책이 이 책이었다. <어원으로 배우는 일본어 단어>는 단순한 어휘집이나 일본어 단어장이 아니다. 단순히 암기 하는 대신 어원 중심으로 학습하면서 단어를 공부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공신"들은 일본어 단어를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한다고 한다. 언어는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말하며 익혀야 하는 것이다. 영어 단어를 공부할 때도 접속사나 접미사의 뜻을 이해하며 처음 보는 단어이어도 그 뜻을 유추할 수 있으니, 일본어 단어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을 쓴 원리, 일본어의 어원은 가야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이었다. 일본의 원주민인 조몬족은 얼굴이 둥글고 키가 작지만, 가야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부족은 우리나라 사람과 외모가 비슷하며, 벼농사, 철기, 말, 마구 등의 기술과 문화를 전파했다고 한다. 같은 한자 문화권이기도 하지만, 어원이 비슷하니 비슷한 단어가 많다. 이런 배경을 전제로 우리말 어원으로 일본어를 배우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어원으로 배우는 일본어 단어>는 총 10개의 주제로 나누어 각 장마다 일본어 핵심 어근이나 한자어의 기원을 중심으로 단어를 묶고, 발음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그리고 뜻의 확장 과정을 단계적으로 보여주며 현대적 의미 변천까지 정리해 준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 이 책을 읽을 때에는 어원탐구 부분이 좀 어려웠다. 단어를 외우기도 벅찬데, 이렇게 변화하는 내용을 다 알아야 한다고? 어느 세월에 N5 단어를 익힐 수 있을지 막막했다. 하지만 단어가 생겨난 배경을 역사적으로 분석해주는 방식은, 자연스럽게 연상작용이 되고, 스토리텔링과 결합하면 단순 암기가 아닌, 장기 기억이 형성될 수 있다. 나이들면서 뒷돌아서면 까 먹는 것 같았는데, 그런 점을 고려한다면 이 책은 매우 유용한 일본어공부 방법이다.




이 책으로 공부하면 단어의 네트워크형 학습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見る(보다)’와 관련된 단어군(見学, 見識, 見通し 등)을 배울 때, 단어를 따로 외우지 않아도 어근 ‘見’이 가진 ‘인식하다, 관찰하다’라는 공통 개념이 자동으로 연결되니, 일본어 어휘가 머리속에 체계적으로 기억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원 코멘트' 에서는 저자가 직접 어원의 미묘한 차이를 설명해 주고 있어서, 일본어 단어 공부로만 끝나는 것이라 일본인의 사고방식, 문화적 배경까지 알 수 있어서, 일본이라는 나라에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낯설고 어렵지만 일본어 어휘 학습의 기초를 다지는데 길잡이가 될 것이라 확신하다. 자꾸 들여다보면 일본어를 감각적으로 이해하는 '공신'이 되는 날이 오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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