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들이 신경 쓰입니다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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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마스다 미리는 이미 한국에서 두꺼운 팬층을 가지고 있지만 그녀의 이름이 낯선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녀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에세이스트로 특별하지 않은 평범하고 일상적인 일들과 생각들을 꾸미지 않고 솔직하게 이야기하여 많은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다시금 자신의 삶을 되짚어 보게 함으로써 그 자체로 힐링을 주고 있다.

나는 작가와 살아온 시기가 다른데도 불구하고 읽는 이야기마다 무릎을 치며 '그래, 바로 그랬지!', '맞아, 맞아.'라는 공감의 말이 절로 나왔다.


그녀는 다른 어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그녀만의 고유한 작품세계를 형성하고 있다. 일상 속 자그마한 부분을 그냥 넘어가지 않고 예리하고도 통찰력 있는 관찰을 통해 소재로 승화시키고, 그것을 친근감 있고 소박한 그림과 군더더기 없고 편안하게 물 흐르는 듯한 담백한 문장들을 통해 편안하고도 진솔하게 풀어내고 있다.



이야기 중에서 「돈 확인」이라는 것이 있는데 우리가 일상적으로 길을 걷다가 우연히 바닥에 떨어진 것이 동전인 줄 알고 줍거나 멈칫했다가 이내 동전이 아님을 알고는 머쓱했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이러한 경험이 무수히 많기에 읽으면서 웃음이 나오는 가운데 동전 줍는 것에 대한 다른 추억 또한 생각났다.

내가 캐나다에 살 때 동네 레크리에이션 센터에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떨어뜨린 1달러짜리 동전과 25센트 짜리 동전을 주워줬던 적이 있다. 여학생은 벙한 표정을 짓고는 자기 무리와 소곤소곤 뭐라 이야기하고는 내가 조금 멀어지자 그냥 자판기 뒤쪽으로 동전을 집어던져 버렸다.

내가 황당해서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더니 센터 매점 직원이 어린 학생들은 종종 동전들을 많이 던지고 버린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한 달에 한 번 자판기 자리를 옮겨서 밑을 청소하면 거기서 나온 동전을 합친 금액이 몇십 달러씩 된다는…. 그 이전에 종종 50센트나 심지어는 5센트 흘린 사람들에게 동전을 주워준 적도 있었는데… 주워주는 동양인이 얼마나 우습고 하찮게 보였을까. 그 후로는 동전을 주워도 굳이 주인을 찾아주지 않았던 기억이 났다.


「패널 퀴즈 어택 25 확인」에서 퀴즈를 잘 못 풀어도 패널을 잘 뒤집으면 퀴즈 프로그램에서 우승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읽고 나는 그것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기회균등이 아니라 노력을 무시한 불공정이라 생각되었다. 어떤 사람은 그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전에 퀴즈 문제를 잘 맞추기 위해 긴장을 하며 시간과 노력을 들여 좀 더 많은 실전 예상문제를 풀어보고 공부했을 텐데 몇 문제 맞히지 못하고도 운으로 자기 패널을 많이 만들어 우승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공정이 아닐까.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져야지 결과가 공평해지면 안 된다는 생각을 다시 해보았다.


나의 어릴 때와 별반 다를 바 없이 오로지 작가의 아버지에게만 있었다는 '텔레비전 채널권.'

나도 작가처럼 어른이 되면 채널권을 내가 가지고 지키리라 다짐했건만, 막상 어른이 되니 텔레비전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져서 리모컨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신경 쓰지 않는다.


「노래방 확인」에서는 작가가 어릴 때 처음 노래방 기기를 접했을 때와 그때의 분위기와 느낌을 적어놨다. 그 글 역시 내가 처음 노래방을 접했을 때와 너무나도 똑같아서 잊고 있던 그때의 기억이 났다.

나는 호주에 살 때 처음 노래방을 접했는데 당시 가라오케 바를 많이 찾을 수도 없었거니와 거기서는 작가가 책에 적어놓은 것처럼 내가 부르고자 하는 노래를 종이에 써서 담당자에게 줘야 했고 순서가 돼서 내 노래 반주가 나오면 가게 중앙 무대에서 내가 모르는 다른 손님들 앞에서 노래를 불러야 했다. 그래서 가라오케 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한국에 와서 각각의 방으로 나뉘어 있는 노래방을 보고 완전 신세계를 만난 것처럼 너무나 좋아서 며칠을 연달아 갔던 기억이 났다. 레퍼토리가 많지 않아 불렀던 노래 부르고 또 불렀던 기억도.



마스다 미리가 일을 마치고 하루의 마지막에 자기방의 책상 앞에 앉아서 해외여행을 떠난다는 글을 보고 충격받았다. 난 왜 이 생각을 못 했을까?

즉시 구글 맵 지도를 켜고 지금은 많이 변해버린 어릴 때 살던 캐나다와 호주의 동네를 찾아 거리뷰를 보면서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 생각해 보려고 애썼고, 그나마 가장 최근에 살았던 뉴욕 맨해튼의 직장과 집이 있는 거리에 가보았다. 주말 아침에 자주 가던 다이너도 그대로였다.

반가움과 그리움과 동시에 분명 나에게 속했던 공간인데 이제 나만 그곳에 속하지 않는다는 복잡 미묘한 기분을 느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의 일상생활이나 지금은 잊혀진 나의 지나간 이야기를 끄집어내 보며 그리운 향수를 느끼며 소중했을 나의 인생의 한켠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당시에는 너무 평범한 일상이라 소중하고 특별하다 생각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특별해져버린 나의 평범하고도 소중한 이야기들.

모두가 마스다 미리의 이야기를 통해 그러한 자신의 이야기를 깨닫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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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피, 열
단시엘 W. 모니즈 지음, 박경선 옮김 / 모모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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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나오는 단편의 제목이기도 한 『우유, 피, 열』은 총 11편의 단편 모음집으로 현재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성작가 단시엘 W. 모니즈의 작품이다. 그녀가 데뷔작으로 「우유, 피, 열」을 발표했을 때 타임,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 미국 유력 매체들은 열띤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여러 작품 중 제일 처음 나오는 단편 「우유, 피, 열」은 어린 열세 살 소녀 키라의 상당히 허무하고 불안하면서도 자유분방한 정서를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손바닥을 칼로 가르며 피를 내는데 주저함이 없다거나 죽음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키라는 그러한 행동들을 통해 진실로 죽기를 원하는 자신의 표현했던 것일까 아니면 단지 자신의 나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내면의 방어기제로 센 척을 했을 뿐일까. 그저 질풍노도의 시기에 강인한 척하는 상처 받은 외로운 영혼이었을지도 모를 그 모습 속에서 예전에 보았던 영화 《처음 만나는 자유》 속에서의 등장인물과 그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했던 '자유'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유산 이후 정신적 충격과 스트레스를 받은 레이나가 떠나보낸 아기에 대한 상실감과 집착을 보이는 이야기 「향연」, 더 이상의 항암 치료는 받지 않고 담배를 다시 피며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다 죽기로 한 글로리아와 그런 아내를 걱정하고 여전히 사랑하는 듯하지만 다른 여자와의 헛된 사랑을 꿈꾸는 남편 프레드의 이야기 「천국을 잃다」, 4년간의 교제 후 결혼했지만 거의 결혼과 동시에 식어버린 사랑으로 다른 곳에서 만족을 찾으려는 아내 트리니티의 이야기 「스노우」 등의 이야기는 다소 불편하고 원초적이면서도 노골적인 이야기들을 직설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어찌 보면 대담하고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다소 경악스럽지만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법한 이야기들이기에 일차적으로 느꼈던 충격이 지나간 뒤 씁쓸한 여운을 안겨다 주었다.

그리고 작가는 책에서 여성들의 방황과 고뇌와 자유에 대한 솔직하고 감각적인 이야기들을 펼치면서도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작가 나름대로 화해와 타협을 시도하고 있다.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개성 넘치고 색다른 이야기들의 강렬하고 놀라운 감각을 느껴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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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했는데 제7왕자라 내맘대로 마술을 연마합니다 1
코쿠자와 요스케 지음, 메루 그림, 켄쿄나 서클 원작 / 학산문화사(만화)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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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만화들을 보면 환생, 마법, 회귀, 빙의, 이세계의 침략, 현실의 게임화 등과 같은 소재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럼 이미 그런 소재의 만화들이 많다고 해서 그것들을 소재로 한 새로운 만화가 재미가 없고 식상하냐… 희한하게도 대답은 'No'랍니다.

비슷한 소재의 만화들이라도 각 작품 스토리와 캐릭터의 개성이 뚜렷해서 그런 것 같아요.

이번에 새로 나온 『환생했는데 제7왕자라 내맘대로 마술을 연마합니다』도 환생, 마법이 소재인 만화에요.


그런데 만화 제목이 왜 이렇게 길죠? 😅 예전에는 길어봤자 다섯 자 정도였던 것 같은데….

외우기가 어렵. 😆



만화는 귀족으로 보이는 남자에 의해 죽어가는 서민 남자의 모습에서 시작합니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

귀족은 죽어가는 남자에게 마술이란 아무리 노력을 하더라도 타고난 혈통과 재능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며 남자의 목숨을 앗아갑니다. 서민 남자는 죽어가면서 귀족의 마술에 감탄하면서도 애통해합니다. 자신은 그저 마술을 배우고 연마하고 싶었을 뿐인데….

마술을….

.

.

.



그러고 다시 눈을 떠보니 눈앞에 누군가 보이는 거예요. 남자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눈앞에 보이는 이들을 견제하기 위해 가볍게 화구를 날리는데요. 뭐 어차피 남자가 쓰는 마술은 보잘것없었잖아요.

그랬는데….

분명 그랬었는데….



투콰앙~!!!

남자의 손끝에서 나온 화구는 왕궁 지붕을 반파시키고 맙니다.

그런데 더 대박인 것은 그날이 바로 살룸국의 제7왕자 로이드가 태어난 날 즉, 서민이었던 남자가 왕자로 환생한 날이었던 거예요.

새로 태어나자마자 대형 사고를 친 거죠. 😄



그렇게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로이드는 천재 소리를 들으며 잘 성장하고 있었답니다. 태어나자마자 바로 언어를 이해하고 마술서를 탐독했으며, 모유는 극구 사양하는 신사적인 모습.

그런데 언제부터 갓난 아기가 모유를 거부하면 신사적인 게 되었죠? 😂


아무튼 왕국의 제7왕자로 태어나게 된 로이드는 지위와 명예 따위는 관심도 없었고 그저 자신이 전생에서부터 바라던 마술에 대해 무한한 지식을 추구했어요.



하지만 왕족으로서의 기본을 익히길 바라는 교육담당 실파는 로이드가 서고에만 틀어박혀 있는 것을 경계하여 매일 로이드에게 검술을 지도하는데요.

로이드는 이 또한 '제어계통 마술'을 써서 스승 실파의 움직임을 복제해서 대련합니다. 거기다가 완력과 체력, 신장의 차이를 없애기 위해 성장마술과 부유마술, 신체강화 마술까지 써서요.



하지만 실파가 얼마나 센지 번번이 로이드는 지고 말아요.

이번에는 마술을 쓴 것까지 들켜버리는데요. 하지만 실파는 왕궁 마술사도 어려워하는 2중 마술을 사용했다며 로이드를 대견해 합니다.

실은 2중이 아닌 4중 마술이었는데 말이죠. 😆



그런데 살짝 19금 수준의 작화가 나와요. 😮

로이드가 아무리 귀엽더라도 10살인데 대욕탕에서 벌거벗은 메이드들과 같이 목욕을 합니다. 갓난 아기 때 모유를 거부한 신사는 어디 갔나요? 😮

왕족이니 메이드가 목욕 수발을 들어줬다고 치면 되겠지만, 그렇다면 모유를 거부해서 신사라고 칭송받는 것과는 뭔가 괴리감이….


아무튼 그렇게 메이드들에게 폭 파묻혀 목욕을 하던 로이드는 한 메이드로부터 '금서의 마인 그리므와'에 대해 듣게 됩니다. 그리므와는 먼 옛날 살룸국을 멸망의 위기에 몰아넣었던 마인인데요. 수많은 마술사들의 희생 끝에 책에 봉인된 마인이라고 해요.

그런데 그 봉인된 책이 왕궁 지하에 있다는 거죠.



꿀정보를 듣게 된 로이드는 경비병들의 눈을 피해 지하 봉인서고로 내려갑니다.

로이드의 마술이 얼마나 센지 마술사 10명이 힘을 합쳐 만든 최강의 결계도 손쉽게 부서뜨려버려요. 거기서 로이드는 생전 보지도 못했던 마술 서적들을 보고 흥분해서 읽고 있는데….



봉인된 마인 그리므와가 나타납니다.

그리므와는 로이드에게 자신의 봉인을 풀어달라고 합니다. 풀어만 주면 원하는 건 무엇이든 주겠다면서요.

하지만 왕자인 로이드는 필요한 게 딱히 없었기에 봉인을 다시 강화하려고 했습니다.

이에 다급해진 마인은 아무 말이나 내뱉는데 그게 하필 고대마술을 알려주겠다는 거였어요.

헉! 😱

로이드는 그리므와의 꾐에 완전 넘어갑니다.





간악한 그리므와는 봉인이 풀리자 미친 듯이 공격을 퍼붓는데요.

아! 어떡하나요. 로이드에게는 타격이 1도 없고 오히려 반짝반짝 탐구의 눈빛을 빛내며 그리므와가 퍼붓는 공격마술을 해석하고 연구해요. 😂

그리므와는 마인의 특성을 살려 이중영창까지 시도하지만 로이드에게는 1도 안 먹혀요.

그리므와 완전 새됐네요. 🤣


위험을 깨달은 그리므와는 도망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로이드가 쳐놓은 결계에 부딪쳐 오도 가도 못하게 되는데요.

그런 그를 향해….

.

.

.



공격마술 파악을 끝낸 로이드가 방어마술을 궁금해하며 그리므와에게 공격마술을 날려버립니다.

구석에 몰린 그리므와 불쌍해서 어떡하죠? 😅


과연 로이드와 그리므와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제7왕자라 왕이 되지는 못하더라도(로이드는 왕이 될 마음도 애당초 없음) 아빠가 왕이라 돈도 많고 마법은 10살인데 어마 무시하게 강하고 귀엽기까지.

로이드 완전 사기캐 아닌가요? 😳

전생에 서민이라 죽어가면서 억울했는데….

그래, 이생에선 로이드 하고 싶은 거 다 해~.😆


던전 공략도 하고 마술을 연구해서 그 어렵다는 부여마술도 하고….

로이드는 아무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정말 하고 싶은 거 전부 다 하는데요.

앞으로 로이드는 어떤 일을 더 하고 싶을까요?


1권의 마지막에서는 부여마술에 성공한 로이드가 자신이 강화한 무기가 실전에서 쓰이는 것이 보고 싶다고 형 알베르트 왕자에게 청해서 마수 사냥에 같이 갈 것을 예고하는데요.

2권에서는 어떤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다들 궁금하죠?

궁금하면 2권으로 go go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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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 내 영혼의 일기
프리다 칼로 지음, 안진옥 옮기고 엮음 / 비엠케이(BMK)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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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끊임없는 불행과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절망을 예술로 승화시켜 그림 속 또 다른 자아를 통해 생명의 의지를 이어나간 불꽃같은 화가 프리다 칼로.

내가 어렸을 때 프리다 칼로라는 이름은 일반 학생들에게는 미술 수업에도 거론되지 않는 생소한 이름이었다. 그런 그녀를 처음 알게 된 건 그녀의 일생을 그린 영화를 통해서였다. 하지만 영화는 그녀의 삶의 서사에 초점이 맞추어져, 프리다 칼로라는 재능 있는 화가가 불행했지만 정열적이었던 삶을 살았었다는 것만 기억에 남았다.


그런 프리다 칼로에 대해 그녀의 삶뿐만 아니라 그녀가 생각하고 느꼈을 생각과 감정의 표현을 독자들이 직접 접하게 하여 그녀의 작품세계를 이해할 수 있게 이끄는 책이 바로 이 『프리다 칼로, 내 영혼의 일기』이다.

이 책은 1944년부터 1954년까지 약 10년에 걸친 프리다 칼로의 일기로, 그녀의 근심과 고독, 정치적 신념, 작가로서의 자세, 디에고에 대한 사랑과 애증, 죽음에 관한 생각 등 그녀의 내면을 가감 없이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일기는 매일 성실하게 쓴 것도 아니고 편지, 시 등 다양한 형태를 취하고 있으면, 어떨 때는 글보다는 그림이 많아서 마치 프리다 칼로의 작품집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에 실린 일기를 보면서 그녀의 고통과 그것을 이겨내려는 의연하고도 초인적인 인내심, 그것을 승화시킨 그녀의 작품 세계, 그녀의 사랑 등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의 일기들은 위 사진처럼 종종 목적 없이 단어들이 부유하며 문장과 단락을 이루지도 않는다.

하지만 단순히 줄지어 있는 것 같은 이 단어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녀의 그림을 구성하는 은밀한 아이콘들을 엿볼 수 있다고 한다.



왼쪽 사진의 일기 속 그림은 이집트의 파라오 아크나톤과 그의 왕비 네페르티티를 묘사한 그림으로 프리다는 일기에서 '네페리시스는 미와 풍요를 상징하는 창조신이자 현자'라고 말하고 있다. 일기에서 말하는 네페리시스는 프리다가 만들어낸 신이며 일기에 그려놓은 왕비는 프리다 자신의 모습을 반영한 것이다.


오른쪽 사진 속 그림에는 얼굴이 세 개가 겹쳐 있는데, 이는 과거와 미래, 거기에 현재 자신의 얼굴을 합친 것이라고 한다.

상단의 두 얼굴 중 앞을 보고 있는 얼굴이 고통과 사랑의 투쟁을 하고 있는 현재 프리다 칼로의 얼굴로 두려움과 동시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겹쳐진 얼굴에서는 뚜렷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신과 동시에 무엇이 닥치더라도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아래는 다른 얼굴들에 비해 앳되어 보이는 얼굴로 과거는 늘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위 작품은 보기 드물게 콜라주 기법을 사용한 것으로 여자의 사진을 일기장에 붙여놓고 얼굴에 낙서를 했다. 사진 밑의 단어나 문구에는 빨강, 파랑, 노랑 등 색깔이 칠해져 있는데, 이러한 요소들이 한데 어울려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띄고 있다.



위 사진은 척추수술을 한 후 수술비와 치료비를 벌기 위해 고통을 참아가며 벽화를 그리고 수채화까지 그리면서도 디에고를 생각하며 적은 일기다.

디에고의 외도에 배신감과 분노와 절망을 느꼈을 텐데 힘든 수술과 그것과는 또 다른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해서까지도 그에게 소비할 일말의 감정이 남아 있었다니 그녀의 사랑은 도대체 어떤 형태와 깊이를 가지고 있었을까?



그녀는 매일을 죽음에 직면하여 사력을 다해 이겨냈고, 그것을 143개의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그녀의 작품 중 1/3에 해당하는 55점이 자화상인데, 그녀는 거울 속의 자신을 관찰해 자화상으로 그리며 무엇을 느꼈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병상에 누워 있는 시간이 늘고 급기야는 다리를 절단 받는 수술까지 받고 골수 이식 수술까지 받는 등 삶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그녀지만 그 끝없는 절망 속에서도 삶을 갈망했고 사랑을 갈구했다.


그녀의 일기에 실린 마지막 글을 보면 "나의 외출이 행복하기를, 그리고 결코 돌아오지 않기를"이라는 그녀가 병원을 퇴원하는 상황을 표현한 구절이 나온다. 하지만 이 구절은 그녀의 죽음과 결부되어 그 이상의 의미심장한 뜻을 품고 있는 듯하다.

그녀는 인생이 고통스러웠기에 죽음을 바라 영원한 안식을 바랐을까 아니면 그저 최선을 다한 인생에 만족했을 뿐일까.

프리다 칼로의 처절하고 고통스러웠을 삶과 사랑은 그녀의 작품들로 아름답고도 숭고하게 승화되어 남았다.

그녀가 고통스러운 삶 속에서 진정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느꼈고 무엇을 바랐는지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어 의미 있었다.

프리다 칼로를 사랑하고 그녀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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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화학 이야기 1 - 우주 탄생부터 산업혁명까지 ㅣ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오미야 오사무 지음, 김정환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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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은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화학'이라는 단어는 그 유용성보다는 '화학 첨가물', '화학 공업' 등에서 접하거나 '산업 폐수', '미세 플라스틱' 등의 부정적인 현상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화학을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현대 사회의 부정적인 산물로 보는 경우도 많은데, 실제 역사를 본다면 의외로 화학이 관여해 있는 경우가 셀 수 없이 많다.

『세계사를 바꾼 화학 이야기』를 읽다 보면 피라미드의 건축과 같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까지 이용된 화학의 이야기들을 발견하게 되는 재미를 찾을 수 있다.


'세계 7대 불가사의'와 같은 이름으로 불리고, 어떤 사람들은 외계인이 만든 것이라고 할 정도로 수천 년 전에 지어진 건축물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피라미드의 건축 과정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많다. 피라미드를 건축하기 위해 노예들을 착취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다가도, 나일강이 범람하는 농한기에 사람들을 동원하여 보수를 지급하며 건축을 하였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하는 등, 오랜 시간이 지난 만큼 피라미드에 대하여 알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 정도로 오래된 건축물에 화학이 이용되었다니, 화학이란 단어에 석유 화학 공업에서 최첨단 공업 정도까지의 범위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머리 위에 물음표가 떠오르기 충분한 내용이다. 그러나 화학을 본질적으로 들여다보면 작은 현상들에서도 화학적인 원리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한 예시로 피라미드 건축에 사용된 석재를 절단하기 위해 이용된 방법이 있는데, 이는 석재에 구멍을 내고 마른 나뭇가지를 꽂은 다음 물을 적시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물은 나뭇가지에 남아 있는 화학 물질을 희석시키기 위해 나뭇가지 속으로 스며들게 되고, 이러한 현상이 일어남에 따라 발생하는 침투압은 나뭇가지가 충분하다는 전제하에 바위조차 절단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외에도 소석고를 이용해 시멘트를 만들어서 석재를 연결했는데, 단순히 바르고 굳히면 단단한 접착제가 되는 시멘트에도 충분히 화학적 원리가 담겨 있다.


유리는 사람들의 삶에 있어 매우 중요한 물질 중 하나이다. 만약 유리가 없었다면 사람들은 아마 조선시대 한옥처럼 장지문을 만들지 않는 이상 동물원 우리는 천국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꽉꽉 틀어막혀진 공간에서 빛은 기대하지도 못한 채 거주해야 했을 것이다. 하물며 간단한 전구조차 겉을 유리로 감싸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길 수도 있다.

'유리는 어떻게 투명한 것일까?'


단순히 성분 원소가 특수하다고 하기에는 유리를 구성하는 주요 성분인 이산화규소의 경우 수많은 돌멩이들에도 공통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것이고 유리와 가장 유사한 것을 찾아봤자 석영 정도의 투명도가 최선이다.

유리의 투명한 성질은 분자의 배열에 있는데, 유리를 구성하는 분자들은 불규칙하게 배열되어 있다. 그렇기에 분자들의 결합 사이로 빛이 통과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분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다면 빛은 산란되어 제대로 통과하지 못해 불투명성을 띠게 된다. 보통은 액체 상태에서 고체 상태가 되면 서서히 냉각되어 입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되고는 하는데, 유리의 경우 급속도로 냉각되어 입자들이 불규칙한 상태로 고정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를 유리 상태라고 하며, 투명한 플라스틱 또한 유리 상태 물질의 한 예이다.



현대에 다루어지고 있는 화학의 상당 부분이 중세 시대의 연금술사들의 연구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의외로 서양보다 동양에서 더 먼저 발명하고 다루었던 것이 있다.

바로 화약이 그것인데, 비록 도교의 연단술을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던 중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기는 하지만, 서양 또한 연금술을 연구하다가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은 격으로 만들어낸 것이 많은 것을 감안한다면 그다지 이상하다고 볼 것이 아닌 것 같다.


화약, 그중에서도 특히 흑색화약은 고려시대 최무선이 송나라 사람으로부터 제작법을 배운 것과 같은 종류인데, 불을 붙이면 원자의 재편성이 이루어져 기체가 발생하며 열과 함께 팽창하는 것이다. 게다가 프로판가스나 휘발유 등의 폭발에는 산소와의 반응이 필요하지만, 흑색화약은 이러한 산소와의 반응 없이도 폭발할 수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고 볼 수 있다.

아마 화약은 화학이 만들어낸 것 중에서 석유 관련 물품들을 제외하면 세계사에 가장 크고 심각한 변화를 준 것이며, 석유 관련 물품들을 포함하더라도 세계사에 남긴 상처를 기준으로 비교한다면 비등비등할 것이다.


화약은 동양에서 만들어져 중국 지역의 국가들의 주력 무기로써 이용되다가 몽골 제국이 유럽까지 영토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콩고물처럼 유럽에 떨어진 기술인데, 유럽에서는 이를 이용하여 각종 무기들을 개발하여 신대륙의 원주민 학살과 영토 확장의 주된 무기로 이용하기도 하였다.

이를 보면 화학은 유용한 점이 참으로 많은 것 같다가도 그만큼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에도 용이한 기술인 것 같아 항상 조심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사를 바꾼 화학 이야기』를 읽다 보면, 화학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전체에 걸쳐서 세계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 책은 '화학=포스트 산업혁명'이라는 공식을 머릿속에 무의식중에 띄우며 그 이전에는 화학이 어떠한 영향을 끼쳐왔는지 궁금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인류의 역사가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사람들 모두에게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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