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화학 이야기 1 - 우주 탄생부터 산업혁명까지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오미야 오사무 지음, 김정환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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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은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화학'이라는 단어는 그 유용성보다는 '화학 첨가물', '화학 공업' 등에서 접하거나 '산업 폐수', '미세 플라스틱' 등의 부정적인 현상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화학을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현대 사회의 부정적인 산물로 보는 경우도 많은데, 실제 역사를 본다면 의외로 화학이 관여해 있는 경우가 셀 수 없이 많다.

『세계사를 바꾼 화학 이야기』를 읽다 보면 피라미드의 건축과 같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까지 이용된 화학의 이야기들을 발견하게 되는 재미를 찾을 수 있다.


'세계 7대 불가사의'와 같은 이름으로 불리고, 어떤 사람들은 외계인이 만든 것이라고 할 정도로 수천 년 전에 지어진 건축물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피라미드의 건축 과정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많다. 피라미드를 건축하기 위해 노예들을 착취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다가도, 나일강이 범람하는 농한기에 사람들을 동원하여 보수를 지급하며 건축을 하였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하는 등, 오랜 시간이 지난 만큼 피라미드에 대하여 알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 정도로 오래된 건축물에 화학이 이용되었다니, 화학이란 단어에 석유 화학 공업에서 최첨단 공업 정도까지의 범위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머리 위에 물음표가 떠오르기 충분한 내용이다. 그러나 화학을 본질적으로 들여다보면 작은 현상들에서도 화학적인 원리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한 예시로 피라미드 건축에 사용된 석재를 절단하기 위해 이용된 방법이 있는데, 이는 석재에 구멍을 내고 마른 나뭇가지를 꽂은 다음 물을 적시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물은 나뭇가지에 남아 있는 화학 물질을 희석시키기 위해 나뭇가지 속으로 스며들게 되고, 이러한 현상이 일어남에 따라 발생하는 침투압은 나뭇가지가 충분하다는 전제하에 바위조차 절단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외에도 소석고를 이용해 시멘트를 만들어서 석재를 연결했는데, 단순히 바르고 굳히면 단단한 접착제가 되는 시멘트에도 충분히 화학적 원리가 담겨 있다.


유리는 사람들의 삶에 있어 매우 중요한 물질 중 하나이다. 만약 유리가 없었다면 사람들은 아마 조선시대 한옥처럼 장지문을 만들지 않는 이상 동물원 우리는 천국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꽉꽉 틀어막혀진 공간에서 빛은 기대하지도 못한 채 거주해야 했을 것이다. 하물며 간단한 전구조차 겉을 유리로 감싸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길 수도 있다.

'유리는 어떻게 투명한 것일까?'


단순히 성분 원소가 특수하다고 하기에는 유리를 구성하는 주요 성분인 이산화규소의 경우 수많은 돌멩이들에도 공통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것이고 유리와 가장 유사한 것을 찾아봤자 석영 정도의 투명도가 최선이다.

유리의 투명한 성질은 분자의 배열에 있는데, 유리를 구성하는 분자들은 불규칙하게 배열되어 있다. 그렇기에 분자들의 결합 사이로 빛이 통과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분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다면 빛은 산란되어 제대로 통과하지 못해 불투명성을 띠게 된다. 보통은 액체 상태에서 고체 상태가 되면 서서히 냉각되어 입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되고는 하는데, 유리의 경우 급속도로 냉각되어 입자들이 불규칙한 상태로 고정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를 유리 상태라고 하며, 투명한 플라스틱 또한 유리 상태 물질의 한 예이다.



현대에 다루어지고 있는 화학의 상당 부분이 중세 시대의 연금술사들의 연구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의외로 서양보다 동양에서 더 먼저 발명하고 다루었던 것이 있다.

바로 화약이 그것인데, 비록 도교의 연단술을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던 중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기는 하지만, 서양 또한 연금술을 연구하다가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은 격으로 만들어낸 것이 많은 것을 감안한다면 그다지 이상하다고 볼 것이 아닌 것 같다.


화약, 그중에서도 특히 흑색화약은 고려시대 최무선이 송나라 사람으로부터 제작법을 배운 것과 같은 종류인데, 불을 붙이면 원자의 재편성이 이루어져 기체가 발생하며 열과 함께 팽창하는 것이다. 게다가 프로판가스나 휘발유 등의 폭발에는 산소와의 반응이 필요하지만, 흑색화약은 이러한 산소와의 반응 없이도 폭발할 수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고 볼 수 있다.

아마 화약은 화학이 만들어낸 것 중에서 석유 관련 물품들을 제외하면 세계사에 가장 크고 심각한 변화를 준 것이며, 석유 관련 물품들을 포함하더라도 세계사에 남긴 상처를 기준으로 비교한다면 비등비등할 것이다.


화약은 동양에서 만들어져 중국 지역의 국가들의 주력 무기로써 이용되다가 몽골 제국이 유럽까지 영토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콩고물처럼 유럽에 떨어진 기술인데, 유럽에서는 이를 이용하여 각종 무기들을 개발하여 신대륙의 원주민 학살과 영토 확장의 주된 무기로 이용하기도 하였다.

이를 보면 화학은 유용한 점이 참으로 많은 것 같다가도 그만큼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에도 용이한 기술인 것 같아 항상 조심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사를 바꾼 화학 이야기』를 읽다 보면, 화학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전체에 걸쳐서 세계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 책은 '화학=포스트 산업혁명'이라는 공식을 머릿속에 무의식중에 띄우며 그 이전에는 화학이 어떠한 영향을 끼쳐왔는지 궁금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인류의 역사가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사람들 모두에게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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