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시작하는 손그림 수업 - 자유로운 펜 드로잉, 채색, 일상 스케치
B6드로잉맨 지음, 박미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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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카페나 길거리 등지에서 그림 그리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요. 연필이나 펜 등으로 망설임 없이 휙휙 휘갈기는 손놀림에 눈길을 빼앗겨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내가 바라보고 있는 풍경이 그대로 화폭에 담기는 놀라운 광경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도 그렇게 그려보고 싶고, 또 그렇게 그려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막상 그려 보려고 했을 땐 충만한 의욕과는 반대로 무엇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 막막해 연필이 쉽사리 움직여지지 않았어요.


그런 저에게 꼭 필요한 『쉽게 시작하는 손그림 수업』이란 스케치 가이드 책을 발견했어요.

이 책은 스케치를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물론 더 나아가 어반 스케치를 하는 방법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어요.



책은 스케치를 하기 위해선 어떤 도구들을 준비해야 하는지 같은 기본적인 사항부터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어요.

책에는 연필이나 중성펜, 만년필 등 흔히 사용하는 도구 외에 글라스펜이나 나뭇가지 펜, 대나무 펜처럼 초보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도구들이 소개되어 있어요.


글라스 펜은 유리로 만들어진 꽃봉오리 모양의 펜촉을 잉크에 찍어 사용하는 딥펜인데요. 잉크에 찍으면 나선형으로 파인 홈에 잉크가 머금어져 한참을 그릴 수 있답니다. 캘리그래피를 하시는 분들이 이 펜을 사용하는 것을 많이 봤는데 개성 있는 스케치 도구로도 사용하는 줄은 몰랐어요.

나뭇가지 펜은 나뭇가지나 나무젓가락 끝을 펜처럼 다듬은 후 잉크를 찍어 사용하는 펜인데요. 재료를 구하기 쉽고 비용이 들지 않는 장점이 있는 반면 펜 끝에 잉크를 오래 저장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어요.


그 외에 방수 잉크나 워터브러시, 물감, 스케치북 등 스케치에 사용될 수 있는 여러 도구들에 관해 자세하게 알려주어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있어요.



도구가 갖춰지면 스케치 연습을 해야 되겠죠?

책에는 펜을 잡는 방법부터 선 그리기, 테두리글자 연습, 사물의 윤곽 그리기, 낙관 남기는 법까지 스케치를 잘하는 저자의 노하우가 그대로 나와 있어요.


미술 데생책을 보고 선 긋기 연습을 했었던 저에게 이 책에 나와 있는 다소 자유분방한 '선 그리기'는 무척이나 어려웠어요. 저자는 직선, 곡선, 사각형, 원형을 번갈아가며 가능한 한 선이 끊기지 않게 그리라는 조언을 하고 있는데, 쉬운 것 같지만 실제 그렇게 하는 것은 상당히 힘들었어요.


또한 저자는 물건이나 간판, 표지판 등의 스케치를 할 때 그 표면의 글자를 그려 넣어야 하는데 그것을 위해 미리 테두리 글자 연습도 해 두는 게 좋다고 조언합니다. 이것 역시 생각만큼 쉽지 않더군요.


참! 저자는 스케치할 때 연필 쓰는 것을 반대하고 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연필로 밑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다시 펜으로 덧씌운 후 연필의 흔적을 지워내는데, 이것은 시간 낭비일 뿐만 아니라 원래 선을 그대로 따라 그린다는 생각에 자유롭지 못해 변화를 꾀할 수 없기 때문이래요.



그리고 책에는 어떤 주제로 어떻게 구도를 잡아 화면 속에 어떻게 배치하고 구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이 자세하게 나와 있어요. 이것은 나중에 일상에서 마주한 풍경이나 정물을 실제 화폭에 담고자 할 때 무척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렇게 기본적인 것을 터득하고 나면 저자가 예시로 그려놓은 스케치 작품을 따라 하며 연습해 볼 수가 있어요.

저는 책에 나온 스케치 시범 중 가장 쉬워 보이는 캔을 따라 그려봤어요. 저자는 사포로 캔맥주를 그렸지만 저는 한자와 일어 테두리글자 그리는 것이 어려워 국산캔을 그려봤어요.


결과는 엉망이었어요. 저자가 강조하듯 자연스러운 선으로 그렸어야 했는데 저한테는 여전히 그게 너무 어려웠어요. 자를 대고 그린 듯한 선으로 그려진 스케치가 왕초보자 티를 팍팍 내고 있죠?

열심히 연습하다 보면 언젠가 자연스러운 선으로 사물과 풍경을 그려내는 날이 오겠죠?



저자의 스케치 시범작 중 아직 따라 그릴 수는 없지만 거리 풍경 스케치 작품들이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스케치 작품의 아름다운 풍경은 실제 풍경의 사진에서는 느낄 수 없는 그린 이의 감성과 애정이 흠씬 묻어나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고 그 아름다움은 보는 이에게 힐링이 되는 것 같아요.



정물과 거리 풍경 외에도 저자는 책을 통해 인물과 교통수단, 로봇 등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을 스케치 주제로 삼아 설명하고 그 예시를 보여주고 있어요.

그리고 마지막 장에는 우리 모두가 꿈꾸는, 현장에서 바로 스케치하는 어반 스케치의 준비와 그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답니다.


우리는 흔히 '사진밖에 남는 게 없다'라는 말을 하며 사진을 찍곤 하죠. 하지만 그 광경 혹은 풍경을 단순히 찰나의 사진이 아닌 그림으로 남긴다면, 사진 찍느라 대충 보고 지났을 풍경들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빈틈없이 관찰하는 눈에 꼭꼭 담기고 그것을 투영한 그림을 통해 기억에 더욱 오래 남을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그 풍경을 빠르고 정확하게 그려낼 수 있다는 가정하에서요.


바로 그러한 기억과 추억을 도와줄 수 있는 책이 『쉽게 시작하는 손그림 수업』입니다.

이 책을 보고 스케치 연습하는 방법을 배워 자신만의 추억을 만들어보세요. 지금까지 보아왔던 세상이 전혀 새롭게 느껴질 거예요. 이 책은 분명 그 길로 이끄는 훌륭한 안내서가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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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의 시선
이재성 지음 / 성안당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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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시를 좋아하던 때가 있었어요. 시를 이루는 간결한 언어와는 달리 그 시가 의미하고 전달하는 강렬한 메시지, 시가 불러일으키는 풍부한 감성 등 시에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경험에 매료되었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언젠가부터 시와 조금씩 멀어졌고, 성인이 되어서는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의 시집을 읽었더군요. 아마도 다소 마음의 여유가 없어져 다양한 의미와 해석이 가능한 시보다는 읽었을 때 바로 답이 나오는 직설적이고 명료한 산문을 더 선호하게 된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아요. 뭐 좀 더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감정이 삭막해졌다고나 할까요?


그런 저에게 어릴 때 느꼈던 감정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아주 예쁘고 풋풋한 『스무 살의 시선』이라는 시집이 찾아왔어요. 이 책은 제목처럼 스무 살의 시인이 세상을 바라보고 느끼는 생각과 감정, 개인적인 고뇌를 따뜻하고도 아름답게, 때로는 정제되지 않은 날것으로 표현하고 있는 시를 수록하고 있는 시집이에요.

이 책에서 저자 이재성 시인은 주변 자연과 일상을 소재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와 그만의 기발한 감성을 시의 언어로 노래하고 있어요. 시에 드러난 풋풋한 스무 살의 감성은 읽는 사람을 미소 짓게 하고, 하루하루 고뇌하며 자아를 찾아가는 고민은 위로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어요.


시집은 총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이재성 시인이 고3과 스무 살에 쓴 시 100편이 실려 있어요.



시 《작은 눈》에서 시인은 하늘에서 사분사분하게 떨어져 내리는 눈발을 보며 아름답게 보이는 인생은 원래부터 그런 것이 아니라 너무나 평범한, 아니 어쩌면 보잘것없이 느껴질 수 있는 하루하루가 켜켜이 쌓여 완성된다는 인생의 진리는 노래하고 있어요.

또한 모든 사람은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며 그 존재 자체로 충분히 빛나고 아름답다는 것을 말하는 《달무리》는 인생의 난관에 부딪쳐 좌절하고 실의에 빠져 있을 수 있는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고 있어요.

이렇게 1부에서는 '자연'을 바라보며 느낀 감성을 시인만의 감성으로 진솔하게 풀어내고 있어요.



2부에서는 '사물'과 '사람'을 보며 쓴 시 50편이 수록되어 있어요.

그중 《신체검사》라는 시에서는 이재성 시인의 풋풋함이 드러나 미소가 지어졌어요. 군대에 가기 위해 신검을 받은 후에 느꼈던 심정을 등급을 받은 한우고기에 비유한 것이 너무나 귀엽지 않나요?

그리고 《스키장》이라는 시에서는 스키 코스를 인생에 비유하여 앞만 보며 빠르게 가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주변을 보며 인생이라는 코스를 온전히 즐기기를 바라는 시인의 마음을 담아내고 있어요.



이처럼 이재성 시인은 시에서 그저 자신의 감정을 순수하고도 솔직 담백하게 풀어내고 있답니다. 그렇기에 마음에 훨씬 더 깊이 와닿는 것 같아요.

문장의 화려한 기교는 없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진심이 그대로 드러난 시를 보며 읽는 내내 즐겁고 마음이 편안해짐과 동시에 시인만의 단단한 의지를 느끼며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있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이 시집을 읽고 순수하고 풋풋한 시선을 통한 감정의 카타르시스와 위안을 느꼈으면 해요. 이 책의 시들은 분명 삶의 무게에 힘든 순간에 위안으로 다가와 그것을 견뎌낼 따뜻하고 굳센 심장을 갖게 해줄 거라 확신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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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끝
히가시야마 아키라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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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3년 6월 16일, 과거 2004년부터 이미 수차례 예견되었던 지구와 나이팅게일 소행성의 충돌이 실제로 일어났다. 나이팅게일 소행성의 충돌지역으로 예견된 북미 대륙의 미국은 핵으로 소행성을 공중 요격해 분쇄했지만, 파괴된 소행성의 거대한 파편들이 지상으로 쏟아지며 미국의 일부를 산산조각 내 지도에서 지워버렸다. 지워지지 않은 땅은 핵의 방사능에 오염되어 사람이 살 수 없는 불모지가 되었으며 태평양으로 떨어진 파편은 쓰나미를 일으켜 재앙을 초래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북미 대륙 중 북동부는 재앙을 피해 방사능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자기장의 혼란도 덜했다. 그리하여 이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동부 정부가 형성되었고, 2175년에는 이 지역과 오염 지역을 구분 짓는 900킬로미터에 달하는 구호선인 캔디선이 구축되었다.


네이선 발라드는 아내 마리앤과 함께 행성 충돌 이후의 삶을 포기했지만 뉴욕에 머물렀던 탓에 운 좋게 살아남았고, 6·16에서 살아남은 사람 대부분이 교회 백성서파에 귀의한 것처럼 아내와 함께 백성서파에 귀의해 피난민들의 질서 유지와 생존을 지원하는 교회를 도왔다.

그곳에서 그는 6·16 이후 교도소에서 도망친 중범죄자의 거처를 파악해 킬러인 '히트맨'에게 알려주는 '스카우트맨'이 되었는데, 그가 맡은 첫 번째 임무는 남성과 여성의 인격을 동시에 가진 호색한이자 희대의 식인귀 대니 레번워스를 추적·살해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네이선이 임무를 위해 뉴욕을 떠나 캔디선 밖을 헤매는 동안 아내 마리앤이 백성서파의 목사에 의해 끔찍하게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로 인해 얼이 나가 방황하던 네이선에게 친구인 잭은 캔디선 밖의 경험을 책으로 써보라는 제안을 하였고, 이에 네이선은 캔디선 바깥에서 동부 정부의 비호를 받지 못한 채 혹한과 굶주림과 싸우면서 살아남기 위해 식인을 하는 이들을 위해 식인을 긍정하지만 인간답게 존재할 수 있게 하며 구세주가 된 블랙라이더 '너새니얼 헤일런'이라는 인물에 대해 글로 쓴다.

백성서파에서 히트맨과 스카우트맨 두 역할을 다하는 사람을 '화이트라이더'라 불렀는데 그 화이트라이더를 차례로 처치하는 것을 본 사람들은 그를 '블랙라이더'라 불렀다.


너새니얼의 어머니 피아 헤일런은 아름다운 용모를 지닌 시골 아가씨로 부모님의 반대에도 브로드웨이에서 무용수로 성공하겠다는 꿈을 위해 집을 나와 히치하이킹으로 뉴욕으로 가던 길에 남자 세명으로부터 집단 성폭행을 당한다. 그렇게 해서 태어나게 된 쌍둥이 중의 동생인 너새니얼은 꿈이 꺾인 후 이 남자 저 남자를 전전하며 살아가는 어머니를 대신해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지내는 쌍둥이 형 우드로를 돌보면서 생계를 위해 고철을 주우며 살아가고 있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때론 억울하기도 한 삶이 버거웠지만 나름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어머니가 형 우드로를 죽이려는 현장을 맞닥뜨리기 전까지는. 하지만 그것 또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자식을 사랑한 피아의 다른 표현이라는 것을 받아들인 너새니얼은 어머니를 대신해 형을 죽였고, 그로부터 1년 후엔 자살을 하려는 어머니 피아를 칼로 찔러 죽인 뒤 자수하는데….



이 소설은 소행성과의 충돌로 모든 것이 무너진 세계에서 구원자로 추앙받는 외로운 영혼 너새니얼 헤일런의 이야기를 네이선이라는 인물의 입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재앙에서 살아남은 미국 사람들 중 새로 설립된 미국 정부의 보호와 지원을 받지 못하는 버려진 땅의 사람들은 생존하기 위한 본능에 무너지고 만다. 신은 죽었다. 그럼에도, 아니 그렇기에 그들은 자신들이 여전히 평범한 인간이라는 것을 그저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러한 그들의 마음을 위로해 준 것이 신이 죽은 세상에서의 주인공 너새니얼 헤일런이다. 너새니얼은 그들에게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한 욕망보다 훨씬 더 소중한 것이 있음을 깨닫게 해 주었다. 인간임을 잊지 말고, 인간으로서 잃지 말아야 할 것이 있음을.


책을 읽으면서 백성서파라는 종교 단체에 화가 난 것은 나뿐이었을까? 누가 그들에게 다른 이들의 목숨을 빼앗을 권리를 주었는가?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그들의 잣대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거리낌 없이 없애는 그들 역시 살인을 하는 것이기에 그들 역시 죽어 마땅하지 않는가?


너새니얼은 아무것도 남지 않은 세상에서 무엇을 위해 살았던 것일까?

그의 여정을 보면 어떠한 목적이 있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살아가는 이유는 분명 있었다.

소설의 끝부분에 이르러 그가 살아남아 기나긴 여행을 한 이유가 확연하게 드러난 순간 먹먹함에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약속한 그곳에서 부디 행복과 안식을 찾았기를.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이 소설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그리하여 소설 속 주인공을 통한 '삶의 의미'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와 '인간으로서의 내면의 성찰'의 감동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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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만든 30개 수도 이야기 - 언어학자와 떠나는 매력적인 역사 기행
김동섭 지음 / 미래의창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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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파리, 도쿄, 베이징 등은 각 나라를 대표한다 할 수 있는 도시인 동시에 그 나라의 수도들이다. 그 도시들은 당연하게도 그 나라의 다른 어떤 도시보다 경제가 발달해있고 규모가 크고 인구 밀집도가 높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간혹 헷갈려 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뉴욕, 토론토, 시드니와 같은 도시들은 각각의 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도시이기에,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캐나다의 수도가 토론토이며 호주의 수도는 시드니라는 착각을 한 경험이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착각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도인 서울이 명실상부 최대이자 가장 대표 도시인 대한민국에서는 이와 같은 이유가 궁금해지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한국사에도 고려사 부분에서 단골로 나오는 묘청의 서경 천도 운동과 같이 수도 혹은 도읍지를 옮기고자 했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국가와 수도의 관계는 사실상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수도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과거와 현재의 수도들은 어떻게 형성되어 온 것일까?


수도의 정의는 다양할 수 있다. 당장 프랑스어 사전 중 『르 프티 로베르 Le Petit Robert』에서는 "한 국가나 지방에서 제1열에 위치하고 있는 도시"라고 정의되어 있는 반면에, 『르 프티 라루스 Le Petit Larousse』는 "국가나 정부의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장소"라고 정의하고 있다.

현재 세계 각국의 수도를 보면 제각기 다른 역사와 수도로의 선정 이유, 현재의 위상 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특히 유럽의 경우 영국과 프랑스를 제외한 곳에서는 근대에 이르기 전까지는 수도는 고사하고 국가 간의 경계조차 모호한 곳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이들 나라에서는 수도라는 개념 자체가 근대 국가의 성립 이후에야 비로소 확립된 것이다.


역사 지리학자인 노먼 파운즈는 중핵 지역이라는 개념을 빌어 유럽을 설명하였는데, 이 책의 저자는 이를 차용하여 수도를 네 가지의 분류로 나누었다.

그것은 각각 중핵 수도, 신중핵 수도, 이중핵 수도, 그리고 다중핵 수도이며, 로마, 뉴델리, 마드리드, 베를린이 각각의 유형에 대한 예시이다.

모두 대중들에게 매우 친숙한 이름이지만, 보통은 그 수도의 성격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지는 않기에 이와 같은 차이점들을 쉬이 간과했을 수 있다. 그렇기에 알고 있는 도시들을 구체적 상황에 따라 이와 같은 분류 중 어느 쪽에 속하는지를 고민해 보는 것 또한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 해 볼 만한 것일 수 있다.


『세계사를 만든 30개 수도 이야기』에는 수많은 유명 도시들과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도시들이 나오는데, 그중에서 몇을 고르자면 카라코룸과 오타와가 어느 정도 독특한 성격과 역사를 잘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카라코룸의 경우 다소 생소할 수 있는데, 과거 대제국 시기의 몽골의 수도로 수십 년을 지내다가 쿠빌라이 칸 대에 이르러서 다른 도시에 수도의 자리를 넘겨주게 된 도시이다.

이 도시의 수도 선정은 조금 특이하다. 애초에 몽골은 유목 민족인 만큼 정착 생활에는 그리 익숙지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대제국으로 확장해 나감에 따라 고정된 수도가 요구되었고, 카라코룸이 그 수도로 정해진 것이다. 이곳에는 과거 궁전이 건설된 적도 있었다 하나, 몽골인들은 도리어 외부에 게르를 설치해 거주했다고도 한다. 이후 쿠빌라이 칸 대에 이르러 아리크부카와의 계승 다툼 등의 이유로 카라코룸을 벗어나 상도로 수도가 정해졌고, 후에는 현재의 베이징인 대도가 원의 수도가 되었다.



오타와는 캐나다의 수도이지만 토론토, 몬트리올, 밴쿠버 등의 이름에 가려 잘 드러나지 않는다. 오타와는 어떻게 이러한 쟁쟁한 후보들을 뚫고 캐나다라는 지구상 국가 중 면적으로는 2위인 강대국의 수도로 선정될 수 있었던 것일까?

선정 과정을 들여다보면 과거 식민지 시절 영국령과 프랑스령 지역의 분쟁, 이후에는 이를 계승한 도시들 사이의 의견 불일치로 인해 대도시 중에서는 어느 하나를 선정할 수가 없었기에, 당시에는 새로 생겨나는 중이었던 시골 마을 오타와를 수도로 삼게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작았기에 수도로 선정되는 데 걸림돌이 없었던 것이다. 당시에 고려했던 것으로는 미국과의 국경에서 거리가 있다는 점, 지리적으로 숲에 둘러싸이고 절벽면에 위치해 방어에 유리하다는 점 등도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세계사를 만든 30개 수도 이야기』는 역사와 현재를 연결 지어 세계 여러 국가 수도들의 과거, 변천 등을 집약적으로 이야기하며 추가적으로 관련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역사와 지리를 연결 지으려는 시도는 여러 부문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나, 이와 같이 수도라는 어떠한 상징적인 지리적 특징을 중점적으로 바라보며 이를 분석하고 설명하는 접근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참신하고 의미 있는 접근이었기에 이 책을 읽으며 새로운 관점과 깊이 있는 직관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의 내용들은 세계사나 세계지리에 관심이 있다면 꼭 보아야 하는 것이며, 그렇지 않더라도 교양으로 알아두기에는 매우 유용한 것들이기에 반드시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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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에게 거짓말은 통하지 않아 1
아사미 유 지음, 휴우가 나츠 원작, 신이시 치호 캐릭터 원안 / 학산문화사(만화)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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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판타지 만화 장르에 많이 등장하는 인물 중 하나가 성녀인데요. 초기 만화에선 성녀를 단어의 의미 그대로 신의 선택을 받아 종교에 귀의해 살신성인하는 착한 인물로 많이 그렸는데, 요즘에는 알고 보니 악녀였다거나, 신이 아닌 악마의 하수인이었다거나, 혹은 흑마법을 쓰는 흑막으로 그리는 경우가 많아요.

어쨌든 그러한 성녀들은 대부분 신성력 혹은 신성력을 가장한 마력을 써요. 그리고 이 신성력이라는 것은 밝은 빛을 뿜는 치유력 혹은 악마나 마물을 없애는 힘 같은 것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하지만 『성녀에게 거짓말은 통하지 않아』에선 성녀가 기존 만화의 성녀와는 조금 다른 존재로 묘사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성녀가 가진 힘도 다른 명칭으로 부르는데요. 그게 무엇이고 또한 이 책이 내용이 무엇일지 궁금하지 않나요?



마녀로 내몰린 자들이 도착한 땅 뮤토스 왕국에는 마법과는 또 다른 힘인 '기프트'를 가진 사람들이 가끔 태어나는데요. 나라에서는 10년에 한 번씩 기프트를 가진 사람들끼리 경합을 시켜 나라를 대표하는 두 명을 뽑았어요.

그렇게 뽑힌 사람을 '신자(神子)'라고 합니다.

그런데 기프트를 가진 사람들 중 대부분이 여성이다 보니 신자로 여성이, 그중에서도 미녀들이 많이 뽑혔어요. 그래서 그들은 '성녀'라고도 불렸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말하는 '기프트'란 것은 지금껏 우리가 만화에서 봐왔던 성녀가 가진 힘인 신성력과는 차이가 있어요. 지나치게 운이 좋은 것, 보기 드문 미모와 이성을 끌어당기는 매력, 동물과 마음이 통하는 것 등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능력을 '기프트'라고 하고, 기프트를 가지고 있다고 여겨지면 누구나 신자 후보가 될 수 있었어요.



뮤토스 왕국 변방 작은 교회의 견습 신관인 주인공 클로에는 밤이면 밤마다 거의 백전백승하며 도박판을 휩쓸고 다니는데요. 그녀에게 붙은 별명은 '호운의 성녀'.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유서 깊은 빌츠 백작가의 자제이자 성기사인 에랄드가 찾아옵니다. 클로에에 대한 모든 뒷조사를 마친 그는 클로에에게 '신자(神子) 선발 시험' 참가를 제안합니다.



이에 클로에는 자신은 어떠한 기프트도 가지고 있지 않은 평범한 사람임을 밝힙니다. 도박판을 휩쓸고 다닐 수 있었던 것은 '운'이 아닌 오로지 반복적인 훈련과 노력에 의한 '뛰어난 기억력'과 상대의 습관을 단시간에 읽어내어 '상대의 마음을 읽는 것'일뿐이라는 거죠.


하지만 에랄드는 클로에의 기프트 보유는 중요하지 않다며, 그가 클로에에게 접근한 진짜 목적을 밝힙니다.

클로에가 신자 후보로 대교회에 잠입해 2년 전 빌츠가의 추천으로 신자 후보가 되었다가 살해된 치로의 살인범을 찾아 달라는 것을요.



처음엔 거절하려 했던 클로에였지만 거금의 보수 앞에 본능이 냉큼 에랄드의 제안을 수락해 버리고 마는데요. 😂

그리하여 클로에의 신자 후보가 되기 위한 수행이 시작됩니다.

과연 클로에는 무사히 신자 후보가 되어 치로를 살해한 범인을 찾을 수 있을까요?



뒤에 다른 에피소드가 더해질지 모르겠지만 일단 이 만화는 성녀가 되기 위한 후보자들 사이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이야기입니다. 살인 사건 추리가 주요 이야기지만 코믹 요소가 군데군데 적절히 섞여 있어 이야기가 결코 무겁거나 칙칙하지 않고 무척 재미있게 전개되고 있어요.


이 책의 제목처럼 성녀, 즉 클로에에겐 거짓말이 통하지 않아요. 초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예리한 수사관이나 탐정처럼 상대의 동향을 살펴보고 미세한 변화를 파악하여 거짓말을 간파해 내거나, 논리적으로 상황을 분석해서 거짓을 간파하여 진실에 접근하기 때문이죠.


여주인 클로에는 도박과 돈을 좋아하는, 아니 돈에 환장하는 캐릭터로 나오는데요. 단순히 개인의 안위를 위해 돈을 좋아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돈을 벌어야만 하는 무슨 속 사정이 있는 것일까요?

그런 클로에를 돈으로 공략하는 남주 에랄드는 어찌 보면 가볍고 단순한 졸부 같아 보이지만 살인 사건과 관련하여 자신의 아버지를 언급할 때는 무언가 비밀을 가진 사람처럼 그가 짓는 표정이 보이지 않아서 궁금증을 유발해요.


1권에서는 치로를 죽인 범인은 누구인지, 왜 치로를 죽였는지 윤곽이 전혀 드러나 있지 않아 모든 사람들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그렇기에 너무나 무해해 보이는 성녀 후보자 15살의 견습 신관 모니크가 언뜻 보인 싸~한 분위기와 경고가 너무 꺼림직해요. 설마 모니크가 범인인 것은 아니겠죠? 😥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대교회 안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해결한다는 점에서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클로에는 『장미의 이름』의 윌리엄처럼 살인사건을 멋지게 해결해 낼 수 있을까요? 더 나아가 성녀로 뽑히는 것까지도 기대해 볼 수 있을까요?

모든 것이 궁금한 상황에서 에랄드가 클로에에게 본격적인 사건 해결을 위해 적극적 행보를 보이도록 요구하는 것이 예고되는데요.

2권에서는 범인에 대한 좀 더 많은 단서가 주어지길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클로에와 에랄드의 러브 라인도 사알~짝 기대해 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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