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한다는 착각 - 나는 왜 어떤 것은 기억하고 어떤 것은 잊어버릴까
차란 란가나스 지음, 김승욱 옮김 / 김영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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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본 것이나 경험한 것은 잊어버리지 않고 전부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그런 생각은 한 적이 없다는 사람들은 학창 시절 영어 단어나 수학 공식 등을 암기했을 때를 떠올려보면 수긍할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무언가를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인류는 기억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한 연구와 노력을 아끼지 않아 왔다.

망각 속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는 왜 자꾸 잊어버리는 걸까?


그런데 이 책의 저자 차란 란가나스는 기억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 저자는 '왜 자꾸 잊어버리는가?'를 묻지 말고 "왜 기억하는가?"를 물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기억하고자 하면 무엇이든 기억할 수 있다고 믿지만, 사실은 우리의 뇌는 변화하는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게 기억을 잊어버리게 설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뇌는 필요한 정보를 신속히 활용할 수 있도록 기억의 중요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매기기 때문에 기억은 변형되기 쉽고 때로는 부정확하며 망각을 통해 불필요한 정보는 정리하고 중요한 정보만을 기억에 남겨둔다.


우리의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뇌의 측두엽에 위치한 '해마'라는 부분이다. 해마는 기억과 학습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새로운 정보를 저장하고 오래된 기억을 회상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어떤 학자들은 해마는 만능 기억장치이며 기억을 의미기억(지식)과 일화기억(일상, 사건)으로 구분한 엔델 툴빙 교수의 연구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파라네 바가-카뎀 박사는 해마에 국한된 손상을 입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툴빙 교수의 연구가 옳았음을 밝혀낸다. 그는 해마가 손상된 사람들은 일화기억이 거의 없는 반면 해마가 온전한 사람에 비해 속도는 좀 느렸지만 학습을 통해 의미기억을 획득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그 후 저자는 기억 실험을 통해 해마가 일어난 일이 아닌 어떤 일이 일어난 시기와 장소를 기준으로 여러 사건에 대한 기억을 '색인'으로 정리해 주게 한다는 연구 결과를 얻는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 중 하나는 기억 변형 가능성에 대한 연구였다.

누구나 한 번쯤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과거를 바꾸면 그것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현재가 누구도 예상 못 한 방향으로 바뀌어버리는 내용의 영화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한 영화처럼 우리가 과거 사건을 회상할 때 비슷한 원칙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좀 더 명확히 말하자면 이미 벌어진 과거 사건과 현재를 바꾼다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기억을 떠올릴 때 새로운 요소를 첨가하면 자신이 인식하는 과거의 기억이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하면 뇌는 실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과거를 바꾼 것과 거의 똑같이 받아들이게 된다고 한다.


저자는 그 예로 실제로는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고 수많은 알리바이가 그가 살인자가 될 수 없음을 가리켰지만 경찰 심문 과정에서 담당 형사들에 의해 강제 주입된 정보에 의한 기억의 왜곡으로 범행을 자백했던 리처드 아이븐스 사건을 들었다. 아이븐스는 강제된 정보에 의해 부실하기 짝이 없는 살인 자백을 한 것을 시작으로 진술을 거듭함에 따라 여전히 범죄의 핵심적인 정황과 모순되지만 점점 그럴싸한 형태를 갖춘 짜 맞춰진 자백을 했다. 그리하여 결국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살인사건의 범인이 되어 속전속결로 교수형을 당하고 만다.

이처럼 사람은 특정 기억에 반복적으로 접근하다 보면 현재의 정보가 함께 따라가 미묘하게 기억이 갱신되거나 아이븐스의 경우처럼 엄청나게 바뀌어 버리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이를 두고 한 학자는 회상을 '상상력이 가미된 재구축'이라 표현했다.



이외에 이 책은 친숙함이 기억의 존재를 암시할 수 있는 점, 예측 오류 즉 뇌에서 작동된 어떤 사이클에 기억이 미처 예측하지 못한 뜻밖의 상황으로 우리를 유도하는 점, 건망증, 기억과 탐구 간의 순환적 관계, 기억 억압 등 기억에 관한 뇌 연구를 단순히 학문적 접근으로만 풀어 나가지 않고 그것을 실제 있었던 다양한 사건이나 연구 결과와 유기적으로 보여주며 흥미롭게 풀어나가고 있다.

그리하여 저자는 종국에는 기억과 뇌에 대한 통찰을 통해 과거와 현재 우리의 삶을 좀 더 근원적으로 들여다보며 자신과 타인에 대한 진정한 이해로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현실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이 책은 기억에 대한 개념을 재정립시켜주는 동시에 결코 홀로 존재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현재의 우리가 과거의 기억을 통해 불확실하고 불안한 미래에 대비해 어떻게 행동해야 되는지 그 길을 보여주는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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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사 크리스티 코드 - 다섯 가지 코드로 크리스티를 읽다
오오야 히로코 지음, 이희재 옮김 / 애플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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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은 출간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많이 읽히고 있습니다. 현대의 시선으로 보기에는 올드하고 약간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음에도 독자들은 왜 여전히 애거사 크리스티를 사랑하고 그녀의 작품을 찾는 걸까요?

그것은 그녀의 작품들이 미스터리 추리 소설의 정석을 보여주는 소설들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녀의 소설들은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 데다 질질 끌지 않고 속도감 있는 전개 방식을 보여준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구요.


일본 나고야의 한 문화센터에서 매달 1권씩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을 연구·분석하여 해설해 주는 강의를 7년 동안 해오고 있는 저자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을 즐길 수 있기를 바라며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바꾸어 말하면 이 책에는 저자의 7년간의 강의의 진수가 담겨있다는 말이 되는 거죠.



이 책에서는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에 접근하는 방식을 크게 5가지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1장은 '탐정으로 읽다'로 푸아로나 제인 마플, 배틀 총경 등, 같은 탐정이 등장하는 작품끼리 묶어서 접근하여 분석·설명하고 있어요.

2장은 작품의 배경이 되는 장소와 시대가 비슷한 작품끼리 분류하여 접근한 '무대와 시대로 읽다', 3장은 탐정 소설임에도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여러 형태의 로맨스와 다양한 형태의 가족의 모습이라는 기준으로 분류하여 작품을 감상하고 이해하도록 돕는 '인간관계로 읽다'입니다.


4장은 미스터리 추리 소설의 묘미인 트릭의 방법으로 분류하여 비슷한 트릭을 사용한 작품끼리 묶어서 작품 속에서 그것이 사용된 구절을 보여주며 설명하는 '속임수 기술로 읽다'입니다.



마지막 5장은 우리가 흔히 미스터리 추리 소설을 읽을 때 뒤통수 맞았다 혹은 소름 끼친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기술, 즉 거짓말을 하진 않지만 중요한 정보도 쓰지 않거나, 중요한 힌트를 독자들이 잘못 해석하게 하거나 사소하다고 생각하여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가도록 하게 하고, 힌트를 적었지만 바로 다른 대화나 장면으로 전환시켜 독자의 관심을 돌리는 등 독자들을 속이는 방법을 분석하여 설명하고 있어요.



이렇게 저자가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을 분석한 것을 읽은 뒤 본문에 소개된 그녀의 작품 속 구절들을 읽으니, 알고 있어서 흥미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니까 비로소 미처 모르고 지나갔던 부분들이 선명하게 보이며 미스터리 추리 소설의 진정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어요.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들은 변주 없는 미스터리 추리 소설의 정석이기에 그녀의 작품들을 분석·설명하고 있는 이 책은 애거사 크리스티 작품들에 대한 단순한 설명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작품들을 진정으로 즐기게 하고 더 나아가 다른 미스터리 추리 소설들을 심도 있게 이해하고 즐기게 하는 지침서 내지는 비법서의 역할을 할 거라 생각합니다.


미스터리 추리 소설의 입문자나 마니아, 더 나아가 추리 소설가를 꿈꾸는 사람들 모두에게 이 책을 강력 추천합니다. 분명 미스터리 추리 소설을 보는 시각이 다양해지고 넓어져 전반적인 흐름과 깊이를 이해하게 되어 자신이 원하는 것 그 이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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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공부의 힘 - 짠테크, 부업, 자본소득으로 벗어난 경제 지옥 탈출기
인생업(임승현) 지음 / 성안당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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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대다수의 사람들이 안정적인 삶을 위해 안정적인 회사에 취직하는 것을 목표로 했었죠. 취직이 되면 회사에 다소 불만은 있더라도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수입에 나름 만족하면서 아끼고 저축하며 살았구요.

하지만 시대는 변했고 이제는 정해진 수입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이나 수입을 넘어선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혹은 여러 다른 목적을 위해 부업이나 주식 투자 등을 통해 고정 수입 이외의 수입 창출을 기대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가 되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 또한 처음에는 국내 대기업에 다니며 안정적인 수입에 만족하며 살았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큰 금액의 사기를 당하는가 하면 정리해고 같은 위기의 순간을 맞이하며 회사가 주는 급여에만 안주해 살아가는 삶이 정말 불안정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대요. 그리하여 저자는 해외 구매대행, 전자책 출간, 온·오프라인 강의 등의 다양한 부업을 시도하며 N잡러의 삶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것으로 월 1,000만 원 이상의 부가적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답니다. 저자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그 수익으로 다시 저축과 투자를 해 경제적 자립에 다가섰다고 합니다.


이 책은 저자가 겪은 역경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했던 노력들 그리고 성공적인 결과를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단순히 책 속의 글자에 불과한 남의 이야기로 그치게 두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 각자의 상황에 맞는 활동을 시작하기를 격려하고 있어요. 그리하여 모두가 궁극적 행복에 도달할 수 있도록요.


책에도 나와 있는데 가장 쉽게 돈을 버는 방법은 덜 쓰고 아껴 쓰는 것입니다. 바로 우리 부모님들 세대가 했던 방법들이죠. 하지만 그것만으로 경제적 자유를 이루기에는 한계가 있어요.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은 옛말이 된지 오래죠. 한 예로 코로나 시기 부동산 가격의 급등은 부동산이라는 재테크 수단을 이용한 사람과 이용하지 않은 사람 간의 부의 격차를 벌여놨었죠.

그렇기에 저자는 피땀 흘려 이뤄낸 자산을 지키고 늘리기 위해 경제 공부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했던 부업으로는 해외 구매대행, 로고·명함 디자인, AI 창작물 제작, 전자책 출간, 온·오프라인 강의 등이 있는데, 저자가 선택한 것들이지만 저자의 전공과는 무관한 부업 분야들에서 처음부터 두각을 드러냈던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저자는 온라인 교육 웹사이트의 강의를 수강하며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 실력을 키워나가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직장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부업으로 지식 창업을 꼽고 있습니다. 지식 창업은 자신만의 경험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하기에 원가가 거의 들지 않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자는 지식 창업에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경고하며 성공적 지식 창업을 위해 가져야 할 마인드를 정리해서 말하고 있어요. 지인에게 조언을 구하지 않을 것,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고 방해 요소를 제거할 것, 늦은 완벽보다 빠른 완성을 할 것, 부업 이야기는 회사에 하지 말 것 등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자신을 브랜딩 하여 특별한 수익을 창출하게 하는 '퍼스널 브랜딩'을 강조하고 있어요. 저자는 '퍼스널 브랜딩'을 자신이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것을 이루어 가는 과정으로 정의하고 있어요. 그렇기에 인생의 목표가 이루어질수록 브랜딩도 자연스럽게 가능해지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N잡이라고 하면 몸으로 때우는 부업이나 어느 정도의 자본을 투자한 부업을 많이 떠올릴 거예요. 하지만 이 책 『돈 공부의 힘』은 지식 창업이 단순한 부업보다는 더욱 큰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다양하고 넓은 시각에서 부업을 생각하게 만들어 줍니다.


회사에 다니고 있지만 부업을 꿈꾸고 있는 직장인이나 결혼 후 육아와 집안일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주부들, 그리고 취직 대신 창업 아이템을 찾는 사람들 모두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이 책은 막막하게만 느껴지던 경제적 자립으로의 길을 모두의 머릿속에 선명하게 보여줄 거라 확신해요.


모두의 경제적 자유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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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드뷔시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정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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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키 하루카는 부동산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자산가 할아버지와 대기업 은행에서 근무하는 아버지 덕분에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자신의 꿈인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해 나아가고 있는 열다섯 살의 소녀다. 그녀에겐 인도네시아로 귀화한 고모의 딸인 루시아라는 사촌이 있는데, 인도네시아에서 태어난 루시아가 일본인으로도 자라기를 바랐던 고모부의 교육의 일환으로 루시아는 일 년에 한 번씩 일본의 하루카네 집에서 머물렀다.

정반대인 성격을 제외하고는 나이와 키, 몸집, 머리 색, 별자리와 혈액형, 심지어는 좋아하는 남자 스타일까지 하루카와 똑같았던 루시아는 하루카에게 있어선 사촌인 동시에 마음이 잘 통하는 가장 친한 친구였다.


루시아네 가족은 올해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부터 열흘간 일본에서 지낼 예정이었지만, 고모부의 갑작스런 급한 용무 때문에 부득이 루시아만 먼저 일본에 오게 되었다. 그러나 다음날, 인도네시아에서 큰 지진이 발생해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낳았고, 루시아의 부모님은 이 사건으로 유명을 달리하게 되었다. 하루카의 부모님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루시아를 입양하기로 결정했고 그 절차를 착실히 밟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하루카 외할머니의 일주기 때문에 부모님이 집을 비우게 되었는데, 때마침 같이 살던 삼촌도 집을 비우게 되어 하루카와 루시아, 할아버지 셋이서 집을 보게 되었다.

그날 또 다른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모두가 잠든 밤 별채 안방 옆에 위치한 할아버지 취미 생활 공간인 공방에서 불이 나 삽시간에 별채를 집어삼켰고, 이 화재로 하루카를 제외한 할아버지와 루시아가 죽고 만다.


하루카도 전신 화상을 입고 목숨이 위험한 지경이었지만, 어머니에게서 상당한 양의 피부와 피부은행에서 조달한 피부를 이식받는 수술을 받고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그리고 성공적인 재활 훈련을 거쳐 사고 두 달 만에 퇴원하게 되었다.


그러한 하루카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할아버지의 유언에 따른 거액의 유산이었다. 단, 유산을 상속하기 위해서는 피아니스트라는 하루카의 꿈을 이루어야 했다. 이후 재활 훈련에 조급해하지 말라는 담당의의 말에도 하루카의 엄마는 서둘러 하루카를 예정되어 있던 사립 음악학교에 입학시켰고, 하루카의 사정을 봐줄 수만은 없다는 교장선생님의 말에 하루카에게 피아노 연습을 종용한다. 그 과정에서 하루카의 피아노 선생님의 후배인 미사키 요스케에게 재활 훈련을 겸한 레슨을 받게 되었고, 하루카는 피아노 실력은 단기간에 눈에 띄게 향상된다.


그렇게 모든 게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처럼 보였으나 하루카가 크게 다칠뻔한 사고가 잇달아 발생했고, 미사키는 그것이 누군가에 의해 교묘하게 사고로 위장된 장난질이라며 하루카에게 조심하라는 주의를 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하루카의 엄마가 돌층계에서 떨어져 죽는 사고가 발생한다. 경찰은 고즈카 일가에 단기간에 일어난 일련의 사고가 범죄 사건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기 시작하는데….



이번에 출간된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의 새로운 이야기 『이별은 모차르트』를 읽기에 앞서 이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 『안녕, 드뷔시』를 읽었다.

작품에 푹 빠져 술술 읽고 지나갔지만 진실에 대한 모든 힌트가 작품 곳곳에 이미 주어져 있었다는 충격적인 결말에 다시 한번 책장을 앞으로 넘겨볼 수밖에 없었다. 알고 읽으니 진실이 너무나 명확하게 보이더라는….

이렇게 흡입력과 가독성이 뛰어나고 충격적인 반전을 보여주는 소설이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에 집필된 작품이라는 사실이 새삼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 이야기는 사고와 그로 인한 장애를 음악으로 극복한 하루카라는 소녀의 성장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하루카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고통을 인내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드뷔시의 곡을 완벽하게 연주해냄으로써 자신의 운명을 개척한다. 그 연주는 하루카의 목표 달성을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것이었다.


이 책에 서술된 연주 장면들의 묘사를 보고 있으면 실제 연주를 보고 듣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벅찬 감동이 차올랐다. 어떻게 음악적 느낌을 이렇게 맛있게 표현할 수 있을까? 새삼 나카야마 시치리의 음악적 소양과 그것을 전달하는 필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러나 감동의 순간도 잠시, 반전의 제왕이라는 작가의 명성처럼 마지막 순간 훅 치고 들어오는 소름 끼치는 반전과 먹먹한 결말은 이야기가 끝났음에도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여운을 가져다주었다. 아마 이 소설을 읽은 대부분의 독자들이 이런 마음을 가졌기에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가 지금까지 쭉 이어오고 있지 않을까?


해박한 클래식 음악적 소견과 긴장감 넘치는 사건과 사고, 매력적인 반전의 묘미가 조화를 이루는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는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만한 작품임이 틀림없다.

아직까지 이 시리즈의 작품을 한 편도 읽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읽어보기를 적극 추천한다. 분명 후회 없는 신의 한 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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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시작하는 손그림 수업 - 자유로운 펜 드로잉, 채색, 일상 스케치
B6드로잉맨 지음, 박미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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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카페나 길거리 등지에서 그림 그리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요. 연필이나 펜 등으로 망설임 없이 휙휙 휘갈기는 손놀림에 눈길을 빼앗겨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내가 바라보고 있는 풍경이 그대로 화폭에 담기는 놀라운 광경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도 그렇게 그려보고 싶고, 또 그렇게 그려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막상 그려 보려고 했을 땐 충만한 의욕과는 반대로 무엇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 막막해 연필이 쉽사리 움직여지지 않았어요.


그런 저에게 꼭 필요한 『쉽게 시작하는 손그림 수업』이란 스케치 가이드 책을 발견했어요.

이 책은 스케치를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물론 더 나아가 어반 스케치를 하는 방법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어요.



책은 스케치를 하기 위해선 어떤 도구들을 준비해야 하는지 같은 기본적인 사항부터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어요.

책에는 연필이나 중성펜, 만년필 등 흔히 사용하는 도구 외에 글라스펜이나 나뭇가지 펜, 대나무 펜처럼 초보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도구들이 소개되어 있어요.


글라스 펜은 유리로 만들어진 꽃봉오리 모양의 펜촉을 잉크에 찍어 사용하는 딥펜인데요. 잉크에 찍으면 나선형으로 파인 홈에 잉크가 머금어져 한참을 그릴 수 있답니다. 캘리그래피를 하시는 분들이 이 펜을 사용하는 것을 많이 봤는데 개성 있는 스케치 도구로도 사용하는 줄은 몰랐어요.

나뭇가지 펜은 나뭇가지나 나무젓가락 끝을 펜처럼 다듬은 후 잉크를 찍어 사용하는 펜인데요. 재료를 구하기 쉽고 비용이 들지 않는 장점이 있는 반면 펜 끝에 잉크를 오래 저장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어요.


그 외에 방수 잉크나 워터브러시, 물감, 스케치북 등 스케치에 사용될 수 있는 여러 도구들에 관해 자세하게 알려주어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있어요.



도구가 갖춰지면 스케치 연습을 해야 되겠죠?

책에는 펜을 잡는 방법부터 선 그리기, 테두리글자 연습, 사물의 윤곽 그리기, 낙관 남기는 법까지 스케치를 잘하는 저자의 노하우가 그대로 나와 있어요.


미술 데생책을 보고 선 긋기 연습을 했었던 저에게 이 책에 나와 있는 다소 자유분방한 '선 그리기'는 무척이나 어려웠어요. 저자는 직선, 곡선, 사각형, 원형을 번갈아가며 가능한 한 선이 끊기지 않게 그리라는 조언을 하고 있는데, 쉬운 것 같지만 실제 그렇게 하는 것은 상당히 힘들었어요.


또한 저자는 물건이나 간판, 표지판 등의 스케치를 할 때 그 표면의 글자를 그려 넣어야 하는데 그것을 위해 미리 테두리 글자 연습도 해 두는 게 좋다고 조언합니다. 이것 역시 생각만큼 쉽지 않더군요.


참! 저자는 스케치할 때 연필 쓰는 것을 반대하고 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연필로 밑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다시 펜으로 덧씌운 후 연필의 흔적을 지워내는데, 이것은 시간 낭비일 뿐만 아니라 원래 선을 그대로 따라 그린다는 생각에 자유롭지 못해 변화를 꾀할 수 없기 때문이래요.



그리고 책에는 어떤 주제로 어떻게 구도를 잡아 화면 속에 어떻게 배치하고 구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이 자세하게 나와 있어요. 이것은 나중에 일상에서 마주한 풍경이나 정물을 실제 화폭에 담고자 할 때 무척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렇게 기본적인 것을 터득하고 나면 저자가 예시로 그려놓은 스케치 작품을 따라 하며 연습해 볼 수가 있어요.

저는 책에 나온 스케치 시범 중 가장 쉬워 보이는 캔을 따라 그려봤어요. 저자는 사포로 캔맥주를 그렸지만 저는 한자와 일어 테두리글자 그리는 것이 어려워 국산캔을 그려봤어요.


결과는 엉망이었어요. 저자가 강조하듯 자연스러운 선으로 그렸어야 했는데 저한테는 여전히 그게 너무 어려웠어요. 자를 대고 그린 듯한 선으로 그려진 스케치가 왕초보자 티를 팍팍 내고 있죠?

열심히 연습하다 보면 언젠가 자연스러운 선으로 사물과 풍경을 그려내는 날이 오겠죠?



저자의 스케치 시범작 중 아직 따라 그릴 수는 없지만 거리 풍경 스케치 작품들이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스케치 작품의 아름다운 풍경은 실제 풍경의 사진에서는 느낄 수 없는 그린 이의 감성과 애정이 흠씬 묻어나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고 그 아름다움은 보는 이에게 힐링이 되는 것 같아요.



정물과 거리 풍경 외에도 저자는 책을 통해 인물과 교통수단, 로봇 등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을 스케치 주제로 삼아 설명하고 그 예시를 보여주고 있어요.

그리고 마지막 장에는 우리 모두가 꿈꾸는, 현장에서 바로 스케치하는 어반 스케치의 준비와 그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답니다.


우리는 흔히 '사진밖에 남는 게 없다'라는 말을 하며 사진을 찍곤 하죠. 하지만 그 광경 혹은 풍경을 단순히 찰나의 사진이 아닌 그림으로 남긴다면, 사진 찍느라 대충 보고 지났을 풍경들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빈틈없이 관찰하는 눈에 꼭꼭 담기고 그것을 투영한 그림을 통해 기억에 더욱 오래 남을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그 풍경을 빠르고 정확하게 그려낼 수 있다는 가정하에서요.


바로 그러한 기억과 추억을 도와줄 수 있는 책이 『쉽게 시작하는 손그림 수업』입니다.

이 책을 보고 스케치 연습하는 방법을 배워 자신만의 추억을 만들어보세요. 지금까지 보아왔던 세상이 전혀 새롭게 느껴질 거예요. 이 책은 분명 그 길로 이끄는 훌륭한 안내서가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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