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 칼로, 내 영혼의 일기
프리다 칼로 지음, 안진옥 옮기고 엮음 / 비엠케이(BMK)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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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끊임없는 불행과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절망을 예술로 승화시켜 그림 속 또 다른 자아를 통해 생명의 의지를 이어나간 불꽃같은 화가 프리다 칼로.

내가 어렸을 때 프리다 칼로라는 이름은 일반 학생들에게는 미술 수업에도 거론되지 않는 생소한 이름이었다. 그런 그녀를 처음 알게 된 건 그녀의 일생을 그린 영화를 통해서였다. 하지만 영화는 그녀의 삶의 서사에 초점이 맞추어져, 프리다 칼로라는 재능 있는 화가가 불행했지만 정열적이었던 삶을 살았었다는 것만 기억에 남았다.


그런 프리다 칼로에 대해 그녀의 삶뿐만 아니라 그녀가 생각하고 느꼈을 생각과 감정의 표현을 독자들이 직접 접하게 하여 그녀의 작품세계를 이해할 수 있게 이끄는 책이 바로 이 『프리다 칼로, 내 영혼의 일기』이다.

이 책은 1944년부터 1954년까지 약 10년에 걸친 프리다 칼로의 일기로, 그녀의 근심과 고독, 정치적 신념, 작가로서의 자세, 디에고에 대한 사랑과 애증, 죽음에 관한 생각 등 그녀의 내면을 가감 없이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일기는 매일 성실하게 쓴 것도 아니고 편지, 시 등 다양한 형태를 취하고 있으면, 어떨 때는 글보다는 그림이 많아서 마치 프리다 칼로의 작품집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에 실린 일기를 보면서 그녀의 고통과 그것을 이겨내려는 의연하고도 초인적인 인내심, 그것을 승화시킨 그녀의 작품 세계, 그녀의 사랑 등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의 일기들은 위 사진처럼 종종 목적 없이 단어들이 부유하며 문장과 단락을 이루지도 않는다.

하지만 단순히 줄지어 있는 것 같은 이 단어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녀의 그림을 구성하는 은밀한 아이콘들을 엿볼 수 있다고 한다.



왼쪽 사진의 일기 속 그림은 이집트의 파라오 아크나톤과 그의 왕비 네페르티티를 묘사한 그림으로 프리다는 일기에서 '네페리시스는 미와 풍요를 상징하는 창조신이자 현자'라고 말하고 있다. 일기에서 말하는 네페리시스는 프리다가 만들어낸 신이며 일기에 그려놓은 왕비는 프리다 자신의 모습을 반영한 것이다.


오른쪽 사진 속 그림에는 얼굴이 세 개가 겹쳐 있는데, 이는 과거와 미래, 거기에 현재 자신의 얼굴을 합친 것이라고 한다.

상단의 두 얼굴 중 앞을 보고 있는 얼굴이 고통과 사랑의 투쟁을 하고 있는 현재 프리다 칼로의 얼굴로 두려움과 동시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겹쳐진 얼굴에서는 뚜렷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신과 동시에 무엇이 닥치더라도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아래는 다른 얼굴들에 비해 앳되어 보이는 얼굴로 과거는 늘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위 작품은 보기 드물게 콜라주 기법을 사용한 것으로 여자의 사진을 일기장에 붙여놓고 얼굴에 낙서를 했다. 사진 밑의 단어나 문구에는 빨강, 파랑, 노랑 등 색깔이 칠해져 있는데, 이러한 요소들이 한데 어울려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띄고 있다.



위 사진은 척추수술을 한 후 수술비와 치료비를 벌기 위해 고통을 참아가며 벽화를 그리고 수채화까지 그리면서도 디에고를 생각하며 적은 일기다.

디에고의 외도에 배신감과 분노와 절망을 느꼈을 텐데 힘든 수술과 그것과는 또 다른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해서까지도 그에게 소비할 일말의 감정이 남아 있었다니 그녀의 사랑은 도대체 어떤 형태와 깊이를 가지고 있었을까?



그녀는 매일을 죽음에 직면하여 사력을 다해 이겨냈고, 그것을 143개의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그녀의 작품 중 1/3에 해당하는 55점이 자화상인데, 그녀는 거울 속의 자신을 관찰해 자화상으로 그리며 무엇을 느꼈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병상에 누워 있는 시간이 늘고 급기야는 다리를 절단 받는 수술까지 받고 골수 이식 수술까지 받는 등 삶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그녀지만 그 끝없는 절망 속에서도 삶을 갈망했고 사랑을 갈구했다.


그녀의 일기에 실린 마지막 글을 보면 "나의 외출이 행복하기를, 그리고 결코 돌아오지 않기를"이라는 그녀가 병원을 퇴원하는 상황을 표현한 구절이 나온다. 하지만 이 구절은 그녀의 죽음과 결부되어 그 이상의 의미심장한 뜻을 품고 있는 듯하다.

그녀는 인생이 고통스러웠기에 죽음을 바라 영원한 안식을 바랐을까 아니면 그저 최선을 다한 인생에 만족했을 뿐일까.

프리다 칼로의 처절하고 고통스러웠을 삶과 사랑은 그녀의 작품들로 아름답고도 숭고하게 승화되어 남았다.

그녀가 고통스러운 삶 속에서 진정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느꼈고 무엇을 바랐는지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어 의미 있었다.

프리다 칼로를 사랑하고 그녀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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