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피, 열
단시엘 W. 모니즈 지음, 박경선 옮김 / 모모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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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나오는 단편의 제목이기도 한 『우유, 피, 열』은 총 11편의 단편 모음집으로 현재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성작가 단시엘 W. 모니즈의 작품이다. 그녀가 데뷔작으로 「우유, 피, 열」을 발표했을 때 타임,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 미국 유력 매체들은 열띤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여러 작품 중 제일 처음 나오는 단편 「우유, 피, 열」은 어린 열세 살 소녀 키라의 상당히 허무하고 불안하면서도 자유분방한 정서를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손바닥을 칼로 가르며 피를 내는데 주저함이 없다거나 죽음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키라는 그러한 행동들을 통해 진실로 죽기를 원하는 자신의 표현했던 것일까 아니면 단지 자신의 나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내면의 방어기제로 센 척을 했을 뿐일까. 그저 질풍노도의 시기에 강인한 척하는 상처 받은 외로운 영혼이었을지도 모를 그 모습 속에서 예전에 보았던 영화 《처음 만나는 자유》 속에서의 등장인물과 그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했던 '자유'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유산 이후 정신적 충격과 스트레스를 받은 레이나가 떠나보낸 아기에 대한 상실감과 집착을 보이는 이야기 「향연」, 더 이상의 항암 치료는 받지 않고 담배를 다시 피며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다 죽기로 한 글로리아와 그런 아내를 걱정하고 여전히 사랑하는 듯하지만 다른 여자와의 헛된 사랑을 꿈꾸는 남편 프레드의 이야기 「천국을 잃다」, 4년간의 교제 후 결혼했지만 거의 결혼과 동시에 식어버린 사랑으로 다른 곳에서 만족을 찾으려는 아내 트리니티의 이야기 「스노우」 등의 이야기는 다소 불편하고 원초적이면서도 노골적인 이야기들을 직설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어찌 보면 대담하고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다소 경악스럽지만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법한 이야기들이기에 일차적으로 느꼈던 충격이 지나간 뒤 씁쓸한 여운을 안겨다 주었다.

그리고 작가는 책에서 여성들의 방황과 고뇌와 자유에 대한 솔직하고 감각적인 이야기들을 펼치면서도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작가 나름대로 화해와 타협을 시도하고 있다.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개성 넘치고 색다른 이야기들의 강렬하고 놀라운 감각을 느껴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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