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스
곤도 후미에 지음, 남소현 옮김 / 북플라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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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여성 소설가 앞으로 한 여인의 편지가 도착했다. 편지에는 30년간 이어져 온 세 친구의 관계에 소설가가 흥미를 가질지도 모르겠다며 췌장암에 걸린 나머지 친구 중 한 명이 죽기 전에 사실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상황에서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요청이 적혀 있었다.

소설가는 처음엔 그 편지를 그냥 무시하려 했지만 '세 명의 관계'라는 말에 마음이 걸려 발신인을 만났고, 그녀로부터 그녀와 친구들의 얽히고설킨 인연과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토츠카 유리는 학교, 병원을 비롯한 모든 생활 인프라가 다 갖춰져 도보권 외로는 나갈 일이 거의 없는 거대한 아파트 단지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사연에 언급된 친구 중 한 명인 히노 사토코 역시 단지에 살았던 친구 중 한 명으로 언제 처음 만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어렸을 때 만나 철이 들었을 무렵에는 이미 단짝 친구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초등학교 2학년 무렵, 그런 사토코와의 관계가 변하기 시작했다.

여느 때처럼 유리 집에 놀러 온 사토코는 유리의 할아버지에게 자신의 엄마가 여자애는 할아버지랑 같이 자는 거라 했다며 자신은 할아버지랑 한 이불을 덮고 같이 잔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로 인해 유리의 할아버지와 부모님은 언성을 높이며 논쟁을 했고 그 뒤로 사토코와의 관계가 미묘하게 소원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중간한 사이를 유지하다 4학년 때 같은 반이 되었을 때 어딘가 변한 사토코가 유리를 아파트 옥상으로 데리고 올라가 자신이 할아버지와 같이 잔다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말한 적이 있는지 확인하고는 "만약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죽여 버릴 거야"라고 속삭이기에 이른다.

그렇게 사토코와 완전히 멀어진 유리는 5학년이 되어 성교육 시간을 통해서야 할아버지와 한 이불을 덮고 잔다는 정확한 의미를 알게 되었고, 자신이 학대받는 사토코를 외면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다.


중학생이 되는 시점 유리의 아파트 단지에 사카자키 마호라는 여자아이가 이사 왔다. 부모의 이혼으로 엄마를 따라 도쿄에서 오사카로 오게 된 마호는 발레를 배워서 남들과 달리 꼿꼿한 자세와 혼자서 유일하게 구사하는 반듯한 표준어로 인해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했다. 이를 알게 된 유리는 마호의 친구를 자처하며 둘은 단짝 친구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마호가 유리의 집에서 늦게까지 숙제를 하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단지 내 공원에서 괴한을 만나 납치당할뻔하는 일이 발생한다. 이때 마호를 배웅하러 나왔던 유리가 그 광경을 목격하고는 괴한에게 달려들어 마호를 구한다. 그 과정에서 유리는 남자가 떨어뜨린 것으로 추정되는 식칼을 주워들고는 남자를 힘껏 찌르게 된다.

그렇게 괴한으로부터 무사히 도망쳐 나왔지만 유리는 남자를 칼로 찔렀다는 두려움에 떨며 다음 날을 맞이한다. 하지만 엄마는 유리에게 사토코가 남자를 찔러 죽여 체포되었다는 뜻밖의 소식을 전하는데….



책을 읽는 내내 주인공의 안타까운 삶에 대해 착잡하고 무거운 심정을 금할 수 없었다.

유리, 사토코, 마호 세 여인들의 인생은 전부 기구했지만 그중 주변에 휩쓸려 자신의 삶을 충분히 살지 못했던 유리에 대해서는 안타까움과 연민으로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부모가 묵인하는 상황에서 친족인 할아버지에게 어린 나이부터 성적 학대를 당한 사토코에게는 처음에는 가여움과 안타까움을 느꼈다. 하지만 유리의 죄책감을 자극하여 유리의 인생을 옭아매는 것과 동시에 자신과 똑같은 곳으로 유리를 끌어내려 자신과 똑같은 지옥을 걷게 한 시점부터 사토코는 단순한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동 학대라는 개념이 잡히지도 않은 시기의 초등학교 2학년생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있었을까? 왜 어린 유리가 사토코에게 죄책감을 느껴야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또한 유리가 마호를 구하기 위해 괴한을 한 번 찌르긴 했지만 과연 그것으로 괴한이 죽었을까? 정당방위에 단순 상해였는데 사토코가 그 뒤 여러 번 더 찌름으로 해서 죽은 것이 아니었을까? 책에서도 사토코는 여러 번 찌른 과잉방위로 소년원에 다녀온 것이니 유리 대신 형벌을 산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받아야 할 당연한 죗값을 치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으로 유리를 옭아매는 모습을 보니 사토코가 끔찍하게까지 느껴졌다.


마호 또한 거짓으로 유리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려놓고 자신이 모두를 지키려 했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는 것을 보고 화가 났다. 유리가 자신을 구하기 위해 어린 나이에 사람을 찔러 심적 고통을 겪는 것을 봤으면서 어떻게 다시 그 고통 속에 친구를 밀어 넣을 수 있을까?

그러한 사토코와 마호를 과연 친구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읽는 내내 가슴을 졸이며 그들이 유리의 인생에서 사라져 유리가 평범한 행복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랐다.

과연 유리는 우정을 가장한 질긴 악연의 고리를 끊고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책을 덮고도 이야기의 여운이 오래가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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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들리는 동물병원
타케무라 유키 지음, 현승희 옮김 / 북플라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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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둘이 살던 아키는 아빠가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돌아가시자 유일한 혈육이 된 할아버지와 살게 되었다. 하지만 아빠와의 이별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아키는 마음의 문을 꽁꽁 걸어 잠그고는 학교에 가지 않고 할아버지 집에도 가지 않은 채 아빠와 함께 살던 집에 홀로 틀어박혀 한 달이란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구도 믿지 못할 신기한 일이 아키에게 갑자기 있어났고, 그 일을 계기로 아키는 아빠를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는 것과 동시에 수의사라는 인생의 목표를 가지고 할아버지와 함께 다시 따뜻한 나날을 살아간다.


아키는 괴짜라 불릴 정도로 동물들을 각별하게 돌보았고 동물들도 아키를 이상하리만치 따랐다. 그들 간의 의사소통은 아키가 사람들을 대할 때와는 달리 완벽하게 이루어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동물들에게 애정을 쏟고 공부 또한 열심히 한 아키는 자신이 목표했던 수의사가 되었고, 할아버지의 '사쿠라이 동물병원'을 물려받게 된다. 그리고 아키의 동물병원에는 매일같이 수많은 환자들이 찾아왔다.

동물들의 보호자들은 경력도 얼마 되지 않은 햇병아리 수의사인데다가 의사와 보호자 간의 소통이 어려운 아키의 동물병원엔 왜 끊임없이 찾아올까?

그것은 바로 할아버지 대부터의 단골이라는 이유 외에도 동물들의 증세에 대한 아키의 정확한 진단이 한몫했기 때문이다. 손님들은 아키를 '동물과 말을 할 수 있는 선생님'이라 말할 정도로 절대적으로 신뢰하며 병원을 찾았다.

그런데 여기에는 아키가 실제로 동물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큰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그렇게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동물들을 치료하며 바쁘고 알찬 나날들을 보내고 있던 아키의 일상에 데즈카라는 젊은 청년이 나타난다. 쇠약한 상태의 새끼 고양이를 구조해 사쿠라이 동물병원으로 데려온 데즈카는 치료 중 새끼 고양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아키를 우연히 보게 된다. 의미심장한 모습을 보이며 병원을 나선 데즈카는 그 후 '동물을 좋아하기도 하고 대학원에서 연구하고 있는 동물행동학에 참고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며 사쿠라이 동물병원에 거의 매일 찾아와 아키와의 인연을 이어가며 아키의 일을 돕는데….



이 소설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고 4개의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따뜻한 이야기로 구성된 힐링 판타지 소설이다.

이야기 속에서 아키는 동물들이 가진 고민과 곤란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그들의 속마음을 읽고 저마다의 사연들을 파헤쳐 나름의 해법을 제시해 문제를 해결한다. 그것은 비단 동물들에게만 한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도록 데즈카가 곁에서 가장 큰 도움을 준다.


소설은 에피소드 하나하나 완벽하게 독립적인 이야기여서 틈틈이 읽기 좋을 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내용이 아닌 동물들의 사연을 통한 따뜻한 위로와 때로는 교훈적인 감동의 이야기여서 뛰어난 가독성을 자랑하고 있다.

그리고 힐링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동물들의 사연을 알아가기 위해 추적하는 과정은 마치 미스터리 추리소설처럼 호기심을 한껏 자극하기도 한다. 아! 등장인물들 중 간호사 유키에 관해서는 궁금증을 몹시 유발하는 설정만 주어져 지금도 열심히 유키의 정체를 파헤치려 머리를 굴리고 있는 중이라는….

또한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는 러브러브 로맨스도 빼놓을 수는 없겠지?

그리고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사람을 대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던 아키가 데즈카와의 교류로 조금씩 변화하는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적고 보니 이 소설의 장르는 미스터리 추리 로맨스 힐링 판타지 성장 소설이 되려나? 🤔


소설은 초반 데즈카가 말한 어릴 때 키우다 잃어버렸다는 개 리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며 이야기를 마친다. 그렇다면 조만간 2권을 만날 수 있다는 말인데 빨리 뒷이야기를 만나고 싶다.


어른들뿐만 아니라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어른과 청소년들에게는 가벼운 마음으로 접할 수 있지만 묵직한 위안과 힐링을, 어린이들에게는 수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호기심 유발과 재미 등을 얻을 수 있는 무지갯빛 보석 같은 소설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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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첫 문장 - 나의 고전 필사 노트
김대웅 엮음 / 북플라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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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경우 글쓰기를 할 때 항상 오랜 시간 고민하는 것이 도입 부분입니다. 어떻게 하면 주목을 끄는 것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할까 고민하는 것에만 과장을 조금 섞어 하루 종일 걸려요. 😓

글쓰기를 많이 하면 할수록 그런 것에 대한 고민이 더 많아집니다.

그렇게 고민 끝에 글을 썼지만 다시 읽어보면 마음에 들지 않아 지우고 다르게 다시 써보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그러다 보니 짧은 글을 쓰는 것도 정말 긴 시간이 걸린답니다. 그렇게 해서 쓴 글들이 마음에 쏙 들거나 멋진 것도 아닌데 말이죠. 😔


저는 그것이 글쓰기에 미숙한 저만의 고민인 줄로만 알았어요. 그런데 『소설가의 첫 문장』이라는 필사 책을 접하면서 그러한 고민이 당연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 책의 저자는 '글의 첫 문장을 쓰는 것은 하나의 세계를 탄생시키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아! 이 당연한 진리를 내가 간과하고 있었기에 글을 쉽게 쓰길 바라며 조바심을 냈었던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자는 우리가 아는 모든 위대한 작가들은 첫 문장을 통해 그들의 의지와 인생에 대한 태도를 표현해 내며 위대한 글을 탄생시켰다는 점을 명심하여 그들의 글에서 단순한 글쓰기 기술이 아닌 그들의 강한 의지와 태도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이 필사 책은 단순히 글을 예쁜 글씨로 베껴 쓰는 책이 아닌, 위대한 작가들의 첫 문장을 읽고, 쓰는 동안 그들의 의지와 태도를 배워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 내도록 하는 책인 것입니다.


저자는 위대한 소설가의 글들을 시작하는 유형별로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누어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어요.

1장 <어느 소설가를 만나다>에서는 작가가 '화자'인 일인칭 주인공 시점의 소설 첫 문장들을, 2장 <무드를 만들다>에서는 처음부터 소설의 전체적 분위기가 결정되는 소설들의 첫 문장들을, 3장 <이름을 짓다>는 첫 문장에서 소설 속 인물의 이름이 등장하는 소설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4장 <작가의 영혼>에서는 작가가 자신을 드러내어 독자를 설득하는 첫 문장들을, 마지막으로 5장 <소설가의 호밀밭>에서는 작가가 소설 속 공간으로 독자를 데려가는 첫 문장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화창하지만 아직 쌀쌀한 4월의 어느 날, 시계 종이 열세 번 울렸다. 윈스턴 스미스는 차가운 바람을 피해 턱을 가슴에 파묻은 채 재빨리 빅토리 맨션의 유리문을 통과했다. 하지만 문이 닫히기 전에 모래바람이 그를 따라 들이닥쳤다.

복도에서는 삶은 양배추와 낡은 카펫 냄새가 났다. 복도 끝에는 실내에 걸기에는 너무 큰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 포스터에는 폭이 1미터가 넘는 거대한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마흔다섯쯤 되어 보이는, 콧수염을 기른 다부지고 잘생긴 남자였다. 윈스턴은 계단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는 기대할 수 없었다.'


무미건조하게 다가오는 조지 오웰의 『1984』의 첫 문장은 작가의 의도처럼 소설의 디스토피아적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집니다. 그래서 저자는 이 첫 문장을 2장에서 소개하고 있어요.

하지만 인물의 이름이 등장하니 3장에서 소개해도 되었을 것 같아요.


'그해 늦여름, 우리는 강과 들판 너머로 산이 보이는 한 마을에서 지냈다.'로 시작하고 있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는 첫 문장에서 알 수 있듯이 작가가 화자로 등장하고 있기에 1장에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저자는 95명의 위대한 소설가가 쓴 고전 151편의 첫 문장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문장을 쓰는 것은 하나의 언어를 습득한 것이고, 하나의 언어를 습득한 것은 하나의 기술을 익힌 것이라고 합니다. 하나의 문장을 쓰는 것은 결국 하나의 기술을 익힌 것이라는 거죠.

우리는 이 책에 소개된 고전들의 첫 문장을 반복하여 읽고 따라 쓰는 중에 자연스럽게 위대한 소설가의 글쓰기 기술을 익힐 수가 있습니다. 이 책의 필사를 통해 우리의 글쓰기 스승이 바로 위대한 소설가들이 되는 거죠.

멋지지 않나요?


저는 욕심내지 않고 긴 문장이든 짧은 문장이든 하루에 한 작품의 첫 문장을 필사하려구요. 그렇게 계속 반복하다 보면 그들만의 기술이 체화되어 자연스럽게 멋진 글이 써지는 날이 반드시 오리라 믿어요.

거기다가 요즘 거의 컴퓨터 자판만 두드리느라 글씨 쓰는 게 어색한데 글씨를 많이 쓰다 보면 글씨체도 예뻐지겠죠?

우리 그 여정을 같이 하지 않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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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소통 - 나를 위한 지혜로운 말하기 수업
박보영 지음 / 성안당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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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과의 관계에서 내가 의도했던 것과는 다른 상대의 반응에 놀라거나 상처받고, 더 나아가 그로 인해 자괴감까지 느끼게 되는 경우가 가끔 있다. 타인이 나의 의도를 곡해하거나 나의 진심을 평가절하하는 것을 보고 듣는 것은 나이를 먹으며 연륜이 쌓이는 것과는 상관없이 언제나 상처가 된다.

그리고 그러한 일들로 인해 곤란을 한두 번 겪다 보니 대인관계에서 나도 모르게 움츠러드는 때가 있곤 한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어릴 때부터 대인관계에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었고, 그것이 성인이 된 이후의 인간관계에까지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이에 저자는 인간의 심리와 소통에 관심을 갖게 되어 소통의 기술을 연구하면서 자신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저자는 타인과의 원만한 관계 형성의 이유와 목적을 오로지 '자기 자신'에 두어 '자기 자신'을 위한 '이기적 소통법'을 창안하여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다.

즉 '이기적 소통'이란 누군가와 더불어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나를 위한 소통'을 의미한다.


이 책은 '여러 대인관계에서 받는 상처들'의 예를 보여주며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여 온전한 나를 회복하는 방법'을 시작으로 '얽히고설킨 타인과의 관계를 푸는 공감 노하우', '적절하게 표현하여 관계를 회복시키는 이기적 소통의 기술', '언어만큼 중요한 비언어적 소통 요소 활용법' 등을 5개의 챕터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이 과정을 EQ 이론에 접목하여 정리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는 IQ에 저장된 정보를 활용해 이해, 추리, 분석 등의 기능을 작동시켜 EQ의 능력을 활용해 공감하고 배려하며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다. 저자는 성공적인 소통을 위해서는 EQ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상대의 감정의 뇌인 편도체가 평안하도록 존중하고 배려하는 이타적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렇게 상대의 자존심을 지켜주면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으니 '이타적 소통'이 곧 '이기적 소통'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감정을 인식한 상태에서 감정을 표현하면 소통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기에 소통 전에 자신의 감정을 준비하는 것이 '이기적 소통'의 중요 준비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소통 과정 중 불편한 감정을 다스리지 못할 때는 편도체가 진정될 수 있도록 소통을 멈추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이렇게 감정 때문에 어려워진 소통 상황은 혼자가 아닌 반드시 상대와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공감의 본질은 상대를 위한 것이 아니며, 나를 돕도록 상대의 마음을 흔드는 기술이다. 그리하여 저자는 공감이란 '내 편'을 만드는 기술로 나의 이득을 위해 상대의 감정을 어루만져 주는 '이타적인 이기적 협력의 기술'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이기적 소통에 관한 주제별 이야기가 끝나면 각각의 소챕터가 끝나는 부분에 있는 <이기적 소통을 위한 Tip>에 본문의 내용이 단순 명료하게 정리되어 있다. 본문을 읽고 난 다음 이 부분을 읽으면 본문의 내용을 다시 한번 정리할 수 있고, 본문을 읽지 않고 이 부분만 읽어도 소통을 위한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다.



이렇게 EQ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이타적인 이기적 소통 방법 외에도 책에는 성공적인 이기적 소통을 위한 감정 조절과 목소리 톤, 말하는 속도, 말하는 방법 등의 언어적 요소와 복장, 상황, 타이밍, 몸짓, 표정 등의 비언어적인 요소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이 모든 내용들이 대인관계에서 받았던 상처나 어려움에 대한 위로뿐만이 아닌, 나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앞으로 어떻게 타인과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이 되고 있다.

자신을 다스리는 것부터 자신을 사랑하고 나아가 타인을 사랑하고 존중하여 이기적이지만 결코 이기적이지 않은 소통을 통해 성공적인 유의미한 관계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타인과의 관계 개선이나 더 나아가 행복하고 안정적이고 평온한 삶을 바라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을 읽고 완벽한 이기적 소통을 통해 타인과의 긍정적 관계를 형성하여 자신이 바라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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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집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홍은주 옮김 / 책세상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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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슈퍼마켓에서 출점한 반찬가게의 판매 스태프로 일하고 있는 마흔 살의 이토 하나는 한 60대 여성의 재판 기사를 우연히 접하고는 의식적으로 잊고 지냈던 과거의 일을 떠올리게 된다.

인터넷 기사 속의 60대 여성은 20년 전 하나가 몇 년간 함께 살았던 요시카와 기미코라는 여성으로 당시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하나가 그녀와 같이 살던 집에서 나온 후 연락이 끊어진 상태였다. 하나는 기미코의 체포와 재판 기사를 읽으며 이번 일로 인해 20년 전에 있었던 모종의 일들이 다시 거론되며 자신이 수사의 대상이 될까 봐 불안해한다.

이에 20년 만에 당시 같이 살았던 또 다른 동거인 가토 란에게 연락해 자신이 느끼는 불안감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란은 기미코는 머리가 한참 이상했고 자신들은 당시 너무 어려 그녀에게 이용을 당했을 뿐이라며 선을 긋는다.


과거 열다섯 살의 하나는 엄마의 지인인 기미코를 처음 만나 잠깐 동안 같이 지내게 된다. 함께 지내는 동안 기미코로 인해 많이 웃고, 주눅 들었던 친구들과의 관계가 개선되는 등 하나의 삶은 이전과 달리 긍정적으로 변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하나는 그대로 계속 기미코와 같이 지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곳에 다른 가족이 있어 하나를 떠나버린 아버지와 집 근처 스낵바에서 호스티스로 일하며 하나를 방치하는 엄마에게서 제대로 된 애정과 관심을 받지 못했던 하나에게 그제야 제대로 된 가족이자 이해자가 생긴 듯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고 기미코는 하나의 삶에서 말없이 사라져버린다.

이에 하나는 잠시 침울한 나날들을 보내지만, 고교 졸업 후의 독립자금을 모은다는 새로운 목표를 정해 아르바이트에 매진하며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엄마의 전 남친 도로스케가 하나가 1년 반 동안 피나게 모은 돈을 훔쳐 가 하나의 꿈은 좌절되고 만다.

그로 인해 모든 의욕과 기력을 상실하여 별것 아닌 나날을 보내며 방황하는 하나 앞에 2년 전 갑자기 찾아왔다 갑자기 사라졌던 기미코가 나타나 자신과 같이 가자는 제안을 한다. 이에 하나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기미코를 따라나섰고, 하나를 데려간 기미코는 하나와 스낵바 '레몬'을 개업한다.

그러면서 하나의 삶에 깊숙이 얽히는 영수라는 사내와 기미코의 친구 고토미, 친구이자 가족이 되는 가토 란과 다마모리 모모코를 만나는데….


대체 20년 전 그들은 어떤 일을 했고 어떤 일을 겪었던 것일까?



이 소설은 부모와 사회로부터 철저하게 방치되었던 주인공 하나가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돌봐주는 기미코라는 어른을 만나 기미코를 중심으로 새로운 가족을 이루며 행복을 찾지만, 곧이어 다가오는 시련으로 새롭게 형성한 가족이 해체될 위기에 직면하면서 이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과거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소설에 나오는 인물 대부분은 각자만의 이유로 인생의 부조리함을 절감하고 그 부조리함 속에서 자신을 지켜내는 방법으로 돈을 좇는다. 결핍이 많았던 하나 역시 기미코와 영수 등을 만나며 보호받는 느낌을 받으며 잠시 동안 행복과 안정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런 행복은 자신에게 돈을 바라 찾아온 엄마와 자신에게 안정감을 주고 미래를 꿈꾸게 했던 일터의 화재로 좌절되고 만다.

모든 것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결국 돈이 절대적이라는 생각에 결코 가서는 안 되는 길에 발을 들이고 마는 하나. 처음엔 돈이 행복을 위한 수단이었지만 종국에는 목적이 되어버리고 만 하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기미코가 자신의 이름에 들어 있는 노랑을 이야기할 때부터 하나에게 노란색은 특별한 색으로 다가왔고 서서히 하나의 삶에 영향을 주더니 결국엔 하나의 삶 전반을 지배해버렸다. 그리하여 책에서 노란색은 풍수의 금운뿐만이 아닌 하나의 집착과 광기를 보여주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연 '노란 집'은 하나가 진정 바랐던 꿈의 집이었을까? 아니면…?


소설 후반부로 가면서 란, 모모코, 하나를 보며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다'라는 옛말이 생각나면서 화가 났던 것은 나뿐이었을까? 기미코는 그들이 힘들고 어려울 때 손을 내밀어 줬건만 정신 이상자 취급이라니.

진실이 아닌 사실을 진실처럼 스스로에게 납득시키고 스스로를 피해자로 둔갑시켜 과거의 일을 완전히 잊고 잘 사는 그들의 모습을 보니 현재의 기미코의 모습과 너무나 대조적이라 불쾌감마저 들었다.


책을 덮고 나서도 영수와 기미코의 마지막 모습이 너무나 마음 아파 쉽사리 이야기를 보낼 수가 없었다.

삶에 대해 깊고 진중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매력적이고 아련한 이야기 『노란 집』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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