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들이 신경 쓰입니다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 마스다 미리는 이미 한국에서 두꺼운 팬층을 가지고 있지만 그녀의 이름이 낯선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녀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에세이스트로 특별하지 않은 평범하고 일상적인 일들과 생각들을 꾸미지 않고 솔직하게 이야기하여 많은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다시금 자신의 삶을 되짚어 보게 함으로써 그 자체로 힐링을 주고 있다.

나는 작가와 살아온 시기가 다른데도 불구하고 읽는 이야기마다 무릎을 치며 '그래, 바로 그랬지!', '맞아, 맞아.'라는 공감의 말이 절로 나왔다.


그녀는 다른 어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그녀만의 고유한 작품세계를 형성하고 있다. 일상 속 자그마한 부분을 그냥 넘어가지 않고 예리하고도 통찰력 있는 관찰을 통해 소재로 승화시키고, 그것을 친근감 있고 소박한 그림과 군더더기 없고 편안하게 물 흐르는 듯한 담백한 문장들을 통해 편안하고도 진솔하게 풀어내고 있다.



이야기 중에서 「돈 확인」이라는 것이 있는데 우리가 일상적으로 길을 걷다가 우연히 바닥에 떨어진 것이 동전인 줄 알고 줍거나 멈칫했다가 이내 동전이 아님을 알고는 머쓱했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이러한 경험이 무수히 많기에 읽으면서 웃음이 나오는 가운데 동전 줍는 것에 대한 다른 추억 또한 생각났다.

내가 캐나다에 살 때 동네 레크리에이션 센터에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떨어뜨린 1달러짜리 동전과 25센트 짜리 동전을 주워줬던 적이 있다. 여학생은 벙한 표정을 짓고는 자기 무리와 소곤소곤 뭐라 이야기하고는 내가 조금 멀어지자 그냥 자판기 뒤쪽으로 동전을 집어던져 버렸다.

내가 황당해서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더니 센터 매점 직원이 어린 학생들은 종종 동전들을 많이 던지고 버린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한 달에 한 번 자판기 자리를 옮겨서 밑을 청소하면 거기서 나온 동전을 합친 금액이 몇십 달러씩 된다는…. 그 이전에 종종 50센트나 심지어는 5센트 흘린 사람들에게 동전을 주워준 적도 있었는데… 주워주는 동양인이 얼마나 우습고 하찮게 보였을까. 그 후로는 동전을 주워도 굳이 주인을 찾아주지 않았던 기억이 났다.


「패널 퀴즈 어택 25 확인」에서 퀴즈를 잘 못 풀어도 패널을 잘 뒤집으면 퀴즈 프로그램에서 우승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읽고 나는 그것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기회균등이 아니라 노력을 무시한 불공정이라 생각되었다. 어떤 사람은 그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전에 퀴즈 문제를 잘 맞추기 위해 긴장을 하며 시간과 노력을 들여 좀 더 많은 실전 예상문제를 풀어보고 공부했을 텐데 몇 문제 맞히지 못하고도 운으로 자기 패널을 많이 만들어 우승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공정이 아닐까.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져야지 결과가 공평해지면 안 된다는 생각을 다시 해보았다.


나의 어릴 때와 별반 다를 바 없이 오로지 작가의 아버지에게만 있었다는 '텔레비전 채널권.'

나도 작가처럼 어른이 되면 채널권을 내가 가지고 지키리라 다짐했건만, 막상 어른이 되니 텔레비전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져서 리모컨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신경 쓰지 않는다.


「노래방 확인」에서는 작가가 어릴 때 처음 노래방 기기를 접했을 때와 그때의 분위기와 느낌을 적어놨다. 그 글 역시 내가 처음 노래방을 접했을 때와 너무나도 똑같아서 잊고 있던 그때의 기억이 났다.

나는 호주에 살 때 처음 노래방을 접했는데 당시 가라오케 바를 많이 찾을 수도 없었거니와 거기서는 작가가 책에 적어놓은 것처럼 내가 부르고자 하는 노래를 종이에 써서 담당자에게 줘야 했고 순서가 돼서 내 노래 반주가 나오면 가게 중앙 무대에서 내가 모르는 다른 손님들 앞에서 노래를 불러야 했다. 그래서 가라오케 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한국에 와서 각각의 방으로 나뉘어 있는 노래방을 보고 완전 신세계를 만난 것처럼 너무나 좋아서 며칠을 연달아 갔던 기억이 났다. 레퍼토리가 많지 않아 불렀던 노래 부르고 또 불렀던 기억도.



마스다 미리가 일을 마치고 하루의 마지막에 자기방의 책상 앞에 앉아서 해외여행을 떠난다는 글을 보고 충격받았다. 난 왜 이 생각을 못 했을까?

즉시 구글 맵 지도를 켜고 지금은 많이 변해버린 어릴 때 살던 캐나다와 호주의 동네를 찾아 거리뷰를 보면서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 생각해 보려고 애썼고, 그나마 가장 최근에 살았던 뉴욕 맨해튼의 직장과 집이 있는 거리에 가보았다. 주말 아침에 자주 가던 다이너도 그대로였다.

반가움과 그리움과 동시에 분명 나에게 속했던 공간인데 이제 나만 그곳에 속하지 않는다는 복잡 미묘한 기분을 느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의 일상생활이나 지금은 잊혀진 나의 지나간 이야기를 끄집어내 보며 그리운 향수를 느끼며 소중했을 나의 인생의 한켠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당시에는 너무 평범한 일상이라 소중하고 특별하다 생각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특별해져버린 나의 평범하고도 소중한 이야기들.

모두가 마스다 미리의 이야기를 통해 그러한 자신의 이야기를 깨닫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