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 무엇이 우리를 웃게 하는가, 희극적인 것의 의미에 대하여
앙리 베르그송 지음, 신혜연 옮김 / 이소노미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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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살면서 웃음이라는 것에 큰 의미를 두어본 적은 없다. 웃음은 그저 나에게는 자연적인 본능일뿐이었다. 그러나 철학자 베르그송은 웃음의 사회적 기능을 이야기하고 있다.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베르그송만의 웃음에 대한 철학이 급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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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3 : 약속 식당 ㅣ 특서 청소년문학 25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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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죽지 않는 불사조가 되기 위해 저승에서 천 명의 생을 모으고 있는 천 년 묵은 여우 만호.

죽은 뒤 심판을 받고 다시 사람으로 태어나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채우에게도 만호가 찾아와 채우가 새로 얻게 된 생을 팔라고 이야기한다. 대신 망각의 강을 건넜음에도 잊지 못하고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는 세상으로 보내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만나고 싶은 사람을 다시 만나더라도 같이 있는 시간은 길게는 100일, 짧게는 30일이라고 솔직하게 말해준다.

만호는 채우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었지만 채우는 망설이지 않고 제안을 받아들였고, 채우는 오랜 기다림 끝에 설이를 만나기 위해 설이가 살고 있는 세상으로 간다. 채우가 저승을 떠나기 전, 만호는 채우에게 새로 태어난 설이에게 '게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만호가 알려준 방법에 따라 도착한 곳은 아무도 살지 않는 듯한 낡은 이층집이었고, 그 집의 일층의 유리문은 열렸지만 이층의 현관문은 열리지 않았다. 이에 채우는 일층을 청소하여 식당을 열고는 종이에 '약속 식당'이라고 써서 유리문에 붙였다.

그런데 식당을 시작한 첫날부터 식당에 들른 중년의 여자 손님 반응이 이상했다. 이층집의 비밀을 알고 있느냐고 채우에게 물어봤고 이런저런 참견을 하며 이야기를 퍼붓더니 그냥 돌아갔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아이가 식당으로 들어오더니 채우에게 그 집의 사람들이 어느 날 연기처럼 갑자기 사라졌음을 이야기해 준다.

그런데 그 아이는 채우더러 자꾸 아줌마라고 불렀다. 뭔가 이상하여 아이의 휴대폰을 빌려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 채우는 마흔 살이 넘어 보이는 여성의 모습으로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는 놀라고 당황하고 절망했다. 새로 태어난 설이가 채우가 기억하는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일 거라 생각은 했지만 자신조차 다른 모습으로 설이를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런 현실에 잠시 실망하고 서글펐지만 그대로 넋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설이를 만나기 위해서는 흉흉한 소문이 도는 이층집에 사람들이 오게 해야 했다. 그래서 채우는 화단을 정리하고 계단의 페인트칠도 새로 했다.

다음날 어제 왔던 여자 손님이 다시 와서 밤새 아무 일도 없었냐며 채우를 뚫어지게 쳐다봤고, 그 집의 소문에 대해 자세하게 이야기해 준다. 그러면서 지금도 이층에 누군가 살고 있고, 이 집 앞을 지나면 저주를 받는다는 소문이 떠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러나 설이를 만나기 위해 새로운 생과 바꿔 죽음에서 다시 돌아온 채우에게 그깟 이야기는 하나도 겁나지 않았다.


그렇게 그 식당을 시작한 채우는 음식에 '게살'을 조금씩 집어넣으며 음식을 주문한 사람들마다 음식에 '게살'이 들어간다며 '게 알레르기'가 있는지 물어본다.

그러나 너무 예상 밖의 상황에서 채우의 음식을 먹고 '게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사람들이 나오는데…….



소설을 읽고 난 후 사랑의 의미와 사랑의 실천에 대해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설이를 다시 만나기 위해 새로 주어진 삶도 미련 없이 포기한 채우. 채우에게 있어 설이는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켜주고 싶고 자신의 모든 것과 바꿔서라도 어떤 모습으로라도 꼭 만나고 싶었던 존재였다.


채우는 자신의 결말이 어떠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않았다. 그저 설이와의 약속을 지키고 그 아이가 어떤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든 행복을 빌어주고 지켜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설이가 어느 세상 어디에 있든 어떤 모습으로 있든, 채우는 설이가 자신에 대한 생각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자신을 기억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채우나 채우처럼 그러한 꿈같은 기대를 가지고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잊지 못하는 사람'을 만나러 온 한 쪽의 일방적인 생각에 지나지 않았음을 아는 순간 너무나 가슴이 먹먹하고 아팠다.

상대도 다시 사람으로 태어났다는 것은 이전 삶에서 죽어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면 분명 그때 만호가 접근하여 '다시 태어날 생'과 '사랑하는 이를 만날 기회'를 바꾸자는 제안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사람이 다음 생에 다시 사람으로 태어났다는 것은?


사람은 태어나서 주어진 시간을 다 살고 나면 그것으로 끝이다. 만약 다른 세상에서 다시 태어난다면 그 삶은 다른 사람의 삶이지 그 사람의 삶이 연장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그 주어진 시간 안에서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최선을 다하면 그만인 것이다.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주어도 모자라고 부족하게 느껴져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살면서 최선을 다해 사랑했음에도 부족하게 느낄 때,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도 너를 다시 만나 사랑하고 그때는 더 많은 것을 해 주겠다는 약속을 하곤 한다. 하지만 이것은 부질없는 약속이다. 만약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그 생애에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면 그만인 것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은 그 세상에서 끝나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후회 없는 인생을 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채우는 자신이 모드 것을 포기하고 이 세상에 설이를 만나러 온 것을 후회할까?

가슴 따뜻하면서도 슬픈 채우의 사랑을 책을 통해 꼭 확인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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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즌 1 : 여성과 공포 - 전5권 ㅣ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도러시 매카들 지음, 이나경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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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휴머니스트에서 이번에 새로 '여성과 공포'를 주제로 세계문학 5권을 세트로 출간했다.


이번 시즌의 작가들은 여성들로 당시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위치를 예리하게 인식하여 소설을 통해 치열하게 문제를 제기하며 여성의 상황과 처우 개선에 목소리를 높이며 그들의 삶을 남성과 평등한 눈으로 바라봐 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사회적 약자가 겪는 편견과 압도적인 공포를 소설을 통해 잘 표현하고 있다.



001. 프랑켄슈타인 - 메리 셸리Ⅰ박아람 (옮김)

002. 회색 여인 - 엘리자베스 개스켈Ⅰ이리나 (옮김)

003. 석류의 씨 - 이디스 워튼Ⅰ송은주 (옮김)

004. 사악한 목소리 - 버넌 리Ⅰ김선형 (옮김)

005. 초대받지 못한 자 - 도러시 매카들Ⅰ이나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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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들은 가부장적 사회에서 억압받던 여성들의 작품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기발하고 대담한 소재와 호소력 있는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다. 이 다섯 명의 여성 작가들의 소설은 세상의 잣대에 휘둘리지 않고 꿋꿋하게 그들의 세계를 지켜낸 증거이고 여성들이 편견 없이 능력껏 대우받는 미래를 위한 기반을 다진 위대한 업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00년이 훨씬 넘는 여성작가들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소설 속에서 보여준 그들의 역량은 시간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현대의 우리에게도 가슴 벅찬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다섯 편 모두 흡입력 있고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한번 읽기 시작하면 소설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했다. 거기에 더하여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번역은 이야기 이해와 몰입에 강력한 힘을 실어 주었다.

벌써부터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즌 2의 '이국의 사랑'이 기대되고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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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은 탐정의 부재
샤센도 유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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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갑자기 발생한 천사의 '강림'은 세상을 바꾸어 놓았다. 하늘을 가르며 내려온 빛줄기에서 천사들이 튀어나왔고, 그들은 살육을 저지르는 사람들을 땅속 지옥으로 끌고 들어갔다.

이러한 일은 세계 각지에서 동시에 일어났고, 한 명은 죽여도 괜찮지만 두 명 이상 죽인 자는 빠짐없이 지옥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강림 이전에 저지른 죄는 심판받지 않았으므로, 이전의 흉악 무도한 연쇄 살인범들은 살인을 멈춘 채 지옥에도 떨어지지 않고 아무런 벌도 받지 않은 채 숨죽이며 평화로운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천사들의 모습은 인간의 상상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날개는 있었지만 깃털이 전혀 없고 거무죽죽한 혈관이 불거져 보이는 것이 박쥐 날개와 비슷했으며 몸통 또한 잿빛으로 팔다리가 이상하게 길쭉했다. 눈코입이 존재하지 않는 얼굴은 표면에 아무것도 비치지도 않고 빛조차 반사되지 않았을뿐더러 아무런 흠집조차 낼 수 없었다. 그 모습은 자칫하면 악마가 연상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다들 이 생물을 '천사'라고 불렀다. 천사일 리 없다고 화내던 이들도 실제 그들과 마주하고 나면 천사라고 인정하고 불렀다.


그러한 천사들은 죄를 지은 인간들을 지옥에 떨어뜨릴 때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건만 죄 없는 인간 앞에서는 어이없을 정도로 약했다. 그리하여 평소 하늘을 해파리처럼 부유하는 천사를 붙잡는 것은 너무 쉬웠다.

인간들은 천사를 붙잡아 연구를 했다. 그리고 인간의 호기심은 연구를 넘어 천사를 죽여봤다. 처음 천사를 죽일 때는 그 사람 주위로 아무도 가지 않았다. 그런데 한 번을 죽이고 두 번을 죽이고 또 죽여도 그 사람은 지옥에 떨어지지 않았다.

인간이 두 마리 이상의 천사를 죽여도 지옥에 떨어지지 않는다.


아오기시는 천국이 있는지 없는지 궁금했다. 자신이 아닌 죽은 예전 동료들을 위해서다. 아니, 사실 천국이 있다면 정의의 사도를 꿈꾸던 그들도 보답을 받겠지만 아오기시 자신이 구원받을 거라 생각했다.

지옥이 있는 것은 보았지만 천국이 있는 것은 아무도 보지 못했다.

예전 아오기시 탐정 사무소의 동료 아카기 스바루는 납치 사건의 피해자로 아오기시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추적하여 찾아낸 덕분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 후 아카기는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아오기시를 동경하며 정의의 사도가 되고자 아오기시의 탐정 사무소에 조수로 들어왔다.

처음에는 채용을 반대했던 아오기시였지만 그의 순수하고 솔직한 모습에 함께 일하기로 했고, 그 후 아카기가 스카우트한 인재들과 그가 형성한 다양한 인맥 덕분에 아오기시의 탐정 활동은 폭이 넓어졌고 예전보다 이름을 알리며 사무소도 커졌다.


그러나 그렇게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세상 한구석에서 노력하던 동료들은 죽임을 당했다. 천사의 강림 이후 등장한 이상한 논리 때문이다. 사람들은 생각했다. 한 명까지 죽일 수 있다면 죽이는 게 이득이다. 그것은 신이 용납한 살인이다.

또 두 명을 죽이고 지옥에 갈 바에야 한꺼번에 많이 죽여 길동무로 삼는 것이 낫다.

정신 나간 생각이지만 그렇게 생각한 사람들이 대규모 무차별 살인사건을 일으켰고, 아오기시 탐정 사무소의 정의의 사도들은 그렇게 죽임을 당했다.

그날 아오기시도 죽었다.


그런 아오기시에게 천사의 섬으로 유명한 도코요지마섬의 주인 쓰네키 오가이가 섬으로 초대를 했다. 오면 아오기시가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아오기시는 섬에 왔고, 그날 저녁 쓰네키는 섬에 온 손님들을 이끌고 지하실로 내려갔다.

그곳에서 쓰네키는 특별 이벤트로 자신이 모셔둔 천사를 손님들에게 공개했다. 그 천사는 지금껏 알고 있던 천사와 달랐다. 우는 것 같기도, 짐승이 으르렁거리는 것 같기도 한 기묘한 목소리를 내는 천사는 모든 사람들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다. 아오기시는 그 천사에게 팔을 붙잡히고는 정신을 잃고 만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섬의 요리사 오쓰키가 아오기시를 깨우러 왔다. 그리고 쓰네키가 살해당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전하는데…….



처음 접해보는 '특수 설정 미스터리' 소설이다.

작가는 현실 세계와는 전혀 다른 생김새가 으스스하고 섬뜩한 천사 같지 않은 '천사의 강림'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설정하고 새로운 세계에 새로운 규칙을 제시하여 호기심을 유발하고 있다.

사람을 두 명 이상 살해한 자는 천사가 지옥으로 심판한다.

얼핏 보면 살인을 예방하는 것 같지만 한 명까지는 죽여도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살인을 용납하는 신이라니.

이에 사람들은 그 용납된 기회를 쓰는 게 낫다는 사고방식을 정립한다.

읽으면서 과연 천사 강림은 세상을 낙원으로 만든 것이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세상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변한 것 같았다.


그런데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과 천사의 강림 후 생겨난 세계의 법칙 하에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이에 천사의 강림 후 계속해서 탐정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 회의적이던 아오기시는 깨달음을 얻는다.

천사가 있든 없든 탐정의 역할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천사가 없을 때는 사법부가 범인을 심판했지만 천사가 강림하고는 천사가 범인을 심판한다. 다만 사법이 천사로 교체되었을 뿐 탐정의 역할은 변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탐정의 역할은 무엇일까?

인간을 심판하는 것이 천사의 역할이라면 탐정의 역할은 진실을 추구하는 것 아닐까.


이 소설은 천사의 강림이라는 특이하고 특수한 상황 속에서 연쇄 살인 사건을 해결하며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탐정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일반 현실 세계에서의 추리보다 더 심오하고 복잡하여 독자들에게 생각과 추리의 재미를 배가시켜주고 있다.

처음에는 현실에서 결코 일어나지 않을 법한 설정이어서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느낌이었으나, 읽을수록 오히려 상상력의 날개를 마음껏 펼칠 수 있어 더욱 빠져들 수 있는 추리소설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소설이 끝나 갈수록 책을 덮고 싶지 않고 이야기가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강하게 드는 소설이었다.

혹시 아오기시의 다음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살짝 기대해 본다.


그리고 아오기시는 그토록 알고자 했던 천국이 있는지 없는지 해답을 찾았을까?

대답은 소설 속에 나와 있다.

『낙원은 탐정의 부재』의 천사 강림 후 세상으로 다 같이 여행을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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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여인 ㅣ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2
엘리자베스 개스켈 지음, 이리나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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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여인>은 처음에는 화자의 이야기로 진행되다가 화자가 '회색 여인'이라 불린 '아나 셰러'의 편지를 건네받고는 그 편지의 내용으로 진행되고 있다.

네카어 강가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이 유행이었던 시절 나 역시 그곳에 친구 몇 명과 간 적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주문한 커피와 쿠헨과 시나몬 케이크를 거의 다 먹어갈 무렵 하늘에서 갑작스레 굵은 비가 떨어졌다. 친절한 사장은 미처 몸을 피하지 못하고 정원에 남아있던 사람들을 집안으로 들였고, 셰러 씨와 오래 알고 지낸 내 친구가 셰러 부인을 보러 내실로 가자고 했다. 내실에서 친구가 셰러 부인과 이야기하는 동안 나는 방을 둘러보았고 시선을 끄는 여인의 그림을 발견하고는 그녀가 누구인지 궁금했다. 셰러 부인은 그녀가 셰러 씨의 대고모 '아나 셰러'임을 알려주며 그녀가 공포로 얼굴색을 완전히 잃어 '회색 여인'이라 불렸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자세한 것은 모른다며 자신의 남편에게 물어보라고 하여 셰러 씨에게 물어보니, 셰러 씨는 대고모가 자신의 딸에게 쓴 편지를 나와 친구에게 빌려주었다.

편지에는 아나가 자신의 사랑하는 딸 우르줄라와 앙리와의 결혼을 반대함으로써 딸이 자신에게 퍼부은 원망의 말에 슬퍼하고 고통스러워하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결혼을 반대하는 이유가 적혀 있는데….


<마녀 로이스>는 1692년 미국 보스턴 근교의 세일럼에서 실제 발생한 마녀재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로이스의 아버지 바클리 목사는 열병으로 이미 돌아가셨고 이제는 어머니까지 돌아가시려고 했다. 어머니는 로이스에게 바퍼드에 남지 말고 미국의 뉴잉글랜드 세일럼에 사는 자신의 남동생 랠프 힉슨을 찾아가서 몸을 의지할 것을 바랐다. 바퍼드에는 로이스를 기꺼이 맡아줄 사람도 있고, 자신을 사랑하는 휴 루시가 있음에도 로이스는 어머니의 유언에 따른다.

아버지의 오랜 친구 홀더니스 선장의 도움으로 미국에 있는 외삼촌 집에 도착한 로이스는 아파서 누워있는 외삼촌을 제외하고는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했다. 특히 외숙모 그레이스는 로이스가 세일럼에 온 때부터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나마 나이가 비슷한 사촌 페이스와 친하게 지냈지만 페이스는 개인적인 이유로 우울해하는 시간이 많았다. 갈수록 증상이 심해져 그런 페이스를 위로하기 위해 로이스가 밤에 침대에 누워 영국의 관습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며 핼러윈에 했던 장난들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자는 줄로만 알았던 사촌 프루던스가 그 이야기를 듣고는 비명을 지르며 로이스가 핼러윈에 했던 놀이를 언급하며 로이스에게 악마가 있다고 외숙모에게 언급하는데….


<늙은 보모 이야기>에서는 늙은 보모 헤스터가 아씨에게 오래전 아씨의 어머니 로저먼드 아가씨가 태어날 때부터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평화롭고 행복했던 아가씨의 집안은 아가씨가 네다섯 살 무렵, 아가씨 어머니의 부모님이 2주 간격으로 차례로 돌아가시며 불행이 시작된다. 긴 여행에서 돌아온 아가씨의 아버지도 열병으로 죽고 말지만, 둘째를 임신하고 있던 아가씨의 어머니는 뱃속의 아이를 생각하며 겨우 버틴다. 하지만 둘째 아이마저 죽자 결국 어머니도 죽음에 이르렀고, 어린 로저먼드 아가씨와 보모는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노섬벌랜드에 있는 퍼니벌 대저택으로 가게 되는데….



<회색 여인>에서는 당시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에 따라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투렐과 결혼하게 된 아나가 남편 투렐의 겉모습과 다른 실제 모습을 발견하고는 두려움을 누르고 하녀이자 남편 역할을 하게 되는 아망테와 도망을 치며 살아남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도망 과정 중에 드러나는 아나와 아망테의 동성애와 진정한 사랑과 희생.

그리고 아나가 '회색 여인'이 될 수밖에 없었던 사연.

마지막에 아나가 딸의 결혼을 반대한 이유와 그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충격으로 숨이 턱 멎는 듯했다.


<마녀 로이스>는 실제 마녀재판의 상황을 그대로 소설에 옮겨와 보여줌으로써 그 소동이 실제 마녀를 처단한 사건이 아닌 개개인의 이해관계에 의해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를 처리하는 수단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집단 광기로 발전해 힘없는 여성들이나 인디언, 비주류 종교인 등 엄청난 수의 무고한 생명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주인공 로이스 역시 영국에서 건너온 이교도에다가 외삼촌 가족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그들과 제대로 어울리지 못해 사촌들의 시기와 질투를 받아 무고하게 희생된다.

"그들이 아무리 회개한들 로이스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고 로이스를 살려낼 수도 없습니다."라는 휴 루시의 말은 소설을 읽는 동안 참고 있던 눈물이 떨어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울컥하며 치밀어 오르는 슬픔인지 분노인지 모를 감정으로 인해 소설을 끝내고도 한동안 마음을 가다듬어야 했다.


<늙은 보모 이야기>는 고딕소설의 전형을 보여주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유령과 대저택이라는 한정된 공간,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가족의 비밀.

눈보라치는 계절로 인해 으스스함은 절정에 달하고 그 끝에 드러난 진실은 더욱 충격적이고 오싹함을 안겨주었다.


엘리자베스 개스켈의 작품들은 오래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상황과 처우에 대한 인식을 달리할 것을 목소리 내고 있다. 그리고 유령과 공포 이야기로 대변되는 고딕소설 속에서 목소리를 내어 자신의 고통을 이야기하는 여인들을 통해 당시 남성 중심의 사회구조 속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힘없는 여성들의 삶과 사회가 그들의 삶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는지 조금은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다음 시즌에는 '휴머니스트'에서 어떤 주제의 고전소설을 출판할지 너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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