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구미호 식당 3 : 약속 식당 ㅣ 특서 청소년문학 25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1월
평점 :
영원히 죽지 않는 불사조가 되기 위해 저승에서 천 명의 생을 모으고 있는 천 년 묵은 여우 만호.
죽은 뒤 심판을 받고 다시 사람으로 태어나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채우에게도 만호가 찾아와 채우가 새로 얻게 된 생을 팔라고 이야기한다. 대신 망각의 강을 건넜음에도 잊지 못하고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는 세상으로 보내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만나고 싶은 사람을 다시 만나더라도 같이 있는 시간은 길게는 100일, 짧게는 30일이라고 솔직하게 말해준다.
만호는 채우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었지만 채우는 망설이지 않고 제안을 받아들였고, 채우는 오랜 기다림 끝에 설이를 만나기 위해 설이가 살고 있는 세상으로 간다. 채우가 저승을 떠나기 전, 만호는 채우에게 새로 태어난 설이에게 '게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만호가 알려준 방법에 따라 도착한 곳은 아무도 살지 않는 듯한 낡은 이층집이었고, 그 집의 일층의 유리문은 열렸지만 이층의 현관문은 열리지 않았다. 이에 채우는 일층을 청소하여 식당을 열고는 종이에 '약속 식당'이라고 써서 유리문에 붙였다.
그런데 식당을 시작한 첫날부터 식당에 들른 중년의 여자 손님 반응이 이상했다. 이층집의 비밀을 알고 있느냐고 채우에게 물어봤고 이런저런 참견을 하며 이야기를 퍼붓더니 그냥 돌아갔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아이가 식당으로 들어오더니 채우에게 그 집의 사람들이 어느 날 연기처럼 갑자기 사라졌음을 이야기해 준다.
그런데 그 아이는 채우더러 자꾸 아줌마라고 불렀다. 뭔가 이상하여 아이의 휴대폰을 빌려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 채우는 마흔 살이 넘어 보이는 여성의 모습으로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는 놀라고 당황하고 절망했다. 새로 태어난 설이가 채우가 기억하는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일 거라 생각은 했지만 자신조차 다른 모습으로 설이를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런 현실에 잠시 실망하고 서글펐지만 그대로 넋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설이를 만나기 위해서는 흉흉한 소문이 도는 이층집에 사람들이 오게 해야 했다. 그래서 채우는 화단을 정리하고 계단의 페인트칠도 새로 했다.
다음날 어제 왔던 여자 손님이 다시 와서 밤새 아무 일도 없었냐며 채우를 뚫어지게 쳐다봤고, 그 집의 소문에 대해 자세하게 이야기해 준다. 그러면서 지금도 이층에 누군가 살고 있고, 이 집 앞을 지나면 저주를 받는다는 소문이 떠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러나 설이를 만나기 위해 새로운 생과 바꿔 죽음에서 다시 돌아온 채우에게 그깟 이야기는 하나도 겁나지 않았다.
그렇게 그 식당을 시작한 채우는 음식에 '게살'을 조금씩 집어넣으며 음식을 주문한 사람들마다 음식에 '게살'이 들어간다며 '게 알레르기'가 있는지 물어본다.
그러나 너무 예상 밖의 상황에서 채우의 음식을 먹고 '게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사람들이 나오는데…….
소설을 읽고 난 후 사랑의 의미와 사랑의 실천에 대해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설이를 다시 만나기 위해 새로 주어진 삶도 미련 없이 포기한 채우. 채우에게 있어 설이는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켜주고 싶고 자신의 모든 것과 바꿔서라도 어떤 모습으로라도 꼭 만나고 싶었던 존재였다.
채우는 자신의 결말이 어떠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않았다. 그저 설이와의 약속을 지키고 그 아이가 어떤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든 행복을 빌어주고 지켜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설이가 어느 세상 어디에 있든 어떤 모습으로 있든, 채우는 설이가 자신에 대한 생각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자신을 기억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채우나 채우처럼 그러한 꿈같은 기대를 가지고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잊지 못하는 사람'을 만나러 온 한 쪽의 일방적인 생각에 지나지 않았음을 아는 순간 너무나 가슴이 먹먹하고 아팠다.
상대도 다시 사람으로 태어났다는 것은 이전 삶에서 죽어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면 분명 그때 만호가 접근하여 '다시 태어날 생'과 '사랑하는 이를 만날 기회'를 바꾸자는 제안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사람이 다음 생에 다시 사람으로 태어났다는 것은?
사람은 태어나서 주어진 시간을 다 살고 나면 그것으로 끝이다. 만약 다른 세상에서 다시 태어난다면 그 삶은 다른 사람의 삶이지 그 사람의 삶이 연장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그 주어진 시간 안에서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최선을 다하면 그만인 것이다.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주어도 모자라고 부족하게 느껴져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살면서 최선을 다해 사랑했음에도 부족하게 느낄 때,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도 너를 다시 만나 사랑하고 그때는 더 많은 것을 해 주겠다는 약속을 하곤 한다. 하지만 이것은 부질없는 약속이다. 만약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그 생애에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면 그만인 것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은 그 세상에서 끝나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후회 없는 인생을 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채우는 자신이 모드 것을 포기하고 이 세상에 설이를 만나러 온 것을 후회할까?
가슴 따뜻하면서도 슬픈 채우의 사랑을 책을 통해 꼭 확인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