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여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2
엘리자베스 개스켈 지음, 이리나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회색 여인>은 처음에는 화자의 이야기로 진행되다가 화자가 '회색 여인'이라 불린 '아나 셰러'의 편지를 건네받고는 그 편지의 내용으로 진행되고 있다.

네카어 강가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이 유행이었던 시절 나 역시 그곳에 친구 몇 명과 간 적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주문한 커피와 쿠헨과 시나몬 케이크를 거의 다 먹어갈 무렵 하늘에서 갑작스레 굵은 비가 떨어졌다. 친절한 사장은 미처 몸을 피하지 못하고 정원에 남아있던 사람들을 집안으로 들였고, 셰러 씨와 오래 알고 지낸 내 친구가 셰러 부인을 보러 내실로 가자고 했다. 내실에서 친구가 셰러 부인과 이야기하는 동안 나는 방을 둘러보았고 시선을 끄는 여인의 그림을 발견하고는 그녀가 누구인지 궁금했다. 셰러 부인은 그녀가 셰러 씨의 대고모 '아나 셰러'임을 알려주며 그녀가 공포로 얼굴색을 완전히 잃어 '회색 여인'이라 불렸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자세한 것은 모른다며 자신의 남편에게 물어보라고 하여 셰러 씨에게 물어보니, 셰러 씨는 대고모가 자신의 딸에게 쓴 편지를 나와 친구에게 빌려주었다.

편지에는 아나가 자신의 사랑하는 딸 우르줄라와 앙리와의 결혼을 반대함으로써 딸이 자신에게 퍼부은 원망의 말에 슬퍼하고 고통스러워하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결혼을 반대하는 이유가 적혀 있는데….


<마녀 로이스>는 1692년 미국 보스턴 근교의 세일럼에서 실제 발생한 마녀재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로이스의 아버지 바클리 목사는 열병으로 이미 돌아가셨고 이제는 어머니까지 돌아가시려고 했다. 어머니는 로이스에게 바퍼드에 남지 말고 미국의 뉴잉글랜드 세일럼에 사는 자신의 남동생 랠프 힉슨을 찾아가서 몸을 의지할 것을 바랐다. 바퍼드에는 로이스를 기꺼이 맡아줄 사람도 있고, 자신을 사랑하는 휴 루시가 있음에도 로이스는 어머니의 유언에 따른다.

아버지의 오랜 친구 홀더니스 선장의 도움으로 미국에 있는 외삼촌 집에 도착한 로이스는 아파서 누워있는 외삼촌을 제외하고는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했다. 특히 외숙모 그레이스는 로이스가 세일럼에 온 때부터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나마 나이가 비슷한 사촌 페이스와 친하게 지냈지만 페이스는 개인적인 이유로 우울해하는 시간이 많았다. 갈수록 증상이 심해져 그런 페이스를 위로하기 위해 로이스가 밤에 침대에 누워 영국의 관습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며 핼러윈에 했던 장난들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자는 줄로만 알았던 사촌 프루던스가 그 이야기를 듣고는 비명을 지르며 로이스가 핼러윈에 했던 놀이를 언급하며 로이스에게 악마가 있다고 외숙모에게 언급하는데….


<늙은 보모 이야기>에서는 늙은 보모 헤스터가 아씨에게 오래전 아씨의 어머니 로저먼드 아가씨가 태어날 때부터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평화롭고 행복했던 아가씨의 집안은 아가씨가 네다섯 살 무렵, 아가씨 어머니의 부모님이 2주 간격으로 차례로 돌아가시며 불행이 시작된다. 긴 여행에서 돌아온 아가씨의 아버지도 열병으로 죽고 말지만, 둘째를 임신하고 있던 아가씨의 어머니는 뱃속의 아이를 생각하며 겨우 버틴다. 하지만 둘째 아이마저 죽자 결국 어머니도 죽음에 이르렀고, 어린 로저먼드 아가씨와 보모는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노섬벌랜드에 있는 퍼니벌 대저택으로 가게 되는데….



<회색 여인>에서는 당시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에 따라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투렐과 결혼하게 된 아나가 남편 투렐의 겉모습과 다른 실제 모습을 발견하고는 두려움을 누르고 하녀이자 남편 역할을 하게 되는 아망테와 도망을 치며 살아남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도망 과정 중에 드러나는 아나와 아망테의 동성애와 진정한 사랑과 희생.

그리고 아나가 '회색 여인'이 될 수밖에 없었던 사연.

마지막에 아나가 딸의 결혼을 반대한 이유와 그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충격으로 숨이 턱 멎는 듯했다.


<마녀 로이스>는 실제 마녀재판의 상황을 그대로 소설에 옮겨와 보여줌으로써 그 소동이 실제 마녀를 처단한 사건이 아닌 개개인의 이해관계에 의해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를 처리하는 수단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집단 광기로 발전해 힘없는 여성들이나 인디언, 비주류 종교인 등 엄청난 수의 무고한 생명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주인공 로이스 역시 영국에서 건너온 이교도에다가 외삼촌 가족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그들과 제대로 어울리지 못해 사촌들의 시기와 질투를 받아 무고하게 희생된다.

"그들이 아무리 회개한들 로이스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고 로이스를 살려낼 수도 없습니다."라는 휴 루시의 말은 소설을 읽는 동안 참고 있던 눈물이 떨어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울컥하며 치밀어 오르는 슬픔인지 분노인지 모를 감정으로 인해 소설을 끝내고도 한동안 마음을 가다듬어야 했다.


<늙은 보모 이야기>는 고딕소설의 전형을 보여주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유령과 대저택이라는 한정된 공간,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가족의 비밀.

눈보라치는 계절로 인해 으스스함은 절정에 달하고 그 끝에 드러난 진실은 더욱 충격적이고 오싹함을 안겨주었다.


엘리자베스 개스켈의 작품들은 오래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상황과 처우에 대한 인식을 달리할 것을 목소리 내고 있다. 그리고 유령과 공포 이야기로 대변되는 고딕소설 속에서 목소리를 내어 자신의 고통을 이야기하는 여인들을 통해 당시 남성 중심의 사회구조 속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힘없는 여성들의 삶과 사회가 그들의 삶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는지 조금은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다음 시즌에는 '휴머니스트'에서 어떤 주제의 고전소설을 출판할지 너무 기대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