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100년 전쟁 - 정착민 식민주의와 저항의 역사, 1917-2017
라시드 할리디 지음, 유강은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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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라시드 할리디는 지난 100년 동안 이어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유혈 충돌은 동등한 두 당사자 사이의 충돌이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즉 영국과 미국 등의 지지와 지원을 받고 있는 시온주의가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아랍 영토에서 팔레스타인인을 쫓아내고 그곳을 자신들의 민족적 고국 즉 유대 국가로 바꾸는 정착민 식민주의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고 했다.


할리디는 팔레스타인 100년 전쟁의 역사를 1917년 밸푸어 선언부터 2014년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폭격까지 크게 여섯 단계의 선전포고로 나누어 설명하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이 어떻게 야만적이고 비인도적으로 민족적, 정치적으로 말살을 당해오고 있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1917년 11월 2일 당시 세계 최강의 영국이 팔레스타인에 유대 국가를 세워 주권을 확보한다는 시온주의 운동을 지지하는 밸푸어 선언을 발표한다. 이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100년 전쟁의 시작을 알림과 동시에 팔레스타인의 가혹한 운명을 알리는 선언이었다.

이 선언은 <팔레스타인에 유대인의 민족적 본거지를 수립하는데 찬성한다>는 모호한 구절을 담고 있는데 이것은 사실상 팔레스타인 전체에 유대 국가를 세워 주권을 확보하고 이민을 통제한다는 시온주의의 목표를 지지한다고 약속한 것이었다.

이 선언은 당시 팔레스타인에 거주하고 있던 94퍼센트에 달하는 압도적 다수의 아랍 주민들에 대해서는 애매하게 언급하며 그들을 한 민족이나 집단으로 거론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어떠한 민족적 권리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고, 6퍼센트에 해당하는 극소수 사람들을 '유대인'이라 지칭하며 민족적 권리를 부여했다.

그러나 이 밸푸어 선언은 영국군의 군정 당국에 의한 뉴스 공개 금지와 검열, 연합군의 해상 봉쇄 등으로 알려지지 않다가 입에서 입으로 소식이 전해지고 외국 신문을 통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알려진다.


1922년 새롭게 구성된 국제연맹은 팔레스타인 위임통치령을 반포하여 영국의 통치를 공식화하면서 밸푸어 선언을 그대로 받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약속을 크게 확대했다. 위임통치령에는 오직 유대인만이 팔레스타인과 역사적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서술되어 있다. 즉 팔레스타인에서 지난 2000년에 걸쳐 축조된 한 민족의 역사를 고스란히 지워버린 것이다.

또한 위임통치령은 민족적 본거지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 시온주의 운동에 특권과 편의를 확대했고, <공적 기구>로서 유대인 기구에 준정부 지위를 부여했다. 이 위임통치 권력이 이민 유입을 촉진하고 장려했으며, 유대인이 팔레스타인 시민권을 쉽게 획득할 수 있도록 하는 국적법도 마련했다.


팔레스타인의 종족 청소는 1948년 5월 15일 이스라엘 국가 선포 한참 이전에 시작되었는데, 1949년에 이르면 신생 이스라엘 국가가 된 지역에 사는 아랍 주민의 80퍼센트가 자기 집에서 쫓겨나고 토지와 재산을 잃었으며, 130만 팔레스타인인 가운데 최소 72만 명이 난민 신세가 되었다.



할리디는 이제 100년을 이어온 분쟁을 종식하기를 바라며 팔레스타인인들 또한 그들의 방법을 신중하게 재평가할 필요성을 재기했다.

그렇다면 팔레스타인의 민족적 목표를 어떻게 규정해야 할까?

점령을 종식하고 팔레스타인 식민화를 번복하는 것, 팔레스타인 위임통치령에서 이스라엘에 빼앗기고 남은 22퍼센트 땅에 아랍권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해서 팔레스타인 국가를 수립하는 것, 현재 국외에서 사는 나머지 절반의 팔레스타인인을 고국으로 귀환시키는 것, 팔레스타인 땅 전역에서 모두가 동등한 권리를 누리는 민주적이고 주권적인 두-민족국가를 창설하는 것, 또는 이 선택지들을 일부 조합하거나 변형하는 것 등 여러 가지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에 이스라엘이 동의를 할까?

앞으로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에 맞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고 주변 아랍 국가와 미국은 물론 세계 여론과 이스라엘 여론에도 호소하며 정당성을 확보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아직도 이들의 전쟁은 끝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살기를 원하지만 이스라엘은 난민 문제나 팔레스타인인들의 귀환 요구를 재고의 가치도 없는 것으로 여긴다.

유대인들도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엄청난 학살을 당하고 고통을 겪었음에도 그들이 나치에 의해 고통받은 것 이상으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만행을 일삼고 있다는 사실에 분개를 하면서 책장을 넘길 수밖에 없었다.

어서 빨리 평화적 공존의 방안이 제시되어 더 이상 고통받는 이들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팔레스타인 분쟁을 역사적 사실에 기인하여 좀 더 객관적인 시선에서 바라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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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
석영중 지음 / 열린책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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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 주년 되는 해이다. 그래서 출판사들마다 그의 탄생을 기념하여 앞다퉈 그의 작품들을 재출간하거나 기념판을 출판하고 있다.

러시아 문학이 세계 문학사에서도 특유의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그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이 도스토옙스키임에도 불구하고, 부끄럽게도 나는 그의 작품이 다소 난해하거나 너무 길어서 완독하기가 힘들어 중도에 포기했던 적이 많았다. 영미문학에 익숙한 나로서는 친해질래야 친해질 방법이 없는 분야였다. 물론 도스토옙스키의 단편들 몇 편을 읽기는 했지만.


그러던 중 이번에 출판사 <열린책들>에서 도스토옙스키의 작품들에 친숙해지는 길잡이 책으로 러시아 문학의 전문가 석영중 교수님의 『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을 출판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 책을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기회가 도스토옙스키와 친해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면서 책을 들었다.



일단 이 책은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전체가 아니라, 석영중 교수님이 생각하는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대목과 무언가 의미를 전달하는 대목, 의미를 떠나 문장 자체가 멋진 대목, 읽으면서 생각에 빠져들었던 대목, 읽으면서 눈물을 흘렸던 대목을 200개로 간추려 싣고 있다.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한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 얼마 되지 않아 읽는데 부담이 없이 술술 읽혔다. 생각날 때마다 한 개씩 읽고 의미를 곱씹어 봐도 좋을 듯하다.


이 책은 도스토옙스키의 작품들 속에 드러난 '불안', '고립', '권태'부터 '사랑', '용서', '기쁨' 등에 이르는 의식들을 12가지로 분류하여 그 키워드에 맞는 각 작품 속의 장면들을 발췌하여 설명하거나 해설을 하고 있다. 확실히 석영중 교수님이 머리말에서 밝힌 대로 소설의 맥락에서 뚝 떨어져 나온 장면들은 소설 전체를 읽을 때와는 달리 스토리 이해가 쉽지 않거나 작품의 감동이 잘 전달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확실히 혼자서 무작정 소설책을 보며 이해하기 어려워 힘들어하는 것보다는 이 책을 읽음으로써 일부나마 각 작품들 대목 속에서 드러난 도스토옙스키의 철학적, 도덕적 문제 제기와 담대한 비평정신을 알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내가 읽다가 포기했던 작품들이나 아직 읽어보지 못했던 작품들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도스토옙스키가 작품마다 그려낸 인물들과 그들이 속한 세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보적 개성을 지니고 있고, 인물들은 자신의 삶에 대한 애착과 이타적인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을 통해 도스토옙스키의 파란만장한 삶의 여정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그의 작품들을 극히 일부만 접했음에도, 그 작품들이 보여주는 충격적 서사들은 도스토옙스키가 광기 어린 천재성과 열정을 가진 압도적이고 위대한 작가임을 알게 해 주었다.

『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은 확실히 도스토옙스키 작품의 올바른 길잡이가 되어줄 책인 것 같다.

올해는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을 하나씩 읽고 석영중 교수님의 설명을 되새기며 도스토옙스키 문학의 치열함을 감히 이해하고 심취해 보고 싶다.

이 책을 만난 것이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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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 박노해 사진에세이 2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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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현실은 제가 어찌할 수 없지만

이 어린 양들은 제가 지켜줄 겁니다.

대대로 살아온 터전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어린 양의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게 하는 것이

제가 이 생에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겠지요."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 p.46


미군의 무인폭격기가 폭음을 울리는 파키스탄 파슈툰에서 작가는 목자를 만났다.

목자의 품에서 어린 양은 떨고 있지만 그의 눈빛은 단단하게 흔들림이 없다. 이 세상은 자신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지만 양들만은 자신의 힘으로 지켜낼 수 있다는 단단한 믿음과 확고한 각오가 있기에.

그는 아무도 찾지 않는 오지에서 오늘도 혼자 묵묵히 그가 그의 삶에서 해야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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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사진에세이 3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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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는 갈 수 없다. 웃으며 가는 길이라도.

함께라면 갈 수 있다. 눈물로 가는 길이라도."

『길』 p.120


파키스탄 펀자브 지방.

한적한 길이지만 그들을 위협하는 총구가 어디서 그들을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일상이 되어버린 죽음의 그림자는 형제에게 위협이 될 수 없다. 그들은 그들의 앞길에 무엇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의심하지 않고 서로를 의지하며 결코 길을 잃지 않고 그들이 향하고자 하는 곳을 향해 나아갈 뿐이다.

그들은 함께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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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100년 전쟁 - 정착민 식민주의와 저항의 역사, 1917-2017
라시드 할리디 지음, 유강은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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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공군은 벼락같은 선제공격으로 이집트와 시리아, 요르단의 전투기가 이륙하기도 전에 대부분 파괴했다. 이로써 이스라엘은 공중에서 완벽하게 우위에 섰는데, 그 계절에 사막 지역에서 공중의 우위는 지상군에 절대적인 이점을 제공했다. 그리하여 이스라엘 기갑부대는 시나이반도와 가자 지구, 아랍 지역인 동예루살렘을 비롯한 요르단강 서안, 골란고원을 6일 만에 정복할 수 있었다.

p.147



1967년 이스라엘의 군대는 아랍 각국의 군대 전체를 합친 것보다 훨씬 우월했고, 다른 모든 분야에서도 앞섰다. 이스라엘은 첫날 기습에서 승리를 이미 결정지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6일전쟁 이후 국제사회의 대다수의 공모 하에 이루어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체성 부정으로 인해 팔레스타인의 민족의식이 이례적으로 부활했다.

어느 전문가는 이것을 이렇게 표현했다.

"1967년의 핵심적인 역설은 이스라엘이 아랍인들을 쳐부숨으로써 팔레스타인인들을 부활시켰다는 것이다."


시온주의 강경파가 정의하는 시온주의 기획의 궁극적 성공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대체하는 것이었다.

유대인들은 그들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고통을 겪었음에도 그들이 겪었던 고통을 그대로, 아니 더욱 강도를 높여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자행했다. 팔레스타인이라는 이름과 팔레스타인인의 존재 자체가 이스라엘에 치명적 위협이 된다고 생각해 그 두 단어를 테러리즘과 증오와 연결하는 홍보를 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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