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팔레스타인 100년 전쟁 - 정착민 식민주의와 저항의 역사, 1917-2017
라시드 할리디 지음, 유강은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1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205/pimg_7114282153296381.jpg)
이 책의 저자 라시드 할리디는 지난 100년 동안 이어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유혈 충돌은 동등한 두 당사자 사이의 충돌이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즉 영국과 미국 등의 지지와 지원을 받고 있는 시온주의가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아랍 영토에서 팔레스타인인을 쫓아내고 그곳을 자신들의 민족적 고국 즉 유대 국가로 바꾸는 정착민 식민주의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고 했다.
할리디는 팔레스타인 100년 전쟁의 역사를 1917년 밸푸어 선언부터 2014년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폭격까지 크게 여섯 단계의 선전포고로 나누어 설명하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이 어떻게 야만적이고 비인도적으로 민족적, 정치적으로 말살을 당해오고 있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1917년 11월 2일 당시 세계 최강의 영국이 팔레스타인에 유대 국가를 세워 주권을 확보한다는 시온주의 운동을 지지하는 밸푸어 선언을 발표한다. 이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100년 전쟁의 시작을 알림과 동시에 팔레스타인의 가혹한 운명을 알리는 선언이었다.
이 선언은 <팔레스타인에 유대인의 민족적 본거지를 수립하는데 찬성한다>는 모호한 구절을 담고 있는데 이것은 사실상 팔레스타인 전체에 유대 국가를 세워 주권을 확보하고 이민을 통제한다는 시온주의의 목표를 지지한다고 약속한 것이었다.
이 선언은 당시 팔레스타인에 거주하고 있던 94퍼센트에 달하는 압도적 다수의 아랍 주민들에 대해서는 애매하게 언급하며 그들을 한 민족이나 집단으로 거론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어떠한 민족적 권리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고, 6퍼센트에 해당하는 극소수 사람들을 '유대인'이라 지칭하며 민족적 권리를 부여했다.
그러나 이 밸푸어 선언은 영국군의 군정 당국에 의한 뉴스 공개 금지와 검열, 연합군의 해상 봉쇄 등으로 알려지지 않다가 입에서 입으로 소식이 전해지고 외국 신문을 통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알려진다.
1922년 새롭게 구성된 국제연맹은 팔레스타인 위임통치령을 반포하여 영국의 통치를 공식화하면서 밸푸어 선언을 그대로 받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약속을 크게 확대했다. 위임통치령에는 오직 유대인만이 팔레스타인과 역사적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서술되어 있다. 즉 팔레스타인에서 지난 2000년에 걸쳐 축조된 한 민족의 역사를 고스란히 지워버린 것이다.
또한 위임통치령은 민족적 본거지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 시온주의 운동에 특권과 편의를 확대했고, <공적 기구>로서 유대인 기구에 준정부 지위를 부여했다. 이 위임통치 권력이 이민 유입을 촉진하고 장려했으며, 유대인이 팔레스타인 시민권을 쉽게 획득할 수 있도록 하는 국적법도 마련했다.
팔레스타인의 종족 청소는 1948년 5월 15일 이스라엘 국가 선포 한참 이전에 시작되었는데, 1949년에 이르면 신생 이스라엘 국가가 된 지역에 사는 아랍 주민의 80퍼센트가 자기 집에서 쫓겨나고 토지와 재산을 잃었으며, 130만 팔레스타인인 가운데 최소 72만 명이 난민 신세가 되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205/pimg_7114282153296382.jpg)
할리디는 이제 100년을 이어온 분쟁을 종식하기를 바라며 팔레스타인인들 또한 그들의 방법을 신중하게 재평가할 필요성을 재기했다.
그렇다면 팔레스타인의 민족적 목표를 어떻게 규정해야 할까?
점령을 종식하고 팔레스타인 식민화를 번복하는 것, 팔레스타인 위임통치령에서 이스라엘에 빼앗기고 남은 22퍼센트 땅에 아랍권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해서 팔레스타인 국가를 수립하는 것, 현재 국외에서 사는 나머지 절반의 팔레스타인인을 고국으로 귀환시키는 것, 팔레스타인 땅 전역에서 모두가 동등한 권리를 누리는 민주적이고 주권적인 두-민족국가를 창설하는 것, 또는 이 선택지들을 일부 조합하거나 변형하는 것 등 여러 가지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에 이스라엘이 동의를 할까?
앞으로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에 맞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고 주변 아랍 국가와 미국은 물론 세계 여론과 이스라엘 여론에도 호소하며 정당성을 확보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아직도 이들의 전쟁은 끝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살기를 원하지만 이스라엘은 난민 문제나 팔레스타인인들의 귀환 요구를 재고의 가치도 없는 것으로 여긴다.
유대인들도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엄청난 학살을 당하고 고통을 겪었음에도 그들이 나치에 의해 고통받은 것 이상으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만행을 일삼고 있다는 사실에 분개를 하면서 책장을 넘길 수밖에 없었다.
어서 빨리 평화적 공존의 방안이 제시되어 더 이상 고통받는 이들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팔레스타인 분쟁을 역사적 사실에 기인하여 좀 더 객관적인 시선에서 바라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205/pimg_7114282153296383.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