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여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2
엘리자베스 개스켈 지음, 이리나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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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여인>


셰러 부인이 그러는데, 이 백합 같고 장미 같은 예쁜 여인이 공포로 얼굴색을 완전히 잃어서 '회색 여인'이라 불렸다는 얘기가 전해 내려온대. 이 아나 셰러란 사람이 평생 공포에 시달린 것 같긴 한데, 자세한 건 모른다고 자기 남편한테 물어보라고 하네.

p.13



네카어 강가의 제분소가 특별히 매력적인 곳은 아니었지만 그곳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이 유행이라 독일 전역에서 사람들이 찾아왔던 적이 있었다. 나 역시 1840년 경 그곳에 친구 몇 명과 간 적이 있었는데, 그곳의 사장 셰러 씨는 친절하고 유쾌하며 중후한 인상의 나이 든 남자였다.

주문한 커피와 쿠헨과 시나몬 케이크를 거의 다 먹어갈 무렵 하늘에서 갑작스레 굵은 비가 떨어졌다. 친절한 사장은 미처 몸을 피하지 못한 정원에 남은 사람들을 집안으로 들였고, 셰러 씨와 오래 알고 지낸 내 친구가 셰러 부인을 보러 내실로 가자고 했다. 내실에서 친구가 셰러 부인과 이야기하는 동안 나는 방을 둘러보았고 그러던 중 시선을 끄는 그림을 하나 발견하게 되었는데….


셰러 씨의 대고모인 아나 셰러는 무슨 일이 있었기에 예쁜 얼굴의 얼굴색을 잃어 '회색 여인'으로 불리게 된 걸까? 대체 무슨 사연이 있길래 딸이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지 못하게 그런 편지들을 써야 했을까?

그녀가 평생 겪은 공포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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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의 씨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3
이디스 워튼 지음, 송은주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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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녀의 종>


하녀의 말에 앞을 보니 복도 저만치에 서 있는 한 여자가 보였다. 그녀는 우리가 지나자 문간으로 물러섰다. 하녀는 그녀를 의식하지 않는 듯했다. 하얀 얼굴에 마른 여자였고, 어두운색의 나사로 된 가운을 입고 앞치마를 둘렀다.

p.206



앨리스 하틀리는 장티푸스를 앓아 병원에서 석 달을 지내고 나와보니 그녀를 하녀로 고용하려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가진 돈도 거의 떨어져 가 일자리를 구해야 했기에 직업소개소를 찾아다니며 그럭저럭 점잖은 광고에 연락해 보았지만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중 자신을 미국에 데려와 준 귀부인의 친구 레일턴 부인과 마주쳤다. 레일턴 부인은 그녀의 몰골을 보고 그녀의 사정을 알게 되었고 그녀를 자신의 조카딸 브림프턴 부인의 하녀로 취직시켜 준다. 브림프턴 가에 도착한 하틀리는 다른 하녀에게 자신의 방을 안내받던 중 정체 모를 여자와 마주치는데….


대체 그 여자의 정체는 무엇이기에 다른 하녀는 그 여자를 신경 쓰지 않는 걸까? 그리고 그 여자가 모두가 모여있는 하인들의 방에도 들어왔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 여자를 신경 쓰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 앞으로 나오지 않아서인가?

그리고 방마다 종이 있고 브림프턴 부인의 방과 하틀리 방 사이 연결된 종도 있는데 왜 굳이 번거롭게 다른 하녀를 불러 하틀리를 부르러 갈 거라고 하는 걸까?

무언가 비밀이 많은 집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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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80
움베르토 에코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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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소라는 베네딕트회의 젊은 수련사는 프란체스코 수도회의 수도사인 윌리엄을 따라서 여러 도시와 수도원들을 돌아다녔다.

그러던 중 윌리엄은 한 수도원의 수도원장에게 그 수도원에서 얼마 전 추락사한 상태로 발견된 아델모라는 수도사의 죽음에 대하여 조사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심오한 계략이든 뭐든 찾을 수도 없을 법한 문제였지만, 수도사에게 있어 자살이라는 것은 큰 죄악에 해당했기에 아델모가 자살한 것이 아닐 거라는 생각에서 하게 된 부탁이었던 것이다.


이에 윌리엄은 기꺼이 승낙하는 듯한 의사를 표했고, 수도원장은 윌리엄에게 모든 곳을 출입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다. 그러나 수도원장이 기겁을 하며 안 된다고 말한 곳이 있었는데, 그곳은 바로 장서관이었다. 장서관은 위치상으로도 조사 대상에 포함되는 유력한 후보 중 하나였지만, 장서관에는 귀중한 서책이 많아 담당 수도사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출입할 수 없다는 말에 윌리엄은 어쩔 수 없이 장서관을 제외한 다른 장소들을 조사하며 아델모의 죽음에 대한 단서를 찾기 시작한다.


그렇게 조사를 하던 중 윌리엄과 아드소는 문서 사자실에서 몇 명의 수도사들을 만나 아델모에 대한 이야기, 또 아델모가 죽기 며칠 전 그들이 나누었던 대화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렇게 여러 곳을 조사하고 다닌 지 하루도 되지 않은, 도착한 바로 다음날 아침, 베난티오라는 수도사가 시신으로 발견된다. 마치 누군가 와서 보라는 듯이 돼지 피가 가득 담긴 항아리에 거꾸로 박힌 상태로. 베난티오는 그 전날 문서 사자실에서 윌리엄과 아드소의 질문에 답변을 해주던 수도사 중 한 명이었다.


그렇게 또 다른 죽음이 일어난 상황, 게다가 이번 상황은 누가 봐도 타살이었다. 익사한 모습이 아니었으니, 사망한 뒤에 시신이 알아서 걸어가 항아리에 빠졌을 리도 없고, 확실히 누군가가 베난티오 수도사를 죽인 뒤 그를 항아리에 넣은 것이 틀림없었다.

윌리엄은 죽은 베난티오 수도사가 장서관에서 죽은 것임을 거의 확신하다시피 하였다. 그는 누군가가 베난티오 수도사를 죽였고, 이를 통해 어떠한 의미를 전달하려 했으며, 다른 곳이었다면 그냥 두었겠지만 출입이 금지시 되는 장서관이기에 타인이 발견할 가능성이 없었으므로 일부러 잘 보이는 곳에 둔 것이라 추측했다.

그 후로도 조사는 계속되었고, 조사를 계속할수록 대상이 좁혀진 끝에 장서관만 남았다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에 다다랐다. 결국 윌리엄은 아드소와 함께 수도원 본관에 아무도 없는 시간대를 틈타서 장서관 침입을 거행하는데….



『장미의 이름』은 상권과 하권으로 나뉘어 있고, 상권에는 이 책의 '필자'가 아드소의 수기를 발견해 번역하게 된 사연부터 시작해서 아드소와 윌리엄이 수도원에 도착한 후 3일간의 조사와 사건들이 담겨 있다.

절반도 되지 않는 내용의 분량이 어마어마하다는 것(무려 435 페이지!)에 조금 긴장하며 읽기 시작했지만, 읽다 보니 길어서 다행이지 짧았으면 내용이 많이 허전하고 뭔가 부실했을 것 같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런 명백한 이유도 없이 죽어버린 두 수도사, 그리고 소장하고 있는 책들이 귀중하므로 소중히 다뤄야 한다는 이유하에 담당 수도사를 제외하면 그 누구라도 출입이 제한되는 장서관. 이와 더불어 중세 시대 수도원이라는 배경이 다른 추리 소설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이색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그리고 7일이라는 시간을 매일 특정 일과를 기준으로 나누어 장을 분리하는 것 또한 독특한 특징이며 작중 상황을 그려내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중세 수도원이라는 배경에서, 또 배경이 그러하기에 더욱 사건들의 실마리와 이유, 의도들을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 작가는 교묘하게 비밀들과 이야기들을 숨겨내어 읽는 이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그리고 또다시 발견되는 시체….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하권으로 손을 뻗게 만든다.

살인 사건을 둘러싼 진실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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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읽는 그리스 로마사 - 신화가 아닌 보통 사람의 삶으로 본 그리스 로마 시대
개릿 라이언 지음, 최현영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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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태껏 잘 정제된 이야기와 역사 속에 존재하는 그리스·로마를 만나왔다. 즉 시대순으로 나열된 역사 속에서 혹은 위대한 인물을 탐구하는 과정 속에서 학문적으로 접근하여 바라본 그리스·로마 이야기에 익숙하다.

물론 역사라는 큰 흐름 속에서 그리스·로마를 들여다보는 것도 중요하고 꼭 필요하겠지만, 이런 이야기들은 그리스·로마를 연구하고 공부하는 사람들 이외 일반인들의 관심사와는 거리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평범한 독자들은 그리스·로마의 역사와 영웅들의 특별하고 위대한 삶에도 관심이 있지만 당시 일반적인 그리스·로마인들의 평범하고 일상적인 삶도 매우 궁금해한다.


저자 개릿 라이언은 그런 독자들의 관심과 요구에 부응해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주제의 그리스·로마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가 평소 궁금해하지만 딱히 알려주는 책이 없는 세속적이고 진솔한 그리스·로마의 진짜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누구나 한 번쯤 궁금해봤을 흥미로운 관심사를 36가지의 질문의 형태로 제시하고 그에 답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의복'과 '면도'라는 주제부터 그리스·로마 시대 이후 '그리스·로마인의 진정한 후손은 누구일까'라는 주제까지 일반인들의 삶을 통해 그리스·로마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책에 제일 처음 나오는 질문은 '그리스·로마인들은 왜 바지를 입지 않았을까?'이다.

그리스·로마 의복은 양쪽 다 몸에 걸치는 것이 특징으로 이렇게 몸에 걸치는 형태의 의복은 기후에 적합했고 사회적 상황이나 날씨에 따라 유연하게 변형이 가능했다고 한다. 올바른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이 옷들에는 호주머니 같은 것이 없었다고 하니 그다지 실용적이지는 않았을 것 같다.

더군다나 남성들은 대부분 옷 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아서 의도치 않게 남에게 성기를 시원하게 보여주는 일이 많았다고 하니, 그들이 아무리 그리스를 침공했던 페르시아인이나 온몸에 문신을 새기고 맥주를 들이켜는 게르만족을 연상해 바지를 야만적인 것으로 여겼다 하더라도 의복으로 바지가 발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눈을 끈 제목 중 하나는 '남색 행위가 지극히 흔한 일로 여겨진 이유는?'이다.

당시 그리스·로마인들은 남성의 성 정체성을 욕구 대상이 아닌 성관계에서 맡은 역할에 의해 규정했기 때문에 상대가 여성인지 소년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하여 성인 남성이 여성과 소년 모두에게 끌리는 것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여겼고, 소년과 성관계를 가지는 남성을 변태나 아동 성학대자로 간주하지 않았다고 한다.

서기 130년 로마제국의 하드리아누스 황제는 자신의 10대 소년 연인이었던 안티노우스가 나일강에 빠져 죽자 비탄에 빠져 그를 불멸의 신 중 하나로 추대했고, 이에 로마 황제에게 충성하던 도시들은 그의 모습을 딴 동상을 제작해야 했다. 그리하여 로마제국의 속주에서는 안티노우스 신앙의 광신도와 신탁소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리스·로마 시대의 남색의 기원과 발달과정은 책에 자세히 나와 있으니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바란다.

이와 같은 성인 남성과 소년의 관계는 소년이 성인이 될 때까지였다고 한다. 그 시점을 지나면 남성이 독립적이고 우수한 성인이 된 동료 시민을 모독한 것으로 되어 그들의 성관계는 수치스러운 것이 되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지금과는 많이 다른 사고방식과 연애 모습에 신기하며 놀랍기만 했다.



이 외에 이 책은 당시 그리스·로마인들은 어떤 반려동물들을 키웠으며, 일상에서 어떤 음식들을 먹었으며, 그들의 평균 수명과 평균 키는 어땠는지, 이혼이라는 제도가 존재했는지, 그리스·로마인도 신화를 믿었는지, 현대인들처럼 그들도 헬스장을 다녔는지, 그리스·로마인들에게 인기 있는 여행지가 있었는지 등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통해 그리스·로마 시대를 들여다보고 있다.

우리 삶이 그러하듯 시대를 막론하고 사람 냄새나는 삶의 이야기가 좀 더 피부에 잘 와닿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부록으로 <고대 시대에 대한 간략한 문답 시간>이 있는데, 이것은 가상의 독자와 저자 사이의 그리스·로마 역사에 관한 속성 강좌이다.

이것만 읽어보아도 그리스·로마 역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거꾸로 읽는 그리스 로마사』라는 제목에서 '그리스 로마사'라는 글자만 보고 여태껏 출판된 책들과 똑같은 주제의 그리스·로마 이야기를 다룰 거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이 책을 펼치는 순간 그 흥미진진한 주제와 이야기에 푹 빠져버릴 것이라고 감히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딱딱하지 않고 흥미롭고 재미있게 그리스·로마 시대에 접근하여 알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꼭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일반 소설보다 더 소설 같고 재미있는 『거꾸로 읽는 그리스 로마사』 강.력.추.천.






*출판사로부터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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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목소리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4
버넌 리 지음, 김선형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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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질긴 사랑> - 스피리디온 트렙카의 일기 중에서


우르바니아의 역사에는 그 나름대로 로맨스가 없지 않다. 다만(늘 그렇듯) 무미건조한 학계가 이 로맨스를 무시했을 뿐이다. 이곳에 오기 전부터 나는 괄테리오와 데상크티스 신부가 쓴 우르바니아 역사의 메마른 책장에 등장했던 한 이상한 여인에게 마음이 끌렸다.

p.113



스피리디온 트렙카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탈리아에 와서 과거와 대면하기를 바랐고, 현학과 예술의 비평으로 가득한 저서를 써 현장 탐사 연구비를 받아 이탈리아의 우르바니아에 오게 되었다.

우르바니아에 온 초기 며칠 동안은 하루 온종일 기록 보관소에서 보내며 따분해 죽기 일보 직전까지 소장의 장광설을 들어주곤 했다. 이후 이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우르바니아 역사에 등장했던 메데아 다 카르피의 흔적을 찾기 시작하는데….


대체 얼마나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여자이기에 그토록 잔인하고 부도덕함에도 모든 남자들이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것일까?

짧은 생애 동안 다섯 명의 연인을 참혹한 파국으로 몰아넣은 메데아에게 관심을 넘어 정신을 빼앗기는 모습을 보이는 스피리디온이 불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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