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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 - 상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80
움베르토 에코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아드소라는 베네딕트회의 젊은 수련사는 프란체스코 수도회의 수도사인 윌리엄을 따라서 여러 도시와 수도원들을 돌아다녔다.
그러던 중 윌리엄은 한 수도원의 수도원장에게 그 수도원에서 얼마 전 추락사한 상태로 발견된 아델모라는 수도사의 죽음에 대하여 조사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심오한 계략이든 뭐든 찾을 수도 없을 법한 문제였지만, 수도사에게 있어 자살이라는 것은 큰 죄악에 해당했기에 아델모가 자살한 것이 아닐 거라는 생각에서 하게 된 부탁이었던 것이다.
이에 윌리엄은 기꺼이 승낙하는 듯한 의사를 표했고, 수도원장은 윌리엄에게 모든 곳을 출입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다. 그러나 수도원장이 기겁을 하며 안 된다고 말한 곳이 있었는데, 그곳은 바로 장서관이었다. 장서관은 위치상으로도 조사 대상에 포함되는 유력한 후보 중 하나였지만, 장서관에는 귀중한 서책이 많아 담당 수도사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출입할 수 없다는 말에 윌리엄은 어쩔 수 없이 장서관을 제외한 다른 장소들을 조사하며 아델모의 죽음에 대한 단서를 찾기 시작한다.
그렇게 조사를 하던 중 윌리엄과 아드소는 문서 사자실에서 몇 명의 수도사들을 만나 아델모에 대한 이야기, 또 아델모가 죽기 며칠 전 그들이 나누었던 대화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렇게 여러 곳을 조사하고 다닌 지 하루도 되지 않은, 도착한 바로 다음날 아침, 베난티오라는 수도사가 시신으로 발견된다. 마치 누군가 와서 보라는 듯이 돼지 피가 가득 담긴 항아리에 거꾸로 박힌 상태로. 베난티오는 그 전날 문서 사자실에서 윌리엄과 아드소의 질문에 답변을 해주던 수도사 중 한 명이었다.
그렇게 또 다른 죽음이 일어난 상황, 게다가 이번 상황은 누가 봐도 타살이었다. 익사한 모습이 아니었으니, 사망한 뒤에 시신이 알아서 걸어가 항아리에 빠졌을 리도 없고, 확실히 누군가가 베난티오 수도사를 죽인 뒤 그를 항아리에 넣은 것이 틀림없었다.
윌리엄은 죽은 베난티오 수도사가 장서관에서 죽은 것임을 거의 확신하다시피 하였다. 그는 누군가가 베난티오 수도사를 죽였고, 이를 통해 어떠한 의미를 전달하려 했으며, 다른 곳이었다면 그냥 두었겠지만 출입이 금지시 되는 장서관이기에 타인이 발견할 가능성이 없었으므로 일부러 잘 보이는 곳에 둔 것이라 추측했다.
그 후로도 조사는 계속되었고, 조사를 계속할수록 대상이 좁혀진 끝에 장서관만 남았다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에 다다랐다. 결국 윌리엄은 아드소와 함께 수도원 본관에 아무도 없는 시간대를 틈타서 장서관 침입을 거행하는데….
『장미의 이름』은 상권과 하권으로 나뉘어 있고, 상권에는 이 책의 '필자'가 아드소의 수기를 발견해 번역하게 된 사연부터 시작해서 아드소와 윌리엄이 수도원에 도착한 후 3일간의 조사와 사건들이 담겨 있다.
절반도 되지 않는 내용의 분량이 어마어마하다는 것(무려 435 페이지!)에 조금 긴장하며 읽기 시작했지만, 읽다 보니 길어서 다행이지 짧았으면 내용이 많이 허전하고 뭔가 부실했을 것 같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런 명백한 이유도 없이 죽어버린 두 수도사, 그리고 소장하고 있는 책들이 귀중하므로 소중히 다뤄야 한다는 이유하에 담당 수도사를 제외하면 그 누구라도 출입이 제한되는 장서관. 이와 더불어 중세 시대 수도원이라는 배경이 다른 추리 소설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이색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그리고 7일이라는 시간을 매일 특정 일과를 기준으로 나누어 장을 분리하는 것 또한 독특한 특징이며 작중 상황을 그려내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중세 수도원이라는 배경에서, 또 배경이 그러하기에 더욱 사건들의 실마리와 이유, 의도들을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 작가는 교묘하게 비밀들과 이야기들을 숨겨내어 읽는 이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그리고 또다시 발견되는 시체….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하권으로 손을 뻗게 만든다.
살인 사건을 둘러싼 진실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