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그리스 로마사 - 신화가 아닌 보통 사람의 삶으로 본 그리스 로마 시대
개릿 라이언 지음, 최현영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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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태껏 잘 정제된 이야기와 역사 속에 존재하는 그리스·로마를 만나왔다. 즉 시대순으로 나열된 역사 속에서 혹은 위대한 인물을 탐구하는 과정 속에서 학문적으로 접근하여 바라본 그리스·로마 이야기에 익숙하다.

물론 역사라는 큰 흐름 속에서 그리스·로마를 들여다보는 것도 중요하고 꼭 필요하겠지만, 이런 이야기들은 그리스·로마를 연구하고 공부하는 사람들 이외 일반인들의 관심사와는 거리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평범한 독자들은 그리스·로마의 역사와 영웅들의 특별하고 위대한 삶에도 관심이 있지만 당시 일반적인 그리스·로마인들의 평범하고 일상적인 삶도 매우 궁금해한다.


저자 개릿 라이언은 그런 독자들의 관심과 요구에 부응해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주제의 그리스·로마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가 평소 궁금해하지만 딱히 알려주는 책이 없는 세속적이고 진솔한 그리스·로마의 진짜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누구나 한 번쯤 궁금해봤을 흥미로운 관심사를 36가지의 질문의 형태로 제시하고 그에 답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의복'과 '면도'라는 주제부터 그리스·로마 시대 이후 '그리스·로마인의 진정한 후손은 누구일까'라는 주제까지 일반인들의 삶을 통해 그리스·로마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책에 제일 처음 나오는 질문은 '그리스·로마인들은 왜 바지를 입지 않았을까?'이다.

그리스·로마 의복은 양쪽 다 몸에 걸치는 것이 특징으로 이렇게 몸에 걸치는 형태의 의복은 기후에 적합했고 사회적 상황이나 날씨에 따라 유연하게 변형이 가능했다고 한다. 올바른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이 옷들에는 호주머니 같은 것이 없었다고 하니 그다지 실용적이지는 않았을 것 같다.

더군다나 남성들은 대부분 옷 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아서 의도치 않게 남에게 성기를 시원하게 보여주는 일이 많았다고 하니, 그들이 아무리 그리스를 침공했던 페르시아인이나 온몸에 문신을 새기고 맥주를 들이켜는 게르만족을 연상해 바지를 야만적인 것으로 여겼다 하더라도 의복으로 바지가 발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눈을 끈 제목 중 하나는 '남색 행위가 지극히 흔한 일로 여겨진 이유는?'이다.

당시 그리스·로마인들은 남성의 성 정체성을 욕구 대상이 아닌 성관계에서 맡은 역할에 의해 규정했기 때문에 상대가 여성인지 소년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하여 성인 남성이 여성과 소년 모두에게 끌리는 것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여겼고, 소년과 성관계를 가지는 남성을 변태나 아동 성학대자로 간주하지 않았다고 한다.

서기 130년 로마제국의 하드리아누스 황제는 자신의 10대 소년 연인이었던 안티노우스가 나일강에 빠져 죽자 비탄에 빠져 그를 불멸의 신 중 하나로 추대했고, 이에 로마 황제에게 충성하던 도시들은 그의 모습을 딴 동상을 제작해야 했다. 그리하여 로마제국의 속주에서는 안티노우스 신앙의 광신도와 신탁소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리스·로마 시대의 남색의 기원과 발달과정은 책에 자세히 나와 있으니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바란다.

이와 같은 성인 남성과 소년의 관계는 소년이 성인이 될 때까지였다고 한다. 그 시점을 지나면 남성이 독립적이고 우수한 성인이 된 동료 시민을 모독한 것으로 되어 그들의 성관계는 수치스러운 것이 되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지금과는 많이 다른 사고방식과 연애 모습에 신기하며 놀랍기만 했다.



이 외에 이 책은 당시 그리스·로마인들은 어떤 반려동물들을 키웠으며, 일상에서 어떤 음식들을 먹었으며, 그들의 평균 수명과 평균 키는 어땠는지, 이혼이라는 제도가 존재했는지, 그리스·로마인도 신화를 믿었는지, 현대인들처럼 그들도 헬스장을 다녔는지, 그리스·로마인들에게 인기 있는 여행지가 있었는지 등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통해 그리스·로마 시대를 들여다보고 있다.

우리 삶이 그러하듯 시대를 막론하고 사람 냄새나는 삶의 이야기가 좀 더 피부에 잘 와닿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부록으로 <고대 시대에 대한 간략한 문답 시간>이 있는데, 이것은 가상의 독자와 저자 사이의 그리스·로마 역사에 관한 속성 강좌이다.

이것만 읽어보아도 그리스·로마 역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거꾸로 읽는 그리스 로마사』라는 제목에서 '그리스 로마사'라는 글자만 보고 여태껏 출판된 책들과 똑같은 주제의 그리스·로마 이야기를 다룰 거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이 책을 펼치는 순간 그 흥미진진한 주제와 이야기에 푹 빠져버릴 것이라고 감히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딱딱하지 않고 흥미롭고 재미있게 그리스·로마 시대에 접근하여 알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꼭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일반 소설보다 더 소설 같고 재미있는 『거꾸로 읽는 그리스 로마사』 강.력.추.천.






*출판사로부터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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