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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목소리 ㅣ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4
버넌 리 지음, 김선형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평점 :
<끈질긴 사랑> - 스피리디온 트렙카의 일기 중에서
우르바니아의 역사에는 그 나름대로 로맨스가 없지 않다. 다만(늘 그렇듯) 무미건조한 학계가 이 로맨스를 무시했을 뿐이다. 이곳에 오기 전부터 나는 괄테리오와 데상크티스 신부가 쓴 우르바니아 역사의 메마른 책장에 등장했던 한 이상한 여인에게 마음이 끌렸다.
스피리디온 트렙카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탈리아에 와서 과거와 대면하기를 바랐고, 현학과 예술의 비평으로 가득한 저서를 써 현장 탐사 연구비를 받아 이탈리아의 우르바니아에 오게 되었다.
우르바니아에 온 초기 며칠 동안은 하루 온종일 기록 보관소에서 보내며 따분해 죽기 일보 직전까지 소장의 장광설을 들어주곤 했다. 이후 이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우르바니아 역사에 등장했던 메데아 다 카르피의 흔적을 찾기 시작하는데….
대체 얼마나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여자이기에 그토록 잔인하고 부도덕함에도 모든 남자들이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것일까?
짧은 생애 동안 다섯 명의 연인을 참혹한 파국으로 몰아넣은 메데아에게 관심을 넘어 정신을 빼앗기는 모습을 보이는 스피리디온이 불안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