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1 - 개정판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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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에 사는 늙은 어부와 아내는 아들 셋을 낳았지만 언청이에 한쪽 발이 뒤틀리고 몸이 제일 약한 큰아들 훈이만 살아남았다. 부부는 아들을 사랑했고 아들이 성치 않은 몸으로 살아남을 수 있게 영리하고 부지런한 사람이 되도록 키웠다. 부모는 훈이의 처지를 잘 알고 있었기에 훈이가 스물여덟 살이 되어도 혼인을 생각지도 않았고, 훈이 역시 혼인은 자신이 넘볼 수 없는 것이라 여기며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였다.

그런 훈이에게 중매쟁이가 섬 반대편에 살고 있는 가난한 집 막내딸 양진을 소개했고, 훈이 부모는 중매쟁이가 말한 조건들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양식과 목화솜을 보내고 열다섯의 양진을 며느리로 데려온다.


양진은 자신의 마을에도 훈이같이 태어난 사람이 몇 있었기에 훈이의 얼굴과 다리를 보고도 겁먹지 않았다. 양진은 훈이와 혼인하여 아이를 셋을 낳았지만 아이들은 태어나 얼마 지나지 않아 병으로 죽고 만다. 그때마다 훈이는 양진의 몸을 걱정하며 따뜻하게 위로해 주었다. 그렇게 혼인한지 3년이 지난 후 양진의 시부모는 차례로 세상을 떠났다. 그들을 결코 양진에게 야박하게 굴거나 때리거나 구박하지 않는 좋은 시부모였다.

마침내 양진은 네 번째이자 유일한 딸 선자를 낳았고, 훈이는 선자를 소중하게 여기며 사랑했고 선자를 위해 살았다.

선자가 열세 살 되던 겨울, 훈이는 결핵으로 죽었다.


훈이가 죽은 뒤 양진은 선자와 하숙집을 꾸려나갔다. 어느 날 매서운 겨울밤 거의 십 년 전 훈이가 살아있을 때 하숙집에서 묵고 간 손님 백요셉의 동생 백이삭이 형이 있는 오사카로 가는 길에 잠시 머무르러 하숙집을 찾아왔다. 빈 방은 없었지만 추운 겨울밤 낯선 거리로 손님을 내쫓는 게 마음에 걸린 양진은 다른 손님방에 이삭을 머물게 했다. 그러나 다음날 이삭은 피를 토하며 일어나지 못했다. 2년 전 걸렸다가 완치되었던 결핵이 재발한 것이었다.


한편 선자는 이삭이 도착하기 여섯 달쯤 전 여름에 생선 중개상 고한수를 만났다. 이는 하숙집에 필요한 물건을 사러 장에 다니던 선자를 눈여겨 본 한수가 시작한 관계로 처음에 선자는 집요한 한수를 단호하게 밀어냈다. 그러나 어느 날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선자를 괴롭히던 세 명의 일본인 학생으로부터 선자를 구해준 것을 계기로 한수와 선자는 가까워지며 날을 정해놓고 만나는 사이가 된다. 어느새 선자는 늘 한수가 보고 싶어졌다. 그러다 버섯을 따러 한수와 숲으로 들어간 선자는 그곳에서 한수와 사랑을 나누게 된다.


선자는 한수를 사랑했고 한수의 아내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월경을 하지 않게 되자 한수의 아이를 낳게 될 것을 기뻐하며 한수가 일본 출장에서 돌아올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드디어 한수가 돌아왔고 두 사람의 격정적인 잠자리가 끝나고 난 뒤 선자는 한수에게 자신이 임신을 했음을 알린다. 선자는 두 사람의 사랑의 결실이 자랑스러웠다. 그런데

"아내와 세 아이가 있어. 오사카에."



소설은 일제 치하의 평범한 우리들의 모습을 덤덤히 이야기하고 있다.

장애인이어서, 핍박받는 한국인이어서, 여자여서 사는 게 힘들다고 동정을 자아내려 비참하게 그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그래서 그것이 더 가슴 시린 아픔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훈이는 장애를 가진 사람이지만 심지는 누구보다 곧고 바르며 사랑과 포용으로 가득 찬 사람이었다. 훈이의 부모 역시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었지만 누구보다 정직하며 부지런하며 열심히 살고 자식을 사랑했다.

양진은 한 번도 자신의 삶에 대해 불평하지 않았다. 장애를 가진 남편을 만나서도 최선을 다해 충실히 살며, 남편이 죽은 다음날도 슬픔을 속으로 삼키며 묵묵히 또 다른 자신의 하루를 살아갔다.

선자 역시 잠시 한수라는 인물에 빠졌으나 이내 자신이 잘못된 길을 택했음을 알고 자신과 아이가 살아남기 위해 이삭을 선택하고 그 선택에 최선을 다해 충실한다.

이 모든 인물들의 이야기를 작가는 아무런 감정적 개입 없이 그저 충실히 그려내기에, 독자는 그 인물들에서 느끼는 각자의 감정에 충실하며 작품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세계가 하나라는 지금도 자신이 태어난 나라를 떠나 살면 녹록지 않은데, 당시 조선을 침략하고 지배했던 일본으로 건너가 멸시당하고 핍박받는 한국인으로서 사는 것은 어땠을까?

살아남기 위해 악착같았던 평범한 여인 선자를 보면서 마음이 경건해지기까지 했다.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일본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아이들의 삶이 『파친코 2』에서는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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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를 보는 사나이 2부 : 죽음의 설계자 1
공한K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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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술 취한 한 남성이 자신의 아파트에 들어섰지만 집에 가지 못하고 공터 벤치에 주저앉는 것으로 시작한다. 곧이어 들려오는 다급한 구둣발 소리와 차 시동 거는 소리, 자신이 앉은 벤치로 향하는 헤드라이트 불빛. 남자는 급히 떠나는 차를 본 후 술이 좀 깨서 자신의 집을 찾아 일어섰다. 그러나 이내 다시 주저앉고 만다. 바로 아파트 현관 앞에 온통 피로 물들은 채 머리가 깨진 사람이 쓰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다름 아닌 서울 지방 경찰청 광역 수사대에서 내사를 진행하고 있던 국회의원 이필석이었다. 이필석은 자신의 아파트에서 자살한 것으로 경찰 조사 발표됐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1년 전 이필석 의원의 성폭행 및 성접대 사건 판결을 맡아 최종 무죄를 선고했던 대법관 중 한 명인 이대우 판사의 자살 소식이 이어졌다. 둘 사이의 유착관계를 조사하고 있던 경찰로서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사건을 기소했던 조덕삼 검사 역시 타고 가던 택시의 추락 사고로 사망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연쇄 살인이 일어났다. 술에 취한 20대 여성들이 그 대상으로, 광역 수사대 경찰들은 처음에 연쇄 살인의 기미가 엿보였음에도 아니리라 생각하며 관할 경찰서로 사건을 넘겼고, 그렇게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그러나 그 후로도 같은 방식의 잔혹한 상흔을 가진 피해자가 계속 나와 경찰은 결국 이 사건들이 연쇄 살인 사건이라는 것을 의심하게 되었다.

경찰들은 두 번째 사건이 발생했을 때라도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가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사건들에는 연쇄 살인 사건의 증후가 여럿이었다. 바로 피해자의 소지품이 그대로 남아있고, 살해 수법이 잔혹했으며, 피살자 주변 탐문을 통해 살인 동기를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는 점이었다.

무엇보다도 경찰들이 이 일련의 사건들이 연쇄 살인 사건임이 분명하다고 여기게 된 이유는 바로 피해자의 신체에 남겨진 다윗의 별 모양의 표식이었다. 이 표식은 사건 현장에서는 확인이 불가능하며 부검을 하는 과정에서야 확인이 가능했는데, 마치 인두로 지져 피부 조직을 상하게 한 것 마냥 피해자의 신체가 서서히 굳어감에 따라 피부에 드러나는 자줏빛 별 모양의 표식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황들이 보이자 경찰은 이를 본격적으로 연쇄 살인 사건으로 상정하고 조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광역 수사대 민우직 경정은 그렇게 해서 꾸려진 특별 수사본부에 광수대 안민호 경위 외에 서울 지방 경찰청 형사과와 정보과, 과학 수사대에서 인원을 차출하였고, 살인 사건의 장소가 거의 정해져 있으며 범행 주기 또한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있음을 파악하고는 시체를 보는, 정확히는 일주일 뒤 동일한 시각에 동일한 장소에 있을 시체를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고 이제는 경찰이 된 남시보를 지구대에서 차출해 특수본에 합류시킨다.



『시체를 보는 사나이 2부』를 기다린 사람이 많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그러한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생각보다 빨리 우리 곁으로 다시 찾아온 2부에 열광하며 떨리고 흥분된 마음을 겨우 가라앉히며 소설을 읽어내려갔다.


남시보의 능력은 1부에서의 시체를 보는 능력 외에 또 다른 능력이 진화되고 강화된다. 찰나의 순간을 기억하는 기억력이 좋아졌다거나, 시체 환영을 직접 만져보며 그것을 진짜 시체처럼 느낄 수도 있게 되었다. 또한 본인은 고등학교 때 봤었지만 기억하지 못하는 사물 환영을 다시 보게 된다. 그리고 환영을 오감으로 느낄 수도 있게 되었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중에도 시보의 능력은 점점 향상된다. 또 어떤 다른 능력이 향상되는지 소설로 꼭 확인해 보시길.


2부는 1부보다 더 탄탄하고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로 전개되었다.

연쇄 살인범은 누구일까? 그는 왜, 무슨 이유로 연쇄 살인을 저지른 것일까?

소설은 살인범에 의한 단순한 연쇄 살인 사건이나 권력자에게 성폭행을 당한 한 여대생의 자살을 고위층의 덮어주기 비리로 그치는 이야기 수준이 아니었다. 사건은 그들보다 더 상위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권력과 연관되어 있는 것이 드러나며 거대 조직 '다크킹덤'의 존재가 드러나게 된다.

그들에게 거슬리는 장애물은 가뿐하게 치워버리고 그들을 뒤쫓는 특수본을 손쉽게 해산해 버리는 절대 권력 다크킹덤. 그런 권력에 맞서는 것은 어쩌면 계란으로 바위 치기 같은 어리석은 짓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이상의 억울한 피해자가 없기를 바라며 정의가 실현되기를 바라는 오직 한 가지 목표를 위해 뭉친 사람들. 바로 다크킹덤이라는 거대한 검은 권력 카르텔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민우직 팀장이 이끄는 일명 '고스트 수사팀.'

그들은 다크킹덤의 실체를 파헤쳐 정의를 실현할 수 있을까?



범죄 수사 미스터리 추리소설답게 정신없이 터지는 사건과 이야기 전개에 지루할 틈이 전혀 없고, 이야기 중에 나오는 수많은 대화들은 마치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보듯 생생하며 극강의 가독성을 자랑하고 있다. 나오는 사건들은 허투루 넘겨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것 하나까지 전부 치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여러 단서들이 모여서 드디어 거대 권력에 한 방 먹일 시동을 거나했더니 다시 또 3부를 기다려야 되는 상황… 진정 실화인가요?


연쇄살인, 마약, 성접대, 폭력 등 무거운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전혀 암울하지 않고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지는 소설이다.

미스터리와 추리, 초능력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아니 모든 사람들에게 이 소설을 강력 추천한다.

작가님, "그래, 곧 간다. 기다려."라고 했으니 금방 3부로 만날 수 있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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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상자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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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은 『화차』를 소설이 아닌 일본 드라마로 접했기에 실제로 그녀의 작품을 온전한 소설을 접하는 것은 이 『인내상자』가 처음이다.

이 책은 여덟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단편소설집으로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소설이다.

여덟 편 모두 좋았지만 그중에서도 <도피>와 <십육야 해골>, <비밀>이 인상 깊었다. 표제 소설인 <인내상자>는 많은 사람들이 서평으로 다루니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려고 한다.


<도피>에서 주인공 가스케는 본래 '히사고야'라는 음식점의 조리사로, 어린 나이에 고용되어 잔심부름과 청소부터 시작해서 주방 일을 배워 조리사가 된 인물이다. 그는 히사고야의 주인 덕에 자신이 처자식을 부양하며 살 수 있는 거라 생각하고 히사고야의 주인을 은인으로 생각했다.

주인의 지인인 오기야 도쿠베에가 중풍으로 쓰러져 오기야 주점이 곤경에 처하자, 주인이 히사고야의 네 명의 조리사 중 자신을 오기야로 보냈을 때도 은혜를 갚는다는 생각으로 감사히 그곳으로 출근했다.

그런데 도쿠베에가 쓰러지자 평소 오기야의 단골이자 안주인 오린에게 흑심을 품고 있던 유키치라는 젊은 사내가 가스케에게 오린의 곁에서 떨어지라며 노골적으로 적의를 드러내며 위협을 했고, 급기야는 퇴근하는 가스케에게 칼을 휘두르까지 했다. 이에 가스케는 목숨에 위협을 느껴 고민 끝에 사무라이였다가 낭인이 된 고자카이에게 신변 보호를 부탁하는데….


<십육야 해골>에서 열다섯의 후키는 작년 말 대화재로 부모와 동생이 죽자 그녀를 맡게 된 외숙부의 소개로 '오하라야'라는 쌀가게에 취직하게 된다. 외숙부는 좋은 일자리라며 후키를 가게의 하녀로 취직시켰지만 실은 일하던 점원들조차 하나둘 그만두는 망해가는 가게였다. 기댈 곳 없는 후키는 그곳에서 열심히 일했고 그녀보다 두 살 많은 오사토라는 하녀와도 속을 터놓을 만큼 친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오사토는 후키에게 앞으로 기분 나쁜 일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일이 벌어져도 당분간은 참아야 된다며 그것에 대해서는 하녀장 오미치 씨가 얘기해 줄 것이라는 뜻 모를 이야기를 한다. 그런 이야기에 잠을 설친 후키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변소에 가고 싶어졌고, 한밤중 어두운 복도를 지나 변소에 갔다가 바로 눈앞에서 변소문이 닫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 안으로 사라지는 새하얀 손끝과 옷소매.

아무리 기다려도 변소에 들어간 사람은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기다리다 못해 문을 두드렸지만 안에서는 기척이 없었다. 이에 문을 열어봤지만 변소 안은 텅 비어 있었다. 그런데 문득 변소 발판 밑에서 무언가 올라와 후키의 얼굴 가까이 다가오는데….


<무덤까지>는 한 가족의 구성원 각자가 가지고 있는 비밀에 관한 이야기이다.

나가야 이치베에다나의 관리인 이치베에와 얼마 전 죽은 아내 오타키는 젊은 시절 아이를 가지려 노력했지만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그러다 이치베에는 월번으로 근무할 때 발견한 미아인 오노부와 부모에게 버림받은 고아 남매 도타로와 오유키를 데리고 와서 거두었다가 그대로 의붓자식으로 들여 훌륭하게 키워냈다.

큰 딸 오노부는 얼마 전 결혼해 첫아이를 낳았고, 도타로는 술도매상에 취직해 수석 데다이까지 출세했다. 막내딸 오유키 역시 얼마 전 어머니 오타키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고케닌 저택에서 신부 수업 겸 하녀살이를 하며 주인의 귀여움을 받았다.

그런 오유키 앞에 남매를 거둘 수 있는 여유가 생겨 이제는 데리고 가겠다며 15년 전 그들을 버리고 간 친모가 나타났다. 이에 오유키는 집에 놀러 온 언니 오노부에게 친엄마를 만났다며 15년간 숨기고 있던 비밀을 털어놓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왜 다들 미야베 월드 제2막 시리즈에 열광하는지 이해가 갔다.

『인내상자』는 우리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에도시대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것과 동시에 가독성이 좋으며 이야기가 심하게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상상력을 무한대로 끌어올리며 작품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요소가 군데군데 자리하고 있다.


특히 <십육야 해골>은 읽으면서 행간에 내포된 의미를 눈치챘을 때 전율이 일며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아직까지 왜 오미치가 저주를 받은 주인을 제외한 고용인들조차 십육야에 밖에 나가지 못하게 했는지, 초대 당주는 정말 저주로 죽은 게 맞는지 의문이다. 십육야의 모습은 저주가 아닌 그저 죄책감으로 인해 오하라야에 내려오는 광기처럼 느껴졌는데, 마지막 장면은 나에게 『어셔가의 몰락』의 마지막 부분을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도피>에서는 빨래하던 훈도시를 흔들며 인사할 정도로 다소 코믹하고 어리숙하다고 느껴졌던 사무라이 고카자이가 실은 유능한 고위직 장수였다가 주군의 광기로 핍박받아 어쩔 수 없이 낭인이 되어 숨어 다니는 인물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더 이상 그는 무능한 낭인이 아닌 어쩔 수 없이 본래의 자신을 숨겨야 되는 비극의 주인공이 되어 있었다.


<무덤까지>는 비밀을 밝힐 수 없는 상대에게 가족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비밀이 밝혀지고 입 밖으로 발설되어 현재의 행복이 사라져 버릴까 독자인 내가 조마조마해 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눈치는 채고 있지만 그것을 알고 있다고 말하는 순간 현재의 행복이 깨어질까 알고 있음을 드러내서는 안되는 상황. 그래도 오늘은 그들의 행복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데 안도감을 느끼는 모습에 오늘만이 아닌 그들의 영원한 행복을 기원하기도 했다.


이야기들은 범죄를 추리하는 이야기부터 감추고 싶은 인간의 비밀, 인간의 심리를 자극하는 이야기, 초자연적인 이야기, 인간의 비극을 다룬 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또한 이야기들은 단편이라 늘어지는 것 없이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빠르게 진행되어 읽는데 지루할 틈이 전혀 없었다.

벌써부터 다음에 발간될 책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지 궁금해진다.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놀람, 슬픔, 경악, 공포, 측은지심 등 모든 감정을 한꺼번에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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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미의 가족 상담소 - 모르면 오해하기 쉽고, 알면 사랑하기 쉽다
박상미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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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면 오해하기 쉽고, 알면 사랑하기 쉽다'는 말 한마디가 너무 공감이 가는 관계가 바로 가족이라는 사이인 것 같다.

가족이라는 관계는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이면서도 자신의 고민과 치부를 드러내 보이는데 가장 망설여지는 그런 사이인 것 같다. 살면서 힘들 때 가장 먼저 생각나고 기대고 싶은 사람들이 부모형제, 남편과 아내지만 그 힘들다는 말을 가족에게 하기까지 수많은 고민과 망설임을 겪는다.

오랜 고민 끝에 어떤 사람들은 용기 내어 가족에게 자신의 고민과 힘든 상황을 말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끝까지 가족에게만은 자신의 어려운 상황을 말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세상에서 그들의 울타리가 되어주고 마지막 보루가 되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그뿐만이 아니라 가족은 너무나 가까운 사이이기에 우리는 무의식중에 가족들에게 상처를 입힐지도 모르는 말과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이렇게 해도 가족이니까 이해하겠지', '가족인데 그 정도도 못해줘?', '가족이니까 니가 희생해' 등 가족이니까 당연하게 여기는 일이 너무나 많다.

그러다가 가족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고, 무조건적으로 희생을 강요당한 가족 구성원은 불행한 삶을 살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항상 사람들은 말하곤 한다. 가족이 남이냐고.

그러나 나는 우리 가족들에게 말한다. 나를 대할 때 남처럼 대해 달라고. 남을 대할 때처럼 타인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고 나를 대한다면, 엄마고 아내니까 편해서 화내고, 짜증 내고, 무조건적인 희생만을 강요할 수는 없을 테니까.

그런데 그렇게 말했더니 아이들은 평소에는 편하게 짜증도 내고,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면서 무언가 자신들에게 조언을 하고 간섭을 하려면 언제는 남이라면서 왜 자신의 일에 상관하냐고 한다. 참 어려운 것이 가족관계인 것 같다.



그 쉽지만 어려운 가족관계에 대한 조언이 이 『박상미의 가족 상담소』에 나와있다.

이 책의 저자 박상미 님은 심리상담가이자 문화심리학자로 법무부 방송국에서 전국 재소자들을 위한 심리치료 방송을 할 뿐만 아니라, EBS와 KBS, 유튜브 등의 여러 매체에서 심리상담가로 출연하며 명성을 쌓고 있다.



이 책은 사랑하지만 가장 상처 줄 수 있는 관계인 가족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하여 가족 간에 대화와 이해의 부족으로 생길 수 있는 상처에 대한 치유의 방법, 좋은 부모가 되는 방법 등 실제 가족관계에 꼭 필요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에 나온 갈등 상황과 그 상황들에 대한 해결 방법들이 전부 이해가 되고 적극 공감이 간다고 하면 거짓말이라고 할까?

잘 키우고 싶었을 뿐인데 부모의 노력과 희생을 몰라주며 부모의 마음대로 안되는 자식 이야기나, 살면서 자꾸 더 큰 거리감이 느껴지는 부부 관계, 형제간의 갈등, 시댁과 며느리의 갈등보다 어쩌면 더 심하게 속으로만 삭히고 곪아가는 처가와 사위와의 갈등 관계 등 어느 것하나 허투루 읽어 넘길 수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박상미의 가족 상담소』는 이론적인 면에 다소 치우친 여타 상담서와는 달리 가족 관계에 대해 객관적이고 실질적으로 이야기하며 실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실질적인 조언들로 가득 차 있다.

책의 내용들은 어려운 심리학 이론이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이므로 막힘없이 술술 읽히며 격한 공감과 동시에 '이런 일도 있을 수 있구나'라는 수긍이 가는 이야기들이었다.



전체 5개의 파트 중 PART 4에서는 유독 가족들에게 '욱'하며 화를 내는 이유와 거기에 대한 실제적인 해결 방법에 대한 처방이 나와 있어 만약 그 경우에 해당한다면 꼭 따라 해 보길 바란다.

특히 소통을 위한 '공감대화'에 관한 것은 꼭 가족 간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원만한 대인관계를 위해서도 유용한 팁인 것 같아 아주 좋았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내용들 하나하나에 너무나 공감 가고 마음 깊이 새겨져 박상미 님의 유튜브 영상도 찾아보았다.

가족 문제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이 책을 읽고 열린 마음으로 이 책에 나와 있는 가족 문제와 그에 대해 해법을 받아들인다면 전문가를 찾아가서 상담받는 것만큼의, 아니 그보다 더 나은 효과를 거두어 지금보다 더 화목하고 행복한 가족 관계를 만들고 유지할 수 있음을 확실하게 장담할 수 있다.

행복하고 아름다운 우리 가족의 미래를 위해 누구나 한 번쯤은 이 책을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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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덕후 현정쌤의 50일 드라마 중국어 말하기 : 원어민 어감 살리기 편 - 지금 당장 중국에서 써먹는 100가지 상황별 표현
박현정 지음 / 시대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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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책으로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는 것을 아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사람들은 보통 언어를 공부할 때 '실전에서 써먹을 것'이라고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발음을 1순위로 꼽는다. 그러나 발음도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문장 내용, 정확히는 어감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어느 언어를 공부하든 기초 문장 같은 것이 있고, 책으로 언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그 문장들만 달달 외워놓고는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렇지만 "안녕하세요, 오늘 날씨가 참 좋군요?"라고 마치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서 튀어나온 마냥 딱딱한 문장들을 완벽한 한국어 발음으로 구사하는 외국인과, 발음은 조금 어눌한 부분이 있더라도 자연스러운 어휘와 문장을 구사하는 외국인 중 어느 쪽이 한국어를 더 잘한다고 생각하는가? 아마 대부분은 후자가 한국어에 더 능숙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마찬가지다. 중국어를 공부할 때에도, 단순히 HSK 몇 급 시험을 통과했느니 보다도, 실전에서 누가 더 능숙하게 표현들을 이용할 수 있는가가 원어민에게 있어서는 더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고, 비즈니스 관계이든 친구 관계이든 상관없이 그런 좋은 인상은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렇기에 원어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표현들을 아는 것이 중요한데, 『중국어 덕후 현정쌤의 50일 드라마 중국어 말하기 : 원어민 어감 살리기 편』에는 원어민들이 사용하는 표현들을 100가지 상황별로 설명해 주고 있다.

"100개의 문장인데 50일이라고?"라며 의아해 할 수도 있는데, 이 문장들 하나하나를 보면 그렇게 어려운 것이 없다. 단지 어떤 상황에 대하여 어떤 표현을 쓰는 게 자연스러운지 알려주는 것이기에 하루에 두 문장 정도는 가볍게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다.



책의 구성을 보면 열 문장 단위로 끊겨서 열 문장이 지날 때마다 독자들이 빈칸을 채워가면서 문장을 복습해 볼 수 있도록 QUIZ도 마련되어 있다.

한 문장마다 두 페이지가 할당되어 있는데, 첫 번째 페이지에는 문장이 쓰여 있고 그 밑에 문장에서 쓰인 문법에 관한 설명이 있어 문법 공부도 겸사겸사 가능하다.



예를 들어, "기왕 말이 나온 김에"라는 의미의 표현으로 "既然这样 Jìrán zhèyàng"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 문장에서 쓰인 '既然'의 의미, 그리고 이 단어 뒤에는 어떠한 의미의 단어가 오며, 이 단어를 포함한 문장은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야 하는지 등 문법적인 측면의 설명이 첨가되어 있어 언뜻 보면 어려워 보이는 단어도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 "我才不信呢 Wǒ cái bù xìn ne"와 같은 문장을 보면, '才'라는 단어는 매우 많이 사용되는 단어이지만, 그만큼 의미도 다양한 단어이다. 여기서는 '주어를 강조하는 역할'이라고 하는데, 이처럼 일상 표현 속에서 사용되는 단어들이 어떤 의미로 쓰인 것인지도 설명해 주어 어휘력도 늘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페이지를 보면 해당 문장이 사용되는 상황을 설명해 주는 짧은 대화가 있는데, 이 대화를 통해 해당 문장이 어떤 상황에서 쓰일 수 있는지, 또 반대로 해당 문장에 대하여 어떠한 반응을 하면 좋을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에 나오는 모든 문장들에 대하여 MP3 파일을 다운로드할 수 있어 단지 원어민의 표현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원어민의 발음까지 따라 하며 표현들을 익힐 수 있다. 또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100개의 문장이 전부 나열되어 있어 이를 보며 공부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외국어 공부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것은 어쩌면 문법보다도 자연스러운 일상 표현인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어떻게 보면 원어민보다 외국인인 우리가 더 문법을 잘 아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우리는 문법 공부에 대해서는 철저하다. 그렇지만 자연스러운 원어민의 표현과 어휘 같은 경우는 실제로 현지에서 살지 않는 이상 이를 익숙하게 익히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중국어 덕후 현정쌤의 50일 드라마 중국어 말하기 : 원어민 어감 살리기 편』이 너무도 반가웠다.

이 책은 교과서와 교재들로만 중국어를 공부했던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인간미(?) 있는 표현들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중국어를 한국어처럼 말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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