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1 - 개정판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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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에 사는 늙은 어부와 아내는 아들 셋을 낳았지만 언청이에 한쪽 발이 뒤틀리고 몸이 제일 약한 큰아들 훈이만 살아남았다. 부부는 아들을 사랑했고 아들이 성치 않은 몸으로 살아남을 수 있게 영리하고 부지런한 사람이 되도록 키웠다. 부모는 훈이의 처지를 잘 알고 있었기에 훈이가 스물여덟 살이 되어도 혼인을 생각지도 않았고, 훈이 역시 혼인은 자신이 넘볼 수 없는 것이라 여기며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였다.

그런 훈이에게 중매쟁이가 섬 반대편에 살고 있는 가난한 집 막내딸 양진을 소개했고, 훈이 부모는 중매쟁이가 말한 조건들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양식과 목화솜을 보내고 열다섯의 양진을 며느리로 데려온다.


양진은 자신의 마을에도 훈이같이 태어난 사람이 몇 있었기에 훈이의 얼굴과 다리를 보고도 겁먹지 않았다. 양진은 훈이와 혼인하여 아이를 셋을 낳았지만 아이들은 태어나 얼마 지나지 않아 병으로 죽고 만다. 그때마다 훈이는 양진의 몸을 걱정하며 따뜻하게 위로해 주었다. 그렇게 혼인한지 3년이 지난 후 양진의 시부모는 차례로 세상을 떠났다. 그들을 결코 양진에게 야박하게 굴거나 때리거나 구박하지 않는 좋은 시부모였다.

마침내 양진은 네 번째이자 유일한 딸 선자를 낳았고, 훈이는 선자를 소중하게 여기며 사랑했고 선자를 위해 살았다.

선자가 열세 살 되던 겨울, 훈이는 결핵으로 죽었다.


훈이가 죽은 뒤 양진은 선자와 하숙집을 꾸려나갔다. 어느 날 매서운 겨울밤 거의 십 년 전 훈이가 살아있을 때 하숙집에서 묵고 간 손님 백요셉의 동생 백이삭이 형이 있는 오사카로 가는 길에 잠시 머무르러 하숙집을 찾아왔다. 빈 방은 없었지만 추운 겨울밤 낯선 거리로 손님을 내쫓는 게 마음에 걸린 양진은 다른 손님방에 이삭을 머물게 했다. 그러나 다음날 이삭은 피를 토하며 일어나지 못했다. 2년 전 걸렸다가 완치되었던 결핵이 재발한 것이었다.


한편 선자는 이삭이 도착하기 여섯 달쯤 전 여름에 생선 중개상 고한수를 만났다. 이는 하숙집에 필요한 물건을 사러 장에 다니던 선자를 눈여겨 본 한수가 시작한 관계로 처음에 선자는 집요한 한수를 단호하게 밀어냈다. 그러나 어느 날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선자를 괴롭히던 세 명의 일본인 학생으로부터 선자를 구해준 것을 계기로 한수와 선자는 가까워지며 날을 정해놓고 만나는 사이가 된다. 어느새 선자는 늘 한수가 보고 싶어졌다. 그러다 버섯을 따러 한수와 숲으로 들어간 선자는 그곳에서 한수와 사랑을 나누게 된다.


선자는 한수를 사랑했고 한수의 아내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월경을 하지 않게 되자 한수의 아이를 낳게 될 것을 기뻐하며 한수가 일본 출장에서 돌아올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드디어 한수가 돌아왔고 두 사람의 격정적인 잠자리가 끝나고 난 뒤 선자는 한수에게 자신이 임신을 했음을 알린다. 선자는 두 사람의 사랑의 결실이 자랑스러웠다. 그런데

"아내와 세 아이가 있어. 오사카에."



소설은 일제 치하의 평범한 우리들의 모습을 덤덤히 이야기하고 있다.

장애인이어서, 핍박받는 한국인이어서, 여자여서 사는 게 힘들다고 동정을 자아내려 비참하게 그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그래서 그것이 더 가슴 시린 아픔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훈이는 장애를 가진 사람이지만 심지는 누구보다 곧고 바르며 사랑과 포용으로 가득 찬 사람이었다. 훈이의 부모 역시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었지만 누구보다 정직하며 부지런하며 열심히 살고 자식을 사랑했다.

양진은 한 번도 자신의 삶에 대해 불평하지 않았다. 장애를 가진 남편을 만나서도 최선을 다해 충실히 살며, 남편이 죽은 다음날도 슬픔을 속으로 삼키며 묵묵히 또 다른 자신의 하루를 살아갔다.

선자 역시 잠시 한수라는 인물에 빠졌으나 이내 자신이 잘못된 길을 택했음을 알고 자신과 아이가 살아남기 위해 이삭을 선택하고 그 선택에 최선을 다해 충실한다.

이 모든 인물들의 이야기를 작가는 아무런 감정적 개입 없이 그저 충실히 그려내기에, 독자는 그 인물들에서 느끼는 각자의 감정에 충실하며 작품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세계가 하나라는 지금도 자신이 태어난 나라를 떠나 살면 녹록지 않은데, 당시 조선을 침략하고 지배했던 일본으로 건너가 멸시당하고 핍박받는 한국인으로서 사는 것은 어땠을까?

살아남기 위해 악착같았던 평범한 여인 선자를 보면서 마음이 경건해지기까지 했다.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일본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아이들의 삶이 『파친코 2』에서는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해진다.





*출판사로부터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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