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역시 시체가 있었습니다 옛날이야기 × 본격 미스터리 트릭
아오야기 아이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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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역시 시체가 있었습니다』는 다섯 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단편 모음집이다.


<죽세공 탐정 이야기>

사람을 싫어하는 죽세공인 쓰쓰미 시게나오는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홀로 살아가고 있었다. 아리사카 야스히라는 시게의 수하를 자청하여 근처에 살며 시게를 도왔다.

어느 날 대나무를 베러 대나무 숲에 간 시게와 야스는 숲에서 마디가 빛나는 특이한 대나무를 발견했고, 그 속에서 엄지 크기의 소녀를 발견한다. 시게는 도읍에서 살던 때 여자 때문에 큰 봉변을 당해 소녀를 데려가길 꺼려 했지만, 소녀를 걱정하는 야스의 말에 따라 소녀를 집에 데려가기로 했다.

자신을 가구야라고 소개한 여자아이는 시게와 야스의 따뜻한 보살핌과 애정을 받으며 놀랄 만큼 빠른 성장을 보였다. 가구야가 그들의 곁으로 온 지 이레째 되는 날, 시게는 숲에서 뿌리가 빛나는 대나무를 발견했고, 거기서는 황금이 나왔다. 그 뒤로도 매일같이 빛나는 대나무가 발견되면서 집에는 황금이 쌓여갔다.

시게는 황금이 딱히 필요 없었지만 야스는 그 황금으로 집을 새로 지을 것을 권했다. 이에 시게는 가구야를 위해 집을 새로 짓는 것과 동시에 자신을 따르는 야스에게도 새로운 집을 지어준다.

그리고 새로 지은 집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날, 시게는 열여섯 살 정도로 자란 가구야의 성인식도 같이 치른다. 시게의 집에 찾아온 사람들은 가구야의 미모에 반했고, 그중 네 명의 젊은이가 가구야에게 청혼했다.

가구야는 이를 전부 거절했지만, 다음날 그들은 다시 가구야를 찾아와 청혼한다. 거기에 한 명 더 야스의 어린 시절 친구까지 가세하는데….

"너무 아름다워도 문제네요."


<일곱 번째 데굴데굴 주먹밥>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욕심 많고 게으른 소시치 영감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옆집 요네하치 영감의 집에 엄청난 양의 금은보화가 쌓여 있는 것을 보고 그 보물들의 출처를 물었다. 이에 요네하치 영감은 나무를 하러 간 산에서 점심으로 먹으려다 실수로 떨어뜨린 주먹밥이 비탈길을 굴러 내려가 나무 밑동 구멍으로 떨어지면서 체험한 신기한 경험을 말해준다. 그 경험 후에 얻게 된 '원하는 걸 무엇이든 손에 넣을 수 있는 자루'에서 보물들이 쏟아졌다고 했다.

욕심쟁이 소시치 영감은 당장 할멈이 만들어 준 주먹밥을 들고 요네하치 영감이 가르쳐준 장소로 가서 요네하치 영감과 똑같은 행동을 되풀이해 자신도 구멍 안으로 들어가는데….


<볏짚 다중 살인>

행상 일을 하던 남편 하치에몬의 불륜을 의심해 나무통 속 겨된장 속에 얼굴을 처박아 질식시켜 죽여버린 아내 오미네, 병든 애완 흰 여우를 살리기 위해 신비한 천 겐켄푸를 구해 집으로 돌아가던 중 산적 하치에몬을 만나 정당방위로 절벽 아래로 밀어버린 부잣집 외동딸 쓰바키, 자신을 조롱하며 자신의 명검을 싼값에 가져가려는 돈놀이꾼 하치에몬을 때려죽인 뒤 그의 말을 빼앗은 무사 하라구치 겐노스케, 그리고 관음보살의 계시로 불당을 나선 뒤 처음 손에 쥔 지푸라기를 들고 기회가 생기면 무엇이든 교환하면서 서쪽으로 향하며 이들과 차례로 만나는 한타.

얼마 후 짐승조차 지나가지 않을 정도로 외진 산속 오래된 우물에서 발견된 사체 하치에몬.

도대체 하치에몬의 정체는 무엇이고 그를 죽인 진짜 범인은?


<원숭이와 게의 싸움 속 진실>

동물들이 모여사는 아카지리다이라에 사는 게가 어느 날 길에서 주먹밥을 주워 기쁜 마음에 그것을 먹으려고 했다. 그때 남을 괴롭히는 걸 좋아하는 난텐마루라는 원숭이가 나타나 감언이설로 게를 꼬셔 자신이 들고 있던 감 씨와 주먹밥을 바꾸었다. 게는 그 씨앗을 땅에 심은 후 정성을 다해 먹음직스러운 감이 많이 열린 감나무로 키웠다. 하지만 나무에 오르지 못해 다 익은 감을 먹지 못하고 있을 때 난텐마루가 나타나 자신이 따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나무에 올라간 난텐마루는 약속과는 다르게 혼자 감을 먹어치웠다. 이에 게가 자신에게도 감을 달라고 하자 난텐마루는 화를 내며 덜 익은 감을 게에게 던졌고, 딱딱한 감을 정통으로 맞은 게는 등딱지가 깨져 죽고 말았다. 그 후 친구의 죽음에 분노한 밤, 벌, 절구, 쇠똥이 의기투합해 난텐마루를 죽인다.


여기까지가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이야기였다. 다테바야시의 너구리 차타로도 신세를 지고 있는 인간 조베에에게 그렇게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카지리다이라에서 난텐마루의 아들 도치마루가 찾아와 차타로 형의 복수를 대신 해주겠다는 조건을 내걸며 자신의 계획에 동참할 것을 권유한다. 그러고는 아카지리다이라로 차타로를 데리고 가 일반에 잘못 알려진 '원숭이와 게의 싸움'의 진실을 들려주는데….


<사루로쿠와 보글보글 교환 범죄>

약 30년 정도 전에 원숭이 의학을 배운 와타는 원숭이들을 돕기 위해 여행을 떠났고, 여행길에서 사루로쿠라고 하는 원숭이를 만났다. 그와 마음이 맞아 함께 여행했고, 반년 정도 후에 그들은 아카지리다이라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사루로쿠가 원숭이들의 권력자 쇼조 옹의 저택에서 일어난 작은 사건을 해결하면서 쇼조 옹의 환심을 샀고, 사루로쿠와 와타는 얼마 동안 쇼조 옹의 저택에 머물게 되었다.

원숭이 술 축제 다음날 아침, 무기 영감으로부터 다테바야시에서 간타라는 토끼가 차차마루라는 너구리를 죽인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 부엌에서 일하는 어린 원숭이가 뛰어와 저택 내에 은신 중인 난텐마루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하는데….



소설 속 이야기들은 일본 전래동화를 살짝 비틀어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은 큰 흐름 속에서 살인사건을 등장시키고 그것에 대한 추리를 선보이고 있다. 전래동화를 들으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어, 뭔가 논리적이지 않은데. 이상해.'라고 생각해 봤음직한 포인트를 집어 지적하며 그것을 논리적으로 파헤치고 교묘하게 사건을 집어넣었다.

그렇게 탄생한 이야기는 원작과 다르지 않지만, 원작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전혀 다른 이야기로 '처음부터 이야기는 원래 이랬어.'라는 생각이 들 만큼 완벽했다.


아, 일본 전래동화를 잘 몰라도 걱정할 필요 없다. 각 단편들이 시작될 때 원작이 짧게 요약되어 있어 원작을 파악하고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다. 전래동화들은 이웃나라라서 그런지 우리나라 전래동화와 살짝 비슷한 이야기들도 있다.


이 책은 이 시리즈의 책들처럼 표지에 절대 속아서는 안되는 책이다. 표지를 보고 앙증맞고 귀엽고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악한 사람은 벌을 받는다'라는 바람직한 교훈이 담긴 이야기를 기대한다면 그 착각부터 던져버려야 한다.

여전히 그런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는 소설을 읽으며 악한 짓을 저지르고도 발 뻗고 잘 사는 주인공을 보며 분노했고, 선했지만 어이없는 죽음을 당한 등장인물에는 동정을 보냈다.

그리고 힘들게 노력해 대가를 받았지만 뜬금없이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허무함을 느끼며 인생무상을 느끼기까지도 했다. 인생은 공수레 공수거이거늘 무엇을 위해 아등바등 사는 걸까.

그리고 《유주얼 서스펙트》같은 뒤통수치는 반전이 내재해 있는 이야기.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는 완벽한 이야기들로 구성된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다섯 편의 이야기 중 네 번째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었다. 도저히 진실을 추측할 수 없어 같은 구절을 몇 번씩 반복해 읽으며 추리하려 애써야 했다. 하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다음 페이지로 넘겨 진실을 목도하는 순간 번개를 얻어 맞고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멍하니 아무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진실이라고 믿었던 세계가 진실이 아닌 거짓이 되는 순간 엄습하는 전율.

누구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지만 눈에 보이는 것과 진실이라 믿는 것에 의존하였기에, 그 누구도 아닌 자신 때문에 속아넘어가는 상황.

아니, 그렇게 치면 세 번째 이야기의 반전이 더 충격적이었다고 해야 하나?


이 책을 덮는 순간 눈에 보이고 알고 있는 것이 전부 진실일 거라 믿지 못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친근함 속에 숨어 있는 거짓을 간파하고 미스터리의 진수를 제대로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자신 있게 이 책을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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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해낼 수 있다
보도 섀퍼 지음, 박성원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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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해낼 수 있다』는 '자존감', '자의식' 등의 키워드들에 대한 저자의 통찰을 주인공인 카를과 카를의 주변 인물들을 통해 전달하는 형식이다. 평소 읽어 보았던 자기 계발서나 기타 자존감 등에 대한 책들의 경우에는 이런 식의 이야기 형식으로 전달하기보다는 저자가 직접적으로 독자에게 관련 내용들을 전달하며,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사례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지라 이 책의 형식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마치 한 권의 소설을 읽듯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하여 어떨 때는 자신에 대한 평가에 불확실함을 느끼는 카를의 입장에, 또 어떨 때는 그런 카를에게 조언을 건네는 마크나 안나의 마음에 감정이입하면서 책을 읽어 나가다 보니 문득 『나는 해낼 수 있다』를 통해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들이 그렇게 어려운 것들도 아니고, 생각해 내지 못할 것들도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사람들은 자존감이 떨어질 때 자존감이 높아 보이는 사람들을 보며 '어떻게 저럴 수 있지?'나 '저 사람은 나랑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 같아.'와 같은 생각들을 하기도 한다. 이는 많은 경우 자존감을 높이려 애를 쓰더라도 그 방법을 모르거나, 애초에 자존감이라는 개념 자체를 신경 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나는 해낼 수 있다』의 첫 부분에서 마크의 차를 실수로 들이받을 때까지의 카를의 상황과 매우 흡사할 것이다. 카를은 사고를 통해 우연히 마크와 만나 대화를 나누게 되기 전까지는 자신에 대한 평가가 매우 박한 사람이었다. 그는 배우라는 꿈을 좇고 싶었음에도 자신이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지 못해 자신은 재능을 가지지 못하였기에 안 될 것이라 되뇌기만 했다.

카를은 영화 촬영장에서 스탠드인 알바만을 하며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거의 접다시피 하였는데, 우연히 만나게 된 마크와 안나의 조언, 그리고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처음에는 생소하다 못해 이해할 수조차 없었던 개념인 '자의식'에 대하여 이해를 하게 되었다.


또한 마크를 만나고 난 후 이상한 일도 벌어졌다. 꿈속에서 한 노파가 나타나 그에게 보라색 노트를 전해주고, 다음날 일어나 보면 그 노트가 꿈에서 보았던 위치에 있으며, 노트 속에는 자의식에 관한 현명한 조언들과 의견들이 담겨있는 것이었다. 이상한 일이었지만 그보다도 중요한 것은 노트에 담긴 내용이었기에 카를은 내용에 더 집중을 하였다.



이렇게 주변의 도움과 기현상(?)들을 통해 카를은 처음에 가졌던 자신은 할 수 없을 것이라는 태도를 떨쳐내고 자신의 삶을 자신이 개척해 나갈 용기를 얻었으며 끝내 성공을 할 수 있었다.

후에 안나의 도움으로 보라색 노트에 적힌 글씨들은 카를 본인의 필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에 카를은 자신이 그토록 현명한 글들을 썼다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것은 어쩌면 사람들 모두 카를처럼 자의식에 대하여 현명한 견해들을 가지고 있지만, 단지 본인이 이를 깨닫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는 대목이었다.


『나는 해낼 수 있다』는 단순히 '이렇게 하면 자의식을 기를 수 있다', '자존감은 이런 것이다'라는 식으로 딱딱하게 내용을 전달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자의식을 가다듬고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독자들을 반영하는 인물의 자의식 성장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이 더욱 쉽게 이해하여 행복한 삶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자의식 함양을 통해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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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이며 절대적인 고양이 백과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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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고양이 3부작> 『고양이』, 『문명』, 『행성』에 이어 다시 고양이가 화자가 된 책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고양이 백과사전』으로 찾아왔다.

이 책은 <고양이 3부작>에 나왔던 샴고양이 피타고라스가 화자로, 책의 첫 부분에서 자신의 성장과 자신이 어떻게 제3의 눈을 가지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것을 통해 어떻게 지식과 정보를 모을 수 있었는지 이야기한다.

피타고라스는 그렇게 지식과 정보를 모으던 중 발견한 에드몽 웰즈 교수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즉 ESRA에 착안해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고양이 백과사전』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이 책은 지구상에 나타난 최초의 고양이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고양이에 대한 모든 정보를 빠짐없이 수록하고 있다. 총 2부로 나뉘어진 책은 1부에서는 「고양이와 인간의 공존의 역사」를, 2부에서는 「고양이라는 동물」에 관해 보여주고 있다.


책에서는 지금으로부터 약 7백만 년 전 인간과 마찬가지로 고양이의 첫 조상이 출현했다고 한다. 그리고 약 3백만 년 전부터 인간의 조상이 큰 인간과 작은 인간으로 분화되기 시작한 것처럼 고양이의 조상도 분화되었다. 그렇게 분화된 큰 고양이들을 인간들은 '사자'라고 불렀다. 작은 고양이들은 사자에 비해 몸집은 작았지만 지능은 더 높았다.

작은 고양이들은 작은 인간들과 더불어 인간이 농업을 발견하는 1만 년 전까지 나란히 진화를 계속했다.



농업을 시작하며 곡식을 저장하기 시작하자 쥐가 들끓기 시작했다. 이에 고양이가 쥐를 잡아 곡식을 안전하게 보관하게 해주자 인간은 필요에 의해 고양이를 먹여주고 재워주며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그 흔적은 인간과 고양이 유골이 나란히 누워있는 상태로 발견된 키프로스 섬의 7천5백 년 전 무덤에서 엿볼 수 있다.



고양이들은 한때 신으로 대접받던 시절이 있었다.

기원전 2천5백 년 전 이집트 문명은 사자 머리가 달린 세크메트라는 여신을 숭배하는 종교를 만들었는데, 암사자들이 그들을 키우던 사제를 자꾸만 잡아먹었다. 그래서 이집트인들은 세크메트의 동생 격인 여신을 만들었는데 그녀가 바로 고양이 머리의 바스테트이다. 바스테트는 미와 다산의 여신이었다.


이후 신성한 존재로 취급받던 고양이는 기원전 525년 전, 페르시아의 왕 캄비세스 2세에 의해 이집트가 정복된 뒤 바스테트 여신의 신전이 파괴되고 고양이들이 페르시아 신들에게 제물로 바쳐짐으로써 신으로 추앙받던 영광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만다.

아니, 사진의 그림처럼 전투에서 방패에 매달리거나 탄환으로 사용되기까지 했으니 차라리 그 영광이 없었던 게 더 낫지 않았을까?



그렇게 숭배받던 자리에서 내려온 고양이는 교역의 길을 따라 배를 타고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배에 실은 곡식들을 쥐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뒤를 이어 군인들도 세계 곳곳에 고양이를 퍼뜨렸다.

그리하여 고양이는 인간을 페스트로부터 지켜주는 존재가 되었는가 하면, 기독교 광신주의자들에 의해 주술적 이미지가 덧씌워져 지상에 내려온 악마라고 규정되어 산 채로 장작불에 태워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고양이는 인간의 가장 가까운 친구로 삶의 동반자가 되었다. 심지어 과학기술발전의 주역으로 우주 비행 훈련을 한 뒤 우주에 다녀오기도 했다.



2부에서는 고양이의 골격, 음식, 수면, 청각, 후각, 야콥슨 기관, 혀부터 높은 곳에서 떨어진 고양이가 네발로 착지하는 이유와 고양이 몸속에 사는 기생충들, 갸르릉테라피, 거울 단계 등 고양이에 관한 모든 정보가 담겨 있다.



책은 너무 앙증맞은 고양이 발바닥 패드, 일명 발바닥 젤리가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충격 흡수나 소리를 내지 않고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것 이외에 다른 기능이 있음을 다양한 사진과 함께 알려주고 있다.

이 발바닥 패드에는 미끄러운 표면에서 점착력을 발휘하여 미끄럼을 방지하는 기능이 있다. 그리고 이 발바닥 패드에 있는 땀샘이 고양이 몸의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시켜주기도 한다. 또한 여기에는 촉각 수용기가 있어 진동을 감지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발바닥 패드에서 나오는 분비물은 고양이 간의 소통에 중요한 수단이 되기도 한단다.



또한 책은 고양이가 꼬리를 사용하여 나타내는 언어를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거기다가 꼬리의 역할과 쓰임새의 사소한 부분까지 관련 사진과 함께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언급한 내용들 외에 고양이의 신체적 특성, 행동 특성 등 고양이에 관한 모든 것이 이 책 안에 고스란히 들어 있다. 고양이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단순히 귀엽다거나 혹은 영물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바라봤는데, 이 책 한 권으로 고양이에 대해 거의 완벽한 이해도에 다다랐다고 살짝 자부할 수 있다.

거기다가 마지막 부분의 <다양한 품종의 고양이 친구들>에 나오는 소설 속 고양이들을 보면서 소설이 저절로 머릿속에서 시각적으로 되살아나기도 했다.


만반의 준비를 거쳐 고양이 집사가 되고자 하는 나의 꿈이 어쩌면 이 한 권으로 코앞에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이쯤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앞으로 나와 같이 살아갈 반려동물로 고양이를 맞이해도 되지 않을까?

고양이에 대해 알고 싶다면 다양한 사진에 쉬운 설명이 곁들어져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고양이 백과사전』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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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러시 설산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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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날과 다름없이 다이호대학 의과학연구소로 출근해 일상적인 점검을 하던 주임연구원 구리바야시 가즈유키는 최근 들어 가동을 시작한 생물안전등급 4의 실험실을 점검하던 중 보관하고 있던 병원균 케이스 중 두 개가 사라진 것을 발견한다. 주위를 찾아보고 기억을 더듬어봤으나 사라졌을 이유를 찾지 못한 구리바야시는 도난의 가능성을 떠올리고는 이 사항을 연구소장 도고에게 급히 보고했다.

보고를 받은 도고는 딱히 놀라는 기색 없이 구리바야시에게 자신이 받은 협박 이메일을 보여준다.


협박범은 이메일을 통해 그 병원균을 섭씨 10도 이상 되면 파손되는 유리 케이스에 담아 어떤 장소에 숨겨놨음을 알리며 그 장소 근처에 발신기를 설치해 두었다고 했다. 메일에는 유리 케이스를 눈 밑에 묻으려는 사진과 발신기로 보이는 나무에 매달린 테디베어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이로써 범인은 3억 엔이라는 거금을 요구하며 자신의 요구가 관철되면 사진의 장소와 수신기를 넘길 것을 약속했다.


소장과 구리바야시는 범인을 도난당한 병원균 연구를 담당했던 연구원 구즈하라로 추정했다. 그는 정부에 그 어떤 신고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탄저균을 비합법적으로 자체 개발하였고, 그 물질은 기존 백신이 전혀 듣지 않는 초미립자로 가공된 무시무시한 살상 무기에 해당되었다.

소장은 이 연구를 알면서도 묵인하였기에 이 도난 사건이 표면에 드러나면 자신의 책임 문제로 번질 것을 우려하여 경찰 신고를 거부하며 협박범의 요구를 들어주려고 했다. 그렇게 구리바야시와 대책을 논의하고 있을 때 경찰이 협박범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교통사고 소식을 전하며 시신 확인을 요구했다.


어이없는 교통사고로 협박범 구즈하라가 사망한 것을 확인한 도고와 구리바야시는 그의 자동차 안에서 디지털카메라와 수신기를 발견하였다. 도고는 구리바야시에게 연구소 부소장 자리를 제안하며 디지털카메라와 수신기를 사용하여 비밀리에 탄저균을 회수할 것을 명령했다.

구리바야시는 디지털카메라에 남아있는 자신들에게 보내지 않은 나머지 사진들을 이용해 스노보드에 한창 빠져있는 아들 슈토의 도움을 받아 그 장소가 사토자와온천 스키장이라고 특정하였고, 내막을 모르는 아들과 함께 탄저균을 회수하러 스키장으로 떠난다.


한편 지인의 권유로 사토자와온천 스키장으로 직장을 옮긴 네즈 쇼헤이는 그해 그곳에서 열리는 스노보드 크로스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스키장에 온 세리 치아키와 만나 한잔한다. 그 자리에서 치아키는 자신의 일에 대해 느끼는 고민과 회의감과 좌절감을 살짝 이야기한다. 그러고는 이번 대회에서도 마음대로 안되면 은퇴할 것이라 이야기하며, 그렇게 되면 본격적으로 데이트하자는 이야기를 네즈에게 농담처럼 건넨다.


다음날 네즈는 여느 날처럼 스키장으로 출근하였고 구리바야시는 아들과 함께 스키장 어딘가에 묻혀있을 탄저균을 찾아 스키장에 도착하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재미는 말할 나위 없거니와 소설들의 가독성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대체 이런 아이디어와 필력이 어디서 무한히 샘솟는 걸까?

역시 명불허전 히가시노 게이고이다.


소설은 공기 중에 노출되어 대규모 인명피해를 불러올지도 모르는 탄저균의 회수라는 위험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은폐하고 은밀한 회수를 진행하는 구리바야시에 의해 극 중의 긴장감은 폭탄 테러의 위협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전작 『백은의 잭』에 비해 다소 덜한 듯하다.

하지만 탁 트인 설원을 질주하며 그려내는 풍경이나 등장인물들의 감정선, 예를 들어 중학생의 풋풋한 첫사랑의 감정이라거나 가족애나 유대감, 설원을 질주할 때 느끼는 쾌감 등의 표현은 전작보다 소설의 분위기를 밝고 따뜻하게 만들어 가끔 미스터리 추리 소설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의 침체가 전혀 없게 만들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엉덩방아를 찧으며 등장하는 허당기 넘치는 구리바야시에 의해 그런 유쾌한 분위기가 예견되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설원의 추격전에서 극에 달한다.


전작 『백은의 잭』에서의 추격전과 설원의 질주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과 짜릿한 쾌감을 안겨다 주었다면, 이 책 『화이트 러시』에서 탄저균을 탈취하려는 악당과 이를 저지하려는 치아키와의 추격전은 박진감과 동시에 유머러스함을 보여주고 있다.

"오디 색깔 주제에."

미스터리 추리 소설계에 다시없을 설원의 격투, 결투 아니 난투극을 못 보거나 안 보는 사람이 없기를.


이번 소설에서는 감정을 압박하는 큰 긴장감은 없지만 작가는 마지막까지 탄저균이 살포될까 말까, 탄저균이 탈취될까 말까 하는 쫄깃쫄깃한 장면과 상황을 연출하며 독자와의 밀당의 끈을 끝까지 놓지 않는다.

과연 탄저균은 무사히 회수될 수 있을까?

아니, 정의가 실현될 수 있을까?


미스터리 추리 소설의 긴장감과 실제 설원을 질주하는 듯한 짜릿한 쾌감 거기에 보너스로 유머까지 챙겨가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을 강력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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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 패권의 미래 - 변화를 주도하는 힘은 어디서 오는가
해미시 맥레이 지음, 정윤미 옮김 / 서울경제신문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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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뒤의 미래에 사회의 구조가 어떻게 될지는 알기 힘들다. 당장 내년에 어떤 사건이 일어날지도 모르는데, 그보다 더 먼 미래를 쉽게 맞추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 사실을 감안했을 때, 『2050 패권의 미래』에서 제시하는 2050년이라는 미래에 대한 통찰은 국제적인 정세, 그리고 기타 장기적인 분석에 필요한 전문적인 역량이 없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쉽게 미래에 대한 합리적인 예측을 이해하고 또 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다양한 추측들도 할 수 있게 한다.


책의 첫 부분은 현재의 국제적 상황에 대하여 간단명료한 요약을 제시하여 독자들이 다음으로 이어질 내용들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배경지식을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인구 역학', '자원과 환경', '무역과 금융', '기술', '정부와 거버넌스'라는 키워드들을 바탕으로 미래 사회의 방향을 예측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기술'이라는 키워드이다.


아이폰이 개발자인 스티브 잡스가 예상하지 못했을 정도로 큰 영향을 사회에 불러일으킨 것과 마찬가지로, 저자는 기술들이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매우 크게 보고 있다. 물론 저자는 기술의 발전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느려진다는 것에는 동의하였다. 물리적인 한계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들이기 때문에,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속도와 같은 부분들은 현재 예상하기로는 다른 새로운 방식을 찾아내지 않는 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제시하였듯, 영국에서 뉴욕으로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1960년대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그 외에도 수많은 것들이 발전을 이루지만 그 속도가 매우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은 되지 못한다. 이러한 사실들을 바탕으로 저자는 기술의 발전이 점진적으로 일어날 것이라는 예상을 하였다.


저자가 관심을 둔 기술 중에는 비대면을 가능하게 한 화상 회의에 관한 것들이 있다. 저자는 이러한 변화를 두고 없던 기술이 급격하게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 예로 화상 회의 관련 대표적인 회사 중 하나인 줌(Zoom)이 2011년에 설립되었다는 것인데, 이는 비대면 회의와 같은 것들이 단순히 급격하게 생겨난 것이 아닌, 특수한 상황에서 그 이용이 활발해진 것뿐이라는 저자의 입장을 뒷받침해 준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저자는 비대면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이는 기술적인 한계가 아닌 사회적인 한계로, 사람들이 타인과의 대화와 상호작용을 추구하기에 비대면이 오래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저자는 가장 큰 변화를 겪을 기술들을 꼽기도 하였는데, 에너지, 의료, 바이오 기술 등이 저자가 보기에 가장 큰 변화를 겪고 발전할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에너지 관련 기술을 예로 들자면, 환경에 대한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친환경적이고 탄소 발자국을 적게 남기는 에너지 생산 방식을 추구하게 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동시에 LED가 백열전구를 대체한 것과 같이 기존의 기술들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의 발전을 통해 에너지 절약을 해낼 것이라고 보았다.



두 번째 부분에서 전 세계에 공통적으로 적용이 될 키워드들을 살펴보았다면, 세 번째 부분에서는 미국이나 캐나다, 영국, 독일, 중국, 일본, 중동 등의 지역들이 앞으로의 미래에서 어떠한 변화를 겪고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될지를 예측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시나리오와 긍정적인 시나리오를 각각 열 가지씩 제시하는데, 부정적 시나리오 중에는 미국, 중국, 인도의 관계가 악화되어 삼자 대립의 구도가 성립되거나 거대 종교인 이슬람교, 힌두교, 기독교가 불화를 일으키는 것,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사회인 만큼 '확증 편향'에 쉽게 빠져 버리는 상황 등이 있다.

부정적인 시나리오들만 본다면 앞으로가 마치 혼돈의 도가니처럼 느껴지겠지만, 다행스럽게도 긍정적인 시나리오 또한 여럿 존재한다. 그중에는 중산층의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여 기존의 중산층을 수적으로 압도하는 것과 같이 현재로서도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것이 있는가 하면, 중국이 타 국가들에 대하여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여 세계가 경제적인 이득을 보는 것, 인도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의 인도아대륙 국가들이 완전히 친밀한 관계가 되는 것은 아닐지라도 경제 협력체를 구성하여 세계 경제에 큰 이점을 가져오는 것과 같이 다소 현재로서는 꿈만 같은 시나리오들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이들 모두 단순히 뜬구름을 잡는 듯이 '이랬으면'이라고 하는 게 아니라, 체계적인 분석을 통해 도출해 낸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들이라는 것이다.


평소에 뉴스를 통해 접하는 내용들은 그 입장들이 다양하기에 흐름을 읽어내어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해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게다가 전문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미래'라는 것은 단순히 오기를 기다려야만 하는 것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그러나 『2050 패권의 미래』는 평범한 사람들도 쉽게 미래의 정세나 상황들을 추측해 볼 수 있게 도와줄 뿐만 아니라, 단순히 '이럴 거다'라며 제시하는 것보다 '이러이러한 상황들이 있었다. 그러므로 이렇게 될 거다'라는 식으로 내용을 제시하여, 현재의 상황들을 정리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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