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역시 시체가 있었습니다 옛날이야기 × 본격 미스터리 트릭
아오야기 아이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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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역시 시체가 있었습니다』는 다섯 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단편 모음집이다.


<죽세공 탐정 이야기>

사람을 싫어하는 죽세공인 쓰쓰미 시게나오는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홀로 살아가고 있었다. 아리사카 야스히라는 시게의 수하를 자청하여 근처에 살며 시게를 도왔다.

어느 날 대나무를 베러 대나무 숲에 간 시게와 야스는 숲에서 마디가 빛나는 특이한 대나무를 발견했고, 그 속에서 엄지 크기의 소녀를 발견한다. 시게는 도읍에서 살던 때 여자 때문에 큰 봉변을 당해 소녀를 데려가길 꺼려 했지만, 소녀를 걱정하는 야스의 말에 따라 소녀를 집에 데려가기로 했다.

자신을 가구야라고 소개한 여자아이는 시게와 야스의 따뜻한 보살핌과 애정을 받으며 놀랄 만큼 빠른 성장을 보였다. 가구야가 그들의 곁으로 온 지 이레째 되는 날, 시게는 숲에서 뿌리가 빛나는 대나무를 발견했고, 거기서는 황금이 나왔다. 그 뒤로도 매일같이 빛나는 대나무가 발견되면서 집에는 황금이 쌓여갔다.

시게는 황금이 딱히 필요 없었지만 야스는 그 황금으로 집을 새로 지을 것을 권했다. 이에 시게는 가구야를 위해 집을 새로 짓는 것과 동시에 자신을 따르는 야스에게도 새로운 집을 지어준다.

그리고 새로 지은 집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날, 시게는 열여섯 살 정도로 자란 가구야의 성인식도 같이 치른다. 시게의 집에 찾아온 사람들은 가구야의 미모에 반했고, 그중 네 명의 젊은이가 가구야에게 청혼했다.

가구야는 이를 전부 거절했지만, 다음날 그들은 다시 가구야를 찾아와 청혼한다. 거기에 한 명 더 야스의 어린 시절 친구까지 가세하는데….

"너무 아름다워도 문제네요."


<일곱 번째 데굴데굴 주먹밥>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욕심 많고 게으른 소시치 영감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옆집 요네하치 영감의 집에 엄청난 양의 금은보화가 쌓여 있는 것을 보고 그 보물들의 출처를 물었다. 이에 요네하치 영감은 나무를 하러 간 산에서 점심으로 먹으려다 실수로 떨어뜨린 주먹밥이 비탈길을 굴러 내려가 나무 밑동 구멍으로 떨어지면서 체험한 신기한 경험을 말해준다. 그 경험 후에 얻게 된 '원하는 걸 무엇이든 손에 넣을 수 있는 자루'에서 보물들이 쏟아졌다고 했다.

욕심쟁이 소시치 영감은 당장 할멈이 만들어 준 주먹밥을 들고 요네하치 영감이 가르쳐준 장소로 가서 요네하치 영감과 똑같은 행동을 되풀이해 자신도 구멍 안으로 들어가는데….


<볏짚 다중 살인>

행상 일을 하던 남편 하치에몬의 불륜을 의심해 나무통 속 겨된장 속에 얼굴을 처박아 질식시켜 죽여버린 아내 오미네, 병든 애완 흰 여우를 살리기 위해 신비한 천 겐켄푸를 구해 집으로 돌아가던 중 산적 하치에몬을 만나 정당방위로 절벽 아래로 밀어버린 부잣집 외동딸 쓰바키, 자신을 조롱하며 자신의 명검을 싼값에 가져가려는 돈놀이꾼 하치에몬을 때려죽인 뒤 그의 말을 빼앗은 무사 하라구치 겐노스케, 그리고 관음보살의 계시로 불당을 나선 뒤 처음 손에 쥔 지푸라기를 들고 기회가 생기면 무엇이든 교환하면서 서쪽으로 향하며 이들과 차례로 만나는 한타.

얼마 후 짐승조차 지나가지 않을 정도로 외진 산속 오래된 우물에서 발견된 사체 하치에몬.

도대체 하치에몬의 정체는 무엇이고 그를 죽인 진짜 범인은?


<원숭이와 게의 싸움 속 진실>

동물들이 모여사는 아카지리다이라에 사는 게가 어느 날 길에서 주먹밥을 주워 기쁜 마음에 그것을 먹으려고 했다. 그때 남을 괴롭히는 걸 좋아하는 난텐마루라는 원숭이가 나타나 감언이설로 게를 꼬셔 자신이 들고 있던 감 씨와 주먹밥을 바꾸었다. 게는 그 씨앗을 땅에 심은 후 정성을 다해 먹음직스러운 감이 많이 열린 감나무로 키웠다. 하지만 나무에 오르지 못해 다 익은 감을 먹지 못하고 있을 때 난텐마루가 나타나 자신이 따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나무에 올라간 난텐마루는 약속과는 다르게 혼자 감을 먹어치웠다. 이에 게가 자신에게도 감을 달라고 하자 난텐마루는 화를 내며 덜 익은 감을 게에게 던졌고, 딱딱한 감을 정통으로 맞은 게는 등딱지가 깨져 죽고 말았다. 그 후 친구의 죽음에 분노한 밤, 벌, 절구, 쇠똥이 의기투합해 난텐마루를 죽인다.


여기까지가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이야기였다. 다테바야시의 너구리 차타로도 신세를 지고 있는 인간 조베에에게 그렇게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카지리다이라에서 난텐마루의 아들 도치마루가 찾아와 차타로 형의 복수를 대신 해주겠다는 조건을 내걸며 자신의 계획에 동참할 것을 권유한다. 그러고는 아카지리다이라로 차타로를 데리고 가 일반에 잘못 알려진 '원숭이와 게의 싸움'의 진실을 들려주는데….


<사루로쿠와 보글보글 교환 범죄>

약 30년 정도 전에 원숭이 의학을 배운 와타는 원숭이들을 돕기 위해 여행을 떠났고, 여행길에서 사루로쿠라고 하는 원숭이를 만났다. 그와 마음이 맞아 함께 여행했고, 반년 정도 후에 그들은 아카지리다이라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사루로쿠가 원숭이들의 권력자 쇼조 옹의 저택에서 일어난 작은 사건을 해결하면서 쇼조 옹의 환심을 샀고, 사루로쿠와 와타는 얼마 동안 쇼조 옹의 저택에 머물게 되었다.

원숭이 술 축제 다음날 아침, 무기 영감으로부터 다테바야시에서 간타라는 토끼가 차차마루라는 너구리를 죽인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 부엌에서 일하는 어린 원숭이가 뛰어와 저택 내에 은신 중인 난텐마루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하는데….



소설 속 이야기들은 일본 전래동화를 살짝 비틀어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은 큰 흐름 속에서 살인사건을 등장시키고 그것에 대한 추리를 선보이고 있다. 전래동화를 들으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어, 뭔가 논리적이지 않은데. 이상해.'라고 생각해 봤음직한 포인트를 집어 지적하며 그것을 논리적으로 파헤치고 교묘하게 사건을 집어넣었다.

그렇게 탄생한 이야기는 원작과 다르지 않지만, 원작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전혀 다른 이야기로 '처음부터 이야기는 원래 이랬어.'라는 생각이 들 만큼 완벽했다.


아, 일본 전래동화를 잘 몰라도 걱정할 필요 없다. 각 단편들이 시작될 때 원작이 짧게 요약되어 있어 원작을 파악하고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다. 전래동화들은 이웃나라라서 그런지 우리나라 전래동화와 살짝 비슷한 이야기들도 있다.


이 책은 이 시리즈의 책들처럼 표지에 절대 속아서는 안되는 책이다. 표지를 보고 앙증맞고 귀엽고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악한 사람은 벌을 받는다'라는 바람직한 교훈이 담긴 이야기를 기대한다면 그 착각부터 던져버려야 한다.

여전히 그런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는 소설을 읽으며 악한 짓을 저지르고도 발 뻗고 잘 사는 주인공을 보며 분노했고, 선했지만 어이없는 죽음을 당한 등장인물에는 동정을 보냈다.

그리고 힘들게 노력해 대가를 받았지만 뜬금없이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허무함을 느끼며 인생무상을 느끼기까지도 했다. 인생은 공수레 공수거이거늘 무엇을 위해 아등바등 사는 걸까.

그리고 《유주얼 서스펙트》같은 뒤통수치는 반전이 내재해 있는 이야기.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는 완벽한 이야기들로 구성된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다섯 편의 이야기 중 네 번째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었다. 도저히 진실을 추측할 수 없어 같은 구절을 몇 번씩 반복해 읽으며 추리하려 애써야 했다. 하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다음 페이지로 넘겨 진실을 목도하는 순간 번개를 얻어 맞고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멍하니 아무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진실이라고 믿었던 세계가 진실이 아닌 거짓이 되는 순간 엄습하는 전율.

누구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지만 눈에 보이는 것과 진실이라 믿는 것에 의존하였기에, 그 누구도 아닌 자신 때문에 속아넘어가는 상황.

아니, 그렇게 치면 세 번째 이야기의 반전이 더 충격적이었다고 해야 하나?


이 책을 덮는 순간 눈에 보이고 알고 있는 것이 전부 진실일 거라 믿지 못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친근함 속에 숨어 있는 거짓을 간파하고 미스터리의 진수를 제대로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자신 있게 이 책을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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