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러시 설산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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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날과 다름없이 다이호대학 의과학연구소로 출근해 일상적인 점검을 하던 주임연구원 구리바야시 가즈유키는 최근 들어 가동을 시작한 생물안전등급 4의 실험실을 점검하던 중 보관하고 있던 병원균 케이스 중 두 개가 사라진 것을 발견한다. 주위를 찾아보고 기억을 더듬어봤으나 사라졌을 이유를 찾지 못한 구리바야시는 도난의 가능성을 떠올리고는 이 사항을 연구소장 도고에게 급히 보고했다.

보고를 받은 도고는 딱히 놀라는 기색 없이 구리바야시에게 자신이 받은 협박 이메일을 보여준다.


협박범은 이메일을 통해 그 병원균을 섭씨 10도 이상 되면 파손되는 유리 케이스에 담아 어떤 장소에 숨겨놨음을 알리며 그 장소 근처에 발신기를 설치해 두었다고 했다. 메일에는 유리 케이스를 눈 밑에 묻으려는 사진과 발신기로 보이는 나무에 매달린 테디베어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이로써 범인은 3억 엔이라는 거금을 요구하며 자신의 요구가 관철되면 사진의 장소와 수신기를 넘길 것을 약속했다.


소장과 구리바야시는 범인을 도난당한 병원균 연구를 담당했던 연구원 구즈하라로 추정했다. 그는 정부에 그 어떤 신고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탄저균을 비합법적으로 자체 개발하였고, 그 물질은 기존 백신이 전혀 듣지 않는 초미립자로 가공된 무시무시한 살상 무기에 해당되었다.

소장은 이 연구를 알면서도 묵인하였기에 이 도난 사건이 표면에 드러나면 자신의 책임 문제로 번질 것을 우려하여 경찰 신고를 거부하며 협박범의 요구를 들어주려고 했다. 그렇게 구리바야시와 대책을 논의하고 있을 때 경찰이 협박범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교통사고 소식을 전하며 시신 확인을 요구했다.


어이없는 교통사고로 협박범 구즈하라가 사망한 것을 확인한 도고와 구리바야시는 그의 자동차 안에서 디지털카메라와 수신기를 발견하였다. 도고는 구리바야시에게 연구소 부소장 자리를 제안하며 디지털카메라와 수신기를 사용하여 비밀리에 탄저균을 회수할 것을 명령했다.

구리바야시는 디지털카메라에 남아있는 자신들에게 보내지 않은 나머지 사진들을 이용해 스노보드에 한창 빠져있는 아들 슈토의 도움을 받아 그 장소가 사토자와온천 스키장이라고 특정하였고, 내막을 모르는 아들과 함께 탄저균을 회수하러 스키장으로 떠난다.


한편 지인의 권유로 사토자와온천 스키장으로 직장을 옮긴 네즈 쇼헤이는 그해 그곳에서 열리는 스노보드 크로스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스키장에 온 세리 치아키와 만나 한잔한다. 그 자리에서 치아키는 자신의 일에 대해 느끼는 고민과 회의감과 좌절감을 살짝 이야기한다. 그러고는 이번 대회에서도 마음대로 안되면 은퇴할 것이라 이야기하며, 그렇게 되면 본격적으로 데이트하자는 이야기를 네즈에게 농담처럼 건넨다.


다음날 네즈는 여느 날처럼 스키장으로 출근하였고 구리바야시는 아들과 함께 스키장 어딘가에 묻혀있을 탄저균을 찾아 스키장에 도착하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재미는 말할 나위 없거니와 소설들의 가독성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대체 이런 아이디어와 필력이 어디서 무한히 샘솟는 걸까?

역시 명불허전 히가시노 게이고이다.


소설은 공기 중에 노출되어 대규모 인명피해를 불러올지도 모르는 탄저균의 회수라는 위험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은폐하고 은밀한 회수를 진행하는 구리바야시에 의해 극 중의 긴장감은 폭탄 테러의 위협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전작 『백은의 잭』에 비해 다소 덜한 듯하다.

하지만 탁 트인 설원을 질주하며 그려내는 풍경이나 등장인물들의 감정선, 예를 들어 중학생의 풋풋한 첫사랑의 감정이라거나 가족애나 유대감, 설원을 질주할 때 느끼는 쾌감 등의 표현은 전작보다 소설의 분위기를 밝고 따뜻하게 만들어 가끔 미스터리 추리 소설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의 침체가 전혀 없게 만들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엉덩방아를 찧으며 등장하는 허당기 넘치는 구리바야시에 의해 그런 유쾌한 분위기가 예견되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설원의 추격전에서 극에 달한다.


전작 『백은의 잭』에서의 추격전과 설원의 질주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과 짜릿한 쾌감을 안겨다 주었다면, 이 책 『화이트 러시』에서 탄저균을 탈취하려는 악당과 이를 저지하려는 치아키와의 추격전은 박진감과 동시에 유머러스함을 보여주고 있다.

"오디 색깔 주제에."

미스터리 추리 소설계에 다시없을 설원의 격투, 결투 아니 난투극을 못 보거나 안 보는 사람이 없기를.


이번 소설에서는 감정을 압박하는 큰 긴장감은 없지만 작가는 마지막까지 탄저균이 살포될까 말까, 탄저균이 탈취될까 말까 하는 쫄깃쫄깃한 장면과 상황을 연출하며 독자와의 밀당의 끈을 끝까지 놓지 않는다.

과연 탄저균은 무사히 회수될 수 있을까?

아니, 정의가 실현될 수 있을까?


미스터리 추리 소설의 긴장감과 실제 설원을 질주하는 듯한 짜릿한 쾌감 거기에 보너스로 유머까지 챙겨가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을 강력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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