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 : 젓가락 괴담 경연
미쓰다 신조 외 지음, 이현아 외 옮김 / 비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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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야기 미쓰다 신조의 <젓가락님>은 아메미야 사토미라는 인물이 자신이 초등학교 5학년이었을 때 겪었던 일을 작가에게 전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아메미야는 5학년 때 전학 온 남자아이 네코와 옆자리에 앉게 되며 자연스럽게 전학생인 네코를 돌보게 되었는데, 전학생에 대한 반 친구들의 관심이 꺼져버린 어느 날 네코의 기묘한 행동을 목격하게 된다. 그것은 쓰야 때 시신 머리맡에 차려놓는 사잣밥처럼 급식으로 나온 밥그릇의 밥에 젓가락을 똑바로 꽂은 뒤 양손을 모으고 뭔가를 비는 행동이었다. 특히 네코가 꽂았던 젓가락이 급식용 나무젓가락이 아니라 손수 만든 듯한 대나무 젓가락이었던 것에 한층 더 놀랐다.

반복되는 네코의 행동에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그 기묘한 행동에 대해 물었더니, 네코는 비밀 엄수의 철저한 약속을 받아내고는 젓가락님에 대한 의식을 이야기해 준다. 얼마 후 네코에게 젓가락님한테서 기별이 왔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네코의 왼팔에 물고기 모양 비슷한 붉은 반점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아메미야도 자신의 오빠의 '처리'를 부탁하며 네코보다 늦게 젓가락님 의식을 시작하는데….


두 번째 이야기 쉐시쓰의 <산호 뼈>는 이야기를 읽고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었다.

중학교 시절 자신의 팔자의 무게가 6량 1첸이어서 '류량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샤오청은 친구들 사이에서 좋아하는 사람의 젓가락 한 짝을 몰래 바꿔치기하여 들키지 않으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젓가락 교환 마법이 유행하는 것을 보고 다들 비슷한 젓가락을 사용하는데 몰래 바꾸는 게 뭐가 어렵냐며, 그렇게 해서 사랑이 이뤄진다면 세상에 실연당하는 사람은 없겠다는 말을 한다. 이에 친구들은 떼로 몰려와 따지며 그렇게 쉽다면 한번 해보라는 말을 하고, 샤오청은 내기를 하며 같은 반 남자아이 한 명을 고른다.

그러나 그 남자아이는 젓가락에 체인을 걸어 목에 걸고 다녀서 젓가락을 바꿔치기할 수가 없었다. 그 아이의 젓가락은 선명한 붉은색에 소용돌이 물결무늬가 있고 젓가락 끝은 은으로 상감이 되어 있는 아름답고 화려한 산호로 만든 젓가락이었다. 샤오청이 젓가락을 안 들고 왔으니 젓가락을 빌려 달라는 부탁을 하지만 그 아이는 신령이 깃든 젓가락이라며 빌려주지 않았다. 그렇게 그 아이의 젓가락을 훔치기 위해 샤오청은 계속 그 아이의 주위를 맴돌며 친하게 지내는데….


예터우쯔의 <저주의 그물에 걸린 물고기>에서 궁팅충과 린리나, 리이즈, 예쓰제는 인터넷 채널 운영이 생각처럼 잘 풀리지 않아 운영이 어려워지자 구독자 수와 광고 수입을 늘리기 위해 거짓 도시 전설을 만들어 낸다.

그들은 신냥탄의 귀신 신부 이야기를 기초로 다른 세부 사항을 더해 '귀신 신부의 젓가락 저주'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그 괴담은 복제하기 쉽고, 공포스럽고, 누구나 참여 가능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귀신 신부의 저주 이야기는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퍼졌고 인터넷에서 핫이슈로 떠올랐다. 그렇게 두 달여간 인터넷이 한창 들끓을 무렵 아충(궁팅충)은 자신의 채널 '시계태엽 레몬'에서 '귀신 신부의 젓가락 저주'의 진실을 터뜨린다. 그렇게 그들은 공격적으로 광고와 구독자 수를 늘렸고, 한 달 후 아충은 다시 한번 더 귀신 신부의 도시 전설이 거짓이고 미신이라는 폭로 라이브 방송을 하던 중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다.

경찰은 죽음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고 결국 그의 죽음은 미제 사건으로 흐지부지되었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그의 연인이었던 린리나를 범인이라고 속단하고 SNS와 메시지를 통해 그녀에게 악담과 욕지거리를 퍼부었다.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던 리나는 어느 날 '귀신 신부'라는 인물로부터 스튜디오에서 같이 근무했던 친구들 중의 한 명이 아충을 살해한 범인이라는 메시지를 받는데…….


샤오샹선의 <악어 꿈>에서는 과거의 시간 속에서 꿈꾸는 듯한 어떤 여자의 고백과 현재의 시간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젓가락 신선 의식에 참가한 아들을 위해 저주를 깰 방법을 찾기 위해 B 초등학교의 비밀을 파헤쳐 나가는 장원융의 이야기가 교차로 진행된다.

과거의 시간 속에서 꿈꾸는 듯이 고백하는 여자는 매춘부로 보이며, 매번 다른 남자에게 자신의 고향을 먹어치운 악어 이야기와 민며느리로 들어갔던 자신의 불운했던 어린 시절을 단편적으로 이야기한다. 그리고 남자의 팔뚝 위의 붉은 모반을 보고는 팔뚝에 붉은 물고기 모양 모반이 있는 사람을 본 적 있는지 묻는다.

현실에서는 타이완에서 제일 유명한 요괴 추리 소설가의 '젓가락의 주술적 성격'에 대한 강연이 끝난 후 작가에게 주간지 기자 장원융이 이야기를 걸어온다. 그는 강연의 주제 '젓가락에 관련된 괴담'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B 초등학교가 그 괴담에 나오는 학교랑 평면도가 똑같음을 이야기하며, 지금은 페이추이 댐으로 인해 물에 잠긴 B 초등학교의 비밀을 같이 조사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한다.

작가는 그와 헤어지며 그가 준 명함에 적힌 그의 이름을 보며 운명에 사로잡힌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마지막 찬호께이의 <해시노어>에서는 <악어 꿈>에서 송신을 위해 잠시 나왔던 장원융의 아들 장핀천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핀천은 이전 홍콩에서의 교통사고 때 도움을 받았던 아원의 도움으로 무사히 '젓가락 신선' 의식에서도 살아남아 소원을 이룬 뒤 홍콩을 다시 방문한다. 그가 아버지 장원융의 추궁과 만류에도 불구하고 '젓가락 신선' 의식을 계속했던 이유는 지난해 그가 다니는 대학에서 진행했던 교류단에 참여해 홍콩에 머무르며 만났던 여학생 샤오쿠이를 위해서였는데….



이 책은 타이완, 일본, 홍콩 3국을 대표하는 장르문학 대가들의 괴담 경연을 모은 책이다.

이야기는 5개의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이야기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젓가락과 괴담을 매개로 공통점이 있고, 읽다 보면 이야기들이 전부 연관이 되어 마치 한 작가가 이야기의 속편들을 적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관성이 있으며 이야기와 인물들이 자연스럽게 겹쳐지며 진행된다.

하지만 문체 면에서 약간 다르게 느껴지는 면이 있어서 다른 작가라는 것은 확실하게 구분되며 작품들마다 개성이 느껴진다.


오컬트 마니아로서 처음 네 편은 호러가 적당히 가미된 미스터리 추리 소설에 가깝다고 느껴졌다.

아무래도 괴담의 초자연적인 현상보다는 젓가락 괴담을 이용하려 드는 사람들의 행위와 의지 위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벌어진 사건 또한 젓가락 괴담을 이용해 인간이 벌인 일 위주로 이야기들이 진행되니 젓가락 괴담의 괴기스러움보다는 드러나서는 안될 비밀과 그것을 감추려는 사람들의 의지가 많이 그려져 그런 듯하다.


<젓가락님>은 읽고 역시 미쓰다 신조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작품에서도 그랬듯 괴담을 이야기하며 초자연적인 현상을 말하고 있음에도 결국에는 인간의 의지가 들어간 것 같은 마무리를 보여준다.

그래서 이야기는 대체 의식을 끝마쳤다는 건가 아닌가, 인간의 의지였는가 소원이 이루어진 것인가 하는 모호함을 남기고 있다.


<산호 뼈> 같은 경우에는 읽으면서 공포스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고 남자 주인공의 운명에 그저 가슴 아팠다.

우는 샤오청을 달래기 위해 부드러운 스킨십을 해주는 장면에서 그냥 울컥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거부하고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거부하려고 발버둥 쳤지만 결국엔 벗어날 수 없었던 태어날 때부터 지워진 무거운 운명의 무게를 담담히 받아들인 어린 소년의 모습이 그려져 그냥 먹먹했다.

잊지 않고 지니고 있던 박하사탕에는 눈물이 터졌다. 그 긴 시간 박하사탕을 가지고 다니며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왔을까.


내가 제일 재미있게 봤던 작품은 바로 다섯 번째 찬호께이의 작품 <해시노어>이다.

고대 중국 설화와 역사와 신명의 개념을 SF와 적절히 잘 연결하고 풀이하여 번뜩이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그리고 현실에 잘 적응한 신명의 모습은 취향 저격이었다. 마치 내가 아주 좋아하는 미드 「수퍼내추럴」에 나오는 현대 인간들 사이에 섞여 살아가는 신들과 천사들의 모습이랄까. 그러나 그것과는 또 다른게 이 소설에서는 신명을 볼 수 있는 사람이 한정되어 있다.

앞의 이야기들이 어둡고 침체된 분위기라면 이 소설로 완전 분위기가 반전된다. 이 소설은 앞에 나왔던 이야기들을 깔끔하고 기분 좋게 총정리해 주면서 책 읽기를 개운하게 마무리할 수 있게 해주었다.

책을 덮으며 <해시노어>는 주인공들의 또 다른 모험을 그리는 속편이 나왔으면 하고 바랐다. 이대로 끝내기는 아쉽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쾌 : 젓가락 괴담 경연』은 공포 미스터리 추리 소설을 원하는 마니아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소설이다. 덤으로 찬호께이의 코믹스러움과 위트와 재치도 볼 수 있다. 다른 어느 소설보다 선물 같은 작품이라고 확언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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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수업 팡세미니
알퐁스 도데 지음 / 팡세미니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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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갑자기 슬퍼졌습니다.

'오늘이 마지막 프랑스어 수업이구나! 그런데도 나는 아직 프랑스어를 제대로 쓸 줄 모르니…….'

나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이제 일생 동안 프랑스어를 배울 기회가 없을 텐데…….'

p.23



프러시아가 점령한 프랑스 알자스 지방에 사는 프란츠는 그날도 여전히 지각을 하고 숙제도 하지 않아 학교를 빠질까도 생각했지만 꾹 참고 학교로 뛰어갔다. 학교 가는 길에 만난 대장장이 아저씨는 프란츠에게 그렇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프란츠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열심히 뛰어 학교로 들어갔다. 그런데 프란츠의 눈앞에 펼쳐진 교실의 광경은….


우리나라와 같이 다른 나라에 점령당해 나라말을 금지 당했던 프랑스 알자스 지방의 아이가 주인공인 이야기인 「마지막 수업」.

아마 거의 모든 사람들이 어렸을 때 한 번은 읽어봤을 것이다. 아니, 만약 읽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제목은 알고 있을 것이다. 어릴 때 읽었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귀여운 삽화와 적당히 큰 글씨로 친근하게 다가온 팡세 미니 시리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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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배우는 의학의 역사 - 개정판 한빛비즈 교양툰 14
장 노엘 파비아니 지음, 필리프 베르코비치 그림, 김모 옮김, 조한나 감수 / 한빛비즈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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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백신에 대한 불안과 불신, 치료제에 대한 갈망, 코로나 상황 종식 기원 등으로 인해 의학에 관한 관심이 높아 있는 상황에서 『만화로 배우는 의학의 역사』를 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의학이라는 단어만 보고 시대별로 여러 질병의 기원이나 유행, 치료법 발견 노력 등을 만화로 보기 쉽게 그려 설명해 놓은 책일 거라 예상하고 책을 접했다.

그러나 이 책은 원시시대부터 인간에게 행해진 의술이란 형태를 지닌 의학의 기원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의학의 발전과 성과를 의학 기구, 소아 의학, 안과학, 법의학, 여성 의사 등과 같은 분야별로 나누어 총 29장에 걸쳐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진짜 제목 그대로 의학의 역사를 훑어주고 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원시 시대는 미개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애니메이션이나 동화 같은 많은 여러 작품들에서 원시인들을 미개하게 묘사하며 그들이 자연재해나 병자들을 고치는 상황 등의 문제해결 방법으로 주술적 행위를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보여 주었다.

하지만 구석기 시대에도 의술이라는 것이 존재하여 어긋난 뼈를 맞춰 부목에 고정하거나 약초를 바르거나 달여 마셨으며 심지어는 팔다리를 자르는 수술이 행해졌다고 하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서양 의학의 선구자 히포크라테스는 기원전 460년 그리스 코스섬에서 태어나 할아버지와 아버지 헤라클레이데스에게 의학을 배웠다. 히포크라테스는 환자를 관찰하며 모든 증상을 정리해 과학적으로 질병을 치료하여 '의학의 아버지'가 되었다.

그는 사위 폴리보스와 인간의 기질에 대한 방대한 이론을 정리했는데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체액 기질설」이다. 그리고 아들들과 사위 폴리보스와 함께 「히포크라테스 전집」이라는 60여 권에 달하는 방대한 책을 집필하였는데 이 중 가장 유명한 것이 《히포크라테스 선서》이다.

오늘날에도 의사들은 기원전 4세기에 쓰인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낭독한다.


역사는 후세에까지 영향을 끼친 두 명의 선구자를 배출하는데, 그중 129년 페르가몬에서 태어난 클라우디우스 갈레노스는 히포크라테스 다음으로 위대한 의사로 인정받고 있다. 그의 해부학과 생리학, 치료법 등은 의학의 모든 분야에 오랫동안 영향을 끼쳤고 그를 주치의로 두었던 로마제국의 황제 안토니우스는 갈레노스가 의사 중에 으뜸이라고 말했다.

갈레노스의 저서는 16세기까지 널리 이용되었으며 그는 명실상부하게 '의사들의 왕자'로 불렸다. 그의 사망 후 해부학과 생리학 연구는 완전히 중단되었으며 그것은 그 분야 학문의 쇠퇴를 의미했다.


선구자 중 나머지 한 명은 980년에 태어나 '학문의 왕'으로 불리는 중세 이슬람의 철학자이자 의사인 이븐 시나다. 그가 집필한 《의학정전》은 아랍 세계뿐만 아니라 훗날 르네상스시대 기독교 의사들에게까지 지침이 되었다. 그 기본은 갈레노스의 의학이지만 아랍과 페르시아의 전통 요법과 임상실험을 통한 지식이 더해져 있다.

그는 저서에서 병을 옮기는 미생물과 바이러스가 있음을 증명하지는 못했지만 존재를 추정하며 위생에 주의하고 전염병에 대처할 것을 말하고 있다. 이 《의학정전》은 르네상스시대까지 의학 교재로 사용되었다.


중세 초기의 의학은 성 베네딕토의 뜻에 따라 성직자가 맡았다는 사실을 아는가?

그러나 그들은 몸이 아닌 정신을 구원하는 활동을 추구했으며, 1163년 투르 공의회에서 더 이상의 외과수술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가톨릭교회도 그들의 외과수술 행위를 금지시켰다.

그리하여 자연적으로 당시 예리한 칼날을 사용할 줄 아는 유일한 사람들이었던 이발사들이 외과수술을 맡게 되었다. 이발사들은 이발소 간판을 내걸고 영업을 했다. 당시 의학은 학자들이, 외과수술은 라틴어도 모르고 아리스토텔레스가 누군지도 모르는 기술 노동자들이 했다.

그런데 루이 14세의 수석 이발사 펠릭스가 루이 14세의 치질 수술을 성공시킴으로써 외과의사의 지위를 바꾸게 되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



이러한 의학의 역사 외에도 질병을 바라보고 대하는 자세의 변화로 병의 본질에 접근하여 치료법을 개발해 내는 의학과 의술의 발전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그 예로 뇌 질환을 들 수 있는데 예전 히포크라테스는 정신적 문제는 기질의 문제로 인해 발생한다고 생각했다. 히스테리라는 것은 자궁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여 성관계를 경험하지 않은 여성의 신경질적인 기운이 간에 도달하면 발병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중세 시대로 넘어가면서 정신질환은 악마의 속삭임에 의해 생겨나는 것으로, 복음을 통해 악마를 쫓아냄으로써 정신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고 여겼다. 이것이 점점 심해져 정신이상자들을 이단자나 마녀로 여겨 화형에 처하게 된다.


그러나 1777년 스코틀랜드의 윌리엄 컬런이 정신질환에 대해 신경증과 정신병의 구분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정신질환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함으로써 뇌 질환 연구에 발전이 이루어진다.

이후 뇌 질환은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신경과학과 정신의학 분야에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신경과학은 뇌에서 발생한 신경학적 문제에 의한 육체의 이상 현상을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정신의학은 형이상학적 차원에서 정신착란에 접근하는 한편 정신이상이 발생할 경우 생길 수 있는 신체 기능 장애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하고 있다.


이렇게 발전을 거듭해 온 인류의 의학을 시샘하고 시험하기 위해서인지 현대에 이르러 인류 역사상 보기 드문 재앙이 전 세계적으로 찾아왔다. 바로 코로나19 바이러스다.

예전 중세 시대 창궐했던 전염병들은 교통이 그리 발달하지 않은 환경이어서 전파가 빠르지 않았지만 현대의 전염병은 빠르고 잘 연결된 교통수단을 따라 순식간에 세계 곳곳으로 퍼져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거기에 더해 강력한 백신을 사용한 인간의 몸에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더욱 강력한 변이를 일으키면서 백신을 무력화시키며 감염을 초래해 이 코로나 팬데믹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다.

의료 최전선에서 고생하고 노력하는 의료진들은 열악한 근무환경과 부당한 대우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인류애적 사명감으로 환자들의 치료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 개정판은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여 오늘의 시점에서 의미를 가지는 필수 의학사를 확장해 출판되었다.

그러나 나는 믿는다. 머지않아 코로나를 종식하는 기념으로 최전선에서 뛰었던 의료진들과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연구했던 의학자들의 이야기가 더 추가되어 다시 개정판이 나올 것이라는 것을.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었던 의학의 역사를 코믹하고 알기 쉽게 알려주어 읽는 내내 "아~!" 하는 깨달음의 탄성을 지르면서 봤다.

의학에 관심이 있건 없건 누구나 꼭 한 번씩은 교양으로 꼭 봤으면 하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만화로 배우는 의학의 역사』를 교양 필독서로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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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만의 살의
미키 아키코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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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사와코는 의식이 몽롱한 상태로 의사에게 이렇게 호소했다고 한다.

"살려주세요. 절 죽이려고 해요."

p.40



1966년 7월, Q현 후쿠미시의 명문가 니레 저택에서 아비산에 의한 살인사건이 일어났는데 피해자와 가해자는 전부 니레 집안사람이었다.

새로운 니레 집안 당주 하루시게는 용의자로 전락한 뒤 범행을 강하게 부인했으나 사건 발생 3주 후에는 동료 변호사와 함께 경찰서로 출두해 모든 범행을 인정했다. 범행 동기만 빼고.


살인 동기가 무엇이었을까. 아내 사와코와 양자 요시오를 죽인다고 해서 얻게 될 이득은 별로 없을 것 같은데.

하루시게가 범인이라니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자신의 인생을 걸고 안 죽인 사람을 죽였다고 죄를 덮어쓸 이유는 없을 텐데….

벌써부터 심장이 쫄깃해지기 시작한다.

문장 한 줄, 단어 하나, 문체와 형식까지 모든 것이 트릭이라고 하니 속지 않게 정신 바짝 차리고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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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덕후 현정쌤의 50일 기초 중국어 말하기 : 말문 트기 편 - 원어민 앞에서 중국어 자신감을 갖게 만드는 21가지 발음 솔루션 [유튜브 무료 강의, mp3 무료 다운로드]
박현정 지음 / 시대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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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학교에서 제2외국어로 주로 독일어나 프랑스어를 배웠었다. 그렇게 학생 때에도 배우지 않았던 중국어를 어른이 되어 중국 드라마를 보며 번역으로는 알 수 없는 원어에 있는 뉘앙스를 느끼며 드라마를 즐기기 위해 자발적으로 늦게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학생 때 이런 열정이 있었다면 지금의 나의 모습이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어쨌든 우리나라에 한참 중국 영화가 유행할 때가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홍콩 영화였다.

성룡, 장국영, 주윤발, 유덕화, 임청하, 왕조현 등…….

그때 사람들은 우리나라 광고에 등장하는 홍콩배우들의 모습에 열광했고 명절이면 성룡의 쿵후 영화가 단골손님으로 TV에서 방영되었고 영화관을 평정했었다. 여기에 간간이 대만 영화도 한몫했다.

이때만 해도 영화 더빙은 홍콩에서 쓰는 광둥어와 대만에서 쓰는 대만어 그대로 방영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영화나 드라마 어디에서도 광둥어는 듣기 힘들고 전부 중국 표준어 더빙으로 방영되고 있고, 우리가 배우는 중국어라고 하면 중국 본토의 표준어를 뜻하고 있다.


여기서 중국 표준어를 북경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한국어는 표준어가 서울말이지만 중국어에서는 북경어도 중국의 여러 방언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예전에 드라마의 대사를 조금 알아듣는다는 자부심으로 북경에 자신만만하게 여행 갔다가 북경어의 심한 얼화음으로 상대가 하는 말을 잘 못 알아들어 상당히 당황했었던 기억이 있다.

중국의 표준어는 보통화라고 한다. 우리가 공부하는 중국어는 중국 표준어인 보통화이다.



이 책을 보고 학습하고자 손에 들었다면 끝까지 꾸준하게 보기를 정말 강력 추천한다.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단순히 문장들뿐만이 아니다. 이 책의 페이지 하단에 있는 단어 설명을 통해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단어들에 대한 지식을 쌓아갈 수 있고, 더불어 일상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장들을 익힐 수 있다.

이 책으로 꾸준하게 학습한다면 한국인이 어려워하고 실수가 많은 중국어 발음 21가지를 교정하여 중국인 앞에서도 자신감 뿜뿜 뿜으며 원어민처럼 말하게 될 것이다.

물론 글자로 된 책만으로는 힘들겠지만 이 책은 유튜브 강의와 해당 사이트에서 MP3를 다운받아 직접 발음을 들으며 공부할 수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글자들마다 색이 칠해져 있는 모양들이 다르다. 처음 보면 뭔지 의아할 수 있는데, 이는 성조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표시되어 있는 것이다.

我没有吃早饭.

Wǒ méiyǒu chī zǎofàn.

병음으로 표현되어 있지만, 딱히 와닿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한자 위에 노란색 박스가 있는 것이다. 제일 밑바닥을 기준으로, 박스의 높이와 변화가 음의 높이와 변화인 셈이다. 그렇게 이해하고 다시 보면 더 쉬워진다.

Wǒ⤻ méi↗ yǒu⤻ chī→ zǎo⤻ fàn↘.

이제 어떤가? 이해하기 조금 더, 아니 훨씬 더 쉬워졌다.

이렇듯 처음 보더라도 발음과 성조를 할 수 있도록 되어있는 친절한 설명에 아마 막힘없이 끝까지 재미있게 학습할 수 있을 것이다.



자, 이제 다 보았다면, 중국으로 여행을 갔을 경우를 상상해 보자.

"여행의 꽃은 뭐? 당연히 기념품!"이라며 당당하게 물건을 사러 가게에 들어간다.

그런데 계산대가 문제다. 직원이 뭐라 뭐라 말을 하긴 하는데, "그래서 다 합해서 얼마냐고!"라고 외치고 싶을 정도다. 그러던 중 한 단어가 가뭄에 단비처럼 들린다. "一共 yígòng". "총합"이라는 뜻이다. 다행이다. 이 뒤에 나올 말만 잘 들으면 된다.

물론 모든 상황이 간단할 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 책을 읽고 학습함으로써 최소한 벙어리가 되는 신세는 면할 수 있고, 또 상대방이 뭐라고 하는지 이해하지 못해 동문서답하는 상황은 면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이 책은 단순히 문장만 던져주는 게 아니라 문장에 사용되는 구성 성분 별로 분류를 해서, 이 책을 끝내고 나면 문장을 혼자서 구성해낼 수 있을 정도까지는 도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외국어 공부가 마냥 쉽지만은 않겠지만,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하물며 50개의 예시 문장에, 중국어 공부의 기초이자 기본이 되는 설명들까지 있으니, 이 책 한 권 읽고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100 걸음 이상은 걸어온 셈이다.

중국어 공부를 시작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내가 너를 응원할게."

我为你加油打气.

Wǒ wèi nǐ jiāyóu dǎq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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