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나니머스 : 경시청 손가락살인대책실
사이조 미쓰토시 지음, 김나랑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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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시청은 인터넷상에서 상대를 비방하고 인신공격을 하여 초래되는 사회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한 전담 부서인 '손가락살인대책실'을 생활 안전부 내에 신설했다.

이 부서는 고시가야를 책임자로 경시청의 꽃인 수사1과에서 좌천된 반조, 경찰 내 가십을 모조리 파악하고 있으며 귀녀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프로 정보 수집가인 리리코, 교통안전과에서 이동해 온 사쿠라, 특별 수사관 채용 때 사이버 범죄 대책과 소속이 될 뻔했지만 손가락살인대책실로 데려온 사이버수사의 천재급 인재 시노미야가 팀원으로 구성되었다.


반조는 한때 '수사1과의 늑대'라는 별명으로 불렸지만 어떠한 불미스러운 사건 이후 다른 사람들의 질타를 받았고, 자신 또한 그 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일선에서 물러나 손가락살인대책실로 오게 되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범접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풍기며 주위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은 채 낚시 잡지나 보았다. 그리고 무슨 연유에서인지 그는 경찰에서 지급하는 사내 태블릿은 개봉도 하지 않은 채 오래전부터 써오던 수첩과 종이 지도를 고집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 반조와 초보 수사관이지만 의욕이 넘쳐흐르는 사쿠라가 파트너가 되어 사건 현장에 투입된다.


손가락살인대책실이 신설되고 처음 들어온 사건은 18세 모델 사나다 고즈에가 인터넷 비방과 인신공격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었다. 경찰은 사건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했지만 고즈에의 부모는 정의감 넘치고 밝은 고즈에가 죽은 이유는 인터넷의 익명성 뒤에 숨은 비겁한 사람들의 악담 때문이라며 그들을 체포하여 처벌하기를 희망하며 사건을 의뢰한다.

이에 손가락살인대책실은 고즈에의 자료를 모아 정리하고 살펴보던 중, 어떤 사람이 올린 다분히 악의적으로 편집된 영상의 확산을 기점으로 루머와 악성 댓글이 쏟아졌고 사생활 도촬 사진들이 인터넷을 돌아다녔다는 사실을 파악한다. 특히 여론을 악화시킨 한 장의 사진이 있었는데, 그것은 자신의 집에서 편안한 웃음을 짓고 있는 고즈에를 찍은 사진으로 배경에 찍혀 있던 알코올음료 캔으로 인해 미성년자 음주 의혹이 일며 비난 여론이 들끓었었다.


그런데 사건 조사가 시작되고 보도진 취재가 있은 뒤 고즈에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타살이며 심지어는 범인이 그녀의 어머니라는 이야기가 떠도는 등 갑자기 인터넷 여론이 이상하게 흘러가며 고즈에의 부모는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의뢰를 철회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 여론을 조성하는 곳은 '블라인드 경찰'이라는 인터넷 사이트였으며 특히 어나니머스라는 작성자는 경찰만이 아는 정보를 가지고 사람들의 정보와 사건 파일을 유출하며 정의의 이름으로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을 단죄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이 소설은 손가락살인대책실의 7개의 사건과 그 해결을 보여주고 있는데, 마지막 7번째 사건은 앞의 사건들처럼 단독적인 사건이 아니라 소설의 처음부터 각 사건에 관여한 어나니머스라는 인물에 대한 정체 파악과 해결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 생활에 더 이상 없어서는 안 될 SNS나 인터넷은 처음 생겨났을 때와는 달리 관련 문제들이 증가하며 순기능보다 역기능의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들이 넘쳐나고 있다. 특히 요즘 같은 익명의 시대에 그 익명성의 방패 뒤에 숨어서 넘쳐나는 악플로 인해 안타깝게 목숨을 끊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대대적으로 정보가 확산되면 사람들은 그것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상관없이 이미 진실로 받아들인다. 물론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추세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카더라 통신'에 귀를 기울이며 가십을 진실로 받아들인다. 피해자가 오랜 고통 뒤에 그것을 퍼뜨린 범인을 잡아내고 그것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밝혀내더라도 이미 사람들 머릿속에 각인된 잘못된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고, 그 고통을 평생 지고 살아가야 하는 것은 피해자 몫이다.


사람들은 익명성이라는 것을 무기로 인터넷 기기 앞에서 거침없이 먹잇감을 향해 난도질을 자행한다. 아무런 거리낌과 가책 없이.

인터넷상의 여론은 확인되지 않은 진실을 포장한 말에 좌우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실제 보지도 듣지도 알지도 못하는 처음 유포된 사실이 진실인 것처럼 색안경을 끼고 피해자를 바라보며 한마디씩 악담을 던지며 마녀사냥하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여기에 과열된 인터넷상의 마녀사냥은 결국엔 진실과 허위 정보가 섞일 대로 섞여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알 수 없게 되는 혼돈 상태가 되며, 결국 만들어낸 허위 정보 또한 진실이 되어 급속도로 퍼져나가게 된다.

다들 자신들은 한 점 부끄러운 것이 없다는 듯 자신들이 정의를 펼친다는 생각에 이야기를 퍼뜨리고 타인을 단죄하는 곳이 인터넷이다. 타인이 자신들의 한마디로 고통받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이 정의를 실현하는 영웅들인 것처럼 자판을 두들긴다. 사람들은 한마디씩 던지는 악담이지만 이것은 모여서 큰 덩어리가 되어 피해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이 상황은 근절되지 않고 우리 사회에서 계속 되풀이하여 일어나고 있다.


인간은 약한 존재이므로 누구든 손가락 하나로 상처 입을 수 있다.

도대체 사람들은 누구에게 받은 권한으로 타인을 비방하며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뜨리며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것일까.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사람을 제재하는 사적 복수가 허용되는 순간 사회는 통제 불가능한 혼돈의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이 소설은 우리가 평소 느끼고 있는 인터넷 세상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인터넷의 장점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편리한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면서 절제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짧은 사건 위주로 늘어짐 없이 전개되는 소설은 가독성이 좋아 막힘없이 술술 잘 읽히며 어나니머스라는 존재에 대한 궁금증으로 마지막 장을 다 읽을 때까지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격하게 공감 가는 이야기로 인해 읽으면서 내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번 현실을 반성하게 하고 되돌아보게 하는 소설이었다.

다들 한 번쯤은 읽어보고 다 같이 깊게 고민해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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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한 레스토랑 1 - 정원사의 선물
김민정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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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시아는 인정해야 했다.

"요괴들의 레스토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마치 꿈결처럼 다정하게 속삭이는 그의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p.22



시골마을에서 도시로 이사 가는 날 부모님을 차 안에서 기다리던 시아 앞에 나타난 특이한 외모의 검은 고양이.

이 고양이에 대한 궁금증으로 차에서 내려 고양이를 따라 숲속으로 들어간 시아는 커다란 아름드리나무 뿌리 사이로 난 커다란 굴로 고양이와 함께 떨어졌다. 굴속으로 끝없이 떨어지던 시아가 도착한 곳에서 시아는 기이한 루이라는 존재와 다른 세계인 것 같은 건물들을 발견하는데….


소설 속에서는 주인공인 시아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장면 같다고 생각한 동굴 속으로 떨어지는 장면과 도착한 곳에서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떠올리게 하는 풍경이 펼쳐졌다.

그러나 지금부터 이 소설의 기발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검은 고양이는 무엇을 바라서 시아를 기이한 요괴들의 세계로 이끌었을까?

시아는 인간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까?

흥미진진한 사건과 시아의 모험이 너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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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 앤 팡세미니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 팡세미니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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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크리스마스 즈음에 초록지붕집을 방문한 스펜서 부인으로부터 고아원에서 여자아이를 입양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매슈와 마릴라 남매는 입양 문제를 의논한 뒤 나이 든 매슈를 도와줄 남자아이를 입양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6월 햇살이 눈부신 어느 날 매슈는 초록지붕집에 오게 될 남자아이를 맞이하러 브라이트강역으로 마차를 몰고 갔다.


부지런히 마차를 몰아 역에 도착했지만 역 대합실 판자 더미 위에는 여자아이만 앉아 있었다. 매슈는 자신이 기차 도착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고 여기고 여자아이를 지나쳐 역장에게 다가가 자신이 기다리는 기차 도착시간을 물었다. 역장은 그 기차는 예정보다 일찍 도착해 이미 떠났고, 스펜서 부인이 매슈가 데려갈 아이라며 아이를 맡기고 갔다는 이야기를 하며 판자 위의 여자아이를 가리켰다.

착오가 있었다는 말을 어떻게 꺼낼까 고민하고 있던 매슈에게 여자아이가 먼저 말을 걸어오며 초록지붕집에서 살 기쁨에 들떠 재잘재잘 떠들어댔다. 그런 아이를 보면 차마 사실을 말할 수 없었던 매슈는 아이를 마차에 태워 초록지붕집으로 향했다.

가는 내내 아이는 행복감에 젖어 주위 풍경을 보면서 감탄하며 상상력을 더해 이름을 붙이며 쉴 새 없이 이야기했다.


마차가 초록지붕집에 도착하자 마릴라가 나오며 반겼지만 여자아이를 보고는 이내 얼굴을 굳히며 일이 잘못되었음을 이야기했고, 그제야 여자아이는 그들이 원한 아이가 자신이 아니었음을 알고는 슬퍼했다.

마릴라가 일이 어떻게 된 건지 알 때까지 초록지붕집에 머물러 있어도 좋다며 여자아이에게 이름을 물었더니 아이는 자신을 코델리아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그게 자신의 이름은 아니지만 멋지게 생각되는 이름이라는 이야기에 진짜 이름을 물으니 앤 셜리라고 대답했다.

그날 밤 자기 위해 이층 동쪽 방으로 안내받은 앤은 눈물이 핑 돌았고 그렇게 초록지붕집에서 새로운 가족을 갖는 앤의 꿈은 사라지는 듯했다.


다음날 오후가 되자 마릴라는 앤을 데리고 마차를 몰아 스펜서 부인의 집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앤에게서 앤의 성장과 출생 이야기를 들은 마릴라는 앤이 불쌍하게 느껴지며 마음이 복잡해졌다.

스펜서 부인 집에 도착한 마릴라는 자신들이 원하던 아이는 매슈를 도와줄 남자아이였음을 이야기하며 지금이라도 앤이 아닌 남자아이를 데려오고 싶다는 말을 한다. 이에 스펜서 부인은 블루엣 부인이 집안일을 할 여자아이를 구한다며 앤을 그 집으로 보내겠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성질이 고약하고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을 혹사시킨다는 블루엣 부인에게 앤을 보낼 것이라는 말에 마릴라는 마음이 달갑지 않았다.

마침 블루엣 부인이 스펜서 부인을 찾아왔고, 스펜서 부인은 블루엣 부인에게 앤을 가리키며 일하는 아이로 어떻냐고 물었다. 고압적이고 신경질적인 블루엣 부인의 태도에 앤은 잔뜩 주눅이 들었고, 이를 본 마릴라는 매슈가 앤과 함께 살기를 원하고 자신은 그저 일의 전말을 알아보러 온 것뿐이라며 앤을 데리고 나왔다.

집에 돌아온 마릴라는 매슈와 의논하여 앤과 함께 살기로 결정했다.



팡세미니에서 나온 『빨간 머리 앤』은 아이들과 같이 볼 수 있게 일반 소설책보다는 큰 글자에 귀여운 삽화까지 곁들여져 지루함 없이 쉽게 잘 읽혔다.

사실 『빨간 머리 앤』은 독자층이 주로 여자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한 손에 들어오는 크기와 내용이 짧고 쉽게 되어 있어 가독성이 좋은 장점으로 남자아이들이 앉은 자리에서 완독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고는 자신들은 제목만 알았지 『빨간 머리 앤』을 읽은 것은 처음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확실히 아이들과 같이 보기에 좋은 책인 것 같다.


『빨간 머리 앤』은 남자아이를 원하는 매슈와 마릴라 남매의 집에 실수로 보내진 앤의 성장 이야기이다.

초록지붕집으로 오기 전까지 앤은 어렵고 힘든 나날을 보냈지만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매사에 최선을 다하며 밝게 살았다.

어린 나이에 보인 그런 기특함과 가상함의 보상이었을까.

남자아이를 보내야 하는데 여자아이를 보낸 어른들의 단순한 실수와 착오가 앤이라는 한 아이의 인생을 불행에서 빠져나오게 하는 전환점이 되었고, 이후 앤은 특유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주위 사람들에게 행복과 따뜻함을 가져다주었으며 자신 또한 기쁨과 희망이 가득한 삶을 살게 된다.


물론 자신을 홍당무라고 놀린 길버트의 머리를 석판으로 내리친 일이나 본의 아니게 친구 다이애나에게 포도주를 대접한 일, 자신의 콤플렉스였던 빨간 머리색을 검은색으로 바꾸기 위해 낯선 장사꾼에게서 산 염색약으로 염색해 머리색을 초록색으로 바꾼 일 등은 주위 사람들을 기함하게 만들었지만, 그것은 단지 실수나 말썽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앤에게 교훈을 주며 앤이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해 나가는 밑거름이 되었다.


앤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끝까지 해나가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누구 앞에서도 굴하지 않는 당당함과 자신감을 보여주며, 어려운 상황에 부딪쳤을 때에는 좌절하지 않고 인내로 극복하여 미래가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게 했다.


앤은 항상 현실에서 꿈을 꿨다. 어릴 때는 그저 허황된 꿈이었지만 성장하면서 현실에 어울리는 꿈을 꾸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어려움을 이겨내며 도전에 두려워하지 않고 노력하여 결국은 꿈이 현실이 되게 만들었다.

일상의 조그마한 것 하나하나에 감사함을 느끼며 애정을 느끼는 앤을 보며 나의 삶에 대한 태도를 다시 되돌아보았다. 앤의 그러한 삶의 태도야말로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가치있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주위 사람들과 공감하며 기쁨과 슬픔을 나누며 바르게 성장하는 앤의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소녀감성을 느끼는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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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너의 심장이 멈출 거라 말했다
클로에 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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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모르니까 자리는 비워 놔야지. 네가 말한 '기적'이 일어날지도. 언젠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게 되는 날이 오면 그때 네 번째 손가락에 반지를 껴. 그 전에 나와의 계약은 끝이 나겠지만"

그녀 눈에서 차오른 눈물이 쉴 새 없이 볼을 적셨다.

p.145



매일 제이에게 출근해 세계의 평화와 인류의 행복을 전파하기 위해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온갖 임무를 수행해야 했던 세계는 무심코 제이에게 그런 노동 같은 사랑 행위가 아니라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에 제이는 동화 같은 '페이크 웨딩'을 하고 거기에 '영원한 사랑의 맹세'도 곁들인다.


제이가 죽기 전에 어리석은 일을 한번 해보고 싶었고 자신은 바보인 것 같다는 말을 할 때부터 눈물이 자꾸 터져 나왔다. 제이의 사랑의 맹세나 세계의 노래 가사가 왜 이리 가슴 아프고 슬픈지.

제이가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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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수업 팡세미니
알퐁스 도데 지음 / 팡세미니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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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수업>은 프러시아가 점령한 프랑스 알자스 지방 마을 학교에서의 마지막 프랑스어 수업 날을 그린 이야기이다.

그날도 여전히 지각을 하고 숙제도 하지 않은 프란츠는 아멜 선생님께 혼날까 봐 학교에 결석할까도 생각했지만 꾹 참고 학교로 뛰어갔다. 도중에 만난 대장장이 아저씨가 프란츠에게 그렇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했지만 프란츠는 자신을 놀리려 한다는 생각에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열심히 뛰어 학교에 갔다.

선생님께 혼날 것을 예상했던 프란츠의 눈앞에 펼쳐진 교실의 광경은 평소와는 사뭇 달랐다. 주요 행사 때나 입던 복장의 선생님은 지각한 프란츠에게 화를 내지 않으셨고 교실 뒤쪽에는 마을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왠지 교실 전체가 엄숙한 분위기였다.

그때 선생님은 무거운 목소리로 그날이 마지막 수업임을 이야기하는데….


<별>은 양치기 청년의 순수한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스무 살 난 양치기 청년은 홀로 외로이 루브롱 산의 목장에서 양을 치고 살았다. 두 주일마다 식량을 가져다주러 농장의 꼬마 머슴 미아로나 노라드 아주머니가 오는 것이 사람을 보는 거의 전부였다.

청년은 그들에게 산 아랫마을의 이야기를 캐물었는데 무엇보다도 주인집 딸 스테파네트 아가씨에 대한 일이 궁금했다. 청년은 비록 보잘것없는 양치기였지만 아리따운 스테파네트 아가씨를 좋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병이 난 미아로와 휴가를 간 노라드 아주머니 대신 스테파네트 아가씨가 식량을 가져다주러 목장에 오게 되었는데….


<꼬마 간첩>에서 스텐느는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파리의 어느 작은 공원 관리인인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었다. 스텐느는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행복하게 자랐다. 그러던 어느 날 프러시아 군이 파리를 포위하게 되었고, 파리 시민들의 삶은 이전과 달라지고 엉망진창이 되었다.

스텐느 아버지가 일하던 공원은 문을 닫았고, 사람들은 의용군이 되어 프러시아 군에 대항했으며, 학교에 나가지 않게 된 아이들은 하루 종일 거리를 쏘다니며 생각 없이 놀러 다녔다.

어느 겨울날 광장에 팽이 놀이 구경을 나간 스텐느는 어떤 키 큰 남자아이가 팽이 놀이에 돈을 걸고 내기를 하는 것을 보며 부러워한다. 이에 키 큰 아이는 스텐느에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스갱 씨의 염소>에서 스갱 씨는 염소 키우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나 스갱 씨의 염소들은 매번 줄을 끊고 산속으로 도망쳐 이리에게 잡아먹혔다. 스갱 씨가 아무리 예뻐하고 공을 들여 키워도 소용없었다. 스갱 씨는 슬픔에 잠겨 다시는 염소를 기르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이내 곧 다시 염소를 사서 길렀다.

스갱 씨는 아기 염소에게 블랑케트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정성을 다해 키웠고 블랑케트도 온순하게 스갱 씨를 잘 따랐다. 블랑케트는 스갱 씨가 매어 놓은 울짱을 친 밭에서 얌전하게 잘 지내는 모습을 보였고 그런 블랑케트를 보며 스갱 씨는 기뻐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블랑케트는 산을 바라보며 그곳으로 가기를 원하는데….


<황금 두뇌를 가진 사나이>는 머릿속이 완전히 황금으로 된 사나이의 이야기이다.

그가 태어났을 때 사람들은 그의 머리가 너무 크고 무거워서 오래 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이는 무탈하게 잘 자랐다. 커다란 머리 때문에 중심을 잘 잡지 못하는 것을 제외하고.

그러던 어느 날 계단에서 넘어진 아이를 보고 부모가 깜짝 놀라 일으켜 세웠지만 아이는 머리카락 속의 누런 상처를 제외하고는 멀쩡했다. 상처를 자세히 들여다보던 부모는 아이의 머릿속이 황금으로 번쩍이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이의 부모는 다른 사람들이 탐을 낼까 봐 비밀로 하고 열여덟 살이 될 때까지 아이를 집에만 가두어 키운다.

열여덟 살이 된 아이에게 아이의 두뇌의 비밀을 이야기해 준 부모는 아이에게 잘 키워준 보답으로 머릿속 황금을 약간 나누어 줄 것을 요구하는데….


<왕자의 죽음>에서 병이 든 어린 왕자는 주위의 걱정이나 슬픔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병에 대해 자신 있고 걱정 없는 모습을 보인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죽음이 자신에게 다가오지 못하게 경비병과 대포를 자신의 주변에 배치할 것을 부탁한다. 그리고 경비병 중 한 명에게 죽음이 자신에게로 달려들면 그 죽음을 없애라고 명령한다. 그 모습을 본 사제가 어린 왕자에게 죽음에 대해 설명하는데….


마지막 단편 <숲 속의 군수>에서는 어느 지방의 축제에 가는 군수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군수는 마차를 타고 축제에 가는 길에 축제장에 모인 군민들에게 할 연설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생각처럼 잘되지 않았다. 그래서 연설문을 완성하기 위해 마차를 잠시 멈추고 참나무 숲으로 들어가는데….



알퐁스 도데의 작품들은 전체적으로 소박하고 아름다우며 서정적이며 목가적이다. 작품 전반에 흐르는 따뜻한 인간애와 연민의 정서에 이야기를 읽는 내내 마음이 훈훈해짐을 느꼈다.


<마지막 수업>은 자국의 언어로 수업할 수 없는 암울한 시대상을 보여주며 고통받은 민족의 역사를 잘 드러내고 있다. 우리도 같은 아픔과 고통을 겪었기에 <마지막 수업>은 우리의 이해와 공감을 얻으며 많이 읽혀지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별>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테파네트 아가씨와 함께 밤을 지새우게 된 양치기 청년의 이야기를 통해 청년의 순수하고 순결한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양치기 청년이 들려주는 그 지방에서 전해지는 별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야기를 읽는 내내 고흐의 작품 「별이 빛나는 밤」을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밤하늘 이미지를 떠올리며 목가적이고 평화롭고 아름다운 밤 풍경을 동경하게 되었다.


<스갱 씨의 염소>는 자유를 찾아 집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지만 결국 이리에게 잡아먹히는 최후를 맞이하는 용감한 아기 염소 블랑케트의 이야기를 통해 과연 올바른 삶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게 했다.

염소를 보호하고자 한 스갱 씨와 그 보호를 벗어나고자 한 아기 염소 각각의 입장에서 우리의 삶을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황금 두뇌를 가진 사나이>에서는 인간의 욕심이 자신의 특별함을 갉아먹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 욕심으로 인해 결국은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는 인물을 보여줌으로써 우리에게 절제할 줄 아는 올바른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사랑을 얻고자 했지만 결국엔 사랑하는 대상도 죽고 그 사랑이 주인공을 파멸로 이끄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사랑에 회의적인 면도 보이고 있다.


따뜻한 애정과 연민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알퐁스 도데의 단편들을 읽으며 작가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작품의 세계가 무엇인가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감동적이고 교훈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며 우리의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작가의 가장 큰 장점인 서정적 이야기를 떠올리며 삶에 지친 마음의 위로를 삼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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