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나니머스 : 경시청 손가락살인대책실
사이조 미쓰토시 지음, 김나랑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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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시청은 인터넷상에서 상대를 비방하고 인신공격을 하여 초래되는 사회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한 전담 부서인 '손가락살인대책실'을 생활 안전부 내에 신설했다.

이 부서는 고시가야를 책임자로 경시청의 꽃인 수사1과에서 좌천된 반조, 경찰 내 가십을 모조리 파악하고 있으며 귀녀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프로 정보 수집가인 리리코, 교통안전과에서 이동해 온 사쿠라, 특별 수사관 채용 때 사이버 범죄 대책과 소속이 될 뻔했지만 손가락살인대책실로 데려온 사이버수사의 천재급 인재 시노미야가 팀원으로 구성되었다.


반조는 한때 '수사1과의 늑대'라는 별명으로 불렸지만 어떠한 불미스러운 사건 이후 다른 사람들의 질타를 받았고, 자신 또한 그 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일선에서 물러나 손가락살인대책실로 오게 되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범접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풍기며 주위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은 채 낚시 잡지나 보았다. 그리고 무슨 연유에서인지 그는 경찰에서 지급하는 사내 태블릿은 개봉도 하지 않은 채 오래전부터 써오던 수첩과 종이 지도를 고집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 반조와 초보 수사관이지만 의욕이 넘쳐흐르는 사쿠라가 파트너가 되어 사건 현장에 투입된다.


손가락살인대책실이 신설되고 처음 들어온 사건은 18세 모델 사나다 고즈에가 인터넷 비방과 인신공격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었다. 경찰은 사건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했지만 고즈에의 부모는 정의감 넘치고 밝은 고즈에가 죽은 이유는 인터넷의 익명성 뒤에 숨은 비겁한 사람들의 악담 때문이라며 그들을 체포하여 처벌하기를 희망하며 사건을 의뢰한다.

이에 손가락살인대책실은 고즈에의 자료를 모아 정리하고 살펴보던 중, 어떤 사람이 올린 다분히 악의적으로 편집된 영상의 확산을 기점으로 루머와 악성 댓글이 쏟아졌고 사생활 도촬 사진들이 인터넷을 돌아다녔다는 사실을 파악한다. 특히 여론을 악화시킨 한 장의 사진이 있었는데, 그것은 자신의 집에서 편안한 웃음을 짓고 있는 고즈에를 찍은 사진으로 배경에 찍혀 있던 알코올음료 캔으로 인해 미성년자 음주 의혹이 일며 비난 여론이 들끓었었다.


그런데 사건 조사가 시작되고 보도진 취재가 있은 뒤 고즈에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타살이며 심지어는 범인이 그녀의 어머니라는 이야기가 떠도는 등 갑자기 인터넷 여론이 이상하게 흘러가며 고즈에의 부모는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의뢰를 철회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 여론을 조성하는 곳은 '블라인드 경찰'이라는 인터넷 사이트였으며 특히 어나니머스라는 작성자는 경찰만이 아는 정보를 가지고 사람들의 정보와 사건 파일을 유출하며 정의의 이름으로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을 단죄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이 소설은 손가락살인대책실의 7개의 사건과 그 해결을 보여주고 있는데, 마지막 7번째 사건은 앞의 사건들처럼 단독적인 사건이 아니라 소설의 처음부터 각 사건에 관여한 어나니머스라는 인물에 대한 정체 파악과 해결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 생활에 더 이상 없어서는 안 될 SNS나 인터넷은 처음 생겨났을 때와는 달리 관련 문제들이 증가하며 순기능보다 역기능의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들이 넘쳐나고 있다. 특히 요즘 같은 익명의 시대에 그 익명성의 방패 뒤에 숨어서 넘쳐나는 악플로 인해 안타깝게 목숨을 끊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대대적으로 정보가 확산되면 사람들은 그것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상관없이 이미 진실로 받아들인다. 물론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추세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카더라 통신'에 귀를 기울이며 가십을 진실로 받아들인다. 피해자가 오랜 고통 뒤에 그것을 퍼뜨린 범인을 잡아내고 그것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밝혀내더라도 이미 사람들 머릿속에 각인된 잘못된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고, 그 고통을 평생 지고 살아가야 하는 것은 피해자 몫이다.


사람들은 익명성이라는 것을 무기로 인터넷 기기 앞에서 거침없이 먹잇감을 향해 난도질을 자행한다. 아무런 거리낌과 가책 없이.

인터넷상의 여론은 확인되지 않은 진실을 포장한 말에 좌우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실제 보지도 듣지도 알지도 못하는 처음 유포된 사실이 진실인 것처럼 색안경을 끼고 피해자를 바라보며 한마디씩 악담을 던지며 마녀사냥하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여기에 과열된 인터넷상의 마녀사냥은 결국엔 진실과 허위 정보가 섞일 대로 섞여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알 수 없게 되는 혼돈 상태가 되며, 결국 만들어낸 허위 정보 또한 진실이 되어 급속도로 퍼져나가게 된다.

다들 자신들은 한 점 부끄러운 것이 없다는 듯 자신들이 정의를 펼친다는 생각에 이야기를 퍼뜨리고 타인을 단죄하는 곳이 인터넷이다. 타인이 자신들의 한마디로 고통받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이 정의를 실현하는 영웅들인 것처럼 자판을 두들긴다. 사람들은 한마디씩 던지는 악담이지만 이것은 모여서 큰 덩어리가 되어 피해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이 상황은 근절되지 않고 우리 사회에서 계속 되풀이하여 일어나고 있다.


인간은 약한 존재이므로 누구든 손가락 하나로 상처 입을 수 있다.

도대체 사람들은 누구에게 받은 권한으로 타인을 비방하며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뜨리며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것일까.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사람을 제재하는 사적 복수가 허용되는 순간 사회는 통제 불가능한 혼돈의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이 소설은 우리가 평소 느끼고 있는 인터넷 세상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인터넷의 장점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편리한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면서 절제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짧은 사건 위주로 늘어짐 없이 전개되는 소설은 가독성이 좋아 막힘없이 술술 잘 읽히며 어나니머스라는 존재에 대한 궁금증으로 마지막 장을 다 읽을 때까지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격하게 공감 가는 이야기로 인해 읽으면서 내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번 현실을 반성하게 하고 되돌아보게 하는 소설이었다.

다들 한 번쯤은 읽어보고 다 같이 깊게 고민해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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