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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 앤 ㅣ 팡세미니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 팡세미니 / 2021년 11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1219/pimg_7114282153238225.jpg)
작년 크리스마스 즈음에 초록지붕집을 방문한 스펜서 부인으로부터 고아원에서 여자아이를 입양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매슈와 마릴라 남매는 입양 문제를 의논한 뒤 나이 든 매슈를 도와줄 남자아이를 입양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6월 햇살이 눈부신 어느 날 매슈는 초록지붕집에 오게 될 남자아이를 맞이하러 브라이트강역으로 마차를 몰고 갔다.
부지런히 마차를 몰아 역에 도착했지만 역 대합실 판자 더미 위에는 여자아이만 앉아 있었다. 매슈는 자신이 기차 도착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고 여기고 여자아이를 지나쳐 역장에게 다가가 자신이 기다리는 기차 도착시간을 물었다. 역장은 그 기차는 예정보다 일찍 도착해 이미 떠났고, 스펜서 부인이 매슈가 데려갈 아이라며 아이를 맡기고 갔다는 이야기를 하며 판자 위의 여자아이를 가리켰다.
착오가 있었다는 말을 어떻게 꺼낼까 고민하고 있던 매슈에게 여자아이가 먼저 말을 걸어오며 초록지붕집에서 살 기쁨에 들떠 재잘재잘 떠들어댔다. 그런 아이를 보면 차마 사실을 말할 수 없었던 매슈는 아이를 마차에 태워 초록지붕집으로 향했다.
가는 내내 아이는 행복감에 젖어 주위 풍경을 보면서 감탄하며 상상력을 더해 이름을 붙이며 쉴 새 없이 이야기했다.
마차가 초록지붕집에 도착하자 마릴라가 나오며 반겼지만 여자아이를 보고는 이내 얼굴을 굳히며 일이 잘못되었음을 이야기했고, 그제야 여자아이는 그들이 원한 아이가 자신이 아니었음을 알고는 슬퍼했다.
마릴라가 일이 어떻게 된 건지 알 때까지 초록지붕집에 머물러 있어도 좋다며 여자아이에게 이름을 물었더니 아이는 자신을 코델리아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그게 자신의 이름은 아니지만 멋지게 생각되는 이름이라는 이야기에 진짜 이름을 물으니 앤 셜리라고 대답했다.
그날 밤 자기 위해 이층 동쪽 방으로 안내받은 앤은 눈물이 핑 돌았고 그렇게 초록지붕집에서 새로운 가족을 갖는 앤의 꿈은 사라지는 듯했다.
다음날 오후가 되자 마릴라는 앤을 데리고 마차를 몰아 스펜서 부인의 집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앤에게서 앤의 성장과 출생 이야기를 들은 마릴라는 앤이 불쌍하게 느껴지며 마음이 복잡해졌다.
스펜서 부인 집에 도착한 마릴라는 자신들이 원하던 아이는 매슈를 도와줄 남자아이였음을 이야기하며 지금이라도 앤이 아닌 남자아이를 데려오고 싶다는 말을 한다. 이에 스펜서 부인은 블루엣 부인이 집안일을 할 여자아이를 구한다며 앤을 그 집으로 보내겠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성질이 고약하고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을 혹사시킨다는 블루엣 부인에게 앤을 보낼 것이라는 말에 마릴라는 마음이 달갑지 않았다.
마침 블루엣 부인이 스펜서 부인을 찾아왔고, 스펜서 부인은 블루엣 부인에게 앤을 가리키며 일하는 아이로 어떻냐고 물었다. 고압적이고 신경질적인 블루엣 부인의 태도에 앤은 잔뜩 주눅이 들었고, 이를 본 마릴라는 매슈가 앤과 함께 살기를 원하고 자신은 그저 일의 전말을 알아보러 온 것뿐이라며 앤을 데리고 나왔다.
집에 돌아온 마릴라는 매슈와 의논하여 앤과 함께 살기로 결정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1219/pimg_7114282153238229.jpg)
팡세미니에서 나온 『빨간 머리 앤』은 아이들과 같이 볼 수 있게 일반 소설책보다는 큰 글자에 귀여운 삽화까지 곁들여져 지루함 없이 쉽게 잘 읽혔다.
사실 『빨간 머리 앤』은 독자층이 주로 여자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한 손에 들어오는 크기와 내용이 짧고 쉽게 되어 있어 가독성이 좋은 장점으로 남자아이들이 앉은 자리에서 완독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고는 자신들은 제목만 알았지 『빨간 머리 앤』을 읽은 것은 처음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확실히 아이들과 같이 보기에 좋은 책인 것 같다.
『빨간 머리 앤』은 남자아이를 원하는 매슈와 마릴라 남매의 집에 실수로 보내진 앤의 성장 이야기이다.
초록지붕집으로 오기 전까지 앤은 어렵고 힘든 나날을 보냈지만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매사에 최선을 다하며 밝게 살았다.
어린 나이에 보인 그런 기특함과 가상함의 보상이었을까.
남자아이를 보내야 하는데 여자아이를 보낸 어른들의 단순한 실수와 착오가 앤이라는 한 아이의 인생을 불행에서 빠져나오게 하는 전환점이 되었고, 이후 앤은 특유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주위 사람들에게 행복과 따뜻함을 가져다주었으며 자신 또한 기쁨과 희망이 가득한 삶을 살게 된다.
물론 자신을 홍당무라고 놀린 길버트의 머리를 석판으로 내리친 일이나 본의 아니게 친구 다이애나에게 포도주를 대접한 일, 자신의 콤플렉스였던 빨간 머리색을 검은색으로 바꾸기 위해 낯선 장사꾼에게서 산 염색약으로 염색해 머리색을 초록색으로 바꾼 일 등은 주위 사람들을 기함하게 만들었지만, 그것은 단지 실수나 말썽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앤에게 교훈을 주며 앤이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해 나가는 밑거름이 되었다.
앤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끝까지 해나가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누구 앞에서도 굴하지 않는 당당함과 자신감을 보여주며, 어려운 상황에 부딪쳤을 때에는 좌절하지 않고 인내로 극복하여 미래가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게 했다.
앤은 항상 현실에서 꿈을 꿨다. 어릴 때는 그저 허황된 꿈이었지만 성장하면서 현실에 어울리는 꿈을 꾸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어려움을 이겨내며 도전에 두려워하지 않고 노력하여 결국은 꿈이 현실이 되게 만들었다.
일상의 조그마한 것 하나하나에 감사함을 느끼며 애정을 느끼는 앤을 보며 나의 삶에 대한 태도를 다시 되돌아보았다. 앤의 그러한 삶의 태도야말로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가치있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주위 사람들과 공감하며 기쁨과 슬픔을 나누며 바르게 성장하는 앤의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소녀감성을 느끼는 기회가 되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1219/pimg_7114282153238236.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