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깨질 것 같아 - 두통의 숨겨진 이야기
어맨다 엘리슨 지음, 권혜정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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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충혈되고 눈물이 나고, 콧물이 흐르고 코가 막히며, 눈꺼풀이 붓고 처지고, 동공이 수축되고 얼굴에서 식은땀이 흐른다. 이와 더불어 가만히 있지 못하고 머리를 흔들거나 왔다갔다한다. 누군가가 눈알을 쑤셔 넣거나 뽑아내려고 하는 것처럼 한쪽 눈에서 관자놀이 쪽으로 이어지는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다. 눈은 한쪽만 아프지만, 한번 발작이 일어나면 양쪽이 번갈아 가며 아프다고 알려져 있다.

p.115



일반적으로 두통이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것과는 달리 '군발 두통'은 남성에게서 4배 정도 더 많이 발견된다. 우리가 흔히 아는 편두통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두통이 생기는 원인과 빈도이다.

하루걸러 하루씩, 하루에 최고 여덟 번 발작이 일어나고 그중 위의 증상들을 동반한 발작이 하루 다섯 번 이상 있어야 군발 두통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는 두통의 증상은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군발 두통에 대해 읽어보니 상상을 초월한 고통을 수반한 두통이었다. 두통으로 인해 발작이 일어난다니 대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물론 치료법이 있다지만 산소치료법 같은 경우는 항상 산소통을 들고 다닐 수도 없고, 다른 약물 요법들은 부작용과 내성 때문에 사용에 주의를 요한다니…. 빨리 부작용 없는 확실하고 간편한 치료법이 나와서 군발 두통을 앓는 사람들을 확실하게 구원해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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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나라 귀신요괴전 2 - 중국 괴력난신의 보고, 자불어 완역 청나라 귀신요괴전 2
원매 지음, 조성환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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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엄쉬엄 봤음에도 불구하고 『청나라 귀신요괴전 1』을 다 끝내고 『청나라 귀신요괴전 2』를 시작한다.

가독성 끝내주는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귀신 이야기뿐만 아니라 당시 청나라의 어두운 시대 상황도 엿볼 수 있어 의미가 깊은 책인 것 같다. 2권은 어떤 이야기들로 나를 충족시켜줄지 기대가 된다.




친구들은 육 씨에게 옛 관을 건드리지 말고 다른 곳에 묘혈을 파라고 권유했다. 육 씨는 불가하다며 말했다.

"내가 거금을 주고 산 땅이다. 니들이 뭔데 감히 내 땅을 차지하려고?"

그러고는 관을 파내버렸다.

p.40



항주의 육 대사마 아들이 지관의 말을 듣고 거금을 들여 묘를 세울 땅을 구입했다. 그런데 묘혈을 파고 매장할 때 커다란 관 하나가 나왔다. 이에 친구들이 관은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고 다른 곳에 묘를 세우라고 했지만 육 씨의 아들은 자신이 돈을 주고 산 자신의 땅이니 마음대로 하겠다며 관을 파냈다.

이날 저녁에 육 씨는 바로 병을 얻어 자신을 해하며 스스로를 갈 부인이라고 칭했다. 그러면서 육 씨가 지위가 높은 자신의 아버지의 힘을 믿고 갈 부인의 묘를 파내버렸다며 육 씨를 원망했다. 이에 온 가족들이 울며 사정하며 스님을 불러 법회를 열고 10만 지전을 불사르는데….


우리나라처럼 묘를 이장하거나 묘를 함부로 건드리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드러나는 이야기이다. 현대 사회에서도 묘를 건드리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심한데 옛날에는 생각조차 해서도 안되는 행위였을 것이다.

그런데 용감하게 남의 관을 파내어버린 육 씨에게 귀신이 씌어 버렸으니 어떻게 하지? 법회와 저승길 노잣돈을 불태워 준 것으로 귀신이 만족할까?




"당신이 그 집에서 혼자 밤새 술을 마실 담력이 있으면 내가 그 집을 사서 당신에게 드리겠소."

여러 손님이 말했다.

"우리가 보증인이 되겠소."

이에 내일 저녁에 실행하기로 약정했다.

p.107



용감하기로 유명한 이갑은 친구의 잔칫집에서 술을 마시던 중, 좌중의 한 사람이 귀신들린 집이 싸게 나왔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 이에 이갑이 자신은 돈이 없어 그 집을 못 사겠다고 말을 하니, 한 사람이 나서서 이갑이 그 집에서 밤새 혼자 술을 마실 수만 있다면 자신이 그 집을 사서 이갑에게 주겠다고 했다.

다음날 증인이 되기로 했던 사람들이 술과 안주를 이갑에게 마련해 주며 이갑이 귀신이 나오는 집에 들어가자 밖에서 문을 걸어 잠갔다. 그런 다음 이웃집을 빌려 모여 이갑을 기다리는데….


편하게 쉬어야 되는 집에서 벌레가 나오더라도 찝찝하고 싫은데, 하물며 귀신 나온다고 소문난 집을 뭐 하러 살까? 아무리 싸게 나와도 그건 아닌 것 같은데…. 그런 소문이 나고 집값이 싸다면 전부 그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

이갑은 그 집에서 무사히 하룻밤을 견뎌낼 수 있을까?


『청나라 귀신요괴전 2』 심상치 않다. 1권도 재미있었지만 1권의 내용보다 더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는 것 같다.

아직 『청나라 귀신요괴전』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 빨리 모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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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깨질 것 같아 - 두통의 숨겨진 이야기
어맨다 엘리슨 지음, 권혜정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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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뇌라고 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뇌피질은 감각수용기와 통증수용기가 없는 유일한 신체 기관이다. 하지만 머릿속 혈관이 너무 늘어지거나, 생각을 돕기 위해 뇌에 적정량의 피를 보내는 과정이 힘겨워지면, 우리 뇌는 이 혈관에서 나오는 신호를 통증으로 해석한다.

p.17~p.18



우리가 느끼는 통증은 머릿속 혈관에서 왔다. 머릿속 혈관 즉 뇌혈관계는 뇌에 영양분은 공급하는 기관으로 우리 뇌에 존재하는 모든 신경이나 세포와는 섞이지 않는다.

사실 피는 뇌에 해로운 존재이므로 뇌 안에는 뇌조직으로부터 뇌혈관계를 분리시키는 혈액뇌관문이라는 관문까지 있다. 그래서 뇌혈관계를 이루는 혈관이 모종의 이유로 확장되면 위험 경고 차원에서 통증이 유발되는 것이다.


나는 만성두통을 앓고 있다. 긴장하면 두통이 몇 배는 심해진다. 그래서 항상 집에 이부프로펜 계열의 진통제를 떨어지지 않게 준비해 놓고 있다. 물론 코로나19 사태 이후로는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진통제로 바꾸었지만.

이 지긋지긋한 두통을 없애기 위해 책에서는 진통제로도 효과를 볼 수는 있지만, 진통제 대신 물을 많이 마시라고 조언하고 있다.

하긴, 난 하루 물 섭취량이 성인 권장량 기준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물 대신 커피를 마시고 있으니….

이 책을 읽어보고 나의 두통의 원인에 대해 잘 알아보고 건강한 생활을 위해 고칠 건 고치며 개선해 나가야겠다.


다음 2장에서는 '아이스크림 두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것 또한 흥미로운 주제이다. 작가는 굳이 차례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고 적어놨지만 흥미로운 주제이니 차례대로 읽어보고 싶다.

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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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나라 귀신요괴전 1 - 중국 괴력난신의 보고, 자불어 완역 청나라 귀신요괴전 1
원매 지음, 조성환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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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어릴 때 어른들을 붙잡고 무서운 귀신 이야기를 해 달라고 부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듣는 중엔 무서워서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듣고 나면 혼자 화장실을 못 가서 같이 가달라고 부탁하고, 어쩌면 그 무서운 이야기로 인해 악몽까지 꿀 것이 분명한데도, 귀신 이야기는 마치 중독성 있는 초콜릿처럼 달콤하고 부드럽게 우리를 유혹한다.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귀신 이야기'라는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아마 귀신과 요괴라는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호기심과 공포로부터 두근거림과 짜릿한 긴장감과 일종의 카타르시스가 느껴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무서워서 옆에 있는 사람의 옷을 잡아당기거나 소리를 꺅꺅 지르면서도 놀이공원에 있는 '귀신의 집'이 인기 있는 이유 역시 그것 때문이 아닐까?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듣거나 본 귀신 이야기가 많아짐에 따라 이 이야기가 저 이야기 같고, 저 이야기가 이 이야기 같은 경우가 점점 많아졌다. 뭔가 쌈박한 귀신 이야기가 없나 찾던 중 발견한 책이 바로 이 『청나라 귀신요괴전』이다.



이 이야기의 작가 원매袁枚는 중국문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면 다소 생소한 작가라 생각된다. 『청나라 귀신요괴전』은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온갖 귀신과 요괴, 괴담 이야기들을 묶은 일종의 필기 소설집이다.

원제목은 『자불어子不語』로 공자의 『논어』 중 「술어」편의 "자불어괴력난신子不語怪力亂神"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래서 해석하면 '자불어'는 '공자께서는 말씀하지 않으셨다'라는 뜻이다. 바로 공자가 말씀하지 않으신 '괴력난신' 즉 '괴상하고 폭력적이며 난잡한 사건과 귀신들의 이야기'의 모음집이 바로 『자불어』 즉 『청나라 귀신요괴전』인 것이다.


『청나라 귀신요괴전』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을 찾아온 『자불어』는 포송령의 『요재지이』와 기윤의 『열미초당필기』와 더불어 청대의 3대 문인 소설에 속한다.

원매는 자신이 이 책을 장난삼아 엮었고, 자신이 즐기기 위해서 혹은 남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소일거리로 지은 것이며 성정 도야와 정신 분발을 위해 지은 것이라며 『자불어』 서문에 이 책의 창작 의도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단지 귀신 요괴 이야기뿐만 아니라 당시 과거제도의 폐단이나 혼란하고 어두운 당시 사회 상황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이야기 중 하나인 「평양 현령」은 악독하고 잔인한 성격을 가진 평양 현령 주삭의 이야기이다. 주삭은 관아에 두꺼운 족쇄와 거대한 곤장을 별도로 만들어 두고 여성과 관련된 사건이면 무조건 간통으로 몰고 가서 심문을 일삼았다. 기녀들에게는 더없이 잔혹한 형벌을 내려 고통을 주었다.

이렇게 잔혹했음에도 주삭은 임기가 차자 승진을 하여 다른 곳으로 부임하게 되었다. 부임길에 가족과 함께 투숙한 여관의 2층 객실이 잠긴 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겨 주인에게 물으니, 2층에는 귀신이 나타나 열어놓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이에 주삭은 오만하게 코웃음치며 자신을 말리는 가족들을 뿌리치고는 혼자 호기롭게 2층 객실방에 검을 차고앉아 귀신을 기다렸다.


삼경이 되자 수염이 하얗고 붉은 모자를 쓴 노인이 나타나 주삭에게 공손히 읍을 하며 자신을 토지신이라 소개했다. 그러면서 주삭이 요괴를 소멸시키는데 자신이 기꺼이 도움을 주러 온 것이라고 하였다. 그는 귀신이 곧 나타날 것이며 그때 주삭은 검을 휘두르기만 하면 되고, 자신도 힘껏 돕겠노라고 이야기했다.

주삭은 크게 기뻐하며 감사했고, 곧이어 토지신이 말한 대로 연이어 귀신들이 나타나 주삭에게 다가왔다. 주삭은 그들을 모두 검으로 베었고, 귀신들은 모두 아프다고 울부짖으며 죽었다.

주삭은 귀신들을 모두 죽이고는 기뻐하여 뽐내며 여관 주인을 불렀는데, 여관 주인 가족들이 초를 들고 비춰보니 곳곳에 주삭의 아내와 첩, 자녀들의 시체로 가득했다.

이에 주삭은 본인이 요괴에게 희롱당한 것을 깨닫고 통곡하다가 기절해 죽었다.



이처럼 나쁘게 살아온 것에 대한 벌을 받는 권선징악적인 교훈이 드러나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고 그냥 귀신과 요괴의 장난으로 피해를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다.

이미 죽은 사람의 혼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빙의한다거나 인간을 보고 반한 요괴가 인간으로 변신해 그 인간과 정을 나누어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이야기, 돌림병을 일으키는 귀신 이야기, 사랑하는 사람을 저승사자로부터 구해 되살리는 이야기, 조조와 연관되어 유명한 하후돈 묘에 얽힌 기이한 이야기, 양무제의 넷째 아들의 무덤에 관한 이야기 등 소재와 이야기가 다양하고 끝이 없다.

그리고 우리는 보통 자신의 타고난 운명을 바꿀 수가 없다고 하는데 이 책을 읽다 보면 사주팔자를 다시 써서 자신의 운명을 바꾼 인물에 대해서도 나온다. 그러나 이것이 해피엔딩인지 새드엔딩인지는 책에서 이야기를 읽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980 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벽돌책 임에도 단편들의 모음이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고 소재와 이야기도 새롭고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가독성이 아주 뛰어나다. 그리고 짧은 단편들이고 쉬운 문장으로 되어 있어 무서운 이야기를 견뎌낼 튼튼한 심장만 가지고 있다면 남녀노소 누구나 읽기 적합하다. 아마 손에 든다면 이야기에 매료되어 내려놓지 못할 것이다.


이제 무서운 옛날 귀신 이야기하면 공동묘지에서 "내 다리 내놔~" 하고 다리 하나로 뒤쫓아 오는 귀신 이야기와는 작별할 때가 된 것 같다. 물론 '전설의 고향'에서 봤을 법한 귀신 이야기도 있지만 그보다 더 다양하고 다채로운 이야기를 가득 품은 『청나라 귀신요괴전』이 항상 우리 옆에서 자신을 읽어주기를 고대하며 기다리고 있다.

같이 『청나라 귀신요괴전』을 읽고 청대의 시대 상황이나 생활 모습을 엿보며 가슴 쫄깃한 귀신 요괴 이야기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1권을 끝내고 한없이 수위가 높아진 귀신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품고 『청나라 귀신요괴전 2』를 시작한다.

우리 함께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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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보바리 - 이브 생로랑 삽화 및 필사 수록본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이브 생로랑 그림, 방미경 옮김 / 북레시피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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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드니-바르톨로메 보바리는 전직 군의관 보조로 징병 관련 사건에 연루되어 군을 떠난 뒤 양품류 판매인의 딸과 결혼해 그녀의 지참금으로 호의호식을 했다. 그러나 장인이 죽고 난 후 남긴 게 거의 없음을 알고 돈을 벌어보려 했지만 제조업에서는 돈을 잃고 농사일에서는 팔아야 되는 것들 중 좋은 것은 자신이 다 먹고 써버리는 등 뭘 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낭비였다.

그의 아내는 그런 무능한 남편의 뒤를 쫓아다니며 끊임없이 뒤처리를 했다. 그래서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유모에게 맡겨야 되었고 나중에 아이가 집에 돌아왔을 때는 애지중지 키웠다. 그녀는 그녀의 꿈과 허영심을 아들에게 쏟아부었고, 아들이 높고 안정된 지위를 얻게 되기를 바랐다.

그래서 아들이 열두 살이 되자 신부에게 수업을 맡겼고, 그에 만족하지 않고 루앙의 중학교에 입학시켜 교육을 받게 했다.


어머니의 열의에 찬 기대에 맞춰 샤를은 열심히 공부하여 늘 반에서 중간 정도의 성적을 유지했다. 하지만 3학년이 끝나자 샤를의 부모님은 그가 혼자 대학 입학 자격시험까지 해나갈 수 있다고 확신하고는 그를 학교에서 빼내 의학 공부를 시켰다.

그는 열심히 강의를 들었지만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고 무슨 말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모든 강의를 다 들으며 열심히 공부했다. 그러나 어느덧 무기력해진 샤를은 게으름을 피우며 수업을 빼먹고는 도박장에 드나들며 쾌락과 향락에 빠져든다. 이로 인해 그는 학위 없이 의료 행위를 하는 의사 시험에 낙방하고 만다.

이에 나태해진 자신을 추스르고 다시 공부를 해 그럭저럭 괜찮은 점수로 시험에 합격한다.


샤를의 어머니는 늙은 의사가 한 명 있는 토트에서 샤를을 개업시키며 아내도 찾아주었다. 그의 아내가 된 과부 뒤뷔크 부인은 나이도 많고 못생긴 데다 뻣뻣했지만 연금을 받고 있어 샤를의 어머니가 기를 쓰고 샤를과 결혼시켰다. 샤를은 결혼하면 자유로워지고 돈도 마음대로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의 삶의 주인은 아내였다.


어느 날 밤 어떤 남자가 찾아와 베르토의 농장으로 빨리 와서 부러진 다리를 고쳐주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편지를 샤를에게 전했다. 이에 베르토의 농장으로 간 샤를은 환자인 농장주 루오 씨의 딸 엠마 양을 보고 호감을 느끼며 끌리게 된다. 그리하여 샤를은 단순 골절의 루오 씨가 잘 회복되었음에도 계속 베르토에 갔다.

샤를의 아내는 환자의 상태를 기입하는 장부에 루오 씨에 관해 작성하다가 그에게 딸이 하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녀에 대해 조사하고는 엠마를 싫어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엠마에 대해 둘러 말하다가 나중에는 단도직입적으로 심한 말을 해댔다. 그래서 샤를은 베르토에 가는 것을 그만두었다.

다음 해 봄이 시작될 무렵 뒤뷔크 미망인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던 엥구빌의 공증인이 돈을 들고 도망갔고, 그 사건을 계기로 그녀가 그녀의 재산에 대해 거짓말을 한 것이 샤를의 부모님에게 들켰다. 화가 난 부모님은 샤를의 집에 찾아와 한바탕 싸움을 벌였고, 일주일 후 마당에서 빨래를 널던 엘로이즈는 갑자기 피를 토하며 다음 날 죽었다.



아내가 죽은 후 샤를은 루오 씨의 격려와 위로로 다시 베르토를 찾게 되었고, 그렇게 왕래를 하다 자연스럽게 엠마에게 청혼하고 결혼하게 되었다.

첫날밤을 보낸 후 샤를은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엠마에 대한 사랑을 겉으로 표했지만, 엠마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무덤덤하니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부부가 토트의 집으로 온 이후 샤를은 지금까지의 자신의 삶에 없었던 행복으로 엠마에 대한 사랑을 주체할 수 없었다. 반면 엠마는 결혼 전 자신이 가지고 있다고 믿었던 사랑에서 생겨야 할 행복을 느끼지 못해 샤를이 못마땅하고 밉기까지 했다. 샤를은 그녀에게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았고 아무것도 몰랐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하지만 엠마는 집안을 잘 이끌어나갔다. 진료비 청구서를 잘 챙기고, 요리를 예쁘게 꾸며 이웃들을 초대했고, 심지어는 디저트용 입가심 물그릇을 따로 준비했다. 이 모든 것이 보바리에 대해 경의를 표하게 했다. 샤를은 아내를 한없이 사랑했다. 엠마는 자신에게 사랑의 감정이 생기길 바랐지만 아무런 마음의 변화가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왜 결혼을 했는가 후회하며 누구든 샤를과는 다른 남자를 만났다면 어땠을까 상상했다.


그런 그녀의 삶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샤를이 앙데르빌리에 후작의 입안 종기를 치료해 준 인연으로 보비에사르의 후작 댁에 초대를 받아 하룻밤 후작의 성에 머무르며 무도회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엠마가 꿈꾸던 삶의 모습이었다. 그녀는 그들의 삶을 알고 그 속에 들어가 섞이고 싶었다.

다음 날 토트로 돌아온 엠마는 무도회의 기억을 떠올리며 자신의 현실을 경악스러운 눈으로 보며 야망도 없고 나이를 먹으며 조잡한 습관이 생긴 샤를을 한심스럽게 바라보았다.

다시 봄이 오고 칠월이 되며 당데르빌리에 후작의 무도회에 다시 초대받을 것을 기대했으나 소식이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삶이 비참하다고 생각하며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되는 보비에사르의 공작부인들을 질투하며 하느님이 불공평하다며 하느님을 증오하며 울었다. 그녀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그런 삶에 존재할 대단한 쾌락과 격렬한 열정을 선망했다.

실망과 괴로움을 겪은 엠마는 무기력하고 변덕스럽고 대하기 어려워졌다.

그런 그녀를 위해 환경을 바꿔야 한다는 옛 스승의 처방에 따라 자리를 잡기 시작한 토트의 생활을 청산하고 뇌샤텔 지역의 용빌라베라는 큰 마을로 이사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토트를 떠나던 때 보바리 부인은 임신 중이었다.



플로베르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여 필사본과 이브 생로랑의 삽화 13점으로 우리를 찾아온 북레시피의 『마담 보바리』

작가 플로베르는 『마담 보바리』가 출간되자마자 공중도덕과 종교적 미풍양속을 해쳤다는 이유로 피소되었지만 당대 사회의 평민층에 속하는 인간 유형들의 진정한 모습들을 독자들에게 제시하고자 하였음을 강조하며 무죄 선고를 받는다. 『마담 보바리』는 사실주의를 한계를 극복하고 현대 소설의 모범이 되고 있다.


『마담 보바리』에서 엠마는 소설과 같은 현실을 꿈꾸며 몽상 속에서 열정을 꿈꾼다. 그래서 자신이 꿈꾸던 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현실은 진짜 삶이 아니라고 부정하며 꿈같은 현실이 오기를 바라고 갈망한다. 그러다 결국 자신의 욕망을 실현시키고자 타락과 방탕으로 몸을 기꺼이 내던지며 자신의 인생을 파멸로 몰고 간다.


그렇다면 엠마의 파멸에 주변인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는 걸까?

엠마의 내면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아버지 루오 씨, 엠마의 욕구와 열정을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알아봐 주지 못하는 남편 샤를, 자신의 욕망에만 사로잡혀있는 레옹, 철저히 욕망의 대상으로만 엠마를 이용하는 로돌프에게 잘못을 물을 수는 없는 걸까?

이들은 전부 엠마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만 보고 자신의 욕구만을 충족했다.


『마담 보바리』를 읽으며 부정한 엠마를 욕하며 벌하는 식으로 윤리적 판단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아니면 엠마를 통해 자신의 욕망과 욕구를 충족하려던 다른 사람들을 비판해야 할까?


이제라도 독자들이 엠마의 내면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들어주고 그녀를 따뜻하게 감싸고 이해해 보도록 노력하면 어떨까? 그녀의 욕망에 사로잡힌 모습을 보며 비난하며 냉정한 시선을 던지기 보다 소설 마지막에 그녀가 자신의 과오를 책임지려는 방식으로 자살을 선택한 모습에 안타까운 시선을 던져보는 것은 어떨까?

소설을 읽는 동안 내 안의 보바리 부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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