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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보바리 - 이브 생로랑 삽화 및 필사 수록본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이브 생로랑 그림, 방미경 옮김 / 북레시피 / 2022년 1월
평점 :
샤를-드니-바르톨로메 보바리는 전직 군의관 보조로 징병 관련 사건에 연루되어 군을 떠난 뒤 양품류 판매인의 딸과 결혼해 그녀의 지참금으로 호의호식을 했다. 그러나 장인이 죽고 난 후 남긴 게 거의 없음을 알고 돈을 벌어보려 했지만 제조업에서는 돈을 잃고 농사일에서는 팔아야 되는 것들 중 좋은 것은 자신이 다 먹고 써버리는 등 뭘 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낭비였다.
그의 아내는 그런 무능한 남편의 뒤를 쫓아다니며 끊임없이 뒤처리를 했다. 그래서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유모에게 맡겨야 되었고 나중에 아이가 집에 돌아왔을 때는 애지중지 키웠다. 그녀는 그녀의 꿈과 허영심을 아들에게 쏟아부었고, 아들이 높고 안정된 지위를 얻게 되기를 바랐다.
그래서 아들이 열두 살이 되자 신부에게 수업을 맡겼고, 그에 만족하지 않고 루앙의 중학교에 입학시켜 교육을 받게 했다.
어머니의 열의에 찬 기대에 맞춰 샤를은 열심히 공부하여 늘 반에서 중간 정도의 성적을 유지했다. 하지만 3학년이 끝나자 샤를의 부모님은 그가 혼자 대학 입학 자격시험까지 해나갈 수 있다고 확신하고는 그를 학교에서 빼내 의학 공부를 시켰다.
그는 열심히 강의를 들었지만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고 무슨 말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모든 강의를 다 들으며 열심히 공부했다. 그러나 어느덧 무기력해진 샤를은 게으름을 피우며 수업을 빼먹고는 도박장에 드나들며 쾌락과 향락에 빠져든다. 이로 인해 그는 학위 없이 의료 행위를 하는 의사 시험에 낙방하고 만다.
이에 나태해진 자신을 추스르고 다시 공부를 해 그럭저럭 괜찮은 점수로 시험에 합격한다.
샤를의 어머니는 늙은 의사가 한 명 있는 토트에서 샤를을 개업시키며 아내도 찾아주었다. 그의 아내가 된 과부 뒤뷔크 부인은 나이도 많고 못생긴 데다 뻣뻣했지만 연금을 받고 있어 샤를의 어머니가 기를 쓰고 샤를과 결혼시켰다. 샤를은 결혼하면 자유로워지고 돈도 마음대로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의 삶의 주인은 아내였다.
어느 날 밤 어떤 남자가 찾아와 베르토의 농장으로 빨리 와서 부러진 다리를 고쳐주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편지를 샤를에게 전했다. 이에 베르토의 농장으로 간 샤를은 환자인 농장주 루오 씨의 딸 엠마 양을 보고 호감을 느끼며 끌리게 된다. 그리하여 샤를은 단순 골절의 루오 씨가 잘 회복되었음에도 계속 베르토에 갔다.
샤를의 아내는 환자의 상태를 기입하는 장부에 루오 씨에 관해 작성하다가 그에게 딸이 하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녀에 대해 조사하고는 엠마를 싫어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엠마에 대해 둘러 말하다가 나중에는 단도직입적으로 심한 말을 해댔다. 그래서 샤를은 베르토에 가는 것을 그만두었다.
다음 해 봄이 시작될 무렵 뒤뷔크 미망인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던 엥구빌의 공증인이 돈을 들고 도망갔고, 그 사건을 계기로 그녀가 그녀의 재산에 대해 거짓말을 한 것이 샤를의 부모님에게 들켰다. 화가 난 부모님은 샤를의 집에 찾아와 한바탕 싸움을 벌였고, 일주일 후 마당에서 빨래를 널던 엘로이즈는 갑자기 피를 토하며 다음 날 죽었다.
아내가 죽은 후 샤를은 루오 씨의 격려와 위로로 다시 베르토를 찾게 되었고, 그렇게 왕래를 하다 자연스럽게 엠마에게 청혼하고 결혼하게 되었다.
첫날밤을 보낸 후 샤를은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엠마에 대한 사랑을 겉으로 표했지만, 엠마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무덤덤하니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부부가 토트의 집으로 온 이후 샤를은 지금까지의 자신의 삶에 없었던 행복으로 엠마에 대한 사랑을 주체할 수 없었다. 반면 엠마는 결혼 전 자신이 가지고 있다고 믿었던 사랑에서 생겨야 할 행복을 느끼지 못해 샤를이 못마땅하고 밉기까지 했다. 샤를은 그녀에게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았고 아무것도 몰랐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하지만 엠마는 집안을 잘 이끌어나갔다. 진료비 청구서를 잘 챙기고, 요리를 예쁘게 꾸며 이웃들을 초대했고, 심지어는 디저트용 입가심 물그릇을 따로 준비했다. 이 모든 것이 보바리에 대해 경의를 표하게 했다. 샤를은 아내를 한없이 사랑했다. 엠마는 자신에게 사랑의 감정이 생기길 바랐지만 아무런 마음의 변화가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왜 결혼을 했는가 후회하며 누구든 샤를과는 다른 남자를 만났다면 어땠을까 상상했다.
그런 그녀의 삶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샤를이 앙데르빌리에 후작의 입안 종기를 치료해 준 인연으로 보비에사르의 후작 댁에 초대를 받아 하룻밤 후작의 성에 머무르며 무도회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엠마가 꿈꾸던 삶의 모습이었다. 그녀는 그들의 삶을 알고 그 속에 들어가 섞이고 싶었다.
다음 날 토트로 돌아온 엠마는 무도회의 기억을 떠올리며 자신의 현실을 경악스러운 눈으로 보며 야망도 없고 나이를 먹으며 조잡한 습관이 생긴 샤를을 한심스럽게 바라보았다.
다시 봄이 오고 칠월이 되며 당데르빌리에 후작의 무도회에 다시 초대받을 것을 기대했으나 소식이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삶이 비참하다고 생각하며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되는 보비에사르의 공작부인들을 질투하며 하느님이 불공평하다며 하느님을 증오하며 울었다. 그녀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그런 삶에 존재할 대단한 쾌락과 격렬한 열정을 선망했다.
실망과 괴로움을 겪은 엠마는 무기력하고 변덕스럽고 대하기 어려워졌다.
그런 그녀를 위해 환경을 바꿔야 한다는 옛 스승의 처방에 따라 자리를 잡기 시작한 토트의 생활을 청산하고 뇌샤텔 지역의 용빌라베라는 큰 마을로 이사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토트를 떠나던 때 보바리 부인은 임신 중이었다.
플로베르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여 필사본과 이브 생로랑의 삽화 13점으로 우리를 찾아온 북레시피의 『마담 보바리』
작가 플로베르는 『마담 보바리』가 출간되자마자 공중도덕과 종교적 미풍양속을 해쳤다는 이유로 피소되었지만 당대 사회의 평민층에 속하는 인간 유형들의 진정한 모습들을 독자들에게 제시하고자 하였음을 강조하며 무죄 선고를 받는다. 『마담 보바리』는 사실주의를 한계를 극복하고 현대 소설의 모범이 되고 있다.
『마담 보바리』에서 엠마는 소설과 같은 현실을 꿈꾸며 몽상 속에서 열정을 꿈꾼다. 그래서 자신이 꿈꾸던 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현실은 진짜 삶이 아니라고 부정하며 꿈같은 현실이 오기를 바라고 갈망한다. 그러다 결국 자신의 욕망을 실현시키고자 타락과 방탕으로 몸을 기꺼이 내던지며 자신의 인생을 파멸로 몰고 간다.
그렇다면 엠마의 파멸에 주변인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는 걸까?
엠마의 내면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아버지 루오 씨, 엠마의 욕구와 열정을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알아봐 주지 못하는 남편 샤를, 자신의 욕망에만 사로잡혀있는 레옹, 철저히 욕망의 대상으로만 엠마를 이용하는 로돌프에게 잘못을 물을 수는 없는 걸까?
이들은 전부 엠마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만 보고 자신의 욕구만을 충족했다.
『마담 보바리』를 읽으며 부정한 엠마를 욕하며 벌하는 식으로 윤리적 판단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아니면 엠마를 통해 자신의 욕망과 욕구를 충족하려던 다른 사람들을 비판해야 할까?
이제라도 독자들이 엠마의 내면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들어주고 그녀를 따뜻하게 감싸고 이해해 보도록 노력하면 어떨까? 그녀의 욕망에 사로잡힌 모습을 보며 비난하며 냉정한 시선을 던지기 보다 소설 마지막에 그녀가 자신의 과오를 책임지려는 방식으로 자살을 선택한 모습에 안타까운 시선을 던져보는 것은 어떨까?
소설을 읽는 동안 내 안의 보바리 부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