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한 목소리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4
버넌 리 지음, 김선형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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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질긴 사랑> - 스피리디온 트렙카의 일기 중에서


우르바니아의 역사에는 그 나름대로 로맨스가 없지 않다. 다만(늘 그렇듯) 무미건조한 학계가 이 로맨스를 무시했을 뿐이다. 이곳에 오기 전부터 나는 괄테리오와 데상크티스 신부가 쓴 우르바니아 역사의 메마른 책장에 등장했던 한 이상한 여인에게 마음이 끌렸다.

p.113



스피리디온 트렙카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탈리아에 와서 과거와 대면하기를 바랐고, 현학과 예술의 비평으로 가득한 저서를 써 현장 탐사 연구비를 받아 이탈리아의 우르바니아에 오게 되었다.

우르바니아에 온 초기 며칠 동안은 하루 온종일 기록 보관소에서 보내며 따분해 죽기 일보 직전까지 소장의 장광설을 들어주곤 했다. 이후 이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우르바니아 역사에 등장했던 메데아 다 카르피의 흔적을 찾기 시작하는데….


대체 얼마나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여자이기에 그토록 잔인하고 부도덕함에도 모든 남자들이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것일까?

짧은 생애 동안 다섯 명의 연인을 참혹한 파국으로 몰아넣은 메데아에게 관심을 넘어 정신을 빼앗기는 모습을 보이는 스피리디온이 불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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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의 씨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3
이디스 워튼 지음, 송은주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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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의 씨>


복도의 탁자 위에 편지가 있을까 없을까. 거기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다른 생각이 마음속을 비집고 들 여유가 없었다. 편지는 항상 똑같았다. 사각의 회색 봉투에 "케네스 애슈비 귀하"라는 글씨가 굵지만 희미하게 적혀 있었다.

p.151



케네스 애슈비의 첫 아내 엘시 애슈비가 죽은 후 케네스와 결혼한 샬럿은 그들이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날 저녁부터 회색 봉투에 담긴 편지를 받는다. 정확히는 남편 케네스 앞으로 온 편지였다.

케네스는 그 편지를 처음 받은 날은 머리가 아프다는 핑계로 일찍 침대에 들었지만, 그 이후로 편지를 받은 날은 몇 년은 늙어 보였고 샬럿의 존재조차 의식하지 못하는 듯 저녁 내내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지내거나, 그녀가 집안일하는 방식에 꼬투리를 잡곤 했다.


봉투에 수신인의 이름 외에 소인도 주소도 없는 것을 보면 분명 누군가 직접 샬럿의 집 우편함에 넣어두고 간 것이 분명한데 도대체 누가 편지를 놓고 갔을까?

필체를 보면 남성적 곡선에도 불구하고 여성적인 필체라니…. 그럼 남편 케네스에게 다른 여자가 있다는 건가? 첫 아내를 너무나 사랑해서 바람을 피우지는 않았을 것이고, 아내가 죽은 후 일에 파묻혀 지내다가 샬럿과 사랑에 빠졌으니 다른 여자를 사귈 틈은 없었을 텐데.

대체 누구에게서 온 편지이며 어떤 내용이 적혀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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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은 탐정의 부재
샤센도 유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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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특이한 점은 천사가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우우우우, 유휴휴휴."

정확하게 말하자면 목소리라고 하기에는 어설픈 잡음이었다.

하지만 강림 이후로 천사가 날갯소리 말고 다른 소리를 낸 적은 없다. 그렇다면 이것이 처음으로 확인된 천사의 육성이라 해도 의심할 여지가 없다.

p.107



쓰네키 씨는 저녁 식사 후 특별한 이벤트를 위해 저택에 있는 모든 손님들을 이끌고 지하실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쓰네키 씨는 자신이 모셔둔 비장의 천사를 모두에게 공개했는데, 그 천사는 기묘한 목소리를 흘렸다. 우는 것 같기도, 짐승이 으르렁거리는 것 같기도 한 천사의 목소리는 모든 사람들을 충격과 공포로 밀어 넣었다.

이 천사에게 팔을 잡힌 아오기시는 온몸에 한기가 돌고 중력이 반대로 작용하는 것처럼 느껴지며 정신을 잃고 마는데….


그냥 하늘에 둥둥 떠다니기만 하는 악마 같은 모습을 한 천사가 의사를 지니고 소리를 낸다는 것은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기에 충분했을 것 같다. 그들은 정말 신을 대변해서 지상에 강림한 건가?

천사의 강림 후 지상은 낙원이 아니라 더 지옥이 되어갔다.

그리고 지옥이 있는 것은 보았지만 천국이 있는 것은 아무도 보지 못했고, 목숨을 구해줄 수 있음에도 무고한 이들이 죽는 것을 그대로 지켜보기만 하는 이들이 과연 천사인지도 모르겠다.

천사의 강림과 이후 발생하는 사건과는 어떤 연관성이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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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받지 못한 자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5
도러시 매카들 지음, 이나경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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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멀라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오빠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어. 어쩌면 그게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 하지만 다시 와. 오빠, 밤에 뭐가 나타나."

나는 돌아서서 패멀라를 마주 봤다. 패멀라는 이맛살을 찡그리고 괴로운 듯한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뭐가? 무슨 말이야?" 쉰 소리로 물었다.

"아무 소리도 못 들었어?"

…(중략)…

"그렇지……. 전에도 소리가 들렸니?"

"응."

"밤마다?"

"응, 하지만 지난 이틀 밤 동안은 훨씬 더 실감났달까. 오빠, 들으면 가슴이 찢어지는 소리야."

p.80~81



패멀라와 로드릭은 마침내 '클리프 엔드'에 제대로 정착을 하게 되었다. 비록 부족한 돈 때문에 집 전체를 보수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운 거주 공간임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렇지만 그들의 마음에 걸리는 것이 없는 것만은 아니었다. 그들은 근처 마을에 사는 이들로부터 그들 이전에 '클리프 엔드'에 살았던 사람들이 달아나듯 떠난 이야기부터, 과거 브룩 중령의 딸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까지 듣게 되었다. 그들은 전자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했고, 후자에 대하여는 애도를 표하였다.


'클리프 엔드'에는 도대체 무슨 비밀이 숨겨진 것일까? 그 집에 대한 이야기 중에는 유령이 있는 집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마을 사람들 중에는 이는 헛소리에 불과하다며 이전에 살던 사람들은 그냥 '깡패 같은 놈들'이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한 요리사가 그 집 계단에서 '하얀 얼굴'을 보고 기절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게다가 패멀라가 들은 정체 모를 소리도 있으니.

정말 그 집에는 유령이 존재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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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목소리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4
버넌 리 지음, 김선형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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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연인>



그리고 여자의 초상화 한쪽 귀퉁이에 "앨리스 오크, 영주 버질 폼프릿의 영애이자 오크허스트의 니컬러스 오크의 부인"이라는 문구와 1626년이라는 날짜가 쓰여 있었죠. "니컬러스 오크"는 작은 초상화 한쪽 귀퉁이에 쓰여있는 이름이었습니다. 초상화는 찰스 1세 시대 초기의 어중간한 작품이었지만, 귀부인은 정말 놀라우리만큼 현재의 오크 부인과 닮은 모습이었습니다.

p.35



3년 전 켄트의 소지주 부부의 초상화를 그리러 오크허스트로 간 소설의 화자 '나'.

그곳에서 만난 오크 부인은 내가 기대했던 바와 달리 존재 자체로 너무나 완전하고, 다른 모든 사람과 너무나 완벽하게 구분되는 성격적 자질을 가지고 있었다.

그 여자는 내가 평생 본 중에 가장 우아하고 예쁜 여인이었지만 그녀가 가진 미는 세간에서 통하는 개념과는 거리가 있는 생전 처음 보는 종류의 미였다.

오크 부인은 옷도 이상하게 입고 작위적으로 설정하고 행동하는 듯 보였다. 그럼에도 그녀는 경이로울 정도로 희귀하고 아름답고 당혹스러운 초상화 모델이었을 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도 너무 독특하고 수수께끼 같은 존재였다.

그리고 그 집에서 묵은 지 일주일쯤 되었을 때 나는 홀에 걸린 오크 가문의 옛 초상화 속의 귀부인과 오크 부인이 완전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고 이름조차 똑같은 것을 발견하는데….


일반적이지 않은 부부관계를 보여주는 오크 씨 부부.

왜 오크 부인은 250년 전 초상화 속의 부인의 모습을 따라 치장하는 걸까? 이름까지 똑같으니 섬뜩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오크 씨는 어째서 아내 앞에서는 그렇게나 소심한 모습을 보이는 걸까? 오히려 오크 부인은 오크 씨라는 존재 자체를 신경조차 쓰지도 않는데.

무언가 비밀이 가득해 보이는 오크 가문과 오크 부부의 이야기가 너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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