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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목소리 ㅣ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4
버넌 리 지음, 김선형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평점 :
<유령 연인>
그리고 여자의 초상화 한쪽 귀퉁이에 "앨리스 오크, 영주 버질 폼프릿의 영애이자 오크허스트의 니컬러스 오크의 부인"이라는 문구와 1626년이라는 날짜가 쓰여 있었죠. "니컬러스 오크"는 작은 초상화 한쪽 귀퉁이에 쓰여있는 이름이었습니다. 초상화는 찰스 1세 시대 초기의 어중간한 작품이었지만, 귀부인은 정말 놀라우리만큼 현재의 오크 부인과 닮은 모습이었습니다.
3년 전 켄트의 소지주 부부의 초상화를 그리러 오크허스트로 간 소설의 화자 '나'.
그곳에서 만난 오크 부인은 내가 기대했던 바와 달리 존재 자체로 너무나 완전하고, 다른 모든 사람과 너무나 완벽하게 구분되는 성격적 자질을 가지고 있었다.
그 여자는 내가 평생 본 중에 가장 우아하고 예쁜 여인이었지만 그녀가 가진 미는 세간에서 통하는 개념과는 거리가 있는 생전 처음 보는 종류의 미였다.
오크 부인은 옷도 이상하게 입고 작위적으로 설정하고 행동하는 듯 보였다. 그럼에도 그녀는 경이로울 정도로 희귀하고 아름답고 당혹스러운 초상화 모델이었을 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도 너무 독특하고 수수께끼 같은 존재였다.
그리고 그 집에서 묵은 지 일주일쯤 되었을 때 나는 홀에 걸린 오크 가문의 옛 초상화 속의 귀부인과 오크 부인이 완전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고 이름조차 똑같은 것을 발견하는데….
일반적이지 않은 부부관계를 보여주는 오크 씨 부부.
왜 오크 부인은 250년 전 초상화 속의 부인의 모습을 따라 치장하는 걸까? 이름까지 똑같으니 섬뜩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오크 씨는 어째서 아내 앞에서는 그렇게나 소심한 모습을 보이는 걸까? 오히려 오크 부인은 오크 씨라는 존재 자체를 신경조차 쓰지도 않는데.
무언가 비밀이 가득해 보이는 오크 가문과 오크 부부의 이야기가 너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