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원전으로 읽는 움라우트 세계문학
알베르 카뮈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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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되어, 마리는 모든 걸 잊고 있었다. 영화는 때로 웃겼고 또 실제로는 너무 산만했다. 그녀의 다리가 내게로 기대왔다. 나는 그녀의 가슴을 스쳤다. 상영이 끝날 무렵, 나는 그녀에게 키스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밖으로 나와, 그녀는 내 집으로 왔다.

p.38



마랭고에서 돌아온 다음날 뫼르소는 아침에 일어나서야 비로소 그날이 토요일인 것을 알았다. 전날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오래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 피곤했음에도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 수영을 하러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뫼르소가 다니는 사무실의 타이피스트로 일했던 마리를 만난다.

두 사람은 바다에서 같이 수영을 즐긴 뒤 페르낭델이 나오는 영화를 보러 갔다. 마리는 처음에는 뫼르소의 검은 타이를 보고 상중이라는 말에 놀랐지만 이내 곧 그것을 잊고는 영화를 본 후 뫼르소의 집에서 밤을 보낸다.


어제부터 상중이었던 사람이 너무나 무심하게 바다로 수영하러 가고 영화를 보러 가고 여자와 하룻밤을 보내고는 바뀐 것은 하나 없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습에 섬뜩함마저 느껴진다.

물론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만 그래도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일말의 슬픔이나 애도는 표현하는 게 정상적인 모습이 아닌가? 뫼르소는 자신의 삶을 마치 타인의 삶을 바라보듯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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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토끼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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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와가 실종된 지도 벌써 열흘째야. 요즘 아이다 보니 놀기도 하고 남자친구도 있을 테지. 외박한 적도 있었어. 하지만 열흘은 너무 길어. 외박할 때도 내게는 제대로 연락을 했었고, 학교에는 갔었어. 지금까지는. 그런데 요 열흘 동안에는 통 연락이 없고, 학교에도 나오지 않았어. 무슨 일이 생긴 게 틀림없어."

p.48



세라 때문에 칼에 찔리고 오른발에 금이 간 하무라는 2주간의 입원 후 퇴원을 했고, 집에서 열흘간 요양을 하며 귀고리 큐빅을 붙이는 부업에 전념하고 있었다. 이런 작업을 하고 있던 하무라에게 하세가와 소장이 연락해왔고, 열일곱 살 여고생이 사라진 사건의 의뢰가 하무라를 지명하여 들어왔다고 알린다. 하무라의 부상을 설명했음에도 의뢰인은 막무가내로 하무라를 데려오라며 억지를 부렸다는 것이다.

하무라는 의뢰인을 보고는 미치루의 아버지 다이라 요시미쓰에게서 자신을 소개를 받은 것임을 간파한다.

그리고 사라진 여고생 다키자와 미와가 미치루처럼 단순한 가출이 아닌 어떤 사건에 휘말렸을 가능성이 높음을 제시하는데….


아무리 놀기 좋아하는 요즘 아이라 하더라도 어떻게 외박하는 것을 그냥 넘어갈 수가 있지? 연락이 있었더라도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문화 차이인가?

그리고 아버지가 명목뿐이라도 대기업 회장이니 분명 돈이나 원한 관계나 사업의 이해관계에 얽힌 납치 사건이 아닐까 싶은데, 아버지는 체면치레 때문에 아이가 없어진 것을 쉬쉬하고 있다니….

이제 하무라가 개입하니 금방 찾을 수 있겠지? 미와가 무탈하게 집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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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인류 - 인류의 위대한 여정, 글로벌 해양사
주경철 지음 / 휴머니스트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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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동남아시아 간 해상 연결 네트워크가 발전하는 데에는 불교의 영향이 컸다. 불교는 원래 육로를 통해 중국에 전해졌지만 3세기에 해로를 통해 더 본격적으로 확산되었다.

p.213



황허 문명은 다른 고대 문명과 달리 바다와 관련이 가장 적은 편이었다. 만리장성으로 상징되는 중원은 서쪽과 북쪽의 침입에는 대비했지만 동쪽과 남쪽의 바다 쪽은 위협 없는 변경 정도로만 치부했다.

또한 중국은 중화사상으로 인해 '조공'을 통해서만 외부 세계와 교류하였기에 조공이 아닌 교역에 대해서는 호의적이지 않았고 비난하는 태도를 취했다. 이러한 의식과 태도 때문에 오랫동안 중국 상인들과 선원들은 외부 세계로 나가지 못했고 외국인들이 중국으로 찾아오는 결과를 낳았다.

한제국 몰락 후 중국의 교역의 비중은 해상을 통한 것이 육상보다 커지게 되면서 해로를 이용한 남방 교역이 증진되었는데, 그 발달한 해로를 통해 불교 승려나 신자들이 해외로 나가며 해상 교역로가 더욱 발전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자신들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생각으로 자신들에게 귀중한 이국 상품을 바치러 오기만 기다렸다니 중국인들에게 뿌리 깊게 내려진 중화사상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그리고 이번 이야기를 통해 복잡하게 얽힌 당시 동남아시아에서 중국, 더 나아가 한반도와 일본까지의 해상 교역로의 발달 배경과 과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중국의 해상 교역로의 발달이 순수한 무역을 위해서가 아닌 불교라는 종교에 의해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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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81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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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부님이 외고 있는 「요한의 묵시록」의 그 구절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사부님, 그렇다면 네 번째 나팔 소리입니까?」

「그래, 첫 번째는 우박, 이어서 피, 그리고 물…… 이번에는 별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처음부터 다시 따져 보아야 한다. 범인이, 잡히는 대로 들고 친 것이 아니라 미리 세운 계획에 따라 살인을 저지른 것인데……. 그런들, <요한의 묵시록>을 조목조목 외면서 거기에 따라 살인을 저지르는 인간…… 이걸 어떻게 상상할 수 있겠느냐?」

p.620



윌리엄은 아드소 그리고 베노와 함께 세베리노가 죽어있던 현장을 조사하였다. 현장에서 발견되어 경호병들에게 연행되어 간 레미지오 수도사, 그리고 베노의 증언에 따르면 애당초 시약소 내부에 숨어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장서관 사서계 수도사 말라키아 등 용의자는 여럿이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서책을 가지고 떠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세베리노가 일전에 언급했던 책은 시약소에 남아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윌리엄은 이를 찾지 못하고 시약소를 떠났고, 뒤늦게 세베리노가 말했던 내용을 통해 책의 정체를 추측해 내고 서둘러 돌아갔지만 그 책은 이미 누군가가 가져간 뒤였다.


윌리엄과 아드소가 머물고 있는 수도원에서 가장 연로한 수도사인 알리나르도는 일전에 윌리엄에게 <요한의 묵시록>의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윌리엄과 아드소가 애당초 장서관으로 들어가는 비밀 통로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던 것도 알리나르도가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요한의 묵시록>에 대한 것은 단순히 알리나르도가 생각하는 것과 맞아떨어지는 우연에 불과한 것일까? 알리나르도가 범인이었다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것일 테니. 가끔씩 몇 마디를 하는 것을 제외하면 기억을 못 하는 것이 더 많고, 하는 말도 내용을 알아들을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아무런 관련이 없다기에는 중요한 부분들에서 윌리엄에게 너무나 큰 도움들을 주는 것처럼 보인다. 뜰에서 제정신이 아닌 듯 있었다가도 경호병들에게 레미지오가 시약소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고 말하여 시약소에 있는 세베리노가 발견되게 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알리나르도는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인 거지? 왠지 모르게 누군지 모를 범인보다도 알리나르도라는 수도사가 더 무섭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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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은 방 박노해 사진에세이 4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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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어머니의 자궁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방에서 태어나 이 세상에 자신의 공간을 넓히기 위해 아등바등 애쓰며 살아가지만 결국 땅속의 작은 공간만을 차지하며 대지의 어머니 품으로 돌아가 안식을 취한다.


우리가 만들어지고 태어난 작은 방이나 마지막에 돌아가 쉴 작은 방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해지거나 우리가 그곳에서 우리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없는 방이다.

하지만 살아가는 동안 찾아지는 자신만의 공간, 자신만의 작은 방은 오롯한 자신의 의지에 의해 선택이 가능하며 그곳에서 사람들은 자기 자신과 인생에 대한 시작과 성찰을 이루고 휴식을 취하며 위안을 받을 수 있다.



숨 가쁘고 바쁘게 살아가는 현실에서 우리는 잠시 길을 잃고 헤매게 될 때가 있다. 그럴 때 결코 당황하여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휴식과 위안의 공간인 자신만의 방에서 잠시 쉬면 된다.

마음속 자신만의 공간 혹은 현실의 자신의 작은 방에서 휴식을 취하며 자신을 들여다보고 치유하고 사유하면 위안을 얻고 자신이 나아가야 할 곳이 보일 것이다.

어둠이 있기에 빛은 그것이 희미할지라도 더욱 밝아 보일지니.

그렇게 나는 매일을 나만의 작은 방에서 나의 길을 찾아 떠날 준비를 한다.



자신만의 작은 방은 다른 사람의 간섭도 무엇에 의한 제재도 없는 순전히 자신만을 위한 자유와 창조의 공간이다. 그곳에서 우리의 삶과 꿈은 시작되고 우리는 비로소 자신의 모습을 진실되게 바라보며 참다운 자신이 되어간다.

자신만의 작은 방.

공간은 조그맣지만 그곳에서 키워 나가는 꿈은 원대하다.

그 꿈을 이루지 못해도 상관없다. 매일매일을 자신의 작은 방에서 만들어내는 거대한 꿈이 우리의 영혼을 행복으로 충만케 하니.



이 지구상에는 안전을 위해 자신들만의 작은 공간에서 숨죽이며 아침을 맞이하는 곳의 사람들도 있다.

언제 목숨을 위협받을지 모르는 긴장 속에서 한줄기 빛만 스며드는 자신들의 어두운 작은 방을 통해 그들은 세상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책을 통해 실제 가보지 못한, 어쩌면 영원히 가보지 못할 곳으로 여행을 떠나거나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세계를 느끼고 꿈꾸며 숨을 쉰다.

그 모든 것을 가능케하는 그들만의 작은 방은 그들만의 위대하고 거대한 우주이다.



나를 비로소 나로 만들고 나로 있을 수 있게 하는 내 작은 방.

작은 존재인 나를 거대한 세상으로 이끌 나만의 작은 방에서 나는 끊임없이 사유하고 치유받고 성찰하며 앞을 향해 두려움 없는 도약을 준비한다.

당신의 성소인 당신만의 작은 방은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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