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이름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81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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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부님이 외고 있는 「요한의 묵시록」의 그 구절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사부님, 그렇다면 네 번째 나팔 소리입니까?」

「그래, 첫 번째는 우박, 이어서 피, 그리고 물…… 이번에는 별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처음부터 다시 따져 보아야 한다. 범인이, 잡히는 대로 들고 친 것이 아니라 미리 세운 계획에 따라 살인을 저지른 것인데……. 그런들, <요한의 묵시록>을 조목조목 외면서 거기에 따라 살인을 저지르는 인간…… 이걸 어떻게 상상할 수 있겠느냐?」

p.620



윌리엄은 아드소 그리고 베노와 함께 세베리노가 죽어있던 현장을 조사하였다. 현장에서 발견되어 경호병들에게 연행되어 간 레미지오 수도사, 그리고 베노의 증언에 따르면 애당초 시약소 내부에 숨어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장서관 사서계 수도사 말라키아 등 용의자는 여럿이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서책을 가지고 떠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세베리노가 일전에 언급했던 책은 시약소에 남아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윌리엄은 이를 찾지 못하고 시약소를 떠났고, 뒤늦게 세베리노가 말했던 내용을 통해 책의 정체를 추측해 내고 서둘러 돌아갔지만 그 책은 이미 누군가가 가져간 뒤였다.


윌리엄과 아드소가 머물고 있는 수도원에서 가장 연로한 수도사인 알리나르도는 일전에 윌리엄에게 <요한의 묵시록>의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윌리엄과 아드소가 애당초 장서관으로 들어가는 비밀 통로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던 것도 알리나르도가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요한의 묵시록>에 대한 것은 단순히 알리나르도가 생각하는 것과 맞아떨어지는 우연에 불과한 것일까? 알리나르도가 범인이었다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것일 테니. 가끔씩 몇 마디를 하는 것을 제외하면 기억을 못 하는 것이 더 많고, 하는 말도 내용을 알아들을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아무런 관련이 없다기에는 중요한 부분들에서 윌리엄에게 너무나 큰 도움들을 주는 것처럼 보인다. 뜰에서 제정신이 아닌 듯 있었다가도 경호병들에게 레미지오가 시약소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고 말하여 시약소에 있는 세베리노가 발견되게 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알리나르도는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인 거지? 왠지 모르게 누군지 모를 범인보다도 알리나르도라는 수도사가 더 무섭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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