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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은 방 ㅣ 박노해 사진에세이 4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22년 1월
평점 :
인간은 어머니의 자궁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방에서 태어나 이 세상에 자신의 공간을 넓히기 위해 아등바등 애쓰며 살아가지만 결국 땅속의 작은 공간만을 차지하며 대지의 어머니 품으로 돌아가 안식을 취한다.
우리가 만들어지고 태어난 작은 방이나 마지막에 돌아가 쉴 작은 방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해지거나 우리가 그곳에서 우리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없는 방이다.
하지만 살아가는 동안 찾아지는 자신만의 공간, 자신만의 작은 방은 오롯한 자신의 의지에 의해 선택이 가능하며 그곳에서 사람들은 자기 자신과 인생에 대한 시작과 성찰을 이루고 휴식을 취하며 위안을 받을 수 있다.
숨 가쁘고 바쁘게 살아가는 현실에서 우리는 잠시 길을 잃고 헤매게 될 때가 있다. 그럴 때 결코 당황하여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휴식과 위안의 공간인 자신만의 방에서 잠시 쉬면 된다.
마음속 자신만의 공간 혹은 현실의 자신의 작은 방에서 휴식을 취하며 자신을 들여다보고 치유하고 사유하면 위안을 얻고 자신이 나아가야 할 곳이 보일 것이다.
어둠이 있기에 빛은 그것이 희미할지라도 더욱 밝아 보일지니.
그렇게 나는 매일을 나만의 작은 방에서 나의 길을 찾아 떠날 준비를 한다.
자신만의 작은 방은 다른 사람의 간섭도 무엇에 의한 제재도 없는 순전히 자신만을 위한 자유와 창조의 공간이다. 그곳에서 우리의 삶과 꿈은 시작되고 우리는 비로소 자신의 모습을 진실되게 바라보며 참다운 자신이 되어간다.
자신만의 작은 방.
공간은 조그맣지만 그곳에서 키워 나가는 꿈은 원대하다.
그 꿈을 이루지 못해도 상관없다. 매일매일을 자신의 작은 방에서 만들어내는 거대한 꿈이 우리의 영혼을 행복으로 충만케 하니.
이 지구상에는 안전을 위해 자신들만의 작은 공간에서 숨죽이며 아침을 맞이하는 곳의 사람들도 있다.
언제 목숨을 위협받을지 모르는 긴장 속에서 한줄기 빛만 스며드는 자신들의 어두운 작은 방을 통해 그들은 세상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책을 통해 실제 가보지 못한, 어쩌면 영원히 가보지 못할 곳으로 여행을 떠나거나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세계를 느끼고 꿈꾸며 숨을 쉰다.
그 모든 것을 가능케하는 그들만의 작은 방은 그들만의 위대하고 거대한 우주이다.
나를 비로소 나로 만들고 나로 있을 수 있게 하는 내 작은 방.
작은 존재인 나를 거대한 세상으로 이끌 나만의 작은 방에서 나는 끊임없이 사유하고 치유받고 성찰하며 앞을 향해 두려움 없는 도약을 준비한다.
당신의 성소인 당신만의 작은 방은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