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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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


"인생은 위험한 거야. 거기에는 시간도 흐르고, 타인도 있어.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고 강아지도 있고 아이도 있고."

나직한 목소리로 속삭이자, 나는 근거도 없이 안심하려 한다.

p.53



아키미와 치카는 만난 지 3년 같이 산 지 1년이다. 아키미는 모터사이클 가게에서 일하고 치카는 집에서 온종일 점토로 오브제 같은 인형을 만드는 일을 한다.

어느 더운 여름날, 아키미와 치카는 저녁을 먹은 뒤 동네 술집에 가서 맥주를 마셨다. 그러면서 치카는 그들이 서로 같이 있고 서로 사랑하지만 그들의 관계가 막다른 골목에 있다고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하지만 아키미는 특유의 밝은 에너지로 치카를 달랜다.


평범한 더운 여름날 밤 동성 커플의 이야기다. 처음 이야기가 시작되었을 때는 여자가 출근하고 남자가 집에서 작업하나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이야기가 진행되며 집에서 아키미를 기다리는 사람 역시 여자로 둘은 동성 커플임이 드러난다. 치카는 서로 사랑하지만 더 이상의 발전이 없을 둘 사이를 힘들어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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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몽골에 가다 세창역사산책 16
이명미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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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기 초 테무친이 몽골 초원의 여러 부족들을 통합하고 '칭기즈칸'으로 추대되어 몽골 제국을 수립한 후 정벌전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화북 지역에 자리 잡고 있던 금나라의 세력이 위축되자 금나라의 지배 아래 있던 거란이 몽골에게 쫓겨 고려 영토로 침입하게 된다. 이에 고려와 몽골이 연합하여 강동성에서 거란을 격퇴한 후 '형제맹약'을 맺었다.

이를 계기로 몽골에서는 고려에 사신을 파견했는데, 이들은 무리한 조공을 요구했고 사신들의 태도 또한 예의를 벗어났다. 이러한 논란으로 고려에서는 몽골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던 중 1225년 몽골 사신 저고여(차쿠르)가 고려에 과중한 공물을 요구하고 오만불손한 태도를 보이다가 귀국 길에 압록강 부근에서 피살된다. 몽골은 이를 고려 소행이라 주장하며 국교를 단절하였고 6년 후 이 사건을 빌미로 고려를 침략하였다.


1231년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고려 조정은 몽골 장수 살리타가 이끈 몽골군에 개경이 함락될 위기에 처하자 강화를 요청하였고, 몽골군은 철수하며 다루가치를 설치한다. 이에 당시 권력을 장악하고 있던 무신집권자 최우가 강화도 천도를 결정했고, 이 결정에 자극받은 몽골은 1232년 살리타의 지휘 아래 고려를 다시 침입한다. 그러나 이때 김윤후와 처인 부곡민들이 처인성 전투에서 적장 살리타를 사살한다. 이렇게 40여 년간 고려는 몽골의 간헐적 침입을 받아야만 했다.

전쟁의 장기화로 인해 몽골과의 강화 여론이 높아져 항쟁 지속을 주장하던 무신집권자 최의를 제거하고 강화를 추진하게 된다. 고려는 태자를 몽골에 파견하여 고려의 독립을 약속받고 강화를 체결한다.

그러나 개경 환도와 일본 원정 조건에 대해 무신 정권이 반발을 일으키자 오랜 전쟁에 힘들어하던 반대파들이 무신집권자 임유무를 제거하고 개경으로 환도한다. 끝내 개경 환도를 거부하고 항쟁을 유지한 삼별초는 여몽 연합군에 의해 진압된다.


이 책은 기존에 많이들 다루고 있는 이러한 우리 역사 속에서 고려와 몽골의 전쟁과 간섭과 저항의 역사가 중심이 아니라 그 속에서 이루어진 두 나라 사이의 문화적 교류에 초점을 맞추어 당시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고려에서 몽골풍이라고 하여 몽골식 복장과 머리 모양 등 몽골 풍습이 유행한 것처럼 몽골에서는 고려양이라는 고려의 의복, 음식 등의 고려의 풍습이 유행했는데 그것에 대해 자세하게 나와있다. 그리고 몽골에 건너간 고려인들에 대한 이야기도.


아무래도 고려에서 몽골로 간 인물 중에 가장 성공한 사람은 기황후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기황후의 원나라 내에서의 이미지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그려지는 부정적인 이미지와는 많은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원사』 권 114, 「열전」 제1, '후비' 1, 완자홀도 황후 기씨'에 따르면 기황후는 평상시 책을 보며 현숙한 황후들의 행적을 모범으로 삼고, 그에게 선물로 들어오는 진미들을 황실 조상을 위한 태묘에 먼저 올리며, 기근이 들었을 때는 구휼에 앞장서는 등 황후로서 현숙한 면모를 안팎으로 내보였다고 한다. 기황후의 득세를 보며 다들 '제2의 기황후'를 꿈꾸며 자신의 딸을 몽골로 시집보내는 고려의 권세가들이 많았다. 이른바 '몽골리안 드림'을 꿈꾸었던 것이다.


이러한 기황후의 득세 하에 고려 양식이 몽골의 궁중에서 유행하게 되었는데 이는 권형의 『경신외사』에도 잘 나와 있다. '지정 이래 궁중의 급사와 사령 태반이 고려의 여인이었다. 이에 사방의 의복과 신발, 모자와 기물이 모두 고려의 것을 따랐다.'라고 기록하였으니 원나라 말기에는 궁정 안팎으로 고려 여성의 비중이 커지고 고려양이 크게 유행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지정'은 혜종 토곤테무르 때의 연호로 혜종 토곤테무르는 기황후의 남편이다.



그리고 이 책에는 몽골에서 고려의 공녀 차출이 단순 허드렛일을 위한 급사 수요 충당만이 아니었음이 나와있다. 몽골에서 동녀를 요구 시 '양가의 딸'을 요구하기도 했고 고려 조정에서는 공녀 차출을 위해 국내 결혼 제한 조처도 취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고려의 지배층 가운데서도 원 황실 측의 요구를 받은 경우나 혹은 자원해서, 혼인해서 몽골로 간 사례도 있었음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원 지배층과 결혼을 하게 된 고려 여성들은 그 자손들이 원 정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할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그리고 고려의 환관 역시 동녀와 함께 몽골에서 요구하는 주요 대상이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바가 있어 스스로 국경을 넘은 이곡과 이색의 이야기와 깨달음을 얻기 위해 몽골행을 택한 승려 태고보우, 나옹혜근 등의 이야기도 자세하게 나와있다.


여태껏 고려에 대한 역사가 조선에 대한 역사보다 적게 다뤄졌던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또 일반 대중들 또한 고려에 대해서는 조선만큼 잘 알지 못할 것이다. 예를 들어 조선 4대 임금의 이름은 금방 말할 수 있겠지만 고려 4대 왕의 이름을 금방 말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고려의 문화와 인물들이 중국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커다랗게 장식하는 몽골의 원나라에서는 중요하게 대우받았었다는 사실과 그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꿈을 이룬 고려인들의 이야기 등 고려 역사와 문화, 인물에 대한 연구가 좀 더 활발히 이루어져 일반인들에게 소개되었으면 한다. 물론 혹자는 원나라는 몽골의 역사이지 중국의 역사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을 때 중국의 왕조 중 하나로 배웠으니 그 문제는 말하지 않겠다.


이 책은 단편적으로 알고 있고 무조건적인 핍박의 역사로만 알고 있는 고려 말기 몽골과의 관계에 대해 더 넓고 풍부한 역사적 사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역사 이야기이니 소설책처럼 쉽게 술술 읽히는 것은 기본이다. 포켓북 사이즈의 책이니 부담 없이 자주 찾아 읽을 것 같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세창미디어>에서 출간된 역사산책 시리즈를 1권부터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출판사로부터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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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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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비스킷>


시나는 억지로 걸었다. 히로토가 말없이 내 손을 잡았다. 그 손을 뿌리치지 않아 손을 잡고 걷는 꼴이 되었다. 히로토의 손은 따뜻하고 땀이 배어 있었다. 나는 긴장했다. 손을 잡는다는 것은 가슴 설레는 일이 아니었다. 숨 막히고 답답한 일이었다. 빨리 해방되고 싶었다. 그런데도 나는 히로토가 손을 놓아주었으면 하고 바라지 않았다.

p.37



막 열일곱 살이 된 마유미는 언니와 오빠가 가치 있는 일과 어른들이 놀랄 만한 일은 이미 해버렸다고 생각해서 생활이 썩 유쾌하지 않았다. 삶에 남아 있는 것은 제일 맛없어서 늘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뒤죽박죽 비스킷 같은 것들뿐이라고 생각했다.

무더운 어느 여름날 마유미는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아버지의 정육점 일을 돕고 있는 초등학교 동기 히로토에게 드라이브를 가자고 제안했다. 히로토는 운전면허가 없었지만 가끔 운전을 했기에 마유미는 히로토에게 강하게 주장했고, 그렇게 둘은 고양이 시나와 바다로 드라이브를 가지만 가는 길은 유쾌하지 못했다.


누구나에게나 있는 어린 날의 평범한 일상의 한 부분이다. 손을 잡아 답답했지만 놓아주는 걸 바라지 않았다는 걸 보니 마유미는 히로토를 좋아했던 것일까?

무슨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라고 바라면서 읽었지만 결국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아 허무함마저 느껴지는 너무나 평범한 과거의 어느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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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 읽기 세창명저산책 90
임채광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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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프롬은 엄격한 유대주의적 교육 환경과 공동체의 규범 아래 성장했다. 그래서 그는 정통 유대적 삶의 가치와 학문적 방법론을 가지고 있었는데, 1926년 정신분석가 프리다 라이히만과 결혼한 후 학문적 관심과 연구 방법론 더 나아가 한 인간으로서의 세계관과 삶에 큰 변화를 겪는다. 그 시기 프롬은 프로이트의 제자이자 법학자였던 한스 작스의 지도를 받고 사회철학과 정신분석학을 대폭 받아들인다.


『자유로부터의 도피』에서 프롬은 인간에 대한 심층적 탐구를 시도한다. 정신분석학적 해석을 통해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인간의 자유에 대한 갈망의 심리를 분석하고 해명하고 더 나아가 길을 제시해 주고 있다. 이 책에서 작가는 "정말 인간은 자유를 원하고 있는가", "자유에 대한 희구는 인간의 본성인가", "왜 인간은 자유로부터 도피하려는 경향이 있는가" "오히려 복종하려는 본능이 인간의 더 근본적 욕구에 가까운 것은 아닌가"를 해명하는 것을 목표로 집필하였다고 한다.


인간은 '자유'라는 것을 끝없이 갈망했고 그것을 위해 투쟁해왔다. 많은 사람들이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고 독재나 억압에 맞서 싸워왔고 그것이 인간의 삶과 역사 그 자체였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인간에게는 독립심을 가지고 자유롭고 당당하게 살아가려는 경향과 보호와 의존 속에서 살아가려는 성향이 강하게 존재한다. 공동체에 소속되는 것은 인간의 자유를 구속하고 억압하기도 하지만 어느 한 세계에 소속되어 있다는 사실은 개인에게 안전을 느끼게 하며 도피처를 제공해 준다. 그래서 비록 개인의 권한과 자율성이 사라지더라도 인간은 불안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의 자유를 반납하여 외부 세계에 복종을 선택하는 것이다.

바로 "…로부터의 자유"에 얽매이지 않고 "…에 대한 자유"를 누리고 활용하는 것이다.


앞선 "…로부터의 자유"는 볼셰비키 혁명 이후 독일 노동자계급을 깊은 불안과 패배감에 빠지게 했다. 현실에 대한 체념과 지도자에 대한 불신, 모든 정치적 활동에 대한 불신 등은 사람들에게 불안감과 공포심을 주었고, 안정을 추구하는 사람들 심리를 교묘하게 포장된 민족주의와 국가주의가 파고들었다. 바로 나치즘의 발생이 이러한 데서 기인했다.



인간은 그 자체로 신성한 존엄성을 가지고 있다. 그 말은 인간이 가진 고유한 자유와 권리는 평등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고유의 자율성을 깨닫고 적극적으로 자유를 추구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자유라는 것이 마냥 무한히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 자유를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 우리는 그에 따르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프롬은 인도주의적 자발적 가치를 토대로 살아가는 사회 공동체의 건설을 이야기한다. 즉 우리는 진실한 인간성이 사회적 규범이자 가치로 인정되는 사회, 그와 같은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에리히 프롬의 이야기는 쉽지가 않은 것 같다. 한 번을 읽는 것만으로는 정확하게 프롬의 사상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것 같다.

이제는 너무 당연시되어버린 자유라는 개념에 대해 내가 얼마나 수박 겉핥기 식으로 이해하고 있었던가를 깨닫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왜 자유를 위해 투쟁하면서도 자유를 스스로 권력에 갖다 바치는 행위를 하는가.

"…에 대한 자유" 즉 적극적 자유를 누리고 활용하는데 결코 굴하거나 주저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지금 내가 당장 행할 수 있는 자발적 가치를 표현은 무엇이 있을까?

책 사이즈가 가방에 넣어도 자리를 많이 차지하지 않을 정도로 한 손에 들어오는 크기이다. 들고 다니면서 틈날 때 다시 읽어봐야겠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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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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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 또는 전진이라 여겨지는 것>


어제저녁, 남편이 고양이를 내다 버렸다. 투실투실 살이 찐 잡종 암고양이다. 나이가 꽤 들었는데, 야요이가 잔소리를 하자 남편은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말았다. 그 얼굴이 고양이를 버려서 정작 상처받은 사람은 자기라고 말하고 있었다.

p.11



야요이가 17년 전 홈스테이를 하면서 신세를 졌던 케이트가 여름 방학 동안 일본으로 놀러 가는 자신의 딸 아만다를 야요이에게 부탁했다. 그래서 야요이는 아만다를 마중하러 공항 리무진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남편이 어제 시어머니가 맡겼던 고양이를 버렸던 일을 떠올리며, 바다에 던졌다는 남편 말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실제 남편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무엇인지 이제는 알 자신이 없다는 걸 깨닫는데….


결혼해서 같이 살고 성공에 대한 삶의 목표는 같지만 서로에 대해서는 갈수록 담이 높아져만 가는 듯한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고양이보다는 사람의 삶이 중요하고, 결혼을 했어도 자신의 모든 것을 알려고 하지 말라는 남편의 무심함.

좀 더 따뜻하고 열린 마음으로 아내를 바라봐 줬으면 좋겠는데.

담담하게 서술되는 에쿠니 가오리의 단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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