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탐구 끝판왕 - 대입 합격의 모든것 끝판왕 시리즈
정동완 외 지음 / 꿈구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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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과제탐구'란 무엇일까? "학생이 관심 있는 주제에 관해 스스로 탐구하는 활동"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게 말이나 쉽지 어디 아무렇게나 할 수 있을까? 게다가 내신을 챙기고 공부하기에도 바빠 죽을 지경인데, 과제탐구가 도대체 뭐길래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기까지 할 것이다.


그렇지만 입시 전문가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과제탐구가 대입에 있어서 꼭 필요하다', '앞으로의 대입에 있어서 무시하지 못할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라는 등 위협 아닌 위협을 공부만 하기도 바쁜 학생들에게 던지는 것에는 어떠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대학교에서 수시 전형 중 학생부 종합전형이라는 전형의 평가 기준으로서 제시하는 요소 중에는 '전공적합성'이라는 요소가 있다. 어떻게 보면 정말 직관적이고 단순한 것이, 정말 전공에 적합한지, 합격할 경우 전공 수업과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교 입장에서는 이를 평가하기 위해서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지극히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주로 참고하는 것이 생활기록부에 작성되어 있는 학교생활 모습들이다.


이러한 모습들 중에서 전공 연관 적합성을 드러낼 수 있는 내용은 단연코 고등학교 3년간 해당 전공에 대하여 보인 관심과 이를 바탕으로 한 활동이다. 그렇기에 과제탐구는 필수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과제탐구를 하는 것은 말이야 쉽지, 막상 손에 잡는 순간 뭘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가 막막해진다. 그런 막막함을 시원하게 날려줄 수 있는 것이 바로 『과제탐구 끝판왕』이다.

이 책을 통해 과제탐구 사례들을 보면서 주제 선정에서 어떠한 방향을 지향하는 것이 좋을지를 알 수 있고, 이렇게 밥상을 다 차려준 것으로도 모자란지 『과제탐구 끝판왕』의 저자들은 아예 입에 다 넣어주고 씹고 삼키는 것까지 도와주려 한다. 이 책에 나온 과제탐구 과정을 따라 하다 보면 어느새 하나의 뛰어난 결과물이 손에 들려있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보통의 고등학생들은 고등학교에 오기 전까지는 과제탐구라는 것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 고등학교에서 처음으로 과제탐구를 접하기 때문에 많아지는 공부량과 더불어 '멘붕'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과제탐구이다.

그렇기 때문에 멘탈을 잘 잡는 게 필요한데, 선생님들은 이 어려운 것을 마치 아무것도 아닌 양 설명해 주시기 때문에 더더욱 괴리감을 느끼며 "아, 내가 생각하는 과제탐구와 지금 선생님이 설명하고 있는 과제탐구가 과연 같은 것일까?"라는 의문과 함께 깔끔하게 포기해버리고 싶어질 것이다. 이러한 부분 또한 『과제탐구 끝판왕』을 통해 시원하게 해결할 수 있으리라 장담한다.


과제탐구 때문에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던 사람들, 과제탐구라는 단어만 들어도 속이 쓰리고 없던 위염이 생길 듯했던 사람들, 그 외에도 처음으로 과제탐구를 시작하는 모든 학생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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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집밥 레시피 196 - 요리로 떠나는 세계 여행
모토야마 나오요시 지음, 최수영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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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맛있는 요리를 먹는 것은 좋아하지만 요리하는 것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재료 손질도 귀찮고 요리할 때 나오는 설거지 거리도 귀찮다. 특히 무지 오랜 시간 힘들여 요리를 했는데 정작 결과물이 맛도 없고 보기에도 끔찍할 때가 많다.

처음 결혼했을 때 나 혼자 열심히 2시간 가까이 끙끙대며 했던 야심찬 돼지 오븐 요리를 남편이 퍽퍽하고 맛없다며 젓가락을 던지고 나가 혼자 밥을 사 먹고 들어온 적이 있다. 그 후로는 더욱더 요리가 하기 싫었다.

그래서 나는 외식을 즐기는 편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로 집에만 있으면서 어쩔 수 없이 요리를 해야 했고, 할 줄 아는 요리가 몇 개 없다 보니 맨날 똑같은 반찬, 똑같은 음식들… 그래서 레토르트 식품이나 밀키트, 배달음식을 기웃거렸지만 역시 쉽게 질리며 뭔가 새롭고 맛있는 음식을 찾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전 세계 집밥 레시피 196』이라는 책이 보였다. '제5회 요리 레시피 in JAPAN'에서 대상을 수상한 책이라고 하니 더 호기심이 갔다.

이 책에는 요리법이 196가지나 수록되어 있으니 하루에 한 가지만 하더라도 일 년의 절반 이상은 새로운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한식이 아닌 전 세계 요리로.

그리고 이 책에 실린 요리들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간이 적게 들고 칼질이 서툴러도 잘 해낼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칼질을 정말 못한다. 못하니 칼질하는 것을 싫어한다. 한식에 자주 등장하는 채썰기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썰기 방식이다. 내가 채 썰어놓은 야채들을 보면 거의 몽둥이 수준이다. 그래서 반찬을 할 때는 비주얼은 포기한다.


이 책에는 아메리카 대륙, 유럽,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아시아 각국의 '집에 있는 재료로 간단히 만들 수 있는' 요리들의 레시피 책이다. 물론 한식에서 쓰는 향신료가 아닌 경우도 있지만 요즘 같은 시대 대형마트에 가면 흔히 살 수 있는 외국 향신료들이 요구되니 정말 부담 없이 만들 수 있다.

더군다나 이 책의 요리법은 평균 20분의 조리 시간이 요구되니 귀가 솔깃하지 않는가?



유럽 요리 편의 '브람보락'을 보고 베트남의 반세오 같다는 생각이 들며 군침이 돌았다. 나는 반세오를 좋아한다. 물론 반세오는 쌀가루로 만든 부침개고 브람보락은 감자로 만든 부침개지만 어쨌든 외관상으로 반세오를 떠올리게 만든다.

맥주 종주국의 감자 부침개는 어떤 맛일까?

일단 이 요리를 만드는 데는 30분이 소요된다.


재료는 2인분 기준으로 감자 3개와 달걀 ½개, 다진 마늘 ½작은술, 마조람(있으면) 1작은술, 밀가루 3큰술, 소금 ½작은술, 후추 조금을 준비하면 된다.

그리고 버터 1큰술(12g)과 소시지 4개, 사워크라우트 200g을 준비한다.


감자는 갈아서 달걀부터 후추까지의 재료와 함께 섞는다. 마조람이 없으면 넣지 않아도 된다.

프라이팬에 버터를 녹인 뒤 약한 불에서 감자 반죽을 10분씩 앞뒤로 뒤집으며 노릇노릇 둥글 납작한 모양으로 굽는다.

접시에 구운 반죽과 데친 소시지 사워크라우트를 사진처럼 보기 좋게 담아낸다.

아이에게 오후 간식으로 어른들에게는 저녁 술안주로 추천한다고 하니 그 맛이 궁금하지 않는가?



아프리카 대륙의 누룽지마저 맛있는 생선 영양밥인 '체부젠'은 어떤 맛일까?

이 요리는 반찬이 필요 없을 정도로 맛있다고 하니 그 맛이 정말 궁금하다. 이 요리의 조리시간은 50분이다.

신기하게도 이 요리는 일본의 '도미밥'과 사용하는 재료는 다르지만 만드는 방법이 똑같다고 한다. 재료의 맛이나 풍미를 잘 살려낸 특징을 가진 밥이고 먹어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감탄하게 된다고 하니 꼭 한번 만들어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료와 레시피는 책을 통해 확인하고 꼭 도전해 보길 바란다.



이 밖에도 이름조차 생소한 세인트 키츠 네비스의 닭고기를 넣은 쌀 요리인 '펠라우', 그레나다의 카레맛 감자 크레이프인 '로티', 엘살바도르의 콩과 치즈를 바싹하게 구운 호떡 '푸푸사', 바티칸의 발사믹 소스를 뿌린 돼지고기 등심 스테이크인 '아리스타 디 마이알레 알 아체토 발사미코' 등 신기하면서도 군침 도는 수많은 요리들이 이 책 한 권에 들어있다.

나는 맛없는 돼지 요리를 2시간 가까이 했었는데, 바티칸의 맛있어 보이는 돼지 등심 스테이크는 20분 소요된다. 난 대체 뭘 한 걸까?

이 책을 곁에 두고 이제 하루에 하나씩 따라 해 봐야겠다. 요알못인 과거와 현재의 나와는 이제 작별할 시간이 된 것 같다.

요리시간과 과정은 간단하지만 대단하고 멋진 결과물이 나오는 요리에 우리 같이 도전하지 않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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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치 1 - 악당 기지로 출근하는 여자
나탈리 지나 월쇼츠 지음, 진주 K. 가디너 옮김 / 시월이일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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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에게 조력자가 있듯 빌런들에게도 그들의 조력자가 있다. 빌런의 조력자 중에서도 인력 센터의 중개로 빌런의 사무실에 파견돼 일하는 악당의 수행원을 '헨치'라고 하고, 빌런 밑에서 주로 전투에 나가 싸우거나 힘쓰는 일을 담당하는 용병을 '미트'라고 한다.


주인공 애나 트로메들롭은 어떤 모종의 이유로 프리랜서 헨치가 되었고, 어느 빌런 밑에서 정규직처럼 꾸준히 일하고 있었지만 그의 대형 수상기지가 히어로들의 습격을 받아 파괴되어 그 건물의 보수 비용을 이유로 해고되었다. 그래서 애나는 몇 주 동안 일거리가 없어 쪼들리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때마침 한줄기 햇살처럼 인력 센터로부터 그날 오전 열한 시에 면접을 보자는 전화가 왔고, 애나는 씻지도 못하고 부리나케 택시를 불러 인력 센터 루터가 지점으로 향했다.

면접 결과 일반인들보다 맛과 냄새를 잘 느끼는 초감각의 능력을 지닌 준과 애나는 운이 좋게 자신들의 적성에 맞고 자신들이 원하는 일자리에 고용된다. 그런데 애나가 계약서를 작성하고 보니 둘은 출근직과 재택업무의 차이가 있었지만 같은 빌런에게 고용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애나가 맡은 업무는 집에서 컴퓨터에 데이터를 입력하는 업무로, 히어로를 구분하기 위해 그들의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자료를 찾아 한 명 한 명의 자료를 분류한 후 그들의 신원확인용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일이었다. 애나는 업무에 집중했고 자신만의 노하우가 생기며 꽤 만족스럽게 일을 했다.

그리고 회사 역시 애나의 업무 능력에 만족하며 통근직으로 애나에게 장기 계약을 제안한다. 그리하여 통근직을 두려워하던 애나는 '일렉트로포러스'로 직접 출근하게 된다.


애나는 회사 생활에 잘 적응해 나갔으나 휴대폰 때문에 한 직원과 마찰이 생겼고, 이에 사장 E는 애나에게 사무실에만 있지 말고 잠시 분위기를 바꿔 현장 근무를 하도록 권유했다.

현장 근무 장소는 화상 기자 회견이 진행되는 가까운 호텔 회의실이었고, 이곳에서 E는 시장과 의원들, 청장이 참여한 교통 체계에 관한 토론회를 방영하는 지역 정규방송을 해킹해 500만 달러를 요구하는 자신들의 생방송 메시지를 내보낸다. E는 자신의 지시로 개발한 '무드 링'을 사용해 납치해 온 10대 남자아이 제레미의 정신을 지배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5분 내에 돈을 입금하지 않으면 제레미가 자해를 하도록 시키겠다고 협박했다. 그러나 돈은 입금되지 않았고, 이에 E는 제레미에게 자신의 손가락을 스스로 자르도록 시켰다.

제레미가 자해하려고 칼을 휘두르는 순간 벽 한쪽을 차지하는 거대한 창문이 깨지며 히어로들이 나타나는데…….



히어로에게 피해를 입은 일반인이 헨치가 된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일반 사회에 적응 못한 사람들이나 남의 고통을 즐기는 사람들이 헨치나 미트가 되었고, 히어로는 히어로였다.

물론 이 소설은 악당의 입장에서 히어로에게 피해를 입고 반격하는 이야기가 주된 이야기지만 사실 나는 별로 공감이 가지 않았다.

일반 히어로가 주인공인 작품들을 볼 때도 히어로와 빌런들의 싸움에서 무고한 일반인들이 피해를 입는 장면들을 종종 본 적 있다. 그렇다면 그 피해가 순전히 히어로에 의해서 일어난 것일까?


이 작품의 주인공 애나는 순전히 자신의 잘못으로 히어로와 미트의 싸움에 끼어들어 히어로에게 살짝 밀려 큰 부상을 입게 되는데, 그것으로 히어로를 매도하고 히어로가 자신을 일부러 해한 것처럼 소리치고 악감정을 가진다. 더군다나 부하들을 버리고 혼자 도망가거나 자신을 해고한 빌런 E에게는 아무런 악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모두가 히어로의 탓인 것 마냥 히어로를 증오한다. 그러고는 히어로를 끝없이 곤란에 빠뜨리려는 계략을 세우고 실행한다.

자신들이 돈을 벌기 위해 무고한 어린 소년을 납치해서 스스로 손가락을 자르게 시킨 것은 정당한 일인가?

이건 뭐 조커가 배트맨은 나쁜 놈이라고 외치는 꼴이니.

비록 자그마한 고통이지만 친구끼리 서로의 고통을 보고 즐거워하는 것을 보고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여자는 아니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설정은 참신하지만 1권만 읽은 상태에서 나로서는 애나의 감정에 별로 공감이 가지 않는 부분이 많다. 빨리 2권을 읽고 제발 정상적 사고방식을 가진 애나를 발견하게 되기를 희망한다.

요즘 시대는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하다지만 빌런의 악행을 저지한다고 히어로가 악당이 되어버리는 비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시대는 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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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턴의 그리스로마신화 현대지성 클래식 13
이디스 해밀턴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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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최고의 신화학자이자 신화 스토리텔러라고 평가받는 이디스 해밀턴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1942년 초판 발행 이후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번역되어 전 세계적으로 읽혀지고 있다. <현대지성>에서도 역시 수년 전에 이디스 해밀턴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출간했었지만 올해 초판 발행 80주년을 기념하여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주제로 한 수많은 예술가들의 작품들 100편을 엄선하여 컬러 도판으로 책에 포함해 전면 개정판을 출간했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은 제우스, 헤라, 헤스티아, 하데스, 포세이돈, 데메테르, 아테나, 아폴로, 아르테미스, 헤파이스토스, 아프로디테, 헤르메스, 디오니소스, 아레스 등 수많은 신들의 이야기이지만, 그와 동시에 아킬레우스, 아탈란테, 오디세우스 등 수많은 영웅들의 활약상과 모험들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기는 하나, 그리스 '로마' 신화라고 불리는 만큼 로마의 신들, 또 로마의 영웅들의 이야기들 또한 한 축을 차지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어떻게 보면 신들이 같은 이야기 속의 인간 영웅들보다 더 인간 같은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이다.

프시케와 사랑에 빠져 비너스의 명령조차 무시한 큐피드, 초대받지 못하였다는 점에 앙심을 품은 에리스, 또 그런 에리스가 던진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고 적힌 황금 사과를 두고 다툼을 벌인 끝에 트로이 전쟁의 원인을 만든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 페르세포네를 찾기 위해 온 세상을 뒤져가며 슬픔에 잠긴 데메테르 등 어떻게 보면 신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친숙한 인간미를 보이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은 그리스 로마 신화가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전해져 내려오며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를 보여주는 듯하다.


또 트로이 전쟁에 참전해 뛰어난 지략으로 승전을 거두는데 큰 기여를 하였음에도 신들의 미움을 사 10년간 타향을 떠돌던 끝에 자신의 땅인 이타케에 도착할 수 있었던 오디세우스, 아내를 구하기 위해 지하세계까지 찾아가 음악으로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조차 감동시켜 아내를 되찾아올 수 있었으나 마지막 순간에 뒤를 돌아보아 다시 아내를 잃어버린 오르페우스 등 수많은 영웅들의 이야기들이 그리스 로마 신화를 더욱 빛내고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어떠한 정해진 이야기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북유럽 신화처럼 거의 실전되다시피한 이야기들도 있기에, 그리스 로마 신화 정도라면 어느 정도 정형화되고 또 많은 이야기들이 전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어찌 됐건 이 또한 신화이다 보니 사람들 사이에서 구전되어 오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후대까지 잘 전해지는 것은 이 이야기들을 시라는 글귀 안에 담아낸 시인들의 공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사소한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비록 이들도 자신들이 들은 것을 최대한 잘 전달하려고 하였을 테지만, 아무래도 시인 개개인의 개성 그리고 이들이 접한 이야기들에 차이가 있다 보니 어떠한 부분에서는 서로 전하는 이야기들이 같지만, 또 어떤 부분에서는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어떤 이야기는 어느 한 시인의 시 속에만 전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다 보니 그리스 로마 신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없을 리가 없다. 대부분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다루는 책들은 몇 안 되는 시인들을 참고하고, 그러다 보니 부족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다.


그러나 이디스 해밀턴은 호메로스, 헤시오도스, 오비디우스, 헤로도토스 등 수많은 이들의 기록들 속에서 최고의 정수만을 뽑아내어 이 책에 담아내었고, 그 풍부한 이야기는 8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음에도 그 가치와 존재감을 빛내고 있다.

이디스 해밀턴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설명해 놓은 다른 책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방대한 이야기에 세세한 디테일까지 살려내어 20세기 최고의 신화학자이자 스토리텔러라는 이름이 오히려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진정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즐기고 싶은 독자라면 반드시 『해밀턴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기를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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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리스트의 파라솔
후지와라 이오리 지음, 민현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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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어느 토요일, 평소처럼 10시가 지나 잠에서 깬 시마무라는 날이 화창한 것을 확인하고는 위스키 병과 플라스틱 컵을 봉투로 감싸 안고 햇볕이 잘 드는 신주쿠의 공원으로 걸어가 술을 마셨다. 부드러운 가을 햇살 속의 토요일 오전 공원의 풍경은 평화로웠다.

햇볕 속에서 술을 마시며 생각에 잠긴 그에게 대여섯 살 정도의 빨간색 코트를 입고 있는 여자아이가 다가와 말을 걸었고 둘은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눴다. 여자아이의 아빠가 나타나 여자아이와 자리를 떠난 후에는 갈색 머리의 젊은 남자가 그에게 말을 걸며 종교를 포교하려 시도하는 등 평온하기 그지없는 날이었다. 그런 평화롭고 일상적 분위기에서 술을 마신 시마무라는 졸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비명소리와 함께 묵직한 폭발음이 전해졌다.


시마무라는 반사적으로 일어나 피신하는 사람들과는 반대 방향인 폭발음이 난 쪽으로 달려갔고, 달리면서 부서진 공사현장과 끔찍하게 찢긴 시체, 떨어져 나간 신체의 일부, 살점과 피 등을 목격했다. 그리고 그가 속으로 생각했던 타임 리미트에 가까워져 몸을 피해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자신이 찾고자 했던 것을 찾았다.

빨간색 코트.

여자아이는 정신을 잃고 있었지만 다행히 겉으로 큰 부상은 없어 보였다. 시마무라는 여자애를 구해 마침 주변에서 폭발로 정신줄을 놓고 있던 갈색 머리 포교자를 발견하고 그에게 여자아이를 건네주며 구조를 당부하고는 그 자리를 피했다.

그리고 공원으로 몰려드는 경찰들을 보며 불현듯 자신이 위스키 병과 컵을 그대로 공원에 두고 온 것을 떠올렸다. 거기에 남은 지문을 통해 곧 경찰이 자신을 추적해 올 것이다.


오후에 문을 연 가게에 첫 손님으로 흰 정장과 파란 정장을 입은 남자 둘이 들어왔는데, 그들은 전형적인 폭력단 조직원처럼 보였다. 그들은 작은 폭력단의 일원들이었고 흰 정장을 입은 사람은 자신을 아사이 시로라고 소개하며, 시마무라에게 폭력단 쪽에서 오늘 오후부터 시마무라에 대한 소문이 돌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그리고 중앙공원에서 일어난 폭발 사건으로 폭력단 대책반뿐만 아니라 공안도 움직일 거라는 충고를 해준다.

다음날 새벽 1시가 지나 가게 문을 닫으려고 할 때 시마무라에게 갑작스런 공격이 가해졌고, 큰 폭력단의 일원으로 보이는 이들은 시마무라에게 무차별 폭력을 가한 뒤 모든 것을 다 잊으라는 경고를 하고 떠난다.


폭력의 여파로 기절했다가 아침에 깨어난 시마무라는 가게에서 나와 역으로 걸어가 신문을 산 뒤 근처 식당에서 음식을 먹으며 사건에 대한 기사를 읽고는 가게로 다시 돌아왔다.

그런데 가게를 비운 사이 어떤 손님이 멋대로 가게에 들어와 있었다. 키가 시마무라와 비슷한 20대 초반의 여자아이로 그녀는 자신을 한때 시마무라와 동거했던 여자, 엔도 유코의 딸 마쓰시타 도코라고 소개했다. 20여 년 전의 친구이자 동거인의 딸의 갑작스런 방문을 받았지만 시마무라는 태연했다. 그러나 곧이어 유코가 중앙 공원 폭발 사건으로 죽었다는 도코의 말에 시마무라는 충격을 받는다.

폭력단이 알고 있으니 경찰이 아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그리고 유코가 현재의 시마무라에 관해 알고 있었고 그것을 딸인 도코까지 알고 있다는 것은 더 많은 사람이 시마무라에 관해 알고 있다는 것을 뜻했다. 이제 시간은 없다. 당장 떠나야 했다.


그날 저녁, 도코의 권유로 도코의 집으로 피신한 시마무라는 TV 뉴스를 통해 예전 도쿄대생 시절 대학투쟁을 함께 했던 구와노 마코토 역시 신주쿠 중앙공원 폭발 사건으로 사망했다는 놀라운 소식을 알게 된다. 그리고 시마무라의 신원은 벌써 밝혀졌으며 유력 용의자로 지목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테러리스트의 파라솔』은 일본 미스터리 소설 최초로 '에도가와 란포상'과 '나오키상'을 더블 수상한 역작이다.

그래서 그런가? 정말 재미있다.

나는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소개된 책인 줄 알았다. 그런데 20여 년 전에 타 출판사에서 한번 출간된 적이 있고, 이번에 <블루홀식스>에서 새로운 번역으로 다시 출판된 책이었다. 책을 읽고 이 책을 다시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해야겠다고 결정하고 출판해 준 출판사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허름한 가게의 지저분하고 시시해 보이는 알코올중독자 바텐더가 두뇌회전이 빠르고 뛰어난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이해가 되지 않고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책을 계속 읽어가며 그의 서사를 알게 된 뒤에는 그의 능력이 이해가면서 한편으로는 가슴이 묵직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는 고뇌하는 젊은이들이 그들의 이상과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투쟁하는 모습은 똑같은 것 같다. 물론 일본 대학의 전공투가 이전 일본에서 펼쳐졌던 학생운동이나 우리나라 대학교에서 펼쳐졌던 민주화 운동과는 다른 성격의 학생운동이었지만, 어쨌든 그들은 그들이 생각하는 부당한 현실을 타파하고자 하는 데 뜻을 모았다.

그러나 젊은 지성인들의 반항은 거대한 권력과 무력 앞에서 좌절될 수밖에 없었다. 그 좌절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겨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러한 재생력을 보며 자신은 닿을 수 없는 상대의 모습에 질투로 잘못된 결정을 하는 사람의 모습이 이 책에 그려지고 있다.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고 뜻을 같이하는 동지였음에도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서로에게 느끼는 우정과 의리, 사랑, 동경, 배신, 미움, 증오, 질투 등과 같은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들.


만약 시마무라가 태평하거나 둔감한 성격이 아니라 좀 더 주위 사람들의 감정과 반응에 민감했다면 서로 뜻을 나눈 친구들의 삶과 결말이 다른 방향을 향했을까?


일본의 엘리트 대학생이었던 시마무라는 스스로 삼류인생을 선택해서 살았고 이제는 알코올중독자로 죽음만 바라보며 살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폭발 사건이 석연치 않다는 것을 알고 도코가 말했던 것처럼 유코가 왜 그런 일을 당해야 했는지 이유를 스스로 찾아내고자 했다.

그러한 과정에서 시마무라는 아사이나 도코, 그 밖의 등장인물들에게 도움을 받으며 비밀들을 밝혀내고 사건의 진실에 다가선다. 시마무라는 그렇게 사람들 속에 다시 섞이면서 자신이 살아야 하고 살아가는 이유를 찾았을까.


이 책에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나온다. 표면적으로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폭력단 조직원도 있고, 노숙자 같은 인생의 낙오자들도 나온다. 시마무라는 그 노숙자들에게서도 도움을 받는다. 이 책에 나오는 노숙자들은 원래부터 낙오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각자의 이유로 지금의 삶의 모습을 한 채 살아가고 있지만 그들은 원래는 뛰어난 인재들이었다.

그러한 그들을 보며 예전 한국에서 IMF를 겪으며 꼭대기에서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져 서울역의 노숙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사연들과 오버랩이 되었다.


이 책은 지나간 역사 속의 묵직한 사회 이슈를 다루어 무거운 듯하면서도, 그 속에서 개인의 서사가 잘 드러나게 하고, 빈틈없이 얽힌 관계들 속에서 이야기를 거침없이 풀어가고 있다. 좀처럼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 전개에 눈을 뗄 수가 없고 뒷이야기가 궁금해 도저히 도중에 책을 덮을 수가 없었다.

푸른 파라솔을 돌리는 테러리스트는 누굴까? 그리고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거침없이 독자를 흡입하는 이 책을 통해서 꼭 확인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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