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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턴의 그리스로마신화 ㅣ 현대지성 클래식 13
이디스 해밀턴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4월
평점 :
20세기 최고의 신화학자이자 신화 스토리텔러라고 평가받는 이디스 해밀턴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1942년 초판 발행 이후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번역되어 전 세계적으로 읽혀지고 있다. <현대지성>에서도 역시 수년 전에 이디스 해밀턴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출간했었지만 올해 초판 발행 80주년을 기념하여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주제로 한 수많은 예술가들의 작품들 100편을 엄선하여 컬러 도판으로 책에 포함해 전면 개정판을 출간했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은 제우스, 헤라, 헤스티아, 하데스, 포세이돈, 데메테르, 아테나, 아폴로, 아르테미스, 헤파이스토스, 아프로디테, 헤르메스, 디오니소스, 아레스 등 수많은 신들의 이야기이지만, 그와 동시에 아킬레우스, 아탈란테, 오디세우스 등 수많은 영웅들의 활약상과 모험들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기는 하나, 그리스 '로마' 신화라고 불리는 만큼 로마의 신들, 또 로마의 영웅들의 이야기들 또한 한 축을 차지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어떻게 보면 신들이 같은 이야기 속의 인간 영웅들보다 더 인간 같은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이다.
프시케와 사랑에 빠져 비너스의 명령조차 무시한 큐피드, 초대받지 못하였다는 점에 앙심을 품은 에리스, 또 그런 에리스가 던진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고 적힌 황금 사과를 두고 다툼을 벌인 끝에 트로이 전쟁의 원인을 만든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 페르세포네를 찾기 위해 온 세상을 뒤져가며 슬픔에 잠긴 데메테르 등 어떻게 보면 신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친숙한 인간미를 보이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은 그리스 로마 신화가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전해져 내려오며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를 보여주는 듯하다.
또 트로이 전쟁에 참전해 뛰어난 지략으로 승전을 거두는데 큰 기여를 하였음에도 신들의 미움을 사 10년간 타향을 떠돌던 끝에 자신의 땅인 이타케에 도착할 수 있었던 오디세우스, 아내를 구하기 위해 지하세계까지 찾아가 음악으로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조차 감동시켜 아내를 되찾아올 수 있었으나 마지막 순간에 뒤를 돌아보아 다시 아내를 잃어버린 오르페우스 등 수많은 영웅들의 이야기들이 그리스 로마 신화를 더욱 빛내고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어떠한 정해진 이야기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북유럽 신화처럼 거의 실전되다시피한 이야기들도 있기에, 그리스 로마 신화 정도라면 어느 정도 정형화되고 또 많은 이야기들이 전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어찌 됐건 이 또한 신화이다 보니 사람들 사이에서 구전되어 오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후대까지 잘 전해지는 것은 이 이야기들을 시라는 글귀 안에 담아낸 시인들의 공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사소한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비록 이들도 자신들이 들은 것을 최대한 잘 전달하려고 하였을 테지만, 아무래도 시인 개개인의 개성 그리고 이들이 접한 이야기들에 차이가 있다 보니 어떠한 부분에서는 서로 전하는 이야기들이 같지만, 또 어떤 부분에서는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어떤 이야기는 어느 한 시인의 시 속에만 전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다 보니 그리스 로마 신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없을 리가 없다. 대부분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다루는 책들은 몇 안 되는 시인들을 참고하고, 그러다 보니 부족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다.
그러나 이디스 해밀턴은 호메로스, 헤시오도스, 오비디우스, 헤로도토스 등 수많은 이들의 기록들 속에서 최고의 정수만을 뽑아내어 이 책에 담아내었고, 그 풍부한 이야기는 8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음에도 그 가치와 존재감을 빛내고 있다.
이디스 해밀턴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설명해 놓은 다른 책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방대한 이야기에 세세한 디테일까지 살려내어 20세기 최고의 신화학자이자 스토리텔러라는 이름이 오히려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진정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즐기고 싶은 독자라면 반드시 『해밀턴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기를 강력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