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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치 1 - 악당 기지로 출근하는 여자
나탈리 지나 월쇼츠 지음, 진주 K. 가디너 옮김 / 시월이일 / 2022년 4월
평점 :
히어로에게 조력자가 있듯 빌런들에게도 그들의 조력자가 있다. 빌런의 조력자 중에서도 인력 센터의 중개로 빌런의 사무실에 파견돼 일하는 악당의 수행원을 '헨치'라고 하고, 빌런 밑에서 주로 전투에 나가 싸우거나 힘쓰는 일을 담당하는 용병을 '미트'라고 한다.
주인공 애나 트로메들롭은 어떤 모종의 이유로 프리랜서 헨치가 되었고, 어느 빌런 밑에서 정규직처럼 꾸준히 일하고 있었지만 그의 대형 수상기지가 히어로들의 습격을 받아 파괴되어 그 건물의 보수 비용을 이유로 해고되었다. 그래서 애나는 몇 주 동안 일거리가 없어 쪼들리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때마침 한줄기 햇살처럼 인력 센터로부터 그날 오전 열한 시에 면접을 보자는 전화가 왔고, 애나는 씻지도 못하고 부리나케 택시를 불러 인력 센터 루터가 지점으로 향했다.
면접 결과 일반인들보다 맛과 냄새를 잘 느끼는 초감각의 능력을 지닌 준과 애나는 운이 좋게 자신들의 적성에 맞고 자신들이 원하는 일자리에 고용된다. 그런데 애나가 계약서를 작성하고 보니 둘은 출근직과 재택업무의 차이가 있었지만 같은 빌런에게 고용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애나가 맡은 업무는 집에서 컴퓨터에 데이터를 입력하는 업무로, 히어로를 구분하기 위해 그들의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자료를 찾아 한 명 한 명의 자료를 분류한 후 그들의 신원확인용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일이었다. 애나는 업무에 집중했고 자신만의 노하우가 생기며 꽤 만족스럽게 일을 했다.
그리고 회사 역시 애나의 업무 능력에 만족하며 통근직으로 애나에게 장기 계약을 제안한다. 그리하여 통근직을 두려워하던 애나는 '일렉트로포러스'로 직접 출근하게 된다.
애나는 회사 생활에 잘 적응해 나갔으나 휴대폰 때문에 한 직원과 마찰이 생겼고, 이에 사장 E는 애나에게 사무실에만 있지 말고 잠시 분위기를 바꿔 현장 근무를 하도록 권유했다.
현장 근무 장소는 화상 기자 회견이 진행되는 가까운 호텔 회의실이었고, 이곳에서 E는 시장과 의원들, 청장이 참여한 교통 체계에 관한 토론회를 방영하는 지역 정규방송을 해킹해 500만 달러를 요구하는 자신들의 생방송 메시지를 내보낸다. E는 자신의 지시로 개발한 '무드 링'을 사용해 납치해 온 10대 남자아이 제레미의 정신을 지배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5분 내에 돈을 입금하지 않으면 제레미가 자해를 하도록 시키겠다고 협박했다. 그러나 돈은 입금되지 않았고, 이에 E는 제레미에게 자신의 손가락을 스스로 자르도록 시켰다.
제레미가 자해하려고 칼을 휘두르는 순간 벽 한쪽을 차지하는 거대한 창문이 깨지며 히어로들이 나타나는데…….
히어로에게 피해를 입은 일반인이 헨치가 된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일반 사회에 적응 못한 사람들이나 남의 고통을 즐기는 사람들이 헨치나 미트가 되었고, 히어로는 히어로였다.
물론 이 소설은 악당의 입장에서 히어로에게 피해를 입고 반격하는 이야기가 주된 이야기지만 사실 나는 별로 공감이 가지 않았다.
일반 히어로가 주인공인 작품들을 볼 때도 히어로와 빌런들의 싸움에서 무고한 일반인들이 피해를 입는 장면들을 종종 본 적 있다. 그렇다면 그 피해가 순전히 히어로에 의해서 일어난 것일까?
이 작품의 주인공 애나는 순전히 자신의 잘못으로 히어로와 미트의 싸움에 끼어들어 히어로에게 살짝 밀려 큰 부상을 입게 되는데, 그것으로 히어로를 매도하고 히어로가 자신을 일부러 해한 것처럼 소리치고 악감정을 가진다. 더군다나 부하들을 버리고 혼자 도망가거나 자신을 해고한 빌런 E에게는 아무런 악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모두가 히어로의 탓인 것 마냥 히어로를 증오한다. 그러고는 히어로를 끝없이 곤란에 빠뜨리려는 계략을 세우고 실행한다.
자신들이 돈을 벌기 위해 무고한 어린 소년을 납치해서 스스로 손가락을 자르게 시킨 것은 정당한 일인가?
이건 뭐 조커가 배트맨은 나쁜 놈이라고 외치는 꼴이니.
비록 자그마한 고통이지만 친구끼리 서로의 고통을 보고 즐거워하는 것을 보고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여자는 아니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설정은 참신하지만 1권만 읽은 상태에서 나로서는 애나의 감정에 별로 공감이 가지 않는 부분이 많다. 빨리 2권을 읽고 제발 정상적 사고방식을 가진 애나를 발견하게 되기를 희망한다.
요즘 시대는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하다지만 빌런의 악행을 저지한다고 히어로가 악당이 되어버리는 비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시대는 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