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문 열린책들 세계문학 243
앙드레 지드 지음, 김화영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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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이 쳐 있지만 두 개의 큰 촛대에 꽂힌 촛불이 환하게 불빛을 퍼뜨리고 있는 방 한가운데 외숙모가 긴 의자에 누워 있다. 그 발치에는 로베르와 쥘리에트. 그녀의 뒤에는 중위 군복 차림의 어떤 낯선 젊은이. 그 두 아이들이 거기에 있었다는 것은 지금 생각해 보면 망측한 일로 여겨지지만, 당시의 나의 순진한 생각으로는 오히려 그것이 안심이 되었다.

p.25



제롬은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2년 뒤의 부활절 방학을 어머니와 함께 르아브르에 있는 플랑티에 이모 댁에서 보내게 된다. 하루는 제롬이 외삼촌 댁에서 점심을 먹고 외삼촌을 따라 사무실까지 갔다가 이모 댁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어머니와 이모가 같이 외출 중이어서 제롬은 혼자 시내를 돌아다니는 자유를 만끽했다. 그러다가 문득 좀 전에 헤어졌던 알리사가 보고 싶어 외삼촌 댁으로 달려갔다.

문을 열어준 하녀는 외숙모가 발작을 일으켰다며 제롬이 위층으로 가는 것을 말렸지만, 알리사의 방에 가기 위해 제롬은 하녀를 뿌리치고 올라갔다. 4층에 있는 알리사의 방으로 가기 위해 지나친 외숙모의 방에서 제롬은 외숙모가 낯선 사내와 함께 있는 것을 발견했고, 알리사는 울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자신의 아버지를 위해 제롬이 본 것을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했다.


제롬의 옷 속에 손을 넣는 것을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뤼실 뷔콜랭은 정상이 아니었다. 자신의 불륜의 현장에 어떻게 자신의 아이들을 세워놓을 수 있을까? 하녀와 자식들 모두 뤼실의 불륜을 알면서 왜 외삼촌에게 말하지 않았던 것일까? 알리사는 아버지가 불쌍해서 말하지 않았다지만 실상 말해주지 않아 바보처럼 속는 것이 더 불쌍한 일인 것을 몰랐던 걸까?

뤼실의 불륜이 나중에 알리사와 제롬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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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초상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230
헨리 제임스 지음, 정상준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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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딸을 말씀하시는지에 따라 다르겠지요.」

「돌아가신 아처 씨의 딸 말이야. 그리고 내 가엾은 여동생의 딸 말이지.」

「아.」 이사벨이 천천히 말했다. 「부인께서는 정신 나간 리디아 이모이신 모양이군요.」

p.67



터치트 부인은 금융계에서 높은 지위에 있는 남편과는 관계없이 자신이 개인적으로 투자한 것을 살피러 미국에 갔고, 그 기회를 이용해서 사이가 좋지 않은 제부 아처 씨가 죽은 후의 조카딸들의 상황을 살펴보러 올버니의 저택에 들렀다. 마침 올버니 저택의 처분을 처리하기로 한 릴리언과 그녀의 남편 에드먼드 러들로가 잠시 외출한 상황이었고, 집에 홀로 있던 이사벨은 서재에서 책을 선택해 사무실이라고 불리는 곳에 가져가서 책을 읽고 있었다.

갑작스런 낯선 여인의 방문을 받은 이사벨은 그녀가 집을 보러 온 부인인 줄 알았지만, 이내 자신의 이모 터치트 부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모를 무시하는 생각을 갖고 자란 이사벨은 첫 대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모에게 정신 나갔다는 표현을 쓰며 무시하는 듯한 말을 한다. 그러나 터치트 부인은 화를 내지 않고 침착하고 신중하게 대응하며 이사벨에 대해서나 그녀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데….


이사벨이라는 캐릭터가 약간 이상한 것 같다. 물론 자신이 여성으로 존중을 받아야 되는 것은 맞지만 어른인 터치트 씨가 자신에게 인사하러 오기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이나 아름답다고 칭찬하는 말에 "네, 물론 저는 사랑스럽죠."라고 말하는 모습에서 '이 여자 뭐지?'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더군다나 처음 보는 자신의 이모에게 '정신 나간 리디아 이모'라고 면전에 대고 말하다니…. 아무리 조카라지만 저런 생각 없는 여자를 터치트 부인은 왜 데리고 온 걸까? 이사벨 완전 비호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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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초상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230
헨리 제임스 지음, 정상준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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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의 조카딸이라네. 터치트 부인이 그녀를 영국으로 데려오고 있지.」

그러자 젊은 터치트 씨가 설명했다. 「알다시피 어머니는 미국에서 겨울을 나셨어. 이제 돌아오실 예정이네. 조카딸을 발견하셨는데 함께 오자고 초청하셨다고 써 보내셨네.」

p.45




화창한 여름날 오후 한중간, 영국 시골 저택의 잔디밭에서 노인 한 명과 젊은 남성 두 명이 다과회를 즐기고 있었다. 그 저택은 에드워드 6세 시절 지어졌으며 위대한 엘리자베스 여왕이 하룻밤 묵었을 정도로 이름과 역사가 있었다. 크롬웰 전쟁 당시 손상되었으나 왕정복고 시절 복구되고 확장된 후 18세기 개축되면서 꼴사납게 손상되었다. 그러나 20년 전 미국인 은행가의 손에 넘어가 신중한 관리를 받으며 지금은 저택의 진정한 심미적 열정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 저택의 주인 터치트 씨는 아들 랠프와 아들의 친구 워버턴 경과 다과를 즐기며 이야기하던 도중 터치트 부인이 미국에서 조카딸을 데리고 오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랠프의 친구 워버턴 경은 전형적인 영국 귀족답고 터치트 씨의 조카딸 이사벨이 등장하기 전에 그녀에 대한 관심을 표현한다. 과연 그와 터치트 씨의 조카딸 이사벨과의 사이가 어떻게 발전해 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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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원전으로 읽는 움라우트 세계문학
메리 셸리 지음, 여지희 옮김 / 새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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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을 경유하는 항로를 통해 진행하고 있던 배의 선원들은 멀찍이 보이는, 사람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도 큰 형체의 존재를 태우고 지나가는 개썰매를 보게 되었고, 그러고 나서 얼마 뒤 얼음덩어리 위에 표류되어 있다고 부르는 게 맞을만한 사람을 발견하였다. 그 사람을 본 선원들은 그를 배에 태워 손님으로 대했다. 그 손님은 어느 정도 회복이 된 후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선원들이 자신을 발견하기 전에 목격했던 형체이자, 이토록 혹한의 기후인 북극까지 쫓아올 정도로 증오하는 그 존재와 얽힌 자신의 이야기였다.


북극에서 발견된 그 '손님'은 놀랍게도 스위스 제네바 출신의 빅터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이름의 학구열이 강한 신사였다. 그 학구열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가 하면, 생명이라는 것에 대하여 연구를 하기 위해 시체 안치소와 납골당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해낼 수 있는 수준이었다. 좋게 말하자면 열정적인 모습이었지만, 어떻게 보면 한없이 광기에 가까운 모습이라고 부를 수 있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탐구에 심취하여 끝없는 연구를 계속한 끝에, 마침내 빅터는 연구의 성과를 내놓게 되었다. 바로 거대한 체구를 지닌, 훗날 그가 증오해 마지않아 북극까지 쫓아가게 될 그 존재를 만들어내고, 이에 생명을 불어넣게 된 것이다.

성공에 대한 기쁨도 잠시 빅터는 금세 자신이 만들어낸 존재의 외형에 공포를 느끼기 시작하고, 끝내 이 존재를 실험실에 버려둔 채 뛰쳐나와 도망을 쳐 버렸다. 빅터는 그렇게 자신이 만들어낸 존재에 대하여 잊어내려 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빅터의 의지를 비웃듯, 고향으로부터 들려온 동생 윌리엄의 부고, 정확히는 피살 소식이 그를 현실로 끌어들였다. 이 소식에 정신없이 제네바로 돌아간 빅터는, 그곳에서 자신이 만들어낸 존재로 보이는 형상을 발견하자마자 그 존재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고, 더 나아가 그 존재가 자신의 동생을 죽인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억울한 사람이 죄인으로 지목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빅터는 자신이 만들어낸, 그러나 증오해 마지않는 존재와 대면을 하게 되는데….



『프랑켄슈타인』은 월튼 선장, 빅터 프랑켄슈타인, 프랑켄슈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괴물이 각각 화자가 되어 이끌어나가고 있는 이야기가 모여 하나의 소설을 완성한다.


이 소설에서 프랑켄슈타인은 호기심으로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내지만 그 창조물이 마음에 들지 않아 이름조차 지어 주지 않고 방치하고 버려둔다. 이것은 생명을 얻은 뒤 사회에 멀쩡하게 적응을 해 나갈 수 있는 존재를 괴물로 만들어 버렸고, 괴물이 되어 버린 생명체는 자신을 두려워하고 차별하여 없애려는 인간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한다.

살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생명체는 자신의 창조자 프랑켄슈타인을 찾아가 소원을 말하고 부탁하고 더 나아가 협박도 하지만 끝내 이루지 못한다. 그리하여 범죄를 저지르며 진짜 괴물이 되어버리며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200여 년 전에 쓰여진 이 소설은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이름을 통해, 정확히는 빅터 프랑켄슈타인과 그가 만들어낸 이름 없는 존재를 예로 보여주며 과학 기술의 발전이 인류에 가져다줄 이익과 그에 따른 과학자의 윤리의식과 책임감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는 인류의 미래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과학 기술을 발전시키고 활용하는 데 한층 더 신중해야 하며, 과학자들은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자신을 성찰해 나가며 윤리적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새움>의 '원전으로 읽는 움라우트 세계문학' 시리즈로 나온 『프랑켄슈타인』은 영국에서 출간된 초판을 번역한 것으로 과한 번역을 피하고 원전의 분위기를 잘 살려내고 있다. 작가의 의도를 잘 전달하는 자연스럽고 세련된 번역은 읽는 내내 마치 원서를 읽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다.

고전이 딱딱하고 어렵다고 생각하여 『프랑켄슈타인』을 읽기를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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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헨치 1~2 - 전2권
나탈리 지나 월쇼츠 지음, 진주 K. 가디너 옮김 / 시월이일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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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런의 사무실에 파견되어 일하는 사무직 수행원을 헨치라고 한다. 그리고 빌런의 밑에서 주로 전투에 나가 싸우거나 힘쓰는 일을 하는 용병들을 미트라고 부른다.


이 소설의 주인공 애나 트로메들롭은 프리랜서 헨치로 일렉트릭 일에게 고용되어 일한다. 그러던 중 일렉트릭 일이 자신의 모자란 돈을 충당하기 위해 시장의 열두 살 정도되는 아들 제레미를 축구 연습장에서 납치해와 아이의 몸값을 요구하며, 자신이 만든 기계 무드 링을 사용해 정신을 지배한 후 스스로 손가락을 자르게 시킨다. 이때 애나는 한껏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일렉트릭 일의 뒤에 병풍처럼 서있었고, 제레미가 자신의 손가락을 자르기 바로 직전에 슈퍼콜라이더를 중심으로 하는 히어로 무리들이 제레미를 구하러 왔다.

히어로들과 일렉트릭 일 무리들 간의 싸움이 일어났고, 이 과정에서 애나가 얼쩡거리며 히어로 슈퍼콜라이더와 미트 사이에 끼어든다. 이때 이미 보스인 일렉트릭 일은 혼자 도망가고 없다. 슈퍼콜라이더는 미트를 처치하러 돌진하는 중이었고 갑자기 사이에 끼어든 애나를 옆으로 살짝 툭 밀어낸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애나가 넘어지며 다리를 다치게 된다. 그리고 빌런 일렉트릭 일에게 해고당한다.

그때부터 애나는 슈퍼콜라이더가 자신을 다치게 했다고 앙심을 품고 그를 무너뜨리는 계획에 착수하며 히어로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간다.



이 소설은 선하지 않은 히어로와 악하지 않은 빌런의 대결을 내세우며 빌런의 입장에서 히어로가 나쁘다고 독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히어로의 사생활을 이야기하며 사생활이 복잡한 히어로는 나쁘다고 이야기한다. 바로 헨치가 아닌 악당을 자처한 애나의 시선에서.

정말 그들은 악하지 않은 빌런이고 선하지 않은 히어로일까?

나는 히어로가 사생활이 청렴해서 히어로가 아니라 초능력을 가지고 악으로부터 세상을 구하기 때문에 히어로라고 생각한다. 도움받기 싫으면 세상이 위태롭고 악당들이 설치고 다니든 간에 히어로의 도움을 거절하면 된다.

애나의 논리대로라면 우리가 기존에 알던 히어로들 전부 선하지 않고 세상에 해를 끼치고 있는 인물이다.

예를 들어 아이언 맨을 보면 아이언 맨도 여자들과 밤새도록 파티를 즐겼다. 그리고 악당들과의 싸움에서 건물도 많이 폭파시키고 기물도 많이 파손시킨다. 물론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다친다. 그렇다면 아이언 맨도 세상에 해를 끼치고 있는 선하지 않은 히어로인가? 그렇다면 타노스는?

이 책은 죄 없는 아이를 납치해서 정신을 지배한 후 스스로 손가락을 자르게 시키는 빌런을 응원할 준비를 하라고 이야기한다. 자신들의 그런 행동은 정당한 것인가? 히어로에게 저지당하고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이 책을 읽고 각자 판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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