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많은 어른들을 위한 화학 이야기 - 엄마 과학자 윤정인의 생활 밀착 화학 탐구서
윤정인 지음 / 푸른숲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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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상 속에서 수많은 화학물질을 접한다. 그중에는 목말라서 물을 마시기 위해 냉장고에서 꺼낸 생수병을 구성하는 플라스틱 고분자 화합물도 있고, TV나 인터넷 광고에 나오는 OLED 디스플레이도 있고, 그러한 광고를 보는데 이용하는 TV나 컴퓨터, 스마트폰의 각종 구성 요소도 있다.


이렇게 많은 화학물질들 속에서는 의약품처럼 사람들에게 이로운 작용을 하는 것도 있고, 반대로 흔히 환경 호르몬이라고 부르는 내분비계 교란물질과 같이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물질들도 있다. 그리고 수많은 화학물질들은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도, 그렇다고 딱히 이익을 주지도 않는다.

일일이 세다가는 이름만 대충 나열하는 데에도 며칠 꼬박 밤새우는 것은 각오해야 할지도 모를 정도로 많은 화학물질들 사이에서 우리는 살고 있으며, 그 종류가 급격하게 늘어난지는 대략 100여 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나날이 새로운 화학물질들이 발견되고, 또 기존에 있던 화학물질들의 부작용과 같은 것들이 밝혀지는 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화학물질이라는 개념 자체에 막연하게 두려움을 느끼거나 일부를 꺼려 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해롭고 이로운 것의 구분을 현명하게 해내고 있는 것이 맞을까? 괜히 근거 없는 두려움에 우리에게 이로운 것들을 배척하고, 잘못된 기준 때문에 정작 피해야 할 것들은 피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 많은 어른들을 위한 화학 이야기』는 현대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화학물질들에 대하여 잘못 알고 있는 점들을 고치고, 불완전하게 알고 있거나 모르고 궁금해하는 부분들을 채워 넣어주어 일상생활 속에 존재하는 화학물질들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해열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린 시절,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접하고 이용하게 되는 의약품 중 하나일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해열 작용을 하는 의약품으로는 타이레놀과 부루펜 등이 있다. 타이레놀은 유효 성분이 아세트아미노펜이고, 부루펜의 유효 성분은 이부프로펜이다.(유효 성분이란 특정 의약품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내는 성분을 가리킨다) 아세트아미노펜과 이부프로펜 모두 해열 진통 작용을 하며, 이부프로펜은 추가로 소염 작용도 한다.


이러한 해열진통제에 대하여 사람들이 흔히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는데, 이는 바로 내성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아이들이 열이 나더라도 내성이 생길까 봐, 또 해열진통제를 먹으면 면역력이 약해질까 봐 해열진통제를 먹이는 것을 주저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으로 아세트아미노펜과 이부프로펜 모두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 사람들이 내성이 생긴다고 느끼는 이유는 진통 작용을 유지하기 위해 통증이 나아졌는데도 계속 복용하면 진통 효과가 줄어들기 때문인데 이를 내성이 생겨서 그런 것이라 착각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약을 너무 많이 쓰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픈데 내성이 생기거나 자연 치유력이 감소할까 봐 의약품 복용을 피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현대인들은 '방부제'라는 단어에 자연스럽게 거부감을 표시한다. 음식물이나 의약품에 방부제가 포함되어 있다고 하면 앞뒤 재지도 않고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답변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부제가 무작정 나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의약품과 화장품, 그리고 장시간 보관해야 하는 음식물 등에는 무조건 방부제가 포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보관 과정에서 변질되어 이용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과한 양의 방부제가 포함되어 있으면 인체에 해로운 것은 맞다. 그러나 그렇게 따지면 설탕이나 소금 같은 각종 조미료부터 시작해서 물도 과하면 독이 되는 법이다. 위 사진의 도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심지어 물조차도 과하면 사람들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유통되는 의약품들은 모두 식약처의 철저한 검사를 통해 포함된 물질과 그 안정성을 확인받은 후에야 비로소 제대로 유통될 수 있기에 이러한 약들은 걱정 없이 이용해도 된다.



주부들이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는 마음을 자극하여 비싼 돈을 주고 구매하게 만드는 제품 중 하나가 바로 스테인리스 프라이팬일 것이다. 코팅 프라이팬에는 유독 물질이 나온다는 것을 들먹이며.

그런데 과학적으로는 코팅 프라이팬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아는가?


마케팅에서 코팅 프라이팬의 유해성을 언급할 때 항상 걸고넘어지는 것이 테플론이라는 불소화합물이다. 그러나 실제 독성이 있는 것은 테플론이 아니라 테플론 합성 공정에 사용되는 보조제 PFOA였다.

이것은 듀폰의 화학물질 무단 방류 사건으로 촉발되었는데 <뉴욕 타임스>와 영화 <다크 워터스>로 인해 PFOA에 대한 공포와 거부감은 정점에 찍는다.

이에 전 세계 수많은 과학자들의 조사 결과 PFOA는 테플론 공정상에서 어쩔 수 없이 잔류하지만 그것은 안전한 수준이라고 확인되었다. 그러나 테플론이 위험하다고 인식해버린 사람들에게는 더 이상 설득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 더 이상 테플론 공정에 PFOA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더군다나 이제는 테플론을 프라이팬 코팅에 이용하는 경우는 혹시라도 남아 있을지 모를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430℃의 높은 온도로 가열해 남은 불순물도 모조리 제거한다고 한다.

이 책의 뒤에는 이렇게 안전한 코팅 프라이팬을 안심하고 쓰는 사용법과 주의사항이 자세히 나와 있다.



위에 언급한 내용 외에도 이 책에서는 공기 청정기보다 중요한 환기, 자외선 차단제, 편리하지만 인류 최대의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플라스틱, 슬라임, 충치를 막는 불소, 계면활성제, 화장품, 락스와 비누, 베이킹소다, 과탄산소다, 구연산 등 우리 주변에 널려있는 화학제품들에 대해 정확한 화학 지식에 근거한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고 있다.


우리는 화학물질 속에 둘러싸여 살지만, 정작 화학물질이 어떻게 이롭고 해로운지를 잘 알지 못하고 일상생활 속에서 이용되는 물질들에 대한 잘못된 오해들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설명되어 있는 『걱정 많은 어른들을 위한 화학 이야기』를 통해 괜한 걱정으로부터 해방되고 화학물질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아 불편함을 겪거나 손해 보는 일이 없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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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러블 스쿨보이 2 카를라 3부작 2
존 르 카레 지음, 허진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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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와의 작전회의 끝에 제리 웨스터비는 리카르도의 여자였던 리지 워딩턴에게 접근하여 정보를 캐내려 시도한다. 그는 리지가 위스키를 팔았던 사람들 중의 한 명인 척 가장하며 리지에게 접근했고, 그녀에게 리카르도에 대해 질문한다. 그는 리카르도가 살아 있다는 확실한 정보가 있음을 이야기하지만, 리지는 리카르도가 비행기 추락으로 죽었다고 일축하며 자신이 그에게 위스키를 팔았다면 이렇게까지 그를 기억하지 못할 수 있을까 내심 의아해하며 그를 의심했다. 그것은 그녀가 드레이크 코의 측근인 관리인 티우를 그 자리에 불러내는 것으로 드러났다.

세 사람은 아슬아슬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누었다. 도발하는 듯 모욕적인 티우의 발언들을 무시하며 제리는 리지에게 여러 가지 질문들을 했고 결국 자신의 최종 목적인 러시아의 돈에 대해 물을 수 있었다.


그로부터 8일 후 스마일리를 필두로 버로어들이 각자 자신의 보스 주변에 모여 앉아 총회를 열었다. 거기서 독 디샐리스가 통칭 넬슨 코에 대한 브리핑을 했다. 넬슨의 성장과정과 러시아의 눈에 띄어 인재로 양성된 것, 더불어 그가 러시아의 호의를 많이 받은 만큼 극심하게 몰락해 숙청당했던 과거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결국 넬슨은 두뇌와 기술적 노하우, 경험을 바탕으로 재기에 성공했고, 1973년 초에는 공식적으로 복권되며 중국 공산당 중앙 위원회에서 알려지지 않은 자격으로 활동하는 것이 목격되었다고 한다. 마침내 스마일리는 넬슨이 카를라의 두더지라는 결론을 내린다.

한편 제리는 작전 수행 후 현장 요원이 일반적으로 느끼는 죄책감과 표적 인물에 대한 무의식적인 동화를 리지를 향해 느끼며 이 작전이 끝나면 리지 워딩턴과 잘 될 가능성을 생각하며 그녀에게 빠진 모습을 보여준다.


루크의 전화를 받고 살인 사건 현장으로 간 제리는 그곳에서 은행 신탁 담당자인 프로스트의 시체를 마주한다. 프로스트는 왜 죽은 것일까? 강도? 영국 정보부? 그것도 아니면 카를라?

취재를 끝내고 집에 돌아간 제리에게 루크가 다시 전화해서 전쟁지역으로 가라는 스텁시의 전보 내용을 전한다. 그렇게 제리는 홍콩을 떠나 전쟁 지역인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등을 누비며 코의 흔적을 뒤쫓는데….



1편에 이어 2편에서는 스마일리의 지휘 아래 그와 공조하여 아시아 곳곳을 누비며 드레이크 코를 뒤쫓고 파헤치는 제리의 본격적인 첩보활동을 그리고 있다.

이 소설에서 보여주는 첩보 공작원으로서의 제리는 우리가 첩보영화에서 흔히 접했던 냉철하고 완벽한 스파이는 아니다. 그는 고뇌하고 상처 입기도 하지만 자신의 조국이 쇠락한 지금 자신과 같은 귀족 계급이 그 책임을 짊어지고 조국을 위해 일하며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임무에 임하고 있다.


그런데 그러한 사명감을 가지고 영국을 위해 일하던 제리가 리지 때문에 자신이 가졌던 신념과는 다른 뜬금없는 선택을 하는 것을 보고 이럴 거면 '그깟 신념 입에 올리지 말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저 자신의 개인적 삶에서 채워지지 않는 갈증 충족과 그것에 대한 보상심리로 대의를 내세운 것뿐이라는 생각마저 들기도 했다.


그런데 근본적으로 제리가 사랑에 빠지는 리지에 대해서 공감이 안 갔다. 사랑은 부지불식간에 예고도 없이 찾아온다지만 한 번의 접근으로 절박하게 리지에게 빠져들어 사랑을 느끼게 된 포인트가 무엇이지? 표적 인물에 대한 무의식적인 동화? 한 번으로? 첩보활동하다가 서사 없이 뜬금없는 갑분사랑이어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현실적 체험을 바탕으로 해도 역시 소설은 소설이라는 건가?

그래 놓구 위층 여자에게 구애하고 같이 밤을 보낸 뒤 잠든 그 여자를 바라보며 리지를 그리워하는 이 혼란스러운 애정의 작대기는 무엇?


스마일리와 카를라의 대결구도로 시작되었던 소설은 뒤로 넘어가면서 드레이크 코에 초점이 맞추어지며 이 첩보 활동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짐작케 한다. 과연 드레이크 코가 원하는 바가 무엇이고 그것을 이룰 수 있을까? 그 속에서 제리의 선택은? 영국 정보부를 정상궤도로 올리려 했던 스마일리의 운명은?

소설은 크게는 상충되는 국가적 이데올로기를 내세우지만 결국엔 그 속에서 존재하는 개인들의 욕심으로 점철된 이해관계가 얽혀 자아내는 비극을 보여주는 것 같다.

왠지 모를 허무함이 가슴속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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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살인게임 - 왕수비차잡기, 개정판 밀실살인게임 1
우타노 쇼고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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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명의 사람들이 각기 다른 장소에 있는 컴퓨터에서 인터넷 화상 채팅을 통해 비디오추리회의를 한다. 가상의 살인사건이 아닌 그들 중 범인을 맡은 사람이 자신만의 시나리오로 진짜 살인을 저지르고 이야기를 공개하면 나머지 사람들이 그 살인사건의 수수께끼를 풀어내야 한다. 네 사람이 각자의 답을 말하거나 서로 힘을 합쳐 하나의 답을 내놓는 방식으로 추리게임은 진행된다.

단, 답은 논리적으로 추리해서 증거에 기초한 설명이 있어야지 어림짐작으로 내놓은 답은 인정되지 않는다.


다스베이더 마스크를 쓰고 있는 두광인, 영화 《13일의 금요일》에 등장하는 살인마 제이슨처럼 하키 마스크를 쓴 aXe, 잭 푸트렐의 소설의 등장인물인 탐정 오거스터스 S. F. X 반 도젠을 데포르메 해놓은 노란 아프로 모양 가발에 소용돌이치는 장난감 안경, 가짜 면도 자국을 그린 마스크를 입가에 부착한 반도젠 교수, 자신의 모습 대신 투명한 수조에 든 늑대 거북을 화면에 비치게 해놓은 잔갸 군, 유일하게 웹캠 앞에 맨 얼굴을 드러내고 있지만 화면을 흐릿하게 만든 콜롬보 경위의 애차의 차량번호를 닉네임으로 가진 044APD가 추리 게임의 참가자들이다.


제일 먼저 문제의 출제를 맡은 aXe는 마쓰오 아즈미라는 전문대생을 교살한 후 그녀의 기본적인 사항과 사건 현장의 사진들을 나머지 사람들에게 제공하며 범인이 다음으로 누구를 죽일지 묻는다. 그는 나머지 네 명에게 3일 동안의 추리 시간을 주고는 그 시간 동안 사건의 법칙성을 알아내 정답을 맞히면 다른 사건의 발생을 막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두 번째 살인을 일으키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다른 참가자들은 단 한 건뿐인 살인사건에서 어떠한 법칙성도 발견할 수 없었고, aXe는 예고했던 대로 두 번째 살인 사건을 일으킨다. 그는 이번에는 대담하게도 인파로 붐비는 도쿄 전철 야마노테선 안에서 희생자를 칼로 찌르는데….



이 책은 독자의 선입관을 철저하게 무너뜨리는 반전의 진수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의 작가 우타노 쇼고의 작품이다.

10년 만에 개정판으로 출간된 『밀실 살인 게임』은 미스터리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읽어봤고 이 책의 존재를 알고들 있었다지만 부끄럽게도 추리소설 마니아를 자청하는 나는 이번에 처음으로 이 책에 대해 알고 읽게 되었다. 나는 추리소설은 좋아해도 마니아는 아니었나 보다.😅


그저 단순히 인터넷상에 몇 명이 모여 밀실 살인의 수수께끼에 대해 서로의 추리를 이야기하는 소설을 기대하고 책을 펼쳤다가 너무나 당황했다.

처음부터 소설은 등장인물이 저지른 살인의 법칙성에 대해 묻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잠깐! 진짜라는 거야 뭐야. 추리게임을 위해 살인을 저질렀다고?'라며 정신없어하는 사이에 살인사건은 계속된다. 살인을 저지르고 논하는 그들의 잔혹성과 대담성과 태연함에 소름 끼치고 속이 울렁거렸다.

그들은 아무런 원한이나 목적 없이 그저 단순히 문제를 만들고 자신들이 고안한 트릭을 적용하고자 실제 살인을 저지른다. 더군다나 살인을 저지른 사람들은 마치 트로피처럼 성공한 살인과 그 트릭을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한다.

주인공인 두광인도 2년 가까이 탐정놀이를 하고 있고 실제 살인도 저질렀다. 아니, 중학교 때 과학실에서 훔쳐낸 비소를 교사들에게 실험하고 고등학교 수학여행에서 동급생의 열쇠를 훔쳐내 벌인 알리바이 트릭을 실천하고 쾌감을 느꼈던 일까지 포함하면 10년 가까이 일명 탐정놀이를 즐기고 있다.


그들이 일으킨 살인 사건들은 그들 각자의 개성과 특징을 보여주었다. 특히 잔갸 군은 평소 추리게임에서의 공격적인 대화와 그의 닉네임이 보여주는 것처럼 너무 끔찍하고 잔학한 살인 사건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렇게 자꾸 발생하는 살인사건에 대한 거부감만 참아낸다면, 그들이 일으킨 사건의 트릭이 밝혀졌을 때 다시 사건 하나하나를 되짚어 퍼즐을 끼워 맞춰보며 무릎을 치게 된다.

'아! 이래서 그런 단서를 던져 줬었구나!'

그런데 이렇게 수많은 살인사건이 일어나는데 경찰은 범인이 누군지 전혀 눈치도 채지 못한다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이렇게 사이코패스들의 향연이 될 것 같은 소설은 반전을 맞이한다. 과연 어떤 반전일까? 그리고 그들은 어떻게 될까?

소설을 끝내고 나니 다음 작품인 『밀실 살인 게임 2.0』의 내용이 궁금해진다.

등장인물들의 엽기적 살인 행각을 참아낼 비위가 강하고 강심장을 가진 미스터리 추리 마니아들은 주저 말고 책을 펼쳐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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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척
레이철 호킨스 지음, 천화영 옮김 / 모모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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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은 자신의 집 가까운 곳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도 있었지만 자신의 처지에서 탈출하고 자신이 꿈꾸는 모습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30킬로미터나 떨어진 고급 주택단지 손필드에서 개를 산책시키는 일을 하고 있었다. 2월의 어느 비가 억수같이 쏟아붓던 날에도 그녀는 역시 낡은 비옷을 입고 리드 부인의 개 베어를 산책시켰다.

산책 도중 그녀는 자신이 손필드에서 가장 좋아하는 주택을 보러 갔고, 넋을 잃고 보고 있는 사이 갑자기 그 주택의 주차장 문이 열리며 스포츠카가 튀어나와 피하려고 뒷걸음치다 넘어진다. 차 문이 열리고 운전석에서 내린 남성은 제인이 손필드 주택 단지에서 본 다른 남자들과는 달리 상당히 잘 생기고 매력적인 남자였다. 자신을 에디라고 소개한 남자는 제인을 집안으로 초대했다.


고급스럽고 멋들어진 에디의 집 내부를 황홀한 눈으로 바라본 제인은 손필드 주택 단지에서 혼자 사는 남자는 얼마 전 아내를 잃은 트립 잉그러햄 혼자뿐이라고 되뇌며 에디에게 관심을 가지고 에디를 통해 신분 상승을 하려는 자신을 타일렀다.

에디는 제인에게 커피를 타주면서 그녀에 대해 물었고, 제인은 자신의 이야기를 진실을 아주 살짝 섞은 거짓으로 이야기했다. 제인은 완전한 거짓을 이야기하면 들킬 위험이 있지만 조금의 진실을 섞어 말했을 때는 말한 진실이 사람들을 사로잡으면 나머지 거짓도 진실처럼 들린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도중 제인은 에디의 손에 반지가 없다는 사실과 그가 아내의 이야기를 할 때 "버밍햄 출신이었죠."라며 과거시제를 쓴 것을 놓치지 않았다.


에디는 제인을 만난 다음날 바로 개를 입양하여 제인에게 개를 산책시키는 일을 맡겼다. 어느 날 제인이 에디의 개 아델을 산책시키러 갔더니 에디는 외출하고 없었고, 아델을 산책시킨 후 집에 돌아가려던 제인은 마음을 바꿔 주인이 없는 에디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1층을 둘러본 뒤 2층으로 간 제인은 그곳에서 에디와 베의 아름답게 잘 어울리는 사진을 보고는 질투심과 함께 절망을 느꼈다. 그때 뒤에서 에디의 목소리가 났고 아내의 사고가 유감이라는 제인의 말에 에디는 제인의 속내를 꿰뚫어 본듯한 말을 내뱉는다. 그러고는 저녁 식사를 제안한다.

그렇게 서로를 알아가는 몇 번의 데이트가 계속되며 둘은 연인 관계가 되고 에디의 집을 결코 떠나지 않으리라는 제인의 계획대로 에디의 집에서 동거를 하게 되는데….



이 소설은 고전 『제인 에어』를 모티브로 삼은 소설이다.

아마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보면서 이미 눈치챈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제인 에어』를 읽으면서 소설에 푹 빠져들고 제인 에어라는 선량하면서도 자립적인 인물에 매료되었던 나로서는 도둑질에 거짓말을 일삼고 속물적이며 남자를 꾀어 신분 상승을 노리는 『기척』의 제인에게는 공감이 가지 않았다. 그런 그녀가 잘 살게 되는 게 살짝 꼴뵈기 싫기도 했다.

그녀는 『제인 에어』의 제인처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 남을 위해 희생하는 일 따위는 결코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녀는 남들에게 숨겨야 하는 비밀도 가지고 있는데….


소설은 총 13파트로 나뉘며, 딱 한 번 에디가 화자로 나올 때를 제외하고는 파트가 바뀔 때마다 제인과 베의 시점에서 각각 서술된다.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는 스토리 전개와 특히 등장인물들 각자의 시점에서 서술되는 섬세한 심리묘사로 인해 속절없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 읽어나갔다.

각자의 입장에서 서술되는 이야기를 보면서 서로 다른 이야기 때문에 진실을 알 수 없어 답답하기도 했지만, 읽는 도중 드러나는 반전의 반전, 그리고 그 끝에 기다리고 있는 트립의 아내 블랜치와 베의 사건과 모든 일의 진실에 충격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소설이 중반을 넘어가면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하고 미친 듯이 책장만 넘어갔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결말은 살짝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기척』을 읽고 고전 『제인 에어』와 비교하면서 『제인 에어』와는 또 다른 뒤통수 맞는 반전과 심리를 극도로 자극하는 긴장감을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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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리뷰툰 2 : SF편 - 유머와 드립이 난무하는 고전 리뷰툰 2
키두니스트 지음 / 북바이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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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리뷰툰』이 워낙 호평 일색이었기에 그 책을 읽지 않은 나로서는 『고전 리뷰툰 2』에 대한 부푼 기대 반, '전편의 감상평에 혹시 거품이 끼어있었을지도 몰라.'라고 의심하는 마음 반으로 책을 펼쳤다.

하지만 이 책에 실린 첫 번째 작품 『프랑켄슈타인』을 리뷰하는 글부터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의심했던 마음을 반이나 가졌던 나 자신을 반성했다.

대박~진짜가 나타났다!!


이 책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목은 들어서 알고 있고, 내용 또한 대충은 알고 있을 SF 고전 10편 『프랑켄슈타인』, 『해저 2만 리』, 『지구 속 여행』, 『잃어버린 세계』, 『타임머신』, 『투명인간』,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유년기의 끝』, 『아이, 로봇』, 『파운데이션』 시리즈에 대한 리뷰를 담고 있다.

이 중 내가 읽은 책은 5편이니 선방을 했다는 마음이 없진 않았으나, 그 5편 대부분이 어릴 때 읽어서 대충 큰 흐름만 기억이 난다는 부끄러운 현실을 깨달았다.

『아이, 로봇』은 영화로 봤기에 본 책에 은근슬쩍 포함시키려 했으나 이 책을 읽으며 『아이, 로봇』의 책과 영화는 아예 다른 내용이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라 감히 읽은 책에 포함시킬 수가 없었다.



이 책은 고전 소설의 내용에 대한 리뷰 위주로만 글을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으면서 어떤 이들은 한 번쯤은 의문을 가져봤을법한 내용을 작가 키두니스트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풀어내고 있다.

『프랑켄슈타인』의 경우 처음은 북극 탐험을 하는 선장이 자신의 누이에게 보내는 편지로 소설이 진행된다. 몇 년째 하는 위대한 모험은 보람찬 일상이지만 외로워서 그런지 누이에게 자주 편지를 쓴다. 배 위에서도, 북극 인근에서도.


그런데 오빠에게 온 편지를 읽는 여동생 뒤에서 남편이 "그 편지 어떻게 받은 거야? 진짜 궁금해서 그래."라고 말을 건다. 여동생의 대답…, "어, 부엉이가 보내줬어요!" 😂

그러고 보니 정말 북극 바다를 외롭게 떠다니는 배에서 선장은 대체 어떻게 동생에게 편지를 보내줬을까?

거기에 대한 작가의 생각들이 책에 잘 나와 있다.



또한 프랑켄슈타인으로부터 버려진 괴물(크리처)이 홀로 생존하며 스스로 말과 글자를 익히지만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없는 애정에 공허함을 느끼고는 그 공허함을 책으로 대체했다는 부분에서 작가의 유머가 폭발한다.

겨우 글자를 익히고 처음으로 접한 책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실낙원』이라는 말에 어이없어하더니, 묘사된 괴물의 외모 정도는 견딜만할 것 같다며 사귀… 아니 친구부터 시작하자며 들이댄다. 아 웃겨~! 🤣

사실 지금 우리가 프랑켄슈타인 하면 떠올리는 여기저기 꿰맨 자국에 볼트가 이마에 박혀있는 외모는 나중에 영화로 제작될 때 괴물이라는 시각적인 충격을 위해 영화사에서 만든 얼굴이지 소설에서 묘사된 외모는 아니다.



또한 작가는 이토 준지가 각색한 『프랑켄슈타인』과 원작을 비교하며 원작에서의 전개가 더 마음에 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면서 공포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프랑켄슈타인』이 과연 공포물이 맞는가에 대한 의문을 던지며 그것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정리해서 말하고 있다.



또한 우리에게는 『셜록 홈스』 시리즈로 유명한 아서 코넌 도일의 SF 고전 『잃어버린 세계』도 특유의 유머와 드립으로 호기심을 유발하고 있다. 이 작품 역시 내가 어릴 때 읽었던 작품이어서 읽으면서 기억이 새록새록 돋았다. 그런데 이것이 아서 코넌 도일의 작품이었다는 것은 몰랐다.

아서 코넌 도일은 역사 소설, 밀리터리 소설, 호러 소설, 심지어는 시까지 정말 다양하고 많은 작품을 집필했다. 그 작품들이 대부분 잘 쓰였고 어느 정도 성공도 거두었지만 『셜록 홈스』가 상식을 뛰어넘은 성공을 거두는 바람에 다른 작품들이 다 묻혀버리고 만다. 오로지 『셜록 홈스』.

"그래 아들아! 그래서 홈스는 왜 죽였니?"라니.🤣


이외에도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제목 때문에 착각할 수 있는 영화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는 『잃어버린 세계』가 아닌 쥘 베른의 『지구 속 여행』이 원작이며 《쥬라기 공원 2 : 잃어버린 세계》가 소설 『잃어버린 세계』의 영향을 받았음을 알려주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2편 외에도 SF 고전 8편에 대한 무한 유머를 장전한 리뷰가 이 책에 실려있다.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니 고전이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전이 딱딱하고 지루하고 어렵다고 누가 말했나?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것이 고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고 내가 읽었던 책들도 나름 다시 생각을 정리했고, 읽지 못했던 책도 어느 정도 사전 지식을 정리해서 도전해서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고전 읽기에 도전하겠다고 계속 계획만 세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일단 고전에 쉽게 접근하기 위해 이 책을 읽어보라고 강력 추천하고 싶다. 아니, 무조건 읽으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정말 후회 없는 신의 한 수가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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